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월 대보름에는 취나물·고사리·버섯 등 아홉가지 나물을 먹는 풍습이 있어 왔다. 조선시대 〈경도잡지〉와 〈동국세시기〉에서는 “외꼭지·가지고지·시래기 등을 버리지 않고 말려 뒀다 정월 대보름날 삶아서 먹으면 더위를 먹지 않는다”고 전한다.
우리 선조들은 대보름에 먹는 나물은 특히 묵나물(진채)이라고 했는데, 여기에는 뜯어 뒀다가 이듬해 봄에 먹는 지혜가 담겨 있다. 일찌감치 나물의 효능을 알아차린 우리 조상들은 여름내 먹고 남은 나물을 데치고 말려서 겨울을 대비했다. 옛날의 묵나물은 신선채소가 귀했던 겨울철에 영양소를 공급하는 귀중한 식재료였던 셈이다.
이연월 대전대 한방학과 교수는 “나물은 대부분 식이섬유와 철분 등의 미네랄 성분이 풍부하다”며 “특히 취나물은 혈액 순환을 촉진시키고, 시래기에는 칼슘과 철분이 많아 신경 안정과 피로 해소에 좋다”고 강조했다. 또 이교수는 “고사리는 정신과 혈액을 맑게 하게 하고 면역력을 증강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음식의 담백한 맛을 더하는 표고버섯에는 면역·항균·해독·이뇨 등 다양한 약리작용이 있어 예로부터 한방 및 민간에서는 약으로 이용했다. 또 최근에는 다양한 생리활성물질을 함유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져 수술 후 환자나 암을 예방하려는 사람들에게 인기식품이다.
장아찌·산적·찜 등 다양한 요리가 가능해 팔색조라 할 만한 가지는 일본 농림수산성 식품연구소의 시험 결과에 따르면 알칼로이드 성분에 의해 나트륨 배출을 촉진, 혈압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게다가 칼로리가 낮아 비만의 염려가 없는 다이어트식품이라 할 만하다.
<나물 요리>
▲준비하기=고사리·취나물·시래기 등의 건나물과 식용유, 다진 마늘, 천일염, 국간장, 참기름, 들기름, 육수, 깨소금. 육수는 북어·멸치·다시마·무·건표고·건새우·대파 등을 넣고 푹 고아 만든다. 이때 멸치는 속을 빼고 볶아서 이용하면 특유의 비릿한 냄새가 나지 않는다. 육수를 활용하면 화학조미료를 넣지 않아도 담백한 맛이 날 뿐 아니라 식용유가 적게 든다.
▲건나물 손질하기=건나물은 요리하기 전날 미지근한 물에 하룻밤 정도 잘 불린다. 이때 쌀뜨물에 담그면 건나물 특유의 군내가 제거된다. 뜨물에 담가 불리다가 조물조물해 주고 물을 한두번 갈아 주면 더욱 좋다.
취나물 등 질긴 건나물은 요리하기 2~3일 전 물에 불려 충분히 삶은 다음 찬물에 담가 물을 갈아 주면서 떫고 쓴맛을 제거한다. 특히 시래기는 푹 삶아 물에 담가 물을 여러번 갈아 주면서 텁텁한 맛을 제거하는 게 좋다. 요리시간이 촉박할 경우 질긴 나물은 소다를 약간 넣고 데치면 한결 부드러워진다.
한편 가지나 박오가리 등 연한 건나물은 물에 너무 오래 불리면 흐물거려지고 단맛이 빠지기 때문에 30분 안팎으로 잠깐 불린다.
▲만들기=불린 나물은 물기를 꼭 짠 다음 프라이팬에 식용유 2~3큰술을 두르고 다진 마늘을 넣어 약한 불에서 볶다가 육수를 보태면서 센불에서 충분히 볶는다.
먹기 좋게 볶은 나물에다 입맛에 따라 천일염과 국간장으로 간을 맞추고, 참기름·들기름·깨소금으로 맛을 더한다. 취나물류는 들기름을 넉넉히 넣어야 구수한 맛이 나고 부드러워진다.
오현식 기자
◇도움말=배경신 한식요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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