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집 걸러 한 집이 음식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인사동 골목골목엔 '어디 가서 무얼 먹을까' 고뇌(?)하는 사람들 천지다. 인사동에서 좀더 색다른 맛을 원한다면 지방색 물씬 풍기는 토속 음식이나 이국적 분위기에서 외국 음식을 맛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토속 맛집 이국
이북식 손만두 - 사동면옥
▲ 만둣국
30년 전 도가니탕(사동집)으로 시작했지만 이북식 손만두로 스포트라이트를 더 많이 받은 집. 황해도가 고향인 주인 송점순(66)씨의 남편 고 전풍연씨가 생전에 고향에서 먹던 만두 맛을 그리워해 만들어 먹기 시작한 것이 오늘에 이르렀다. 인기 메뉴인 만둣국(5000원)엔 어른 주먹보다 약간 작은 크기의 손만두 세 개가 들어간다. “원래 주먹보다 더 컸는데 아가씨들이 '징그럽게 크다'고 해서 크기를 반으로 줄였다”는 게 안주인의 설명. 만두는 반으로 잘라도 소가 흐트러지지 않을 정도로 속이 '실하게' 차 있다. 심심하면서도 담백한 맛의 정통 황해도식 만두에 비해 간이 적당한 것이 특징.
3시간 동안 직접 반죽한 만두피는 국물 속에서도 금세 풀어지거나 해지지 않고 쫄깃쫄깃함을 유지한다. 얼큰한 맛을 원한다면 손만두와 함께 버섯, 생면, 부채살(불고기용)등을 곁들여 내는 만두전골(2인분 1만8000원, 3~4인분 2만5000원)을 먹자. “한우로 24시간 끓여낸다”는 '착한 가격'의 도가니탕(7500원)은 국물맛 깊고 오돌오돌 씹어먹을 것 많아 가격대비 만족도 높다. 영업시간 오전 9시~오후 10시(연중무휴). 문의 (02)735-7393
섬진강 재첩국 - 섬진강
시원한 재첩국이 생각나는 날엔 '섬진강'으로 가보자. 구식 자개장이 떡하니 놓인 가정집에서 사랑 손님처럼 앉아 재첩국, 재첩회무침, 재첩전 등 '섬진강 재첩 요리 3총사'를맛볼 수 있다. 6개의 방은 분리돼 있어 함께 간 사람과 내집, 내 방 같은 편안한 분위기에서 식사하기 좋다. 경남 하동출신으로 11년째 섬진강 맛을 전하고 있는 주인 남강주(58)씨는“서울에서도 제대로 된 재첩국을 먹어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하동에 사는 동생에게서 일주일에 3~4번 하동 재첩을 직접 공수해 오는 것은 물론 재첩국을 끓이는 물도 쌍계사 부근 약수터 물을 떠 와 사용한다”고 설명한다.
▲ 재첩국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재첩국(7000원). 말갛게 끓여 부추 동동 띄워 내는 재첩국은 한입 떠 먹자마자“어~ 시원하다”란 말이 절로 나온다. 손톱만한 재첩은 씹을수록 섬진강변으로 다가가는 듯 강물 내음이 진하게 느껴진다. 오이, 당근, 무등 색깔 고운 야채들에게 포위돼 나오는 재첩회무침(2~3인분2만5000원, 3~4인분 3만5000원)이나 큼지막하게 부쳐 내는 재첩전(2만원)은 또 다른 별미다. 한정식(2만~5만원)을 주문하면 재첩국과 함께 재첩회무침, 재첩전이 한 상에 나온다. 영업시간 오전 11시30분~오후 10시30분(명절휴무). 문의 (02)732-6878
된장예술 툇마루
된장 맛이 예술인 집. 주인의 친정인 전라도 하의도에서 올라온 된장 맛은 인사동에서 둘째라면 서럽다. 된장비빔밥(6000원)을 주문하면 따끈따끈한 강된장 뚝배기와 밥, 상추 채 썬 것이 함께 나온다. 콩, 쌀, 보리를 섞은 밥은 비벼먹기 좋게 커다란 그릇에 담겨 나온다. 이 집 강된장은 매운 고추를 송송 썰어 넣어 텁텁하지 않고 개운한 맛을 자랑한다 겉절이, 계절 나물, 장조림, 풋고추 등 상차림도 시골밥상처럼 소박하다. 특히 곁들여 내는 북엇국이 맛있다.
