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꾼들의 영원한 노스탈쟈--전주 콩나물 국밥,

[유랑아제]

내가 어렸을때 우리집은 주말이되면 온 가족이 온천을 다녀온 후 점심은 꼭 어느 허름한 가게에서 콩나물 국밥을 먹는 일이 주말 코스처럼 반복되곤 했다

그 콩나물 국밥집에 들어서면 왼쪽에 위치한 작은 방은 언제나 우리 가족들의 차지였다. 사람들의 구두가 쌓여 있고 누런 바닥에 아주 오래된 진한 밤색 식탁.그 옆에는 검은 천을 씌여놓은 콩나물 시루도 있었다. 손님들이 북적대는 탓에 잔뜩 움츠린 상태에서 콩나물 국밥 먹을때면 어린마음에'한번쯤은 더 좋은 곳에서 먹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그 놈 참 박정희 닮았네"

"저 박정희 대통령 맞습니다"

"미친놈 네가 박정희면 내가 영부인이다 이놈아"

"저 정말 대통령 맞습니다"

"지랄하네 넌 박정희 닮았으니까 계란두개 줄 테니까 쳐먹고 가"

1947년 욕쟁이 할머니 고 이봉순씨가 간판도 없이 하루에 삼백 그릇만 팔거 문을닫아 붙여진 이름'삼백집'. 가게 앞에서 아버지한테 전해 들었던 전 박정희 대통령이 삼백집을 찾았다가 남긴 욕쟁이 할머니와의 일화는 여전히 손님사이에서 유명해 허영만의 만화'식객'에 실리기도 했다.

가게는 여전히 대물림 되어 지금의 세련된 모습으로 변신했다. 일하다가 짬내서도 먹고, 회식을 한 다음날 속풀이로도 먹고, 데이트 하면서도 먹고, 메뉴가 딱히 떠오르지 않을 때 이유없이 먹기도 했던 콩나물 국밥. 삼백집 외에도 좋아하는 콩나물 국밥집이 많지만 콩나물 국밥하면 언제고 그 때의 그 맛이 떠오른다.

맛이 풍부한 전라도에서도 전주하면 전주비빕밥, 막걸리, 한정식 등 유명한 음식들이 참 많다. 더구나 그 맛의 명성이 높아 뉴욕타임즈에 비빕밥 광고를 실어 한국을 알릴정도니 전주에는 국가대표급 메뉴가 많다. 하지만 의외로 전주에 사는 사람들에게 일상생활에서 가장 자주 먹는 음식을 고르라고 한다면 아마도 콩나물 국밥이 아닐까.

콩나물의 역사를 보면 고려시대와 조선시대에 나물로 무쳐 먹거나 구황식품으로 이용하였다는 기록도 있다고 하니 그 맛의 기원도 적지 않다. 특히 콩나물 국방의 구체적인 조리법은 1910년부터 나타나는데, 그 원조는 단연 전주다. 뚝배기에 밥과 콩나물을 넣고 갖은 양념을 곁들여 펄펄 끓여 내는 콩나물국밥이 전통적인'전주콩나물국밥'이라면, 펄펄 끓이지 않고 밥을 뜨거운 육수에 말아서 내는'남부시장식 국밥'이 있다.

뚝배기에 뜨겁게 끓여서 나오는 콩나물국밥을 새우젓으로 알맞게 간을 맞춰 후후 불어 먹다보면 어느새 속이 든든해진다. 동네 슈퍼에서 맥주를 마시는 전주 특유의 가맥을 즐기고 난 다음날 아침 콩나물국밥이 제격이긴 하지만 시원한 국물 맛이 그리울 때 부담 없이 즐기게 되는 서민들의 대표 음식이 바로 콩나물국밥이다.

더구나 대개 전국의 콩나물 가운데 전주콩나물을 으뜸으로 친다. 특히 전주의 기후와 수질이 콩나물 재배에 최적이여서 콩나물이 연한데다가 아스파라긴산이 풍부한 콩나물은 해독작용이 뛰어나고, 수분이 많아 배출효과가 좋다는 분석적인 효과를 따지지 않더라도 콩나물 국밥의 그 맛 자체로서 미식가들은 전주에서 놓쳐서는 안 될 음식중 단연 으뜸으로 꼽는다.

