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산행 / 정희성
눈이 내린다 기차 타고
태백에 가야겠다
배낭 둘러메고 나서는데
등뒤에서 아내가 구시렁댄다
지가 열 일곱 살이야 열 아홉 살이야
구시렁구시렁 눈이 내리는
산등성 숨차게 올라가는데
칠십 고개 넘어선 노인네들이
여보 젊은이 함께 가지
앞지르는 나를 불러 세워
올해 몇이냐고
쉰 일곱이라고
그 중 한 사람이 말하기를
조오흘 때다
살아 천년 죽어 천년 한다는
태백산 주목이 평생을 그 모양으로
허옇게 눈을 뒤집어쓰고 서서
좋을 때다 좋을 때다
말을 받는다
당골집 귀때기 새파란 그 계집만
괜스레 나를 보고
늙었다 한다
창작과비평 (2002년 여름호)
정희성 시인
1945년 경남 창원 출생
1968년 서울대학교 국문과 졸업
197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변신' 당선
1981년 제1회 김수영문학상 수상
시와 시학상 수상.
만해문학상 수상.
시집 '답청'(1974), '저문 강에 삽을 씻고'(1978),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에게'(1991),
'시를 찾아서'등
첫댓글 태백산을 가 보셨는지요. 태백산은 겨울산이라고 하지요. 살아 천년 죽어 천년 간다는 주목이 눈꽃을 잔뜩 피어놓고 웅장하게 서 있습니다. 주목 앞에 서면 인간의 생이야 찰라같은지도 모릅니다만 귀때기 새파란 당골의 산골처녀가 늙는 것의 서러움을 알리 있나요.
태백산까지 가는 눈꽃열차를 언젠가 시간이 나면 한번 꼭 가보고 싶네요..시어처럼..멋있을지..상상을 하면서...
쉬흔 일곱이 지나고 나면.... 아마 나도 쉬흔 일곱살인 사람에게 좋을때다 그런 이야기 할것 같으네요... 지나고 나면 다 좋아 보이는 세월들....
살아 천년 죽어 천년 간다는 주목이 늙어서 더 아름다워지는 나무가 아닌가요 ........주목보러 태백산에 한번더 가보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