▲ 가자미식해
된장도 된장이지만 겨울에 돋보이는 메뉴는 함경도식 가자미식해(1만4000원)다. 소금에 절인 가자미를 말려두었다가 파, 마늘, 고춧가루 등으로 양념, 김치처럼 숙성시킨 후 좁쌀 등을 함께 버무려낸 가자미식해는 홍어회무침보다 향 강하지 않고 매콤달콤해 여자들도 먹기 좋다. 가자미 한 조각 얹어 한 숟가락, 한 숟가락 먹다 보면 어느새 밥 한 공기 뚝딱! 밥도둑이 따로 없다. 영업시간 오전 11시~오후 10시(연중무휴). 문의(02)739-5683
풍류사랑
▲ 고디국
경북 영천식으로 끓여낸 '고디탕(고디국밥)'(5000원)으로 유명한 집이다. 일반적으로‘고디탕’이라고 하면 다슬기(올갱이라고도 한다) 삶은 물에 된장을 풀어 먹는 것을 떠올리는데, 경북 영천 고디탕은 이보다 국물이 더 진하고 뻑뻑하다. 들깨가루를 듬뿍넣는 것도 특징이다. 강물 내음 살짝 머금은 '고디탕'은 첫 맛은 들깨 때문에 구수하고 끝맛은 쌉싸래하면서도 부드럽다. 고디쌈밥정식(8000원)이나 주인이 개발한 고디비빔밥(5000원)도 먹을만 하다. 소나무 잎으로 만든 동동주 송엽주(한 항아리 6000원)는 단골들이 즐겨 찾는다. 영업시간 오전 11시30분~오후 11시(매주 일요일 휴무). 문의 (02)730-6431
여자만(汝自灣)
여자만 오라는 말인가? 절대 아니다. '여자만'은 전남 고흥에 있는 만(灣) 이름. '수렁에서 건진 내 딸' '영심이' 등을 만든 이미례 감독이 직접 운영하는 곳이다. 벽엔 온통 여자만3을 예찬하는 낙서투성이뿐. 실내인테리어라고는 다녀간 사람들의 사인이 전부다. 향과 간 강한 남도의 소박한 음식들이 주메뉴다. 대표음식은 꼬막정식(7000원)으로 벌교산 꼬막으로 만든 꼬막찜이 나온다. 정갈하게 줄을 맞춰 접시에 담아내는 꼬막은 무르지도, 질기지도 않고 때론 회처럼, 때론 고기처럼 씹는 재미가 있다.
▲ 서대
조리를 담당하고 있는 박정화(45)씨는 해남, 목포 등 남도에서만 40년 산 남도 아지매. 부드러운 꼬막 맛의 비결을 물었더니“핏물 약간 빠지고 (꼬막껍질이) 막 벌어지기 시작할 때 재빨리 건져내는 것”이라고 귀띔한다. 껍질이 이미 벌어지기 시작하면 질겨진다고. 꼬막찜과 함께 이 집에서 요즘 뜨고 있는 '서대'(구이, 찜 2만5000원/탕, 조림 3만원)는 가자미와 비슷하게 생긴 물고기로 칼집을 넣어 구운 후 양념을 사이사이에 뿌려 파, 마늘, 청양고추, 실고추 등을 얹어낸다. 일반 생선과 달리 쫀득쫀득한 게 술안주로‘딱’이다. 점심메뉴로 꼬막정식 외에 삐득굴비 정식(8000원), 갈치조림정식(7000원), 굴비구이정식(7000원) 등이 있다. 영업시간 오전 11시30분~다음날 오전 2시(저녁 시간 예약필수). 문의 (02)725-9829
조금(鳥金)
일본식 솥밥과 우동으로 다수의 마니아를 거느리고 있는 집. 주인 최희자(65)씨가 28년째 운영해 오고 있다. 은은하다 못해 어두침침한 공간은 오히려 아늑하게 느껴져 조용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는 분위기다. 한쪽엔 다다미방도 마련돼 있다. 밥 눌은 고소한 냄새에 취해보고 싶다면 일본식 솥밥을 주문할 것! 이 집 솥밥은 담백하고 깔끔한 맛으로 여성 단골이 많다. 20대부터 60대까지 세대도 다양하다.
▲ 조금솥밥
종류는 조금솥밥(1만2000원), 송이솥밥(1만2000원), 전복솥밥(2만8000원) 등 세 가지다. 그 중 베스트셀러는 조금솥밥이다. 일본식 해물돌솥밥으로 적당히 달궈진 솥에 새우, 어묵, 잣, 대추, 굴, 밤, 송이, 은행, 죽순, 우엉, 당근 등등 '토핑'이 현란하게 들어가 있다. “조그만 솥에 들어가는 재료만 30여 가지” 라는 게 주인의 설명. 장국을 비롯해 곁들여 나오는 반찬은 앙증맞을 정도로 조금3씩 담아낸다.
