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하 시집 '천상의 바람, 지상의 길' 2010. 서정시학
혜초의 발길따라 '生의 사막'을 건너다
이승하 (50·중앙대문예창작과 교수) 시인이 연작 시집 '천상의 바람, 지상의 길'(서정시학)을 펴냈다. '혜초의 길'이라는 부제가 붙은 시집에서 시인은 신라 고승 혜초(慧超·704~787)가 걸었던 구도행(求道行)의 의미를 61편의 시로 풀어냈다. 시인은 '왕오천축국전'(往五天竺國傳)에 담긴 1200년 전 혜초의 구도의 길만 본 것이 아니다. 그는 "오늘날 우리가 삶의 길을 걸으며 구하고 겪고 깨닫는 생의 다양한 의미와 경지를 함께 담았다"고 말했다.
시인은 광막한 타클라마칸 사막과 눈이 녹지 않는 톈산산맥(天山山脈)의 위용을 보면서 역사에 이름을 남긴 혜초의 생애를 생각한다. '세상은 바다/ 돛 올리면 집 밖은 전부 길/ 닻 내리면 바로 거기가 내 집인 것을//(…)/ 고원의 모래 알맹이들이여/ 시간의 역사를 기억하고 있느냐/(…)/ 물 한 모금의 자비와/ 짚신 한 켤레의 보시/ 자, 또 한 끼 얻어먹었으니 길 떠나자'(수록시 '고원에 바람 불다-혜초의 길 1')
이승하 시인은 지난 2000년 7월 실크로드를 여행하다 둔황(敦煌) 막고굴에 들렀다. 그때 역사지식으로만 알던 혜초의 생애가 실존적 무게를 갖고 그에게 다가왔다. 시인은 "길을 걸을 때면 시상(詩想)이 떠오르는데, 혜초가 걸었던 실크로드에서 많은 시가 내게로 왔다"고 했다.
'길이 아직 길이 아니었을 때/ 그대 앞서 걸어갔으므로 길 되었으리/ 발 디딘 곳 다 도착지이며/ 그다음 걸음 다 출발점이리'라고 한 시 '길의 아들'은 미지의 땅을 향해 거침없이 나아가는 호연지기(浩然之氣)로 충만하다.
혜초가 걸어간 길은 현실에 안주한 채 시들어가는 삶에 대한 반성도 촉구한다. '집값 오르니 오년 번 돈보다 더 많은 수익/ 집값 떨어지니 오년 번 돈보다 더한 손실/ 나, 이 좁은 땅에서/ 아파트 평수 넓히고자 안달복달인데/ 혜초, 그대는/ 그 많은 길의 주인이었구나'(수록시 '땅과 집과 길')
혜초가 여행한 서기 8세기의 인도는 이미 불교가 아니라 힌두교의 국가였다. "혜초가 무너진 절과 탑을 확인하기 위해 그 먼 길을 간 것 같지는 않습니다." 시인은 "아마도 마음의 탑을 세우기 위해 사막을 건넜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학평론가 이숭원 서울여대 교수는 이 시집에 대해 "생의 사막을 걷는 낙타의 상상력을 보여준 시"라고 평가했다.
-김태훈 기자
l ‘신라의 젊은 학승’ 혜초, 그 먼 길서 무얼 보았을까
‘세상은 바다 / 돛 올리면 집 밖은 전부 길 / 닻 내리면 바로 거기가 내 집인 것을’-‘고원에 바람 불다’ 중에서
당대의 시인이 걸어본 혜초의 길은 어떤 것일까. 이승하 시집 <천상의 바람, 지상의 길>(서정시학)은 구법승 혜초가 걸었던 길을 반추한 시인의 기록이다. 중앙대 문예창작학과 교수인 시인이 지난 10년간 ‘혜초의 길’이라는 부제를 붙여 쓴 연작시 61편을 한 데 모았다.
시인은 2000년 동료 문인들과 함께 실크로드를 여행하다가 혜초의 <왕오천축국전>이 발견된 중국 둔황의 막고굴을 보고 충격을 받아 이 연작을 쓰기 시작했다.
17세때 당나라로 유학을 떠났다가 19세에 인도 여행길에 올랐던 혜초는 4년 넘게 두 발로 인도 전역과 중앙아시아 대륙을 걸었던 구도승이자 시인이었다.
시인은 ‘신라의 젊은 학승 혜초여 / 그대 이 길을 정말 걸어갔단 말이냐 / 무엇을 바라 걷고 걷고 또 걸었단 말이냐’(순례자의 꿈)라고 묻는가 하면, ‘어제는 늙은이 주름살 같은 길을 걸었는데 / 오늘은 처녀 젖가슴 같은 길을 걷는다 / 곧게 가는 길도 / 굽어 가는 길도 / 사람이 만든 것이기에 / 그게 바로 길이더라’(이정표 앞에서)고 정의하기도 한다.
시인은 부처가 길 위에서 태어나 길 위에서 생을 마감했듯이 우리네 인생도 그러하다고 얘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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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시집 출간을 축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