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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는 왜 실패하는가(Why Nations Fail)
By James A. Robinson, Daron Acemoğl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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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세계불평등의 기원과 그 해결방안을 제시하다!
신국부론, 국가 실패의 답을 찾다『국가는 왜 실패하는가』. MIT 경제학과 교수로 활동 중인 저자 대런 애쓰모글루가 15년간의 연구를 바탕으로 로마제국, 마야 도시국가, 중세 베네치아, 구소련, 라틴아메리카, 잉글랜드, 유럽, 미국, 아프리카 등 전 세계 역사에서 주목할 만한 증거를 토대로 실패한 국가와 성공한 국가를 가르는 결정적 차이가 무엇인지 밝혀냈다. 저자는 정치와 경제, 역사를 아울러 국가의 운명은 경제적 요인에 정치적 선택이 더해질 때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국가의 성패를 가르는 결정적 요인은 지리적, 역사적, 인종적 조건이 아니라 바로 ‘제도’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특히 남한과 북한을 그 예로 들어 어떻게 이토록 완연히 다른 운명의 길을 걷게 되었는지를 분석하였다.
저자 소개
저자 대런 애쓰모글루
저서 (총 5권)1967년 터키 출생. MIT 경제학과 교수. 런던정경대(LSE)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정치경제학, 개발경제학, 경제성장, 테크놀로지, 소득불균형, 노동경제학 등 전방위적인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제도가 경제 발전에 어떤 역할을 하는가'에 관심이 많다. 2005년, 경제학적 사고와 지식에 가장 크게 기여한 40세 미만의 경제학자에게 수여되는 존 베이츠 클라크 메달(John Bates Clark Medal)을 받았다. 이 상은 '예비 노벨 경제학상'이라고 불리며, 1970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폴 새뮤얼슨 역시 1947년에 이 상을 받은 바 있다.
저자 제임스 A. 로빈슨
저서 (총 5권)1967년 터키 출생. MIT 경제학과 교수. 런던정경대(LSE)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정치경제학, 개발경제학, 경제성장, 테크놀로지, 소득불균형, 노동경제학 등 전방위적인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제도가 경제 발전에 어떤 역할을 하는가'에 관심이 많다. 2005년, 경제학적 사고와 지식에 가장 크게 기여한 40세 미만의 경제학자에게 수여되는 존 베이츠 클라크 메달(John Bates Clark Medal)을 받았다. 이 상은 '예비 노벨 경제학상'이라고 불리며, 1970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폴 새뮤얼슨 역시 1947년에 이 상을 받은 바 있다.
北美 번영, 南美 쇠락… 무엇이 운명 갈랐나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 저자 애스모글루가 말하는 흥망의 열쇠 '포용적 제도'
"舊소련·중국, 예외적으로 고속 성장했지만…
포용적 사회로 변하지 않으면 더 발전 힘들어"
자원 많은 南美는 스페인의 수탈에 시달려
척박했던 北美선 이주민에 인센티브 보장
'포용적 제도'는 정치·경제 권력을 고루 분배
기회 열려 있고 발전에 기여하면 적절한 보상
한국·북한도 제도 차이로 '다른 운명' - 한국, 아직도 정치적 부패 많아…
전직 대통령 결말 몹시 안 좋은 국가지만 포용적 정치체제 향해 계속 변화하는 중
"중국의 창조적 파괴, 그리 쉽지 않아" - 中경제 발전이 공산당 기반과 상충하면
바로 그때, 거대한 사회적 마찰 일어날 것
포용적 정치·경제체제 이루려면 - 극좌·극우서 일어난 갈등은
화해 어려워 사회 전반 폭넓은 제휴로 의견 조정해야
▲ 박근혜 대통령이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에서 보여준, 한반도 야경 위성사진
이 사진은 애스모글루 교수의 책에 먼저 등장했다. 그는 남북한의 운명을 가른 것도 제도의 포용성 여부라고 분석했다. /미 국립항공우주국(NASA)왜 어떤 나라는 가난하고, 어떤 나라는 부유할까? 수많은 학자가 매달린 주제다. 대런 애스모글루(Acemoglu) MIT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에, 그리고 아주 설득력 있는 대답을 제시한 학자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그가 2012년 제임스 로빈슨 하버드대 교수(정치학과)와 공저한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Why Nations Fail)'는 약 700쪽(번역본 기준)에 걸쳐 국가 흥망사라는 거대 질문에 답하려 한다.
그의 결론은 명쾌하다.
기후·지리적 위치·문화가 국가의 빈부 차이를 낳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기존의 학설들과 달리
이른바 '포용적(inclusive)'인 정치·경제 제도의 유무가 국가의 흥망성쇠를 결정짓는다는 것이다. 포용적 경제 제도란 사유재산을 보장하고, 법이 공평무사하게 시행되며, 계약과 교환의 자유를 보장하는 제도를 말한다. 포용적 정치 제도가 이를 뒷받침하는데, 사회 전반에 고루 권력을 분배하고, 자의적 권력 행사를 제한하면서도, 일정 수준 이상 중앙집권화를 이루는 것이다.
그리 낯설지 않은 설명이다. 그럼에도 이 책이 가지는 미덕은 동서고금을 넘나드는 풍부한 사례로 세계 불평등에 대한 의문을 풀어준다는 데 있다.
예를 들어 똑같이 식민지로 출발한 남미와 북미 경제 격차가 오늘날처럼 벌어진 이유를 그는 이렇게 설명한다. 금과 은, 노동력이 풍부했던 남미는 스페인 왕실의 극심한 수탈에 시달렸다. 반면 북미는 착취할 자원도 노동력도 부족했다. 살아남으려면 자구책이 필요했다. 영국은 인센티브 방식을 택했다. 이주민들에게 땅을 분양해 개척하게 했다. 북미의 번영은 결정적 단계에서 포용의 길을 선택한 덕이었다.
▲ 애스모글루 MIT 교수는“포용적 제도가 갖춰져 있지 않다면 경제성장이 일시적으로 지속되더라도 결국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면서 “한강의 기적을 이룬 한국 역시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플리커 애스모글루 교수는 인터뷰 약속을 깜빡 잊고 있다가 비서의 전화를 받고서야 허둥지둥 나타났다. 간신히 인터뷰 시간을 짜낸 뒤엔 곧바로 또 콘퍼런스 콜이 있다고 했다. 주목받는 경제학자 중 한 사람으로 떠오른 그는 정신없이 바빠 보였다. 그에게 우선 포용적 제도의 의미를 쉽게 설명해 달라고 부탁했다.
"흔히 생각할 수 있는 이상적 체제에 가깝습니다. 규칙과 법이 살아 있으며, 사람들은 자신이 창출한 것을 소유할 수 있는 권리와 적절한 보상을 보장받습니다. 또한 누구에게나 올바른 기회, 즉 원하는 직업을 가질 기회가 열려 있고, 좋은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은 사업할 기회가 있습니다. 문제는 사실 대부분의 나라에서 이런 식의 지배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겁니다. 대부분의 나라는 국민이 적절한 보상을 받지 못합니다. 자신이 창출한 것에 대한 적절한 결실을 보장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없고, 뭔가를 시도할 기회조차 갖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소수 계층이 기회를 독점하고 있으니까요."
소수 계층이 포용적 제도의 발전 가능성을 알면서도 그 반대 제도(착취적 제도)를 고집하는 이면에는 포용적 제도가 불러올 창조적 파괴의 공포가 숨어 있다고 그는 주장한다. 창조적 파괴는 부와 소득뿐만 아니라 정치권력도 재분배하기 때문이다. 콩고의 지배자가 쟁기를 보급하지 않고, 합스부르크 황제가 철도를 놓지 않으며, 이슬람 왕조가 인쇄 기술 보급을 막은 것이 다 이 때문이라는 것이다.