특히 왱이집은'손님들이 잠을 자고 있는 시간에도 육수를 우려내고 있다'는 문구가 소문이 나면서 국밥 한그릇에 보약을 준비하는 마음 자세를 엿볼 수 있다.

전주 콩나물 국밥을 처음 접하는 외지인들은 콩나물 국밥과 함께 나오는 수란을 어떻게 먹어야 할까 고민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수란은 우리나라 전통 요리 중 한 종류 였다가 전주 콩나물 국밥에 응용됐다고 하는데'말 그대로 물에 띄운 계란'이란 뜻으로 달걀을 깨뜨려 공기에 담은 뒤 팔팔 끓은 육수에 띄워 중탕하여 익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수란을 국밥에 풀어 먹기도 하지만 본래 수란은 국밥을 먹기 전에 마시는 것이 정석이다. 얼큰한 국물이 들어가기 전 위벽을 보호해주며 숙취 해소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 국물 서너 숟가락에 김을 잘게 부셔 넣고, 참기름 한 방울까지 떨어트린 후 휘저으면 끝! 이렇게 마시고 나면 고소한 맛이 일품이여서'수란을 마시고, 국밥을 먹어야 콩나물국밥의 진수를 확인할 수 있다'는 말의 의미를 알게 된다.

숱하게 많은 전주 콩나물 국밥집 다들 유명하기로 둘째가면 서러울 집이 꽤있어 어디에서 먹을까? 하는 고민도 적지 않다. 전주 콩나물국밥은 한옥마을과 전주시내 일대 전북대학교 주변에 밀집해 있다. 그 중에서도 이름난 콩나물국밥집을 둘러보자.

▲ 현대옥

전주시 중화산동에 위치한 '현대옥'은 전주 콩나물 국밥 중 '남부시장식 콩나물 국밥'의 진수를 보여준다. 남부시장식은 뚝배기에 찬 밥과 콩나물을 함께 넣고 끓여 내는 전통식과 달리 밥을 뜨거운 육수에 말아낸다. '현대옥'은 원래 1979년 전주 남부시장의 허름한 뒷골목에서 전화번호도 없는 '현대옥'을 개업하면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프랜차이즈 사업으로까지 발전하면서 현대옥 본점 '현대옥' 본점 자체 육수공장에서 농축액을 제조, 가맹점에서는 레시피에 따라 농축액에 일정량의 정수한 물과 통나물 삶은 물로 희석해 끓여 맛의 일관성을 지키고 있다.

특히 콩나물 국밥의 핵심인 시원한 국물 맛을 이끌어내기 위해 신선한 최고급 여수산 멸치로 국물을 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진짜 이 집은 맛의 비법은 주문이 들어오면 그제서야 재료를 자르거나 다져서 내놓는다는데 있다. 연중무휴 24시간 영업하는 이 집은 늦은 새벽 속을 달래려는 사람부터 아침까지 손님들이 넘친다.

▲ 왱이 콩나물 국밥

왱이집은 오랜 기간 변함없는 맛과 가격을 유지하고 있는데다가 자체적으로 만든 육수에 콩나물 삶은 국물을 사용해 시원하고 담백한 맛을 낸다. 아무리 먹어도 물리지 않는 한결같은 맛 때문에 수십 년간 단골로 계속 찾는 고객들은'왱이집이 아니라면 콩나물국밥을 논하지 말라'고 입을모은다.

콩나물 국밥의 핵심인 시원한 맛을 느끼고 싶은 사람은 따로국밥을 시켜 밥의 양을 조절하면서 먹으면 콩나물이 아삭아삭 씹히는 그 소리마저 좋다.

깍두기, 열무김치 등 반찬이 정갈하게 내놓는데다가 계산을 하고 가계를 나설땐 튀밥 한줌 쥐어가 콩나물 국밥의 끝 맛을 정리해주 것으로 유명하다. 유명스타들이 찾는 것은 물론 인터넷에도 전주콩나물국밥은 곧 왱이집이라는 등식이 성립할만큼 유명 블로그들의 맛 리뷰가 넘친다.

특히 왱이집에서는 전통적인 방식으로 빚어낸 전주모주도 콩나물국밥과 함께하기에 그만이다. 계피향이 나는 생강, 계피, 감초, 대추 등 약재를 넣고 달인 전주모주는 따뜻하게 데워서 나온다. 콩나물국밥과 함께 마시는 모주한잔은 도수가 높지 않아 로 젊은 층부터 연세가 있으신 분들까지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데다가 가격도 착하다.

