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시인의 고백-릴케(Rainer Maria Rilke, 1875~1926)
R.M. 릴케(1875~1926)
독일의 시인. 체코 프라하 출생. 프라하 대학과 뮌헨 대학에서 철학, 독문학 및 미술사 수학. 여류 조각가 클라라 베스트호프와 결혼. 1894년 처녀시집 《인생과 소곡》 외 1927년 백혈병으로 사망하기까지 《두이노의 비가》《오르페우스에게 바치는 소네트》《말테의 수기》 외 다수의 시집 소설집 출간.
사랑한다는 것도 또한 좋은 일입니다. 그것은 사랑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인간이 인간을 사랑한다는 것, 이것은 어쩌면 우리에게 과해진 가장 어려운 것, 궁극의 것, 최후의 시련이며 시험으로서, 다른 모든 일은 단지 그것을 위한 준비에 지나지 않은 작업일 것입니다. 그러므로 모든 일에 있어서 초보자인 젊은 사람들은 아직 사랑을 할 수 없습니다.
그들은 그것을 배우지 않으면 안됩니다. 전존재를 걸고 그들은 고독하고 불안하고, 위로 향해서 맥박치는 심장 주위에 집중된 모든 힘을 다하여 사랑하는 것을 배우지 않으면 안됩니다. 그러나 학습기간은 언제나 길고 고립된 시기입니다. 그러므로 사랑한다는 것은 개개인에게 있어서 성숙하는 것, 자신의 내부에서 무엇이 되는 것, 세계가 되는 것, 다른 한 사람을 위해서 그 자신이 세계가 된는 것에서의 숭고한 동기입니다. 개개인에 대한 크고 엄청난 요구입니다. 그를 선택하여 광대한 것에 초빙해가는 그 무엇입니다.
- 라이너 마리아 릴케, <어느 시인의 고백>, 송영택 옮김(범우사:파주), 19~20면
라이너 마리아 릴케는 독일의 시인으로서 일생에 걸쳐서 고독, 사랑, 자아성찰을 읊다가 백혈병으로 세상을 뜬 방랑자였다.
그의 아버지는 장교출신으로서 성실한 사람이었고 어머니는귀족 출신의 사치스럽고 경박한 여성이었다고 전해지는데, 릴케는 죽을때까지 어머니의 이러한 성품을 증오하였고, 아버지의 성실함을 사랑하였다.
파리에서의 조각가 로댕과의 만남은 릴케에게 있어서 매우 중요한 사건이 된다. 그는 로댕예술의 진수를 접한 후에, 예술적으로 눈을 뜨게 되었고, 잠재되어 있던 그의 영감이 폭발하는 계기가 되었다.
"예술가에게는 깊은 외로움이 없어서는 안 된다"라고 말했을 정도로 고독을 사랑했던 그는, 만년에 셰르 근처의 산중에 있는 뮈조트의 성관에서 철저한 고독에의 생활을 영위하며, <두이노의 비가>, <오르페우스에게 부치는 소네트>같은 대작들을 만들어 내었다.
이 책은 그의 첫 장편소설인 <말테의 수기> 및 서한집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의 구절을 발췌하여 엮은 책으로서, [사랑과 여인], [고독], [죽음], [예술]의 4부로 이루어져 있다. 그의 삶과 사랑, 예술에 대한 진지한 성찰은 이 짧은 소품에서도 아름다운 문체로 뿌려지면서, 우리를 감동시킨다.
[출처] [어느 시인의 고백] - 라이너 마리아 릴케|작성자 까소봉
가을날 / 릴케
주여, 때가 되었습니다. 여름은 참으로 위대했습니다.
당신의 그림자를 해시계 위에 던져 주시고,
들판에 바람을 풀어놓아 주소서.
마지막 열매들이 살이 찌도록 마련해 주시고,
그들에게 이틀만 더 따뜻한 날을 베풀어주소서,
열매들이 무르익도록 해 주시고,
무거운 포도송이에 마지막 단맛을 돋구어 주소서.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 앞으로도 집을 짓지 못할 것입니다.
지금 홀로 있는 사람은 오랫동안 외롭게 그러합니다.
잠이 깨어, 책을 읽고, 길고 긴 편지를 쓸 것입니다.
나뭇잎이 떨어질 때면, 불안스레
가로수 사이를 이리 저리 헤맬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