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폭군. 大暴君. 觀世音. 观世音. The Goddess Of Mercy. 1967
한국 / 107분 / 사극, 종교 / 개봉 1966.09.29
홍콩판 : 관세음
감독 : 임원식 林元植 Lim Won-sick
출연 : 최은희(이려화), 김승호, 남궁원, 최성호, 김진규, 구양사비, 고선애, 고보수, 최삼, 장광초, 진연연, 안인숙
성품이 용맹한 흥림국의 묘장왕(김승호)은 과한 세금을 부과하고 사람을 징발하여 백성을 괴롭히고 포로들을 학대한다. 그의 세 공주 중 두 공주와 부마는 왕의 비위를 맞추어 자신의 이익에만 급급하나, 셋째 공주 묘선(최은희)만은 아리땁고 동정심이 깊어 불행한 자를 깊이 동정하고 돕는다. 묘장왕의 포로들 중에는 불교 수도자인 비로국의 왕자 명쟁이 있어 묘선에게 깊은 감화를 주고 사형된다. 왕의 포로학대가 심해지자, 이에 항거하다 못한 묘선공주는 포로들을 이끌고 국경을 넘어 대향산 기슭으로 도망하여 불교의 생활근거지로 삼는다. 왕에게 충직한 위호장군은 묘선공주를 깊이 사랑하지만 충의를 위하여 공주의 탈출을 도와주고 왕에게 자수하여 갇히게 된다. 묘장왕은 더욱 포악해져서 주지육림에 빠지고 가뭄이 들어 백성은 도탄에 빠진다. 견디다 못한 백성들은 묘선공주를 찾아 떠나고 이에 노한 왕은 군사를 이끌고 쳐들어와 대향산기슭 묘선과 중생들이 세운 절을 불태우지만, 불법에 당하지 못해 퇴각한다. 걱정에 지친 왕후는 병들어 죽는데 왕은 후회를 모르고 환락에 빠진 끝에 위중한 병이 든다. 시의(侍醫)가 셋째 공주의 두 눈과 팔을 약으로 써야 한다고 하자 묘선은 그처럼 자기를 핍박하던 아버지를 위해 기꺼이 두 눈과 팔을 바치는데, 그때 묘선에게 다시 천개의 눈 천개의 손이 돋아나 중생들은 기뻐한다. 왕이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딸을 찾아 당도했을 때, 묘선은 보살로 되어 승천한다.
1964년 홍콩 쇼브러더스와 합작한 <달기>가 세계적인 주목을 받음과 동시에 국내에서 흥행에 대성공하자, 신상옥(신필림)은 1970년대까지 다수의 합작영화를 제작하였는데, <대폭군>은 그중에서도 가장 많은 제작비를 투입한 대작이다. 대작답게 초호화 캐스트들이 열연하였는데, 당대 홍콩과 한국의 최고 여배우였던 <이려화>와 <최은희>가 더블 캐스팅되어 한국과 홍콩버전에서 각각 여주인공인 <묘선공주>역을 맡았다.
한국영화계의 대부 <김승호>가 대폭군인 묘장왕 역을 맡아 악역을 선보였고, 성격배우 <최성호>가 위장군역을 맡았는데, 그가 이렇게 선한 역을 맡은 것은 모처럼만의 일이다. 그런가하면 홍콩의 전설적인 여배우이자 감독이었던 <고보수>와 <진연연>이 음모를 일삼는 인간성 나쁜 공주 역을 맡았고, <김진규>, <안인숙>, <고선애> 등의 한국 배우들이 조연으로 등장한다.
이 영화의 각본은 홍콩영화계에서 널리 알려진 감독겸 배우 <엄준>이 썼고, 촬영은 60년대 후반 <비연맹녀>, <팔없는 검객>등 이색적인 무술영화들을 발표한 <최경옥>이 맡았다. 60년대 신필름에 전속되어 굵직한 작품을 발표했던 <임원식>이 감독한 걸로 영상자료원 등에는 기록되어 있으나, <신상옥>이 연출 하였다는 홍콩측의 자료에 필자는 한 표를 던진다.
인접국가를 침략하여 날로 국력을 키워가는 고대중국의 묘장왕(김승호)에게는 딸들(3자매)만 있었다. 그중 막내인 묘선공주(이려화)는 잔인무도한 아버지에게 불만을 가지게 된다. 어느날 포로로 잡혀온 왕자(김진규)를 탈출시키려하자, 묘장왕은 왕자의 목을 벤다. 그에 충격을 받은 묘장공주는 포로들을 이끌고 탈출을 하게되고 강한 불심으로 온갖 난관을 극복한다. 마침내 묘장왕은 딸에게 감동하고, 전쟁을 멈춘다. 부처가 되어 하늘로 승천하는 묘선공주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영화는 끝을 맺는다.
이 영화는 홍콩에서 <관세음>이라는 제목으로 개봉되었을 정도로, 불교적인 색채가 강한 작품이다. 부처님의 자비로 피비린내나는 전쟁이 멈춘다는 영화의 라스트나 영화의 중간, “포로들을 이끌고 강가에 이르렀을 때, 강물이 갈라지는 대신 다리가 놓여지는 장면”등은 참 낯익은 설정(미국영화 십계를 연상시키는 장면)이지만, 그 엉성한 특수효과나 소박한 촬영기술은 귀엽기(?)까지 하다.
1960년대 <신상옥>은 <내시>,<이조여인 잔혹사>같은 궁중사극에서 <천년호>,<사녀>같은 호러사극, <꿈>, <다정불심> 등 불교적인 색채를 띤 사극, <대폭군>, <달기>, <흑도적>(합작영화에서는 제작자로 이름이 올려져 있음) 같은 쇼브러더스와 합작으로 제작한 대작사극등 많은 사극영화들을 발표하였는데, 그 영화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입이 딱 벌어진다. 그리고 그의 이름을 장식하는 수많은 수식어에다 “사극영화의 달인”사극영화의 명장”이라는 타이틀을 더 추가해야 할 것 같다.
한가지 안타까운 일은 우리나라에는 이 영화의 프린터(최은희 버전)가 없다. 홍콩 쇼브러더스에서 최근에 DVD로 출시하였으나 <이려화>주연의 홍콩버전이다. 우리나라 배우 <김승호> 등의 중국어 대사가 어색하게 느껴지지만, 그나마 이렇게라도 이 영화를 접할 수 있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 진심으로 <쇼 브러더스>에 고맙다는 생각이다.
대폭군 The Goddess of Mercy, 19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