▲ 두레박 콩나물 국밥

전주시 덕진동에 위치한 이 곳 역시 유명스타의 사인을 물론 다녀간 자리를 표시해두어 재미를 더한다.

국밥이라는 특유의 푸짐하고 든든한 양의 이미지처럼 일단 국밥 자체의 양이 많은데다가 거기에 공기밥까지 한 그릇 더 나온다. 기본 찬도 날계란과 김치, 깍두기, 오징어젓갈, 돼지고기 장조림, 청양고추, 새우젓, 김 등 골고루 갖춰져 있다. 첫 숟가락에선 느껴지는 김치의 시큼한 맛이 제격이다. 특히 맵디 매운 청양고추를 넣으면 굉장히 국물을 들이키면 시원하다는 느낌이 든다.'팔팔끓인맛, 뜨거운 맛, 따뜻한 맛' 세가지의 맛을 고를 수 있다.

24시간 운영되고 있으며, 주차장은 광장 내의 유료주차장을 이용해야 한다. 콩나물 국밥 한그릇 먹고 바로 마주편에 있는 바람의 언덕에 올라 여유를 즐길 수 있어 더 좋다.

	▲ 왱이집 콩나물국밥

# 초등학교 5학년, 중학교 1학년인 우리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콩나물 국밥’이다. 그만한 또래들이 즐겨 찾는 삼겹살이나 소갈비, 햄버거, 피자보다 앞선다. 아이들의 콩나물 국밥 사랑은 지나칠 정도다. 때로는 15분여 자전거를 달려 콩나물 국밥을 먹고 돌아온다. 열한살, 열세살 아이 둘이서 콩나물 국밥집에 앉아 음식을 주문했을 광경을 생각하면 웃음이 난다. 이따금 해외여행에서 돌아오면 아이들은 기다렸다는듯이 콩나물 국밥을 먹자고 조른다. 느끼한 속을 달랠 요량에 담백한 콩나물 국밥을 떠올렸던 나로서는 거절할 이유가 없다.



# 대구에서 태어나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30여년 넘게 서울 생활을 하는 유태우씨(55)는 전주에 들릴 때마다 콩나물 국밥집을 찾는다. 지난해 전주를 수없이 오간 유씨는 족히 100그릇 이상은 비웠을 것이라며 콩나물 국밥 예찬론을 늘어놓는다. 이집 저집 이름난 콩나물 국밥집을 순례하듯 돌며 미세한 맛의 차이를 느껴보는 것도 각별한 재미란다. 특히 계란을 중탕한 ‘수란’은 독특하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유씨는 먹어도 먹어도 물리지 않는 전주 콩나물 국밥에는 ‘중독성’이 있다며 만날 때마다 콩나물 국밥을 화제로 올린다.

	▲ 삼백집과 삼일관 전경

콩나물 국밥은 초등학생부터 70대 노인, 한국인은 물론 외국인까지 즐겨 찾는다. 또 ‘콩나물 국밥’하면 전주를 떠올릴 수 밖에 없다. 언제부턴가 ‘콩나물 국밥’은 ‘비빔밥’과 함께 전주를 대표하는 음식으로 자리잡았다. 또 지역을 넘어 ‘전주’라는 지역명을 달고 전국 방방곡곡에서 하루에도 수천그릇 이상 팔리며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전국 어디를 가도 전주 콩나물 간판을 만날 수 있다.

전주 콩나물 국밥이 맛있는 비결은 무엇이며, 왜 그것도 전주 콩나물 국밥이어야 직성이 풀릴까? 먼저 전주의 소문난 콩나물 국밥집을 열거해보자.

	▲ 콩나루콩 전경

‘한일관’ ‘삼백집’ ‘삼일관’ ‘왱이집’ ‘풍전식당’ ‘3번집’ ‘장뻘집’ ‘엄마손해장국’ ‘그때그집’ ‘우정식당’ ‘다래콩나물’ 등 전주사람이라면 익숙한 이름들이다. 특히 한일관, 삼백집, 삼일관은 전주 콩나물 국밥의 역사다.