―20세기 말에 세계 여러 나라가 가난에 허덕인 원인으로 '20세기의 신(新)절대주의'라고 이름 붙인 공산주의를 지목했습니다. 그러나 구(舊)소련 붕괴 후 많은 동구권 국가가 착취적 제도를 탈피했습니다. 그런데도 왜 여전히 가난한가요?
"커다란 변화가 있을 경우엔 항상 승자와 패자가 생깁니다. 또한 커다란 기대와 실망이 엇갈리게 마련입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중앙아시아 국가의 여러 사례를 볼 때 발틱을 제외하곤 모든 구소련 체제로부터 전환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았다는 겁니다. 과거 공산당이나 KGB와 관련돼 있던 사람들이 갑작스럽게 스스로 민족주의자, 민주주의자라고 공표하면서 권력을 잡았는데, 그렇게 함으로써 사실상 과거 공산 정권 때보다 더 강력한 지배권을 갖게 됐습니다.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아제르바이잔, 투르크메니스탄, 카자흐스탄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나라에서 경제가 제대로 굴러가지 않는 것은 자명한 일입니다. 유일하게 경제성장이 순조로운 곳은 카자흐스탄인데, 석유라는 거대한 자원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헝가리나 체코는 공산 체제를 끝내고,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로 향하는 문을 열었습니다. 그러나 아직 과거의 여러 문제점이 완전히 청산되지 않고 있습니다."
―미국이 가장 포용적인 체제를 가진 나라라고 생각하십니까?
"예. 하지만 그 안에 다양한 실패가 버무려져 있습니다."
―실패라면 어떤 것을 말씀하시는지요?
“포용적인 제도의 가장 이상적인 형태는 경제와 정치권력의 평등함이 골고루 부여되어야 한다는 겁니다. 하지만 미국은 그 두 가지 점에서 모두 실패했습니다. 현재 미국의 불균형은 사람들이 공정한 경쟁의 장(場) 안에 있다고 보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만약 당신이 빌 게이츠나 워런 버핏, 래리 앨리슨의 자녀라면 태어나는 순간부터 엄청난 기득권을 갖게 됩니다. 더 중요한 것은 정치적 평등과도 대단히 멀리 떨어져 있다는 겁니다. 부유층은 더욱더 많은 정치적 권력을 갖고 있습니다. 부유층의 정치적 로비나 정치 헌금 같은 걸 고려한다면, 돈과 정치권력의 상관관계는 더 밀접해질 가능성이 큽니다. 물론 미국뿐 아니라 어떤 나라에도 불평등은 존재하지만요.”
―그렇다면 최적의 불평등은 어느 수준이 되어야 하나요?
“당신이 원하는 것을 노력한다면 얻을 수 있고, 당신이 동기를 부여받고 성공을 한다면 보상을 받을 만큼의 경제적 균등이 이뤄지는 것입니다. 이 두 가지가 보장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건 우리 자녀들에게 상대적으로 동등한 기회를 줘서 좋은 교육을 받고, 좋은 꿈을 갖고, 좋은 기회를 갖도록 해야 합니다.”
―개인 스스로 동기를 유발하는 것보다 제도적으로 평등이 보장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보시는군요.
“물론 동기부여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미국의 사회 안전망이 무너져 내리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미국처럼 인구의 30~40%가 적절한 교육을 받지 못하거나, 적절한 교육 재원을 얻지 못하는 문제를 스웨덴에선 볼 수 없습니다. 미국의 많은 고등학생이 적절한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고, 저는 이것이 사회 불평등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세계에서 가장 포용적인 경제 체제를 갖고 있다는 미국이 앞으로도 세계경제에 지금과 같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보십니까?
“지금 미국이 가진 고질적 병폐를 고치지 않는다면 비관적입니다. 하지만 제게 희망을 주는 것 가운데 하나는 미국도 처음부터 공정한 기회가 보장된 사회는 아니었다는 겁니다. 20세기 초반까지만 해도 미국은 정치적·경제적 불평등이 만연해 있었습니다. 하지만 미국은 정치적 불평등을 개선했고, 경제적으로도 커다란 진보를 이뤘지요. 그들은 연방준비제도 이사 선출 방식을 바꿨고, 독점에 대한 제재를 도입했고, 세금 제도를 손질하고, 더 많은 공공재를 제공했습니다. 미국은 이런 문제에 대처하는 유연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최근 몇몇 국가 사례를 보면 경제적 어려움이 정치적 폐쇄성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실업률이 높은 몇몇 유럽 국가에선 신(新)나치즘이 일어나고 있고 사회 분위기가 점차 폐쇄적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교수님은 비포용적 정치 제도가 비포용적 경제 제도를 낳고, 이것이 빈곤으로 이어진다고 했는데, 이 경우엔 오히려 반대로 빈곤이 정치·사회 제도의 비포용성을 유발하지는 않나요?
“그렇습니다. 경제 불균형 또는 약탈적 경제 시스템으로 이익을 보는 사람들은 자신을 지지해 주는 약탈적인 혹은 비포용적인 정치 체제를 지지합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어려운 경제 상황 때문에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삶의 방향타를 잃어버리게 될 경우엔 극단적인 생각을 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서 그리스에서 황금새벽당(극우파)이 큰 권력을 잡게 된 것처럼요.”
―교수님은 남북한을 제도 차이 때문에 다른 운명을 걷게 된 대표적 사례의 하나로 들었습니다. 분명 남한의 경제는 포용적이지만, 정치는 아직 포용적이라는 확신이 들지 않습니다.
“아직 한국은 포용적 정치 제도를 이룩했다고는 보기 어렵습니다. 물론 한국은 지난 30년간 대단히 노력해서 거기에 무척 가깝게 다가갔지요. 하지만 실제로는 아직도 많은 정치적 부패가 있고, 정치가들이 능수능란하게 책략을 부립니다. 또한 한국은 전직 대통령들의 결말이 몹시 안 좋은 국가 중 하나이지요. 하지만 분명 오늘날은 과거와는 많이 달라졌습니다. 아마도 포용적 정치 체제를 향한 움직임은 앞으로도 계속되겠지요.”
▲ 북남미 이미지/ Getty Images 멀티비츠
중국, 비포용적 정치 제도 유지하는 한 더 이상 발전 어렵다
―지금 중국은 고속 성장하고 있지만, 중국의 체제가 포용적이라고 하기엔 어렵지 않습니까?
“그렇습니다. 중국은 지금도 상당히 비포용적인 정치 제도와 경제 제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과거엔 훨씬 비포용적인 체제였습니다. 지난 30년간 중국 경제의 급성장은 착취적 경제 제도를 벗어나 한층 더 포용적인 경제 제도로 성큼 다가갔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인구의 절반이 빈곤에서 탈출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정치 제도는 지금도 비포용적입니다. 하지만 극도로 권위주의적이고 착취적인 정치 제도는 경제성장을 더 수월하게 해 준 게 아니라 훨씬 더 까다롭게 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다시 말해 중국은 착취적 정치 제도 ‘덕분’이 아니라 그런 제도에도 ‘불구하고’ 경제성장을 달성한 겁니다.”
―중국이 이렇게 닫힌 체제를 계속 유지하리라고 보십니까?
