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에는 먹을 것이 풍부하지만 육류와 기름진 전이 많기 때문에 매콤한 별미 생각이 간절해지기도 한다. 요리의 대가들이 느끼해진 속을 달래주면서 가족의 입맛을 살려줄 설 명절 별미를 소개한다.
요리연구가 김외순
뼈째 넣어 끓인 시원한 동태탕
“부산이 고향인지라 어머니는 마치 된장찌개를 끓이듯 생선으로 탕을 많이 끓여주셨어요. 요즘은 설 차례상에 꼭 오르는 동태전을 만들 때 살만 손질되어 있는 것을 구입하지만, 예전에는 동태를 구입해 직접 포를 뜨곤 했어요. 포를 뜨고 남은 머리와 뼈를 탕으로 끓여 먹었는데, 아버지가 특히 좋아하셨죠. 동태를 구입할 때 시장의 단골집에서 내장까지 얻어와 무와 함께 넣으면 씁쓸한 맛이 약간 더해지면서 국물맛이 훨씬 깊어집니다.
이맘때의 동태탕이 더욱 맛있는 이유는 동태도 맛있지만 그보다 무가 단단하고 달기 때문이에요. 동태탕에 무를 넣을 때는 네모지게 썰어도 되지만, 연필을 깎듯 칼로 빚어 넣는 게 포인트예요. 이렇게 하면 간이 무에 잘 배고 무즙도 잘 우러나와 국물이 훨씬 시원해지죠. 동태탕을 맛있게 끓이려면 간을 맞추는 것도 중요한데, 처음에는 국간장으로 간을 맞추고 부족한 간은 소금으로 보충하는 것이 좋습니다. 국간장을 너무 많이 넣으면 텁텁하고 특유의 향이 진해져 시원한 맛이 덜하거든요.”
기본재료 무(4㎝ 길이) ½토막, 동태포를 뜨고 남은 뼈 2마리분, 대파 ⅓대, 양파 ¼개, 풋고추·홍고추 1개씩, 쑥갓 4줄기, 고춧가루 2큰술, 다진 마늘·국간장 1큰술씩, 굵은 소금 적당량, 후춧가루 약간, 물 3컵
만드는 법
1 동태전을 만들 때 포를 뜨고 남은 뼈와 머리를 잘라 찬물에 헹군다. 무는 사방 4㎝ 길이로 도톰하게 썬다.
2 대파와 고추는 어슷썰기, 양파는 굵게 채썰기 하고, 쑥갓은 씻어서 4㎝로 썬다.
3 냄비에 고춧가루, 국간장을 넣고 끓으면 무를 넣는다.
4 ③의 무가 어느 정도 익으면 동태와 양파를 넣고 소금과 후춧가루를 넣는다.
5 ④의 국물이 끓으면 대파, 고추, 쑥갓을 넣고 불을 끈다.
숙명여대 한국음식연구원 메뉴개발팀장 한혜영
입맛 돋우는 밥반찬, 간장게장과 버섯장아찌
“명절이 되면 친정어머니는 차례상에 오를 음식 외에 오랜만에 오는 친지들을 위해 간장게장을 준비하셨어요. 꽃게에 고추, 양파, 마늘, 생강 등 향신채를 넣고 끓인 간장을 식혀 부으면 3일 정도 지나 짭짤하게 맛이 든 게장이 완성된답니다. 간장을 끓일 때는 액젓을 약간만 넣어도 국물의 풍미가 깊어져요.
저도 어머니의 간장게장처럼 명절 전에 미리 준비하는 반찬이 있답니다. 버섯장아찌인데요. 각종 버섯과 양파, 적채, 마늘 등을 넣어 만들죠. 버섯은 살짝 익혀서 넣어야 맛이 부드럽고 식감도 좋습니다. 담근 지 서너 시간만 지나면 먹을 수 있는데 수육이나 불고기처럼 명절에 많이 먹는 고기요리에 곁들여 먹으면 좋아요.”
간장게장
기본재료 꽃게 3~4마리(1kg)
간장양념 간장 2컵, 물 1컵, 청주 4큰술, 물엿·설탕·까나리액젓 2큰술씩, 마른 고추 3개, 양파 ½개, 마늘·통계피 30g씩, 생강 20g, 통후추 10알, 다시마 10㎝×5㎝ 1장
만드는 법
1 꽃게는 솔로 문질러가면서 깨끗이 씻어 물기를 빼둔다.
2 냄비에 찬물과 젖은 면보로 닦은 다시마를 넣고 물이 끓기 시작하면 다시마를 건져낸다. 여기에 분량의 간장양념을 넣고 약한 불에서 끓여 재료들의 향이 우러나면 체에 걸러 식힌다.