이들은 적게는 20년에서 최고 60년까지 오랜 세월 콩나물 국밥만 팔아왔다. 세월의 깊이만큼 맛도 깊다. 여기에 ‘현대옥’ ‘완산골명가’ ‘콩나루’가 뒤를 잇는다. 이들은 콩나물 국밥의 대중화를 이끈 장본인들이다. 앞의 콩나물 국밥집이 가내 수공업 형태라면 후자는 대형화(프랜차이즈점)를 통해 전국에 전주 콩나물 국밥을 알렸다. 완산골명가는 80곳, 콩나루는 50곳, 현대옥은 16곳이 성업 중이다.

콩나물 국밥의 미덕은 무엇보다 서민적이다. 단돈 5,000원이면 고픈 배를 너끈히 채울 수 있기에 주머니가 가벼운 이들에겐 딱이다. 게다가 맛은 어떤가. 담백한 국물과 아삭아삭한 콩나물, 그리고 찢든 그대로 올리든 콩나물 국밥과 잘 어울리는 김은 각별한 식감을 돋운다. 입천장이 데일만큼 뜨거운 국물을 후후 불며 콩나물 국밥을 먹다보면 땀은 송글송글, 포만감과 개운함으로 한나절은 행복하다.

여기에 밥과 콩나물, 김, 젓갈, 밑반찬은 무제한 제공된다. 세상에 어떤 음식점이 이렇게 푸짐할까 싶다. 그래서 콩나물 국밥은 넉넉한 전주의 인심을 유감없이 알리는 대중적 음식으로 제격이다. 전주 콩나물은 집집마다 독특한 맛을 자랑하지만 굳이 세가지로 나눌 수 있다. 전통을 고집하는 삼백집, 한일관, 삼일관류다. 팔팔 끓는 국물에 날계란을 풀고, 장조림(돼지고기)이 나온다.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다음은 3번집, 장뻘집, 엄마손해장국, 그때그집, 우정식당 등 남부시장을 중심으로 한 콩나물 국밥이다. 생마늘과 청양고추를 즉석에서 썰어 넣어 알싸하며 얼큰한 맛이 특징이다. 끝으로 왱이집, 풍전콩나물으로 대표되는 콩나물 국밥이다. 담백하면서도 평균적인 입맛에 부응한다. 그러나 모든 전주 콩나물 국밥집의 공통점은 날계란을 중탕한 ‘수란’과 ‘김’이 곁들여진다.

전주 콩나물 국밥의 비결로 좋은 콩나물과 담백한 국물을 꼽는데 이견을 다는 사람은 없다. 콩나물은 쥐눈이콩으로 불리는 ‘서목태’를 전주 물로 키워야 제격이지만 콩보다는 전주의 맑은 물을 우선으로 치는 주장도 비등하다. 같은 콩나물이라도 전주 콩나물이 맛있는 이유로 ‘물’을 지목한다. 하지만 한일관과 삼백집은 전량 계약재배를 통해 전주와 인근에서 콩나물을 조달함으로써 자존심을 지킨다.

	▲ 왱이집 전경

다음은 국물맛이다. 멸치, 다시마 등 다양한 식재료를 이용한 각자의 비전이 있다. 국물이 맛있기로 소문난 왱이집은 다시마 등 각종 재료를 아끼지 않고 종일 삶아 웅숭깊은 맛이 있다. 또 현대옥은 기존 방식에다 헛개나무와 건표고버섯을 넣고 국물을 우려낸다. 남부시장에서 옮겨오면서 전통방식을 버렸지만 표준화된 식단에다 담백한 국물맛 때문에 최근에는 현대옥 추종자(?)들이 급속히 늘고 있다.

지금도 구도심에 몰려있는 콩나물 국밥집에 가면 커다란 솥에서는 어김없이 맛깔스런 육수가 끓고, 전주 콩나물 국밥에 취하고 싶은 외지인들의 발길로 부산하다. 이른 아침부터 늦은 새벽까지 손님들로 부산하다. 왱이집은 365일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다. 한 사람의 손님이라도 받는다는 철학이 365일 연중무휴라는 영업형태로 나타났다.

왱이집 유대성 사장은 “콩나물 국밥은 90%가 수분인 까닭에 냉장 보관이 안 되는 음식이다. 하루도 넘길 수 없는 신선한 음식이다”면서 “전주에 가야만 전주 콩나물 국밥을 먹을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간판만 빌려주는 집이 늘어나 걱정이다”며 체인점 확산을 우려했다.