“두 가지를 생각할 수 있습니다. 첫째 중국은 변화가 필요합니다. 계속 갇힌 체제를 유지할 경우에 현재 이상의 발전은 어렵습니다. 중국은 현재 혁신이 주도하는 경제 발전의 근처까지는 왔지만, 지금도 역시 따라잡기 성장의 한가운데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중국의 체제가 바뀔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는가. 여기에 대한 제 대답은 아니라는 겁니다. 공산당의 독점권을 종식시키는 것이 그리 간단한 작업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교수님은 사회 체제의 변화가 슘페터가 이야기한 ‘창조적 파괴’를 통해 일어난다고 지적했습니다. 창조적 파괴를 가로막는 요소는 무엇입니까?
“저는 두 가지 창조적 파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가운데 하나는 경제적인 창조적 파괴입니다. 바로 슘페터가 지적한 거지요. 새로운 종류의 기술, 새로운 기업이 오래된 것을 대체하는 겁니다. 하지만 정치적인 창조적 파괴도 존재합니다. 어느 한 정당에 근거한 비포용적 체제를 없애고, 새로운 체제, 기술, 경제활동을 가능케 하는 파괴 말입니다. 제가 중국의 변화가 쉽지 않으리라고 보는 이유입니다. 왜냐하면 어느 순간엔 중국의 경제 발전이 공산당의 정치적 기반과 상충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지요. 바로 그때 거대한 사회적 마찰이 일어날 것입니다.”
포용적 제도를 이루려면 ‘폭넓은 제휴’가 필요
―한 나라의 정치·경제 발전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포용적인 체제를 갖는 것이란 말씀인데요. 그렇다면 우리가 어떻게 해야 그런 체제를 만들 수 있습니까?
“백만달러짜리 질문이군요. 포용적 체제를 이루기 위해 정확하게 어떤 길을 어떻게 밟아야 한다는 지침은 없습니다. 하지만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포용적인 체제라는 것은 어떤 자동적 과정이나 몇몇 엘리트에 의해 간단하게 실현되는 건 아니라는 거죠. 포용적 체제는 우리 사회의 여러 분쟁이 제도화된 메커니즘과 수단에 따라 점진적으로 해결되어갈 때 나타나는 경향이 강합니다. 우리가 분열과 마찰을 겪을 때 필요한 것은 ‘폭넓은 제휴(broad coalition)’입니다. 만약 갈등이 극좌와 극우에 의해 일어난다고 한다면 화해와 일치를 이룰 가능성이 작습니다. 하지만 사회 전반에 걸쳐 폭넓은 제휴가 이뤄져 있다면 극단적인 의견을 수렴할 수 있고, 폭넓은 제휴 안에서 서로 다른 의견을 조정할 제도를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즉 포용적 경제 체제를 마련하기가 더 쉬워진다는 겁니다.”
―세계화가 불평등을 낳는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교수님은 세계화와 자유화가 더 많은 포용적 체제를 낳는 데 기여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세계화 그 자체가 더 많은 포용적 체제를 낳는다기보다는 세계화의 영향력이 포용적 경제 체제를 탄생시키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폴란드가 왜 아제르바이잔이나 우즈베키스탄보다 더 큰 경제성장을 이뤘는지를 생각해 보세요. 제가 볼 때 그건 유럽연합의 영향력 때문에 가능했던 것입니다. 유럽연합이 이런 나라들에 제시한 당근은 매우 중요한 것이었죠. 반면 러시아의 영향력은 부정적이었고요.”
―러시아의 체제가 덜 포용적이기 때문에 그런 건가요?
“그렇습니다. 러시아는 매우 약탈적인 체제이고, 지리적인 이점을 이용해서 위성국가들을 영향권에 두려고 했지요. 지금은 우크라이나, 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이 그런 역할을 하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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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T의 대런 아세머그루(Daron Acemoglu)교수와 하버드 대학의 제임스 로빈슨(James Robinson)교수는
〈Korea is a remarkably homogeneous nation, yet the people of North Korea are among the poorest on earth while their brothers and sisters in South Korea are among the richest. The south forged a society that created incentives, rewarded innovation, and allowed everyone to participate in economic opportunities. The economic success thus spurred was sustained because the government became accountable and responsive to citizens and the great mass of people. Sadly, the people of the north have endured decades of famine, political repression, and very different economic institutions―with no end in sight. The difference between the Koreas is due to the politics that created these completely different institutional trajectories.
코리아는 대단히 同質的(동질적)인 나라이지만 북한 사람들은 세계에서 가장 가난하고 반면에 한국 사람들은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그룹에 들어간다. 남쪽은 인센티브를 창조하고 혁신을 보상하고 누구에게나 경제적 기회에 참여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사회를 만들었다. 이렇게 해서 촉진된 경제적 성공은 정부가 국민 대중에게 책임을 지고 국민의 욕구에 응하였기 때문에 그대로 지속되었다. 슬프게도 북쪽의 인민들은 수십년간의 飢餓(기아)와 정치적 억압과 남쪽하고는 다른 제도를 참아내어야 하였고 이러한 고난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한반도에서 이렇게 완전히 다른 제도적 궤적(결과)을 만들어 낸 것은 정치의 차이 때문이다. 《The Economist 2013년 8월24일字》〉
〈This paper believes that America is generally a force for good in the world. If Mr Obama does not keep his promises, it will no longer be much of a force at all.
本紙(본지)는 미국은 대체로 세계의 善을 위해서 존재하는 강대국이라고 믿는다. 오바마대통령이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시리아가 화학무기를 사용하면 시리아 내전에 개입하겠다는 약속), 미국은 더 이상 강대국이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The Economist 2013년 8월24일字》〉
인간성에 내재하는 善과 惡은 상호간 갈등과 투쟁을 일으킨다. 이것은 인간 개인은 물론 국가에도 해당된다. 善惡의 쟁투에서 惡이 일시적으로 우세할 때도 있지만, 결국에는 善이 승리한다. 善이 없으면 인간사회는 생존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惡한 개인은 반드시 파멸하고 惡한 집단이나 사회나 국가는 반드시 패망하게 되는 것도 惡의 종말은 파괴이고 善은 건설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善이 있기 때문에 인간의 공동체가 존속하고 문명의 발생과 발전이 가능했다. 그래서 인류는 본능적으로 惡을 응징하고 善을 추구하도록 진화하게 되었다. 즉 勸善懲惡(권선징악)이 인류의 생존과 진화의 법칙이고 문명의 바탕이 된다. 善惡의 쟁투에서는 언제나 善이 승리하게 되어 있다.
그러나 善惡의 전쟁에서 궁극적으로 善이 승리하지만 그 승리가 지연되고 惡의 지배가 장기화 되면 가공할 피해가 발생하게 된다. 惡의 무리를 제 때에 처단하지 않으면 국가가 망하기도 하고 국민이 엄청난 피를 흘리게 된다는 것을 인류역사가 생생하게 보여 준다.
19세기 말엽부터 러시아를 잠식하기 시작한 공산주의자들을 帝政(제정)러시아가 다소의 희생을 무릅쓰고 일찌감치 일소하였더라면 蘇聯(소련) 정권 75년 동안의 악마적 공포정치와 대량학살을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다. 1920년대에 蠢動(준동)하기 시작한 독일 나치스의 싹을 영국과 프랑스가 힘을 합쳐 미리 잘랐더라면 600만명의 유태인 학살과 수 천만 명의 전쟁희생자를 낸 2차 대전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解放(해방) 후에 미군정이나 남한정부가 남로당의 씨를 진작에 말려 버렸더라면 6·25 사변의 참극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톨스토이는 ‘神은 진실을 알고 있지만 기다리신다(God sees the truth, but waits)’라며 惡의 세력이 자체 모순에 의해서 스스로 망하고 진리가 승리한다고 했지만, 승리의 날을 가만히 앉아서 기다릴 동안에 나라와 국민의 피해가 너무나 커질 수도 있다. 그러므로 종북 반역세력의 광란으로 국가가 存亡(존망)의 위기에 처한 현재와 같은 위급한 상황에서는 惡의 세력이 自滅(자멸)할 때까지 기다리기보다는 惡을 索出(색출)하여 박멸하여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국민이나 국가가의 희생이 너무 커진다. 惡을 제거하는 과정에도 流血(유혈)이 동반될 경우도 있겠지만 이것은 善의 추구는 반드시 惡을 수반할 수밖에 없는 생존조건의 모순 때문에 불가피하다. 국가를 顚覆(전복)하려는 반역의 무리를 정의의 칼로 응징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惡이다.
