아래 글은 '창작과비평사' 게시판을 통해 한 지식인이 9차례에 걸쳐 발표한 서정주 시인에 대한 논문의 전문을 옮겨놓은 것입니다. 인내력을 갖고 끝까지 읽어보십시오.
국화꽃의 비밀1: 금기로서의 [국화꽃]과 [거울]
미당 서정주의 대표시 [국화 옆에서]는 국민적 사랑을 받아 온 시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 시를 암송할 정도로 사랑해 왔고, 또 지금도 대부분의 시 관련 인터넷 사이트에서 쉽사리 발견할 수 있을 정도로 신세대의 사랑을 받아 왔습니다. 또한 이 시는, 미당의 수치스런 친일행각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국정교과서에 수록되었었고 지금도 고등학교 문학 교과서에 실리고 있을 정도로 좋은 시의 본보기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미당이 시의 제3연에서 국화꽃을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으로 묘사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국화꽃을 파란만장한 인생 역정을 걸어 온 후 관조의 경지에 다다른 중년 여인을 비유한 것으로 생각해 왔습니다. 어느 신문 기자의 다음 말은 [국화 옆에서]가 그 동안 어떻게 우리 나라에서 읽히고 있었는 지를 잘 압축해서 보여줍니다.
ꡒ우리는 중․고교 국어시간에 「국화 옆에서」를 ꡐ모든 풍상을 겪고 인품이 완성된 경지에 이른 40대 누님'의 모습을 형상화했다고 배웠고 지금도 가르치고 있으며 실제 미당 자신도 이런 식으로 설명했다"(경향신문 2000-06-29).
하지만 [국화 옆에서]는 기존의 이러한 원론적 해석이 모범답안이 될 수 있을 정도로 그렇게 그 상징성이 단순한 시는 아닙니다. 미당이 시 속에서 "국화꽃=누님"이란 은유를 명확히 제시하고 있고, 또 외견상 시의 의미구조가 아주 단순하고 명확해 보여도, 이 시는 심층에 간과하기 힘든 여러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습니다. 그 문제점은 대충 네가지로 요약할 수 있는 데, 우선 오늘은 한 가지만을 말씀드리겠습니다.
[국화 옆에서]가 보여주는 첫번째 문제점은 3연에 등장하는 거울과 그 국화꽃이 노오란 꽃잎을 지닌 황국(黃菊)이란 점입니다. 무릇 문학텍스트의 해석에 있어서 상징은 그 의미가 다각도로 검토되어야 합니다. 기존의 [국화 옆에서]읽기는 이 시에 등장하는 상징물인 황국과 거울을 지나치게 단선적으로 해석했습니다. 즉 거의 대부분의 평론가들의 [국화 옆에서 읽기]가 "황국=친근한 누님," "거울=관조의 경지"로 등식화 시켜서 비유적으로만 해석했지, 상징적으로 해석하지 않았습니다. 칼 융의 용어를 빌린다면, 기존의 평론가들은 국화꽃과 거울을 표지적(semiotic)으로만 이해했지, 상징적(symbolic)으로 이해하지를 못했습니다. (참고자료"satgatlim님께: 융의 상징론에 관한 답변"(click)).
우선 국화꽃의 상징성에 대해서 설명드리기 전에 그림을 먼저 보여드리겠습니다. 왼편의 그림은 일본천황의 휘장이고, 오른편의 그림은 신궁에서 "20세기 일본의 신주(神主)가 신토(神道)의 신 태양을 상징하는 거울 앞에서 기도"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칼 G. 융, {인간과 상징}, 열린책들, 22쪽).
