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귤의 껍질을 까다가
임보
귤처럼 양순한 과일은 없다
껍질을 벗겨 보시라
사과나 배 같은 과일은
칼을 대지 않으면 속을 드러내지 않지만
귤은 무딘 손만으로도 쉽게 옷을 벗는다
사람들도 참,
그처럼 순종적인 귤에게서 씨를 제거하다니
씨를 잃은 귤을 씹으며 미안한 생각에 빠진다
마치 임금도 안 주고 노동력을 빼앗는
날강도 같은 사람들아,
과일이 열매를 맺는 건 자손을 번식하려 함인데
씨는 못 갖게 하고 달콤한 육즙만 만들게 하다니
인간의 교활이 얼마나 가증스러운가?
사람들아,
향기로운 과일로 그대들의 입맛을 돋우었으면
그들의 씨를 잘 간수했다 땅에 심을 일이다
나무들이 그처럼 맛있는 열매를 빚는 것은
그들의 씨를 옮겨 줄 짐승들에 대한 보답이거늘
옮겨 주기는커녕
먹기에 귀찮다고 그 씨들을 못 만들게 한다고?
만일
불임의 수술을 받은 과일나무들이
상제 님께 연판장을 만들어 상소를 올린다면
아마도 사람들은 곤장을 면치 못하리라
첫댓글 ㅎㅎ 옛날에 시골에서 돼지 불알을 깐 것을 보았습니다.
후세는 못 만들어도 건강하게 더 잘 자란답니다.
요즘은 여성들도 아이를 안 낳으려고 피임하지 않습니까. ㅎㅎㅎ
잘 보았습니다.
항상 활기차고 행복한 시간 이어 가시길 바랍니다.
곤장이면 그래도 낫지만, 인간들도 씨를 못 갖는 형벌이 내려질까 염려됩니다.
그러게 말입니다. 궁형에 처해질지도 모르겠군요.
이러다가 씨앗전쟁이 올 것 같습니다.
많은 농산물을 수입에 의존하다 보니 영농법도 모르고
과일 농사를 짓는다 해도 씨 없는 종자를 개발하다 보면 문제는 날로 심각해져 갑니다.
머지않아 씨앗을 독점한 기업이나 나라들이 횡포를 부릴 것이 뻔합니다.
우리 농작물의 씨앗 보존에 국가적인 정책이 필요해 보입니다.
이미 씨앗 전쟁은 종말을 말하고 있습니다
동성연예로 사람도
자연도 따라
종자를 잃어 가고 있습니다
자연의 섭리를 거역하는 인간에게 내릴 재앙이 두렵습니다.
예, 씨앗을 귀하게 여겨야겠습니다.
생각없이 귤 껍질을 벗겨 먹었습니다.
항상 건강하세요.
과일과 씨앗들의 고마움을 알아야 할 터인데 인간들이 너무 이기적이 아닌가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