1945년 해방 후 한국은 善한 이념인 자유민주주의를 채택하고 박정희라는 거룩한 超人(초인)의 領導(영도)로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에서 ‘among the richest(가장 부자인 나라중 하나)’가 되었다. 반면, 반도의 북쪽은 악마의 논리인 공산주의를 지배이념으로 하고 김일성-김정일의 暴政(폭정)으로 ‘among the poorest(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가 되었다. 한국은 가난한 나라를 도와주면서 세계가 칭찬해 마지않는 善의 表象(표상)이 된 것이고, 북한은 참혹한 飢餓(기아)와 천인공노할 학살이 자행되고 있는 惡의 집단이 된 것이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惡을 두려워하고 善을 지향하도록 만들어져 있다. 극악한 살인범도 사이코를 제외하고는 얼굴을 가리고 고개를 숙이며 惡을 부끄러워한다. 반면, 악마의 類에 드는 인간은 善을 증오하고 惡을 찬양하며 악행을 범하고도 환하게 웃는다. 스탈린·히틀러·김일성-김정일·모택동·폴 포트 같은 악마의 대리인들은 수 천 만명을 학살하고도 큰소리치며 너털웃음을 터뜨린다.
통진당 이석기는 ‘北은 다 애국’이라며 善한 나라 한국을 저주하고 善한 강대국인 미국을 철천지원수처럼 증오했다. 국가전복 활동과 내란음모의 大逆罪(대역죄)의 배경에는 이 같은 증오심이 깔려 있었던 것이다. 지난 4일 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이 통과되자 이석기는 묘한 미소를 지었는데, 그 미소가 섬뜩했던 것은 비단 필자 뿐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조선시대에는 逆謀(역모)를 하거나 반역의 죄를 지으면 陵遲處斬(능지처참)에다 三族(삼족)을 滅(멸)하는 형벌을 가했다. 국가가 없으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킬 수 없었기 에 반역의 무리들을 가차없이 처단했던 것이다.
이제 正義의 칼로 반역의 무리들을 모조리 처단할 때가 되었다. 반역을 방관하거나 반역에 관대한 것은 반역보다 더 나쁘다. 반역자에게 정의의 칼을 뽑지 않는 것은 국민으로서는 不忠(불충)이고 인간으로서는 생존을 포기하는 것이고 국가로서는 멸망을 자초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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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가깝지만 너무 다른 두 도시
초기 에스파냐인이나 앞으로 살펴볼 영국 식민주의자들 역시 제 손에 흙을 묻힐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누군가 대신 땀을 흘리고 금은보화는 자기들이 독차지하길 원했다.
1618년, 회사(버지니아회사)는 ‘인두권제도(headright system)’을 도입했다. 개척민 남성에게 50에이커의 땅을 주고 가족 구성원 한명당 또다시 50에이커를 추가로 부여하며, 그 가족이 버지니아로 데려오는 모든 하인에 대해서도 따로 토지를 주는 제도였다.
- 1824년에서 1867년까지 멕시코에는 무려 52명의 대통령이 들어섰지만, 헌법 절차에 따라 합법적으로 권력을 쥔 인물은 거의 없었다.
- 멕시코가 독립을 선언한 동기 자체가 식민통치 시절에 발달한 경제제도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었다.
- 멕시코의 불평등하나 제도는 원주민을 착취하고 독점을 정당화하는 기반 위에 사회를 건립함으로써 대다수 민중의 경제적 인센티브와 일할 의욕을 꺾어버렸다.
라틴아메리카 대부분의 나라가 민주화된것은 1990년대 들어서였고, 민주화가 된 이후에도 여전히 정치 불안에 시달렸다.
이 책은 한 나라의 빈부를 결정하는데 경제제도가 핵심적인 역할을 하지만, 그 나라가 어떤 경제제도를 갖게 되는지를 결정하는 것은 정치와 정치제도라는 사실을 강조한다. 정치 및 경제제도의 상호작용이 한 나라의 빈부를 결정한다는 것이 우리가 제시하는 세계 불평등 이론의 골자다.
2장 맞지 않는 이론들
오늘날 세계 불평등은 대체로 산업혁명을 기점으로 18세기 후반 태동한 것이다.
지리적 위치 가설
19세기에 고개를 들기 시작한 근대의 엄청난 세계 불평등은 산업기술 및 생산 기반의 불공정한 분배에서 기인한다. 농업 생산성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제레드 다이아몬드 이론의 한계
- 동식물종을 근거로 한 이론으로 유라시아 내의 불평등을 설명하지 못한다.
- 지리적 위치는 변함이 없지만, 유럽의 식민통치자들이 강요한 제도가 ‘운명의 반전’을 야기한 것이다.
- 지리적 요인은 일본이나 중국 등 오랜 세월 성장이 정체되어 있던 여러 나라가 갑작스레 고속 성장 과정을 거치는 이유도 설명하지 못한다.
문화적 요인 가설전도유망한 경제적 실험이 무위에 그친 것은 아프리카 문화나 자기 이익을 추구할 줄 모르는 아프리카 보통 사람들의 무능력 때문이 아니었다. 먼저 유럽 식민통치로 망가지기 시작해 뒤이어 독립 이후 아프리카 정부들의 손에 완전히 씨가 말라버렸을 뿐이다.
콩고가 탁월한 기술을 채택하지 않은 진짜 이유는 그럴 만한 인센티브가 없었기 때문이다. 생산성을 높여보았자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는 왕에게 모조리 빼앗길 위험이 컸다. 사실 재산만 불안한게 아니었다. 이들의 존재 자체가 풍전등화의 운명이었다. 그만큼 붙잡혀 노예로 팔려가는 이들이 워낙 많았다. 장기 생산성을 늘리겠다고 투자를 할 만한 환경이 전혀 아니었다. 왕도 대대적으로 쟁기를 도입하거나 농업 생산성 증진을 최우선 과제로 삼을 만한 인센티브가 없었다. 노예를 수출하는 것이 훨씬 수지맞는 장사였기 때문이다.
무지 가설 지난 반세기 동안 불안정한 재산권과 경제제도 때문에 온 국민은 입에 풀칠하기도 급급한 상황에서도 아프리카 지도자들이 실정을 계속하는 이유는, 그것이 경제적으로 옳은 정책이라 믿어서가 아니라 국민을 희생시켜 축재하면서도 살아남는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핵심집단과 엘리트층의 지지를 얻어내 계속 집권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는 좋은 정치라고 여겼을지도 모른다.
가난한 나라가 가난한 이유는 권력을 가진 자들이 빈곤을 조장하는 선택을 하기 때문이다. 지도자가 실수와 무지 때문에 잘못된 선택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의도적이라는 뜻이다.
3장 번영과 빈곤의 기원
포용적 경제제도 (inclusive economic institutions)
- 경제제도가 포용적이라는 것은 사유재산이 확고히 보장되고, 법체제가 공평무사하게 시행되며, 누구나 교환 및 계약이 가능한 공평한 경쟁환경을 보장하는 공공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뜻이다. 포용적 경제제도는 또한 새로운 기업의 참여를 허용하고 개인에게 직업 선택의 자유를 보장한다.
