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추의 상처
임보
쇤 상춧대를 뽑아내고
빈 자리에 심을 씨앗을 사러 간다
아욱, 근대, 쑥갓, 열무…… 무얼 심지?
아내가 따라오면서 내게 묻는다
“당신 좋아하는 상추 다시 심지 뭐!”
나의 대답에
아내가 아무런 반응이 없다
반응이 없는 정도가 아니라
보아하니 토라졌다
뭘 내가 잘못했나?
견디다 못한 내가
“왜 그래?” 하고 묻는다
“내가 뭐 상추를 좋아해 먹은 줄 아세요?
남는 게 아까워 치우려 먹은 거지!”
서너 장의 상추를 겹으로 싸서
입이 찢어지게 넣던 아내를 떠올린다
반 세기 넘게 함께 살면서도
아내가 무얼 좋아하는지도 여직 모르다니!
상처를 입을 만도 하다
그래, 토라질 만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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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신작詩◀▽
상추의 상처 / 임보
운수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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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283
16.07.22 06:57
댓글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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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그렇게 세상 물정 모르고 살아가니 참 한심한 노릇입니다!
신선은 하늘의 물정만 잘 아시면 됩니다.
땅의 물정도 모르는 자가 어찌 천상의 물정에 눈이 트이리오!
저도 이웃들이 준 상추 버리기 아까워 세 겹으로 삼겹살 싸 먹습니다.
수유는 아주 자선봉사를 하는구료!
지금이라도 아셨으면 알아서 처신하시면 되지요,ㅎㅎㅎ
잘 보았습니다.
항상 활기차고 행복한 시간 이어 가시길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알아서 처신해 보도록 하지요!
남자들은 말 안하면 통 모른다니까요.
일일이 말하기도 그렇고 여자들은 속상할 때가 많습니다.
더운데 토라지는 정도로 그쳤으니 다행인 줄 아세요. 선생님.
그런가요? 봄바다 님도 역시 여성 편이군요!
이 시점에서 나설일이 아닌데 ....
장가도 안가본 놈의 소견으론 ... 잘하고 계심 ....
ㅎㅎㅎ ~~~~~ ㅍㅎㅎㅎㅎㅎㅎ
글쎄요, 잘못한 것 없으니 잘한 것이겠지요?
밥상에서도 사람 성품이 나타나나 봅니다.
어떤 이는 좋아하는 것만 골라 먹고, 남들 위해 어떤 이는 인기 없을 듯한 거만 치우고.
먹는 일도 보시행이 있나 봅니다.
그래도 사모님을 이해하시고 반성하시는 교수님,
참~멋지십니다,
보통은 되는 수준인가요?
밭에 상추가 참 실하게 보입니다.
상추잎 좀 따다가
삼겹살을 구워서
사모님과 매실주를 나누시면
절로 풀어지지 않을까요.
항상 건강하세요.
삼겹살에 상추, 좋은 안줏감이로군요!
ㅋㅋㅋㅋ
교수님 좋아하는 야채는 뭔데요 ㅎㅎㅎ
그걸 알려주셔야죠~
나는 싱싱한 열무쌈을 좋아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