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실주
임보
운수재(韻壽齋)엔 세 종류의 매실주가 있다
하나는 뜰의 매실을 따서 손수 담근 운수주,
또 하나는 아흔일곱의 장모님이 광주에서 보내온 무등주(無等酒),
또 하나는 세란헌(洗蘭軒)*의 우금실(雨琴室)* 주인이 담근 세란주다
운수재의 지하엔 큰 독이 여럿 있다
독의 30%쯤 매실을 넣고 35°의 소주로 나머지를 채운다
반 년쯤 두면 노랗게 우러나는데
그때 매실을 건져내고 숙성시킨 게 운수주다
무등주는 좀 쌉스름하다
늙은 사위의 건강을 염려해서
25°의 연한 소주에 매실을 많이 넣었기 때문!
입술을 뗄 때마다 “너무 과하게 들지 마시게!” 하는
장모님의 목소리를 듣는다
우금실 주인은 요새 탁주로 돌리면서
손수 빚은 매실주 병을 내게 맡겼는데
35°의 술에 50%의 매실이 들어있어
운수재의 것보다는 좀 짙고 시다
나는 매일 저녁 반주를 하는데
첫 잔은 무등주,
둘째 잔은 세란주,
그리고 운수주로 마지막 입가심을 한다
금년에도 운수재의 매실나무가
주인의 뜻을 미리 짐작하고
이른 봄부터 꿀벌들을 열심히 불러 모으더니
한 일년쯤 버틸 수 있는 내 양식을
넉넉히 마련해 주셨다
* 세란헌 : 홍해리 시인의 당호.
* 우금실 : 홍해리 시인의 별실 서재가 양철지붕이어서 비가 오면 요란하다. 그래서 내가 붙인 이름임.
첫댓글 오늘은 <매실주> 올리다, 빗소리를 들으며 새벽부터 한 잔 따른다!
비 퍼붓는 새벽에 홀로 따르는 매실 주 한 잔!
그 황홀한 풍경이 얼마나 정겨울까 생각하게 됩니다.
교수 님
참 멋지게 사십니다!
나 시인도 술을 어서 익혀야 할 텐데-----
@운수재 나 시인님요?
술 익히기는 글^^~~습니다요, 교수님!
@水遊/오명현 뭔 말씀이여?
우와~~~ 교수님은 매실주의 달인이세요~~~
잔을 나눈 지가 꽤 오래 되지요?
아침부터 노르스름한 매실주 향이 퍼지는데요.
부러울 것 없는 분이지만 아주 부자된 느낌이실 것도 같아요. ㅎㅎ
교수님, 과하게는 말고 적당히 아끼며 즐기시고 오래오래 건강하십시오!
고맙습니다. 아껴가며 즐겁게 마시도록 하겠습니다.
매실주 애호가 이십니다.
잘 보았습니다.
오늘도 활기차고 행복한 시간 이어 가시길 바랍니다
주책 없는 주당입니다.
매실 약간 익을려는 것으로 담갔더니 향기도 맛도 좋습니다.
교수님의 일년 양식에 넉넉함과 행복함이 고루 들어있군요.^^
청매실보다는 약간 노란 빛깔을 띨 때 담는 게 좋은 것 같습니다.
저도 매실주가 으뜸 술이라고 생각합니다.
본래 술은 몸이 좋은 약주인데, 이상한 주당들이 생겨서 술판을 깨고 있으니
다시 집에서 술을 담아, 집집마다 가풍있는 가정주가 환생하기를 고대합니다,.
매실주 전도사가 되시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