- 포용적 경제제도가 자리잡으려면 엘리트층뿐 아니라 사회계층 전반에 공평하게 재산권과 경제적 기회가 보장되어야 한다.
- 확고한 사유재산권, 법질서, 공공서비스, 계약 및 교환의 자유는 모두 정부에 의존한다. 질서를 집행하고 절도와 사기를 방지하며 당사자 간 계약 의무 이행을 명령할 수 있는 강압적인 역량을 가진 것이 바로 정부라는 제도이기 때문이다. … 포용적 경제제도는 정부가 필요할 뿐 아니라 정부를 이용한다는 듯이다.
포용적 경제제도 (inclusive economic institutions)
포용적 경제제도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속성을 가진 제도를 우리는 착취적 경제제도라고 부른다. 착취적이라고 하는 이유는 말 그대로 한 계층의 소득과 부를 착취해 다른 계층의 배를 불리기 위해 고안된 제도이기 때문이다.
정치란 사회 구성원이 자신의 사회를 다스릴 규율을 선택하는 과정이다.
막스 베버가 내린 유명한 정부의 정의는 널리 통설로 받아들여진다. 베버는 사회에서 “합법적인 폭력 사용을 독점 (monopoly of legitimate violence)하는 것이 곧 정부라고 규정한 바 있다.
착취적 경제제도와 정치제도 간의 시너지 관계는 강력한 순환고리를 만들어낸다. 착취적 정치제도 덕분에 정치권력을 쥔 엘리트층은 제약이나 반대 세력이 거의 없는 경제제도를 선택할 수 있다. 또 향후 정치제도와 그 발전 방향도 멋대로 선택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착취적 경제제도 역시 동일한 엘리트층의 배를 불려주고, 그렇게 축적한 부와 권력으로 정치 지배력을 강화하는 순환 고리가 형성되는 것이다.
경제성장과 기술 변화에는 위대한 경제학자 Joseph Schumpeter가 지적한 이른바 ‘창조적 파괴 (creative destruction)’가 수반된다. 옛것을 갈아치운다는 것이다. 새로운 분야가 낡은 분야에서 자원을 빼앗아오고, 신생기업이 기성기업의 시장을 잠식하며, 신기술이 기존 업무 능력과 기계를 무용지물로 만들어버리는 것 등이 바로 창조적 파괴의 예다. 경제성장 과정과 그 기반이 되는 포용적 제도는 정치 현장은 물론 경제시장에서도 승자와 패자를 만들어낸다. 포용적 경제제도및 정치제도를 반대하는 이면에는 창조적 파괴에 대한 공포가 숨어있다.
4장 작은 차이와 결정적 분기점
결정적 분기점이라고 해서 죄다 성공적인 정치혁명이나 개선을 향한 변혁으로 이어진다고 가정할 수는 없다. 역사를 돌이켜보면 혁명과 급진적 운동으로 절대주의 체제가 무너졌지만 이내 또 다른 폭군이 들어선 사례가 수두룩하다. 독일 사회학자 Robert Michels가 강조한 이른바 ‘과두제의 철칙(iron law of oligarchy)’이라는 특히 치명적인 형태의 악순환이 번번이 되풀이되는 것이다.
차이들이 처음에는 아주 사소한 거일 수도 있지만 그런 차이가 쌓이다 보면 제도적 부동(institutional drift)과정이 시작된다. 두 격리된 생명체의 개체군이 유전적 부동(genetic drift)과정을 통해 임의적인 유전적 변동으로 서서히 멀어지듯이, 다른 모든 면이 유사한 사회라 하더라도 제도적인 면에서 서서히 멀어져 가는 현상을 가리킨다. 유전적 부동과 마찬가지로 제도적 부동 역시 정해진 경로가 없으며 반드시 축적되는 것도 아니지만, 수 세기를 거치며 두드러지기도 하고 때로는 중요한 차이로 이어지기도 한다. 제도적 부동으로 초래된 차이가 특히 중요한 이유는 사회가 결정적 분기점에 직면했을때 정치경제적인 상황에서 비롯되는 변화에 대응하는 방식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5장 착취적 제도하의 성장
착취적 제도의 한계 착취적 제도는 두 가지 이유로 지속 가능한 기술 변화를 가져올 수 없다는 사실을 가장 중요한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경제적 인센티브가 결여되어 있고 엘리트층의 반발이 심하기 때문이다.
스탈린은 정치적으로 충성하는 이들에게 보상을 해주고 그렇지 않은 이들은 응징할 수 있는 자신의 재량을 극대화하길 바랐다. 고스플란의 주 역할은 스탈린에게 피아를 구분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었다. 실제로 고스플란은 의사결정하기를 꺼렸다. 잘못된 결과로 이어진 의사결정을 내리눈 자는 총살당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니 책임은 죄다 피하는게 상책이었다.
역사 속에서 착취적 제도가 빈번하게 등장하는 이유는 그만큼 이면의 논리가 탄탄하기 때문이다. 제한적인 번영을 이룩하면서도 소수 엘리트의 손에 그 결실을 쥐여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성장을 위해서는 정치권력의 중앙집중화가 필요하다. 중앙집권화가 마무리되면 정부(또는 정부를 장악한 엘리트층)는 으레 투자를 통해 부를 창출하고, 정부가 자원을 착취할 수 있도록 다른 이들에게도 투자를 장려하며, 더 나아가 본디 포용적 경제제도와 시장을 통해 마련되는 일부 과정까지도 흉내낼 인센티브가 생기게 된다.
…
하지만 착취적 제도하에서 달성한 성장은 포용적 제도하에서 창출된 성장과는 성격이 사뭇 다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착취적 제도하의 성장은 지속 불가능하다는 사실이다. 그 성격상 착취적 제도는 창조적 파괴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기술적 진보 역시 기껏해야 제한적인 수준에 그친다. 따라서 착취적 제도를 통한 성장은 단명하고 만다.
착취적 제도하의 성장이 극심한 제한을 받는 것은 창조적 파괴와 혁신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 이런 제도를 통해 엘리트층은 상당한 이득을 취할 수 있으므로 다른 이들이 현재 엘리트의 지위를 차지하기 위해 반기를 들 강력한 인센티브가 생기기 마련이다. 따라서 내부 분쟁과 불안정은 착취적 제도에 반드시 수반되는 태생적 특징이며, 비효율성을 심화시킬 뿐 아니라 중앙집권화된 정치권력을 와해시키기 일쑤이며 심하면 법과 질서를 완전히 무너뜨려 사회를 혼란에 빠뜨리기도 한다.
6장 제도적 부동
소련 등 다른 착취적 제도하의 성장 사례와 마찬가지로 로마 역시 공화정 당시에는 괄목할 만한 경제성장을 경험했다. 하지만 일부 포용적 제도하에서 달성되었다 하더라도 그런 성장은 한계가 있었고 지속 가능하지도 않았다. 로마의 경제성장은 비교적 높은 농업 생산성, 속주에서 거두어들이는 막대한 공물과 장거리 무역에 의지했을 뿐 기술적 진보나 창조적 파괴를 토대로 한 것이 아니었다.
역사는 제도적 차이를 만들어내는 제도적 부동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작은 차이일지라도 결정적 분기점과 상호작용을 통해 그 차이가 증폭되면서 역사의 큰 물줄기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차이는 흔히 워낙 작아 되돌려질 때가 많으므로 반드시 단순한 축적 과정의 산물이라 할 수도 없다.