3 손질한 게를 항아리나 유리그릇에 담고 완전히 식은 ②의 양념장을 붓는다.
4 2일 후 간장을 한 번 더 끓였다가 식힌 다음, 다시 꽃게에 붓는다.
5 3일 정도 지나서 꽃게에 간장맛이 스며들면 게의 등딱지를 떼고 아가미를 손질하고 모래주머니를 제거한 다음,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 그릇에 담는다.
버섯장아찌
기본재료 느타리버섯·양송이버섯·만가닥버섯·생표고버섯·연근 100g씩, 양파 1개, 적채 70g, 마늘 30g, 풋고추·홍고추 1개씩, 식초 1큰술, 소금 1작은술, 식초 1큰술, 물 적당량
간장양념 간장·설탕·식초 1컵씩, 마른 표고버섯 3개, 마른 고추 2개, 통후추 10알
만드는 법
1 느타리버섯은 소금물에 데친 다음, 길이로 찢어 4등분한다.
2 양송이버섯은 껍질을 벗기고 4등분으로 편썰기 해두고, 만가닥버섯은 밑동을 자르고 하나하나 떼두고, 생표고버섯은 0.7㎝ 두께로 썰어 따로따로 소금물에 데친다.
3 연근은 껍질을 벗겨 0.5㎝ 두께로 둥글게 썰어 식초 넣은 물에 데친다.
4 양파와 적채는 2㎝×2㎝ 크기로 썰고 마늘은 얇게 편썰기 한다. 고추는 어슷썰기 한 다음 물에 씻어 씨를 제거한다.
5 유리그릇에 느타리버섯, 양송이버섯, 만가닥버섯, 생표고버섯, 연근, 양파, 고추를 담고, 한 번 끓였다가 한김 식힌 간장양념을 부은 뒤 3~4시간이 지난 후 그릇에 담는다.
파워블로거 윤희정
자투리 재료로 만든 모둠전골
“저희 집은 명절 때 온 가족이 모여서 요리하기보다는 며느리 네 명이 필요한 요리를 분담해 각각 만들어오기 때문에 명절음식을 만드는 일이 그다지 힘들지 않아요. 그렇게 만들어온 음식을 먹고 난 뒤 한 끼 정도는 명절음식이 아닌 요리를 해먹는데, 그때 즐겨 먹는 음식이 전골입니다. 탕이나 찌개처럼 오래 끓일 필요 없이 미리 끓여둔 육수를 부으면 되고, 재료도 오래 익힐 필요 없는 것들이 대부분이라 끓이면서 바로 먹을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지요.
전골을 만들 때는 육수만 준비되어 있으면 부재료는 어떤 것을 넣어도 되는데, 설날 끓이는 전골 재료는 명절음식을 만들면서 남은 부재료나 만두, 전처럼 먹고 남은 음식들로 만들어요. 장을 볼 때는 한 푼 두 푼 아껴가며 재료를 사지만, 정작 만들어놓고 남은 음식은 냉동실에 쌓아두다가 버리기 일쑤죠. 그런데 모둠전골은 꼬치전이나 잡채 재료 등 남은 식재료를 모두 사용할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지 모릅니다. 게다가 콩나물과 미나리, 매콤한 양념장으로 끓이기 때문에 국물맛도 시원하니 일품이지요. 양념장을 넉넉히 만들어놓으면 기호에 따라 간을 맞춰가며 몇 번씩 더 끓여먹을 수 있답니다.”
기본재료 만두 4~5개, 멸치육수 5~7컵, 콩나물 1움큼, 대파 1대, 청양고추·홍고추 1개씩, 미나리 50g, 남은 전·새송이버섯·표고버섯·팽이버섯·느타리버섯 적당량씩
양념장 고춧가루 3큰술, 멸치육수 2큰술, 고추장·참치액·국간장·다진 마늘·맛술·소금 1큰술씩, 국간장 1큰술, 후춧가루 약간
만드는 법
1 전은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준비하고 만두는 미리 삶아둔다.
2 콩나물은 깨끗하게 씻어 물기를 뺀다. 미나리는 다듬어서 5~6㎝ 길이로 썰고, 새송이버섯, 표고버섯, 양파, 파는 굵게 채썰기 한다.
3 느타리버섯은 모양대로 먹기 좋게 찢어놓는다. 홍고추와 청양고추는 어슷썰기 한 다음 씨를 제거한다.
