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
그 여름 내내 장마가 다 끝나도록 나는
봉숭아 잎사귀 뒤에 붙어 있던
한 마리 무당벌레였습니다
비 그친 뒤에, 꼭
한번 날아가보려고 바둥댔지만
그때는 뜰 안 가득 성큼
가을이 들어와 있었습니다
코 밑에는 듬성듬성 수염이 돋기 시작하였습니다
-안도현 시인의 <첫사랑>
누구에게나 있는
첫사랑의 추억과 기억!
아름다운 추억이거나 가슴 아픈 기억인,
그 여름내내, 비 그친 뒤에, 꼭 한 번.... 했지만
이미.... 뜰 안 가득
몇 해의 가을이 누렇게 지나가 버린 후....
마음에 새겨진 첫 발자국 같은,
마음이 처음 입은 예쁜 옷.
그래서 벗지 못하는 사랑,
그래서 이루어지면 안 되는 사랑... 이라는
첫사랑에 대한 누군가 쓴 글을 읽었습니다.
첫사랑은 이루지 못한 첫번째 사랑이 아니라
살아가면서 가장 사랑하고
기억에 남게 되는 사랑이 첫사랑이라는데...
어떤 일이 있어도 첫사랑을 잃지 않으리라
지금보다 더 많은 별자리의 이름을 외우리라
성경책을 끝까지 읽어보리라
가보지 않은 길을 골라 그 길의 끝까지 가보리라
시골의 작은 성당으로 이어지는 길과
폐가와 잡초가 한데 엉겨 있는 아무도 가지 않은
길로 걸어가리라
깨끗한 아침 햇빛 속에 벌거벗고 서 있어 보리라
지금보다 더 자주 미소 짓고
사랑하는 이에겐 더 자주 `정말 행복해' 라고 말하리라
두 팔을 벌려 그녀를 더 자주 안으리라
사랑하는 이를 위해 더 자주 부엌에서
음식을 만들어보리라
다시 첫사랑의 시절로 돌아가 수 있다면
상처받는 일과 나쁜 소문,
꿈이 깨어지는 것 따위는 두려워 하지 않으리라
다시 첫사랑의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
벼랑 끝에 서서 파도가 가장 높이 솟아오를 때
바다에 온몸을 던지리라
<다시 첫사랑의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이라는...
장석주 시인의 詩의 전문입니다.
다시 첫사랑의 시절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어떤 일이 있어도 첫사랑을 잃지 않을 거라는
사소한 바램과 행복한 꿈을 꾸지만
그러나 너무나 멀리 와버린 추억의 시간들이며
먼 세월의 흔적들입니다.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당신의 첫사랑은
여전히 아름다운가요?
-박선희 시인의 <아름다운 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