1589년 윌리엄 리는 ‘양말 짜는 틀’ 편물 기계를 만들어냇다. 그는 곧장 런던으로 향했댜. 엘리자베스 1세를 알현해 이 기계가 얼마나 유용한지 보여주고 다른 사람이 설계를 모방하지 못하도록 특허를 요청할 참이었다. 그는 현지 의원이던 리처드 파킨스의 도움으로 방을 하나 빌려 기계를 설치하고, 추밀원(Privy Council) 자문위원이던 헌즈던 백작 헨리 캐리를 만났다. 캐리는 엘리자베스 여왕이 와서 기계를 직접 볼 수 있도록 주선했으나 여왕은 뜻밖에도 참담한 반응을 보였다. 여왕은 이런 이유를 들어 리에게 특허 내주기를 거부했다. “리 명장의 의도는 높이 사겠소. 허나 그대의 발명품이 나의 가엾은 백성에게 무슨 짓을 할 지 생각해보오. 이런 기계를 만들면 백성이 일거리를 모조리 빼앗기고 거지가 될 게 불을 볼 듯 뻔하지 않소.”
크게 낙담한 리는 프랑스로 넘어가 다시 도전했지만, 그마저도 실패하자 다시 잉글랜드로 돌아와서 엘리자베스의 후계자인 제임스1세에게 특허를 부탁햇다. 제임스1세 역시 엘리자베스 여왕과 같은 이유를 들어 특허를 거부했다. 두 군주 모두 양말 생산의 기계화는 정치적 불안으로 이어지리라 우려했다. 백성이 일자리를 잃어 실업자가 늘고 정치 불안으로 이어져 왕실의 권력마저 위협할지 모른다고 거절한 것이다. 양말 짜는 틀은 엄청난 생산성 향상을 가져올 만한 혁신이었지만 창조적 파괴 역시 불가피했던 것이다.
신석기혁명에서 산업혁명까지 생활수준이 지속적으로 나아지지 않은 주된 이유는 창조적 파괴를 두려워했기 때문이다. 기술혁신은 인류사회에 번영을 가져다주지만, 옛것을 새것으로 갈아치우고 특정계층의 경제적 특권과 정치권력을 파괴한다.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새로운 기술과 새로운 업무 방식이 필요하고, 이런 것들은 곧잘 리와 같은 새로운 주역과 함께 등장한다. 사회에 번영을 가져다준다 해도 그 때문에 촉발되는 창조적 파괴 과정은 옛 기술을 사용해 일하는 이들의 생계를 위협한다.
더 중요한 것은 리의 양말 짜는 틀 편물기계처럼 중대한 혁신은 정치권력의 판도마저 바꾸어놓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엘리자베스1세와 제임스1세가 리에게 특허를 거부한 것은 사실 그의 기계 때문에 일자리를 잃게 될 백성이 가여워서가 아니었다. 정치적 패자로 전락할 것이 두려웠던 것 뿐이다. 리의 발명품으로 곤경에 처한 백성이 정치 불안을 초래하고 자신들의 권력 기반을 뒤흔들 수 있다는 위협을 느겼던 것이다.
러다이트 운동과 마찬가지로 손뜨개질 인력과 같은 노동자의 저항은 어렵지 않게 물리칠 수 있는 때가 많다. 하지만 특히 정치권력을 위협받는 엘리트층은 그런 혁신을 도입하는데 한층 가공할 만한 걸림돌이 된다. 창조적 파괴 과정에서 잃을게 많은 세력은 새로운 혁신을 도입하지도 않을 뿐더러 그런 혁신에 저항하고 막아보려 애쓰기 일쑤다. 그것이 사회에 가장 급진적인 혁신을 도입해줄 새로운 주역히 필요한 이유이고, 그런 새로운 주역과 이들이 초래하는 창조적 파괴는 막강한 지도자와 엘리트층을 비롯해 이런저런 저항 세력을 반드시 극복해야 한다.
7장 전환점
창조적 파괴는 단순히 소득과 부만 재분배하는 것이 아니다. 실력자들이 정치적 파문을 우려해 윌리엄 리의 발명품을 달가와하지 않았던데서도 알 수 있듯이 창조적 파괴는 정치권력 또한 재분배한다.
산업혁명이 유독 잉글랜드에서 싹이 터 가장 크게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독보적이라 할 만큼 포용적인 경제제도 덕분이었다. 물론 포용적인 경제제도는 명예 혁명이 가져다준 포용적 정치제도의 기반 위에 마련된 것이다. 명예혁명은 사유재산권을 합리적으로 강화하고, 금융시장을 개선했으며, 해외무역에서 정부가 허용한 독점을 와해시키고 산업 확장을 가로막는 진입 장벽을 제거해주겠다. 경제적 필요성과 사회의 열망에 한층 더 민감한 개방적인 정치치제를 만들어준 것도 명예혁명이었다.
8장 발달을 가로막는 장벽
고도로 절대주의적이고 착취적인 오스만제국의 제도를 고려하면 인쇄술에 대한 술탄의 적대감은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다. 책은 사고를 전파시키고 그만큼 백성을 통제하기 어렵게 한다. 어떤 사고는 경제 성장을 증진할 수 있는 소중한 방법에 관한 것일 수도 있지만, 또 어떤 사고는 체제를 부정하며 기존의 정치 및 사회 질서를 뒤흔드어 놓는 것일 수도 있다. 책은 또 구두로 전해지는 지식에 대한 통제력도 약화시킨다. 글을 아는 누구라도 지식을 습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쇄술은 엘리트층이 지식을 장악하던 기존 질서를 파괴할 위협으로 여겨졌다. 오스만제국의 술탄과 종교 집단이 두려워한 것은 인쇄술이 초래할 창조적 파괴였다. 이들의 해법은 인쇄를 금지하는 것이었다.
규율과 질서를 유지하고 사유재산권을 집행할 만한 중앙집권정부가 없다면 포용적 제도가 싹틀 수 없다.
사하라 이남의 여러 지역에서 산업화를 막는 주요 걸림돌이 바로 중앙집권정부의 부재
잉글랜드는 절대 왕정을 뿌리뽑았는데 에스파냐에서는 외려 그 입지가 강화되어 꾸준히 유지되었다는 사실을 결정적 분기점에서 작지만 중요한 차이가 어떤 결과를 낳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한 가지 사례라 할 수 있다. 작은 차이는 대의기구의 힘과 성격이었고, 걸정적 분기점은 아메리카 대륙의 발견이었다.
소말리아의 사례만 보아도 왜 이런 나라들이 산업화 과정을 건너뛰게 되었는지 잘 알 수 있다. 절대주의 정권이 변화를 거부하는 것과 같은 이유로 중앙집권화를 거부한 나라들이다. 변화를 허용하면 정치권력이 현재의 지배층에서 새로운 인물이나 집단에 이양될 것이라는 뿌리 깊은 공포가 작용한 것이다. 따라서 절대주의가 다원주의가 다원주의 및 경제 변화를 향한 행보를 가로막듯이 중앙집권정부가 없는 나라에서는 권력 쥐소 있는 전통적인 엘리트층과 씨족이 그런 역할을 하는 것이다. 18세기와 19세기에 중앙집권화를 경험하지 못한 나라들이 산업화 시대에 가장 큰 불이익을 당한 이유다.
9장 발전의 퇴보
네덜란드 동인도회사의 위협을 피하고자 여러 나라가 수출용 작물 재배를 포기하고 상업 활동을 중단햇다. 자급자족 정책을 견지하는 현이 네덜란드를 상대하는 것보다 안전했기 대문이다. 1620년, 자바 섬에 있는 반텐은 네덜란드의 침범이 두려워 후추나무를 죄다 잘라버렸다.