특히 일제 강점기라는 치욕스런 역사를 살아 온 우리 국민에게 있어서 국화꽃과 거울은 신중한 고찰이 필요한 상징물입니다. 왜냐하면 황국(黃菊)은 일본에서 지난 14세기 이후로 일왕과 그 가문을 상징하는 문장(紋章)이었고, [고사기]를 보면 거울은 일왕이 현인신(現人神)의 위상을 획득하는 데에 결정적 역할을 한 상징물이기 때문입니다. 루스 베네딕트의 {국화와 칼}이란 책을 보아도 알 수 있듯이, 국화는 칼과 더불어 일본 제국주의를 표상하는 상징물이었습니다. 황국은 황실의 문장(紋章)으로서 황실가족의 모든 휘장을 장식했을 뿐만 아니라 여러 다양한 형태--일왕의 예복, 일본국가훈장, 일본우표, 태평양전쟁에 참전한 병사들의 무기 등등--로 일본 제국주의 문화와 삶 속에 스며들었습니다. (Japanese Royalty Flags. by Phil Nelson. 2000-09-09 (click))
서구에서 발간되는 각종 세계 상징 사전을 살펴보아도, 국화꽃은 일차적으로 태양을 상징하는 꽃이며 일본황실 내지 제국주의를 대표하는 상징물로 소개되고 있다. 프랑스의 {상징 사전}은 국화꽃의 상징성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국화의 꽃잎이 질서정연한 배열로 퍼져나가는 방식으로 인해 이 꽃은 본질적으로 태양의 상징이 되며, 따라서 장수(長壽)와 불멸(不滅)을 뜻한다. 국화꽃이 일본 황실의 문장(紋章)이 된 이유도 그러한 특성 때문일 것이다. 16개의 꽃잎을 지닌 국화꽃으로 된 일본 문장(紋章)엔 태양의 이미지와 나침반 지침면의 이미지가 겹쳐져 있는 데, 그 중심에서 천황이 세상을 통치하고, 우주의 모든 방향을 집약한다" Jean Cheval!!ier & Alain Gheerbrant,, Dictionnarie des symboles (paris: Robert Laffont, 1982) 247쪽.
일본 문화에서, 국화꽃이 태양신과 일왕의 상징물로 해석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거울도 태양의 상징물로 해석됩니다. 보편적 문화상징으로서 '거울'이란 기표(signfier)는 여러 상징적 기의 (signfied)--통치자, 부부애, 자기성찰, 달, 태양, 진실, 자기애 등등--를 지닌 것으로 해석될 수 있지만, 일본 문화 속에서의 거울은 천손강림시에 태양신이 자신의 혼(魂)을 담아 하사한 신기(神器)로 전해지기 때문에 일차적으로 태양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거울은 삼종신기(三種の神器)의 하나로 이세신궁에 모셔지고 있고, 또 일제 강점기엔 아마테라스와 메이지왕을 주신(主神)으로 삼는 조선신궁에도 거울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근 50년이 넘도록 국화꽃과 거울이 지니는 이러한 문화적 상징성은 단 한번도 우리 문학작품의 해석에 있어서 고려의 대상이 된 적이 없습니다. 우리나라 문학판에선 국화꽃과 거울을 일본문화와 연계지어 해석한다는 것 자체가 이상스러울 정도로 금기시 되어 왔다고나 할까요.
첫댓글 말땅 서정주...용서를 구한다면 모르겠지만 친일한 자가 잘못없다고 고개를 빳빳이 치켜듬은 용서할 수 없고 해서도 안된다...불교인이니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고는 말이 안된다. 부모가 돌아가시면 천도제를 올린다.저들을 용서하면 수많은 원혼이 운다. 용서따로 천도 따로인가?
시가 아름다운 것은 분하게도 사실이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보는 것이야 별론으로 하더라도 국정교과서에서는 말소함이 상식이다...
울나라는 반민족행위 처벌이 이상하게도 어렵다. 세력없던 이승만 친일파와의 야합으로 광복 첫단추부터 어긋났다...그래서인지 친일시조차 국정교과서에서 내리기가 어렵다.()()()
평론은 어차피 따로 문학장르의 하나이지요. 작가의 작의와 독자의 느낌과 평론가의 관점은 당연히 서로 다릅니다. 맞네 아니네 하는 자체가 오히려 부자연스럽지요. 미당께서 친일을 했다면 사정여하를 떠나 매력없지요. ㅎㅎ 그 후 생활이 어땠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글게..개인적으로 좋아하거나 학문연구는 대학에서..국정중고교과서에서는 삭제..요런 뜻이었슴다...국문학과나오셨나부네요^^
예를들자면 대통령이 예수교장로여서 집에서 할레루야를 외치든 오마이갓을 외치든 누가 뭐랄사람있겠습니까?근데 공식석상에서 마이크잡고 할렐루야를 부르면 안된다는 것이죠.적절한 비유인지는 모르겠지만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