△재미있는 콩나물 국밥집 이야기

	▲ 한일관 전경

한일관(이원영)과 삼백집(조정래)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60여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한일관이 지금의 중화산동으로 옮겨가기 전만 해도 고사동 일대는 이름난 콩나물 국밥집들로 유명했다. 삼백집은 박정희 대통령에게 ‘이눔! 대통령을 닮았구나’하며 한 그릇을 더 주었다는 전설(?)같은 이야기가 전해 내려오는 집이다. 당시 욕쟁이 할머니는 박 대통령을 외모가 비슷한 인물로 착각한 채 말 실수를 했다고 한다.

그래서 욕쟁이 할머니집으로 더 알려져 있다. 삼백집 상호에 담긴 사연도 재미있다. 50년대 중반 숯불로 콩나물 국밥을 끓여내던 당시 새벽 3시부터 시작해 300그릇쯤이면 숯이 바닥났다고 한다. 하루에 삼백그릇만 팔았다는데서 삼백집이 유래됐다. 새벽녘 삼백집에는 밤새 도박판을 전전한 도박꾼과 술꾼, 오입쟁이들로 북새통을 이뤘으며, 이들을 상대하다보니 할머니의 입이 거칠어졌다는 게 삼백집을 기억하는 이들의 증언이다.

한일관 또한 삼백집과 쌍벽을 이루는 쟁쟁한 이름이다. 전통 방식의 콩나물 국밥과 함께 황태 콩나물 국밥은 별미다. 국물이 맑고 담백해 자극적인 것을 싫어하는 이들에게 폭발적 인기를 얻고 있다. 잘 말린 황태포를 찢어 넣고 끓인 황태 콩나물 국밥은 한일관에서만 맛볼 수 있다. 아침 해장국으로 이만한게 없다. 서울 역삼동과 경남 창원 대동백화점에 전주 한일관이 있지만 모두 직영점이다.

서울점은 창업주인 박강림씨의 조카딸이, 창원점은 현재 한일관을 운영 중인 이원영씨(63)의 아들이 경영하고 있다. 삼백집과 어깨를 나란히한 삼일관은 역사는 다소 뒤지지만 자부심에서는 뒤지지 않는다. 삼백집의 위세에 치여 다소 세력이 약하지만 선의의 경쟁을 통해 수많은 마니아들을 거느리고 있다. 이들 모두는 주변의 성화에도 불구하고 체인점을 내주지 않는 고집을 고수하고 있다.

	▲ 콩나물은 쥐눈이콩으로 불리는 '서목태'를 전주 물로 키워야 연하고 사각한 맛이 난다.

△콩나물 국밥 가격에 담긴 경제학

콩나물 국밥은 60~70년대 500원에 판매됐다. 이후 1990년대 들어 3,000원으로 자리매김했다. 이 가격은 2003년 2월 3,500원으로 오를 때까지 10년 넘게 이어졌다. 이후부터 가격 인상은 잦아졌다. 2006년 4,000원으로 오른 뒤 2008년에는 500~1,000원씩 추가 인상됐다. 지금은 한일관의 황태 콩나물 국밥(6,000원)을 제외하면 콩나물 국밥 한 그릇의 가격은 5,000원이다.

대표적 서민 음식으로 알려진 콩나물 국밥 한 그릇의 값을 대하는 이들의 생각은 천차만별이다. 대략 20여가지 넘는 반찬이 올라오는 전주 백반 한상이 5,000원인 점을 감안하면 턱없이 비싸다는 게 중론이다. 실제로 부담없는 음식으로 인식됐던 콩나물 국밥은 5,000원으로 오르면서 더이상 싼 음식은 아니라는 게 일반적 인식이다.

여기에 삶은 오징어를 별미로 곁들여 먹는 행태를 감안하면 1,000~2,000원이 추가된다. 결국 콩나물 국밥 한 그릇 값은 6,000~7,000원으로 다른 음식과 비교하면 결코 가벼운 가격은 아니다. 반면 무한정 제공되는 콩나물 국밥의 특성을 감안하면 적정하다는 인식도 있다. 좋은 콩나물을 조달하는데 소요되는 비용부터 육수, 수란, 김, 그리고 먹고싶은만큼 무한정 제공되는 콩나물 국밥은 합리적이라는 것이다.

5,000원에도 불구하고 문전성시를 이루는 전주 콩나물 국밥집을 생각하면 ‘비싸다’와 ‘싸다’는 경계가 모호해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