유럽의 대서양 진출은 영국에서 포용적 제도에 불을 지피는 계기가 되었다. 네덜란드가 몰루카에서 그러했듯이 유럽의 팽창정책은 세계 도처에서 기존 착취적 제도를 강요하고, 더 나아가 한층 더 강화하면서 해당 지역에 저개발의 씨앗을 뿌렸다. 그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갓 피어오르던 상업 및 산업 활동을 직간접적으로 저해하거나 아예 산업화를 가로막는 제도를 뿌리내렸다. 그 결과 다른 지역에서는 산업화가 한창일 무렵에도 유럽 식민제국 지배 아래 있던 지역은 이런 신기술로부터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전혀 없었다.
노예무역은 두 가지 부정적인 정치 과정을 촉발했다. 첫째, 초반에는 한층 더 절대적으로 변모하는 정권이 많았다. 오로지 남들을 노예로 전락시켜 유럽인에 팔아넘기는 데만 혈안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둘째, 첫 번째 과정의 결과이면서도 역설적으로 그 정반대의 상황이 전개되었다. 전쟁과 노예 무역은 궁극적으로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지역에서 그나마 유지되던 질서와 정통성 있는 정부당국을 파괴해 버렸다. 노예 획득 수단은 전쟁만이 아니었다. 납치하거나 소규모 공격을 통해 포로로 붙잡기도 했다. 노예를 만들기 위해 법까지 동원하는 지경이었다. 어떤 죄를 짓든 노예로 전락시켜 징벌햇다.
세속적 제도는 물론 종교제도까지도 노예를 붙잡아 팔아넘기려는 욕심으로 변질되고 말았다.
노예무역의 철폐는 아프리카에서 노예제도를 사라지게 한 것이 아니라 단순히 노예의 재배치로 이어졌을 뿐이다. 이제 노예는 아메리카 대륙이 아닌 아프리카 내부에서 신음해야 했다. 더욱이 이전 두세기 동안 노예 무역을 위해 만들어진 정치제도 상당부분이 고스란히 존속했고 관련 행태도 바뀌지 않았다.
노예무역에 기반을 둔 착취적 정치·겅제 제도 때문에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는 산업화의 혜택을 누리지 못했고, 경제 발전을 이룩하던 세계의 여타 지역과 달리 경제가 정체되거나 오히려 퇴보하고 말았다.
아프리카인이 지난 50년간 일구어놓은 농촌의 번영과 역동성이 송두리째 흔들린 데는 두가지 요인이 있었다.
첫째, 아프리카 원주민과 경쟁하던 유럽 농민의 반목이었다. 성공한 아프리카 농민은 유럽인도 생산하던 작물의 가격을 끌어내렸다. 유럽인의 해법은 아프리카 농민을 시장에서 쫒아내는 것이었다. 두 번째 요인은 한층 더 사악했다. 유럽인은 호황을 누리기 시작한 광업 부문에 값싼 노동력이 투입되기 바랐고, 값싼 노동력을 지속적으로 공급받으려면 아프리카인을 궁핍하게 하는 수밖에 없었다. 향후 수십년 동안 유럽인은 이런 음모를 차근차근 추진한다.
이중 경제는 자연발생적인 것도, 불가피한 필연도 아닌 유럽 식민 지배 정책의 산물이었다. 원주민 자치지구가 가난하고 기술적으로 낙후되었으며, 주민의 교육수준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아프리카 경제성장을 뿌리째 뽑아버리고 유럽인이 장악한 광산이나 토지에 값싸고 무지한 아프리카 노동력을 동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정부 정책의 소산이다.
10장 번영의 확산
프랑스혁명은 단지 프랑스에만 영향을 주는데 그치지 않고 유럽의 다른 지역으로 하여금 포용적 제도를 도입해 그에 따른 경제성장을 누릴 수 있는 토대를 닦게 한 것이다.
프랑스군이 유럽대륙에 큰 고통을 안겨주기는 했지만, 이들이 유럽의형세를 획기적으로 뒤바뀌어놓은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유럽 대부분 지역에서 봉건질서가 자취를 감추었고 길드가 무너졌으며 군주와 제후의 절대권력 역시 송두리째 흔들렸고 경제, 사회, 정치 등 모든 면에서 권력을 틀어쥐고 있던 교회마저 맥을 못 추게 되엇다. 이런 변화 덕분에 해당지역에서 훗날 산업화가 뿌리내릴 수 있게 해준 포용적 경제제도과 수립되었다.
11장 선순환
명예혁명은 왜 낡은 절대주의 체제를 새로운 절대주의 체제로 바꾸는데 그치지 않았을까? 다원주의와 법치주의 간에 분명한 연결고리가 있고 선순환이 되풀이되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명예혁명은 한 엘리트집단이 다른 엘리트 집단을 전복시킨 것이 아니라 젠트리와 상인, 수공업자는 물론 휘그파와 토리당 파벌까지 가세한 광범위한 연합세력이 절대왕정에 반기를 들고 일으킨 혁명이었다. 이 혁명의 결과로 태동한 것이 바로 다원주의 정치제도였다.
법치주의 역시 이 과정의 부산물로 등장했다. 여럿이 권력을 분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법과 견제를 모두에게 적용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였다. 어느 일방이 과도한 권력을 거머쥐기 시작하고 이내 다원주의의 토대마저 뒤흔드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선순환구조가 만들어지는 이유가 다원주의의 근원적인 논리와 법치주의 때문만은 아니다. 포용적 정치제도가 포용적 경제제도를 뒷받침해주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포용적 정치제도 덕분에 포용적 경제제도가 마련되면 소득이 더 공평하게 분배되고 힘을 얻는 사회계층이 한층 더넓어지며 정치면에서도 더 공평한 경쟁의 장이 펼쳐지게 된다. 그렇게 되면 정치권력을 찬탈해 얻을 수 있는 소득이 낮아지고, 착취적 정치제도를 재창출할 동기 역시 약과히킨다. 바로 이러한 요인들이영국에서 진정한 민주적 정치제도가 출현하는데 중대한 역할을 했다.
(영국) 남성과 마찬가지 조건으로 모든 여성이 보통선거권을 누리게 된 것은 1928년에 이르러서였다.
시장이 소수 기업에 지배당하면 터무니없는 가격을 매기고 더 효율적인 경쟁자와 신기술의 진입을 막아버릴 수 있다. 시장을 그냥 내버려두면 포용적 색채를 잃고 갈수록 정치·경제적으로 힘이 있는 개인과기업의 손에 휘둘릴 수 있다. 포용적 경제제도가 뿌리내리려면 단순히 시장만 있으면 되는 게 아니라 공평한 경쟁 환경과 대다수 참여자에게 경제적 기회를 조성해주는 포용적 시장이 필요하다. 엘리트층의 정치권력을 등에 업고 횡행하는 독점은 이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포용적 정치제도 하에서는 자유언론이 번성하고, 자유언론은 포용적 정치·경제 제도에 대한 위협을 널리 알려 저항의 기운을 불러일으킨다. 반면 착취적 제도, 절대주의 체제, 독재정하에서는 그런 자유가 불가능하다. 착취적 정권은 애초에 그런 제도와 체제를 이용해 반대 세력이 심각한 위협이 되기 전에 짓밟아버리기때문이다.
