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되면 편안한 휴식을 취한다
눈이 오면 하얗게 차려입고 노래 부를 수 있다
너무나 맑아 눈이 시린 푸른 하늘을 바라보며 휘파람도 불어 본다
공해 싫어 도시 멀리 떨어진 산속에 사는 삶의 맛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조밀한 작은 이파리 무성하게 달고 있다가 모두 벗어버리고 자유를 만끽하는 시간이다
그동안 친구로 지내던 큰오색딱따구리 크낙새 장수하늘소 모두 떠났어도 그리 외롭지는 않도다
주변에 여러 종의 서어나무가 군락을 이루어 같이 서 있기 때문에 서로 의지가 된단다
우리는 숲의 천이 과정에서 마지막을 장식한다는 극상림이란 칭호도 받는다
비록 축축 처진 꽃차례와 열매가 볼품없어도 쭉 벋은 줄기는 자랑한다
키 큰 줄기와 많은 가지 그리고 빼곡한 잎이 하늘을 가려 미안하다
땅바닥 그늘 만들어 하층 식생 방해는 유감이라 하겠다
근육질 희색빛 줄기의 무력함도 민망한 소견이다
별로 쓸모없다는 평가에도 할 말이 없다
그래도 땔감으로는 펵 좋다고 한다
장작은 쥐 잡을 때도 사용한다
서쪽에서 온 나무는 아니다
대한민국에 사는 나무다
서어나무라 한다
첫댓글 눈잎을 머금은 나무의 잎이 쓸쓸하게 님을 기다리는 여인같은 모습이네요.
서어나무가 차려입은 눈옷은 수명이 얼마 못가지만 순간만은 아름다운 옷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