하지만 이 집 솥밥은 자극적인 반찬은 최대한 줄이고 콩나물밥처럼 양념 간장을 살짝 넣어 쓱쓱 비벼 먹어야 제맛이다. 탱글탱글 살아 있는 밥알은 씹으면 씹을수록 고소함이 느껴진다. 우동은 무쇠솥에 끓여내는 조금우동(9800원) 단한 종류뿐. 면발 부드럽고 조미료 없이 멸치로 국물을 내 뒷맛이 개운하다. 입구에서 직접 구워주는 숯불꼬치구이(3000~8000원)도 먹을 만하다. 영업시간 오전 11시~오후 10시(일요일, 공휴일은 9시까지, 명절 당일 휴무). 문의 (02)725-8400
작은 인디아
이름처럼 인사동 한복판에서 인도를 느낄 수 있는 곳. 정통 인도 커리나 탄두리 치킨 등 인도 요리가 이제야 대중화됐다지만 이 집은 한참 전인 10년 전부터 자리를 지켜왔다. 범상치 않은 벽화를 구경하며 2층 계단으로 올라 문을 열면 기분이 묘해지는 인도 음악과 함께 이국적인 향이 엄습해온다. 오렌지 빛 공간에 은은한 조명과 소품들은 인도에 와 있는 듯한 착각마저 들게 한다. 이곳 소품들은 모두 주인 정영숙(56)씨가 인도 여행 때마다 직접 사 모은 것. 식사에 앞서 소품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 사모사
이국적 분위기에 심취하고 싶다면 주방 옆 구석자리로, 복닥거리는 인사동 네거리를 내려다보고 싶다면 창가 자리에 앉자. 카페풍으로 꾸며져 있기 때문에 인도음식 전문점처럼 거창한 요리는 없다. 다만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샐러드나 커리, 볶음밥류, 인도 전통 음료, 요거트 등이 준비돼 있다.
감자를 으깨 야채와 향신료를 넣어 만든 새 모양 사모사(3개 9000원)는 간식대용으로 인기다. 마치 감자 크로켓처럼 생겼는데 겉은 바삭바삭하고 커리향 강한 것이 특징이다. 야채커리(1만1000원), 닭고기커리(1만3000원), 새우커리(1만3000원), 에그커리(1만2000원) 등 커리의 종류는 4가지. 커리를 주문하면 밥(또는 '차빠띠'라는 인도빵 중 선택)과 요거트가 함께 나온다.
마살라 달 차왈(1만3000원, 요거트 포함)은 녹두에 향신료를 넣고 끓인 인도식 영양커리. 주방장은“인도 단골손님들이 오면 다들 '고향에 온 것 같다'며 좋아한다”고 자랑한다. 직접 발효시킨 인도식 요거트나 요거트에 얼음을 갈아 넣은 라씨(7000~7500원)는 꼭 먹어볼 것! 영업시간 오전 10시30분~자정(연중무휴). 문의 (02)730-5528
▲ "맛있는 것엔 국적이 없어요" 인사동으로나들이 나온 일본인(왼쪽)과 호주인(오른쪽) 이 인사동의 명물 '옥수수호떡'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안다미로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근사한 정찬을 즐기고 싶거나 귀한 손님 대접할 곳을 찾는다면 안다미로3로 가보자. 안다미로에선 기와를 내려다보며(2층) 이탈리아 정찬을 즐길 수 있다. 낡은 듯 고풍스러운 인테리어와 로맨틱한 조명, 정갈한 테이블 세팅이 프러포즈하기에도 그만이다. '안다미로'는 '담은 것이 그릇에 넘치도록 많이'란 뜻의 순 우리말. 외국어인 듯 느껴지지만 순 우리말인 이름처럼 이곳은 외국 음식과 인테리어에 한국적 미의 요소를 조화롭게 가미해 놓은 곳이다.
▲ 연어샐러드
음식은 이탈리아 토스카 지방의 정통 이탈리안식을 추구 하지만 담아내는 그릇은 장인들의 손길이 담긴 도자기를 사용한다든가, 벽은 이탈리아 타일로, 바닥은 제주도 현무암으로 꾸민다든가, 유럽풍 고급 인테리어에 동양적인 수제품 테이블이나 의자를 사용한다든가 하는 식. 한마디로 음식은 정통을, 인테리어나 데커레이션은 퓨전을 추구하고 있다.
레스토랑 운영을 맡고 있는 백명석(45) 이사는“손님 중 40%가 외국인일 만큼 맛이나 서비스도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한다. 특급호텔 출신 주방장 4명과 전문 소믈리에를 두고 있는 것도 자랑이다. 주방장 추천메뉴는 단호박크림수프(9500원)와 싱싱한 연어 오렌지 절임에 계절야채를 곁들여 내는 연어샐러드(1만7000원), 대합이 들어간 해산물스파게티(1만7000원) 등. 단호박크림수프는 호박 그릇에 담아내 더욱 먹음직스럽다.
최상급 안심에 통후추와 소금만으로 간을 한 스테이크(안심 3만4000원)도 인기 메뉴 중 하나. 좀더 저렴하게 맛보려면 정오부터 오후 3시까지 운영하는 런치스페셜을 이용하자. 파스타나 메인 요리에 3000원 추가시 샐러드와 커피가, 5000원 추가시 수프까지 나온다. 전 메뉴 10% 부가세 별도. 영업시간 오전 11시 30분~자정(연중무휴). 문의 (02)730-57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