12장 악순환
악순환이 거듭되는 데는 당연한 이유가 있다. 착취적 정치제도는 착취적 경제제도로 이어져 다수를 희생시키면서 소수의 배만불려준다. 따라서 착취적 제도로 이득을 보는 자들은 사병과 용병을 키우고, 판사를 매수하고, 정권 유지를 위해 부정선거를 저지를 충분한 자원을 가지게 된다. 또한 체제를 수호해야 할 이유가 분명해진다. 따라서 착취적 경제제도는 착취적 정치제도가 꾸준히 살아남을 토대를 다져준다. 착취적 정치제도를 기반으로 한 정권이 권력을 소중하게 여기는 이유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며 경제적 부를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착취적 정치제도하에서는 권력 집행에 대한 견제가 거의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이전 독재자를 몰아내고 정권을 거머쥔 신진 세력이 권력을 사용하거나 남용하는 것에 제약을 가할 만한 제도 역시 생겨날 수가 없다. 착취적 경제제도하에서는 권력을 틀어쥔 세력이 남의 자산을 몰수하고 독점을 수립하는 등 엄청난 이윤을 챙기고 막대한 부를 누릴 수 있다.
13장 오늘날 국가가 실패하는 이유
우리는 평화를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지만 결코 평화의 희생자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오늘날 국가의 정치·경제적 실패를 극복할 수 있는 해법은 착취적 제도를 포용적 제도로 변화시키는 것이다. 악순환에서 벗어나야 하므로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불가능한 것도 아니며 과두제의 철칙이 불가피한 것도 아니다. 제도 내에 포용적 요소가 이미 어느 정도 존재한다거나, 기존 정권에 대한 투쟁을 이끌 광범위한 연합세력이 있다거나, 아니면 역사의 우발성만으로도 악순환의 고리는 끊어질 수 있다.
14장 기존 틀을 깬 나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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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장 번영과 빈곤의 이해
우리 이론의 요체는 포용적 정치·경제 제도와 번영의 관계다. 사유재산권을 보장하고, 공평한 경쟁의 장을 마련하며, 신기술과 기능에 대한 투자를 장려하는 포용적 경제제도는 소수가 다수로부터 자원을 착취하기 위해 고안되고, 사유재산권을 보장해주지 못하거나 경제활동에 대한 인센티브를 제공하지 못하는 착취적 경제제도에 비해 경제성장에 훨씬 더 유리하다. 포용적 경제제도는 포용적 정치제도에서 힘을 얻으며, 결국 서로 지탱해준다. 포용적 정치제도는 다원주의적 정치권력을 고루 분배하고 법과 질서를 확립할 수 있도록 일정 수준 이상의 중앙집권화를 달성하며 안정적인 사유재산권의 토대를 마련하고 포용적 시장경제를 뿌리내리게 한다.
같은 맥락에서 착취적 경제제도는 착취적 정치제도와 맞물려 상승효과를 낸다. 착취적 정치제도하에서는 소수의 손에 권력이 집중되기 때문에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착취적 경제제도를 유지 및 개발하고, 착취한 자원을 이용해 권력 기반을 다지고자 하는 인센티브가 커진다.
최소한의 중앙집권화를 달성한 착취적 제도하에서는 그런대로 성장이 가능한 사례도 적지 않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착취적 제도하의 성장은 두 가지 이유에서 지속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첫째, 지속적 성장은 혁신이 있어야 하는데, 혁신은 반드시 창조적 파괴를 수반하기 때문이다. 창조적 파괴는 경제적인 면에서 옛것을 새로운 것으로 갈아치울 뿐 아니라 정치적으로도 기성 권력기반을 뒤흔들기 마련이다. 창취적 제도를 장악한 엘리트층은 창조적 파괴를 두려워한 나머지 이를 거부하기 때문에 착취적 제도하의 성장은 어쩔 수 없이 단기에 그치고 만다. 둘째, 착취적 제도를 장악한 이들이 사회 전체를 희생시켜가며 자신들의 배를 채울 수 있으므로 착취적 제도하의 정치권력을 탐내는 이들이 많아셔 수많은 집단과 개인이 권력 투쟁을 벌이게 된다. 그 결과 착취적 제도하의 사회에는 정치 불안을 초래할 만한 강력한 요인이 많아진다.
…창조적 파괴와 진정한 혁신이 도래하지 못할 것이고 중국의 괄목할 만한 성장 역시 서서히 제동이 걸릴 것이다. 그렇다고 이런 결과가 필연적인 것은 아니다. 착취적 제도하의 성장이 한계에 도달하기 전에 중국이 포용적 정치제도로 방향선회를 한다면 피할 수 있는 일이다. 그렇지만 중국에서 포용적 정치제도를 향한 움직임이 일어날 가능성은 높지 않으며, 설령 가능하다 해도 저절로 또는 아무런 고통 없이 그런 일이 벌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번영은 엔지니어링의 대상이 아니다< 무지가설은 그 자체에 빈곤문제를 ‘해결’할수 있는 간단한 해법을 암시하고 있다. 무지 때문에 가난해졌다면 지배층과 정책입안자를 계몽하고 교육해 가난을 벗어날 수 있으며, 올바른 조언을 제공하고 좋은 경제 논리란 무엇인지 정치인을 설득하면 번영을 기계나 건물을 짓듯 엔지니어링 할 수 있다는 것이다. … 시장실패를 줄이고 경제성장을 촉진할 만한 정책의 채택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은 정치인의 무지가 아니라 각 사회의 정치인이 정치·경제제도 속에서 당면하는 인센티브와 한계다. 그럼에도 무지 가설은 서방 정책입안자 사이에서 여전히 가장 널리 신봉되는 이론이다. 그러다보니 다른 대안을 모조리 물리치다시피 하고 오로지 번영을 엔지니어링하는 방법에만 주력한다.
(아프가니스탄) 사회간접자본이나 포용적 제도 발전을 물론 법질서 회복을 위해서라도 절실하게 필요했던 학교 등 공공서비스 구축에 사용되는 해외원조금은 거의 없었다. 쑥대밭이 된 기간시설은 뒷전이었고 첫 지원금은 유엔 등 국제기구 관리를 실어 나르는 항공기를 전세내는데 사용되었다. 이어 운전기사와 통역관이 필요했다. 결국 영어가 가능한 몇 안되는 관료와 아프가니스탄 학교에 남아 있던 교사를 고용해 아프간 평균 월급의 몇 배를 지급하며 운전과 안내를 맡겼다. 가뜩이나 부족한 숙련 관료를 해외원조 관계자 돕는 일에 전용하다 보니 해외원조 유입은 아프가니스탄의 기간시설을 구축하긴 커녕 정부를 오히려 송두리째 뒤흔들어놓기 시작했다.
…
대체 마을 주민들에게 약속했던 수백만 달러는 어디로 간 것일까? 약속했던 총액 중 20%는 제네바에 유엔 본부 건물을 짓는데 사용되었다. 나머지는 비정부기구에 하도급을 주었는데, 이 기구 역시 브뤼셀에 본부를 짓는 비용으로 20%를 떼어갔다. 이후에도 세 단계를 거치며 각 이해 당사자들이 나머지 금액 중 대략 20%를 챙겼다. 아프가니스탄의 손에 쥐어진 몇 푼 안되는 원조금은 서부 이란에서 목재를 사는데 사용되었는데, 이 중 대부분이 엄청나게 부풀려진 운송비를 부과하는 이스마일 칸의 트럭 카르텔의 차지였다.
아프가니스탄 같은 나라가 가난한 이유는착취적 제도 때문이다. 착취적 제도하에서는 사유재산권, 법질서, 온전한 사법체제 등이 뿌리내릴 수가 없고, 전국적인 엘리트층 또는 흔히 지역 엘리트층이 정치·경제적인 삶을 모조리 틀어쥐게 된다. 바로 그런 제도적 문제 탓에 해외원조는 효율적일 수가 없다. 그런 제도하에서는 해외원조마저 약탈당하고 의도했던 곳에 제대로 전달될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최악의 상황에서는 가난한 나라가 당면한 문제의 근본 원인이 되는 정권을 먹여 살리게 될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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