4 분량의 재료를 섞어 양념장을 만든다. 전골냄비에 씻어둔 콩나물을 깔고 그 위에 전과 버섯들, 미나리, 파, 양파, 청양고추, 홍고추를 돌려 담고 가운데 만두를 올린다.
5 분량의 육수를 따로 끓여 ④에 붓고 끓이면서 먹는다.
라마다 서울 조민영 셰프
소화를 돕는 복분자 배숙과 매실 더덕무침
“보통 설음식 디저트로 식혜나 수정과를 많이 만들지만 저희 집은 매실청이나 복분자 원액을 이용해 배숙을 만들곤 해요. 향도 좋고 새콤해서 기름진 음식을 먹고 디저트로 내면 맛도 좋고 모양도 예뻐 가족 모두가 좋아하는 메뉴랍니다. 특히 배는 육류의 소화를 돕기 때문에 고기를 많이 먹는 명절 디저트 음식으로 딱이지요. 아이들한테는 부드러운 아이스크림을 올려주면 더 좋아해요. 추운 날은 따끈하게 데워 손님에게 대접해도 좋고요.
복분자 배숙과 함께 명절이면 늘 상에 올라오는 메뉴 중 하나가 매실 더덕무침이에요. 매콤한 더덕은 입맛을 돋워주는데, 생으로 무쳐 먹어도 맛있고 양념한 더덕무침을 기름 두른 프라이팬에 노릇하게 구워 먹어도 별미랍니다. 설탕이나 물엿 대신 매실청을 넣으면 매실과 더덕의 향이 어우러져 상큼하고, 소화도 도우니 일석이조랍니다. 더덕무침을 만들 때 감칠맛을 더하고 싶다면 말린 표고버섯 가루를 조금만 넣어주세요. 향신료 역할을 해서 풍미를 더해주고 맛도 훨씬 부드러워지거든요.”
복분자 배숙
기본재료 복분자 원액 2½컵, 배 1개, 설탕 2작은술, 타임 1줄기, 아이스크림 1큰술
만드는 법
1 배는 껍질을 벗겨 지름이 사방 약 1㎝ 정도 되도록 깍둑썰기 한다.
2 냄비에 분량의 복분자 원액과 설탕, 타임을 넣고 센 불에서 끓인다.
3 ②가 팔팔 끓으면 약한 불로 줄이고 ⓛ의 배를 넣은 다음 약한 불에서 3분간 더 끓인 후 식힌다. 배숙이 식으면 그릇에 옮겨 담고 취향에 따라 아이스크림을 올려 먹는다.
매실 더덕무침
기본재료 더덕 500g, 고춧가루 ½작은술, 소금물 3컵
간장양념 고추장 2큰술, 매실청·표고버섯 가루 1큰술씩, 다진 마늘 ½작은술, 깨소금·참기름 약간씩
만드는 법
1 더덕은 껍질을 깐 후 떫은맛을 없애기 위해 소금물에 30분 정도 담가둔다.
2 ⓛ의 더덕을 건져 물기를 제거한 후 길이로 반을 자른다. 방망이로 두들겨 부드럽게 만든 다음, 먹기 좋은 크기로 찢고, 고춧가루를 넣어 색을 입힌다.
3 분량의 재료를 섞어 양념장을 만들고, ②의 더덕에 넣어 고루 무친다.
남김없이 알뜰한 설 상차리기 노하우
Q 장은 언제쯤 봐야 저렴하면서 질 좋은 상품을 구입할 수 있을까요.
‘명절 특수’라는 말이 있듯 명절이 가까워질수록 식재료값이 올라 부담스럽지요. 이럴 땐 품목별로 미리 구입해 손질한 뒤 냉동 보관해두면 가격 면에서도 훨씬 부담이 없고 효과적이에요. 특히 각 지방의 특산품을 인터넷이나 전화로 예약 구매해두면 보다 질 좋은 식재료를 싸게 구입할 수 있죠. 예를 들어 명절 보름 전에 쇠고기가 유명한 강원도 횡성의 정육점에서 국거리, 불고기거리를 나눠서 주문하고 고기가 도착하면 냉동 보관해둡니다. 양재동 하나로마트나 농수산물시장처럼 전국 각지에서 물량이 공급되는 곳에서 장을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일반 마트보다 품목도 다양하고 가격도 비교적 저렴하거든요. 재래시장도 적극 활용하세요. 재래시장도 가격이 저렴한 편인데, 특히 지방에서 차례를 지내는 경우 서울에서 장을 봐가지 말고 지역 재래시장을 이용하면 훨씬 싸게 구입할 수 있어요.
Q 육류, 생선, 나물류 등 품목별로 장 보는 방법을 알려주세요.
명절 일주일 전에는 손이 많이 가는 생선이나 탕국용 고기를 미리 사서 손질해두세요. 5일 전에는 생선과 고기를 구입하세요. 생선은 소금으로 간해두시고요. 곶감, 북어, 건나물(고사리, 토란대) 등도 미리 구입해 냉동 보관해두면 좋아요. 한과, 약주, 당면, 부침가루, 식용유, 간장, 설탕 등 바쁜 명절 당일에 쉽게 동이 나거나 빠트리기 쉬운 것들, 실온 보관이 가능한 재료들도 파악해 사다놓습니다. 2일 전에는 닭고기나 전을 부칠 때 사용하는 다짐육, 달걀 등을 구입하고, 설 전날에는 신선도가 중요한 나물류(시금치, 무, 숙주 등)를 구입합니다. 두부나 마늘, 고추, 파 등의 양념거리 역시 전날 잊지 않고 구입하는 것이 좋아요. 채소류는 미리 구입해놓으면 물러질 뿐 아니라 손질도 어려워지거든요. 여기서 한 가지 팁을 드리자면, 마른 고사리, 도라지 등 나물은 제철일 때 여유 있게 구입해두었다가 냉동해두면 명절을 앞두고 따로 구입하지 않아도 요긴하게 쓸 수 있답니다.
Q 명절이 지나고 나면 남은 음식 때문에 늘 냉장고가 꽉 차요. 잔반 없이 음식 양을 맞출 방법이 없을까요?
부족한 것보다는 남는 것이 좋다는 생각에 음식을 풍족하게 만들다 보니 늘 남는 음식이 생기기 마련이죠. 냉동실에 보관해두었다가 깜빡 잊어버려 결국 버릴 때도 많고요. 음식 양을 딱 맞게 만들려면 식구들의 식성을 먼저 파악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식구들이 산적을 좋아하고 떡국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면, 산적은 많이 준비하고 떡국은 차례상에 올릴 양만 최소한으로 준비하는 겁니다. 남은 음식을 질리지 않고 먹을 수 있는 방법은 매콤한 소스를 함께 내는 거예요. 명절에 오히려 된장찌개, 김치찌개처럼 맵고 칼칼한 음식이 더 당기는 이유는 대부분의 명절음식에 기름이 많기 때문이거든요. 이럴 때는 고추를 송송 썰어 넣은 양념장이나 매콤한 칠리소스, 고추장 소스를 함께 내면 좋아요. 또 꼬치, 잡채 같은 음식을 만들고 나면 자투리 야채가 많이 남는데, 이것들을 모아두었다가 채소볶음밥을 만들어도 좋고, 탕수육 등에 넣는 채소로 활용해도 좋아요.
Q 집에서도 질 좋은 설 식재료를 쉽게 구입할 수 있는 인터넷 사이트를 알려주세요.
가례원 차례상에 필요한 음식을 구입할 수 있는 곳입니다. 화학조미료를 일절 사용하지 않은 정갈한 맛으로 입소문이 나 있죠. 각종 차례음식은 물론 약과, 북어포, 향초까지 제공합니다. 대부분의 식재료는 국산을 이용하며 음식마다 원산지를 모두 알려줍니다. 단, 시간에 못 맞추는 배송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배달을 하지 않기 때문에 명절 전날 직접 찾으러 가야합니다. 문의 02-823-7472 www.garewon.co.kr
인빌쇼핑 정보화마을에서 생산한 모든 식품을 구입할 수 있는 토털 쇼핑몰. 축산물, 육가공품은 물론 지역특화상품, 김치류까지 선택의 폭이 넓습니다. 식품 주문 시 다기, 제기 등 지역특화상품도 함께 구입할 수 있어요. 테마별 상차림으로 지역별 명절 상차림이 나와 있고, 상차림 이미지를 클릭하면 구입 가능한 상품들이 표시되어 초보주부들에게 인기랍니다. 문의 080-725-1100 www.invil.com
바로마켓 과천 경마공원 내에서 농림수산식품부 주관으로 매주 수요일과 목요일에 개장되는 우리 농축산물 직거래 장터입니다. ‘농장에서 식탁까지’ 일관된 유통경로를 구축해 상품성은 높이고 유통비용은 획기적으로 절감하기 위한 정부 정책 방안 중 하나로 마련한 장터지요. 시중가보다 최대 30%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으며, 엄격한 원산지 표시와 관리로 유통기한이 경과된 제품은 판매하지 않습니다. 문의 1577-9190 www.baromarket.co.kr
/ 여성조선 (http://woman.chosun.com/)
진행 강부연 기자 | 사진 박종혁, 강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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