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들이 모두 집을 떠나고
집에는 둘만 남아
팬티만 입고 살았던 남편
이제는 그 팬티마저 벗어 버리고
아담으로 살아가고 있는데
얼마전 방학 시작하마자마
위내시경,장내시경,피검사 등등을 하는 나를
따라다니던 남편.
자신도 치질을 치료해야겠다고 하여
치질을 수술했는데
그 수술 때문에 거의 보름간
술을 먹으면 재발한다 하여
술을 입에 대지 못하고 있으니
사람들 만날 일이 없는 거다.
며칠전 나의 동창 모임이 있어
모악산에서 동창들 만나 등산을 하고
저녁까지 먹고 집에 돌아왔는데
혼자서 쓸쓸히 잠자고 있는 남편.
"나 없어서 심심했느냐"고물었더니
정말심심했단다.
"진짜로심심했느냐"고물었더니
진짜심심했단다.
그것 보라고.
난 맨날 당신이 술마시고 늦게 들어오니
맨날 심심했었다고.
그리고 한마디말도 없이 앉아서
인형을 만들고 있는데
T V 안보고 뭐하냐고.
심심하니 옆에서 TV 보면서 얘기하라고....
평소에 TV보면서 얘기하다가
생각이 달라서 다투기도 했었건만
내가 아무말도 종알거리지 않으니
심심했던가 보다.
부엌에서 먹거리를 챙겨서
입에 넣어 주면서
"나 예쁘지? 예쁘다고 말해"
"응, 예뻐"
좀 있다가 또 입에 넣어 주면서
"나 고맙지?고맙다고 말해"
"응, 고마워"
오랫만에 등산을 한 탓에
오늘은 앉았다 일어나 걸으려면
절룩거리고 아 프지 않은곳이 없었다.
일어날 때마다 앓는소리를하는데
한참 자다가 눈을떠보니
벌거숭이 남편이 외투만걸치고
베란다에 나가는 거였다.
잠자기전에 세탁기를 돌렸는데
그사이 빨래가 다 된모양이었다.
나를 고맙게 생각하긴 하나보다.
나를 예쁘게 여기긴 여기나보다.
요즘 나는 남 편과 바둑강좌에 참여하고있다.
월요일과 목요일.
그러나 나는 바둑에 대해 전혀 모른다.
나는 그저 옆 에서 다른 사람들 두는 것을 구경만 한다.
흰돌,검은돌 바라보다가
그냥 남편의 표정을 보면서 이겼는지 졌는지 알 뿐이다.
"뭐야! 여기저기 들쑤셔만 놨네..."
" 너무 성격드러난다. 무조건 공격만하면되나?"
알지도 못하면서 하여튼 그런 그림같아서 그렇게말하니
강사선생님께서 나의 말 하나하나를 듣고
바둑도 모르는데 아주 잘 알고 말한다고....ㅎㅎ
바둑 잘하는 사람보다 더 재미있게 말한다고...
바둑 두는 걸 바라보니
그 전법이 바로 우리의 인간행동의 교본이라는 것을 알았다.
천천히 욕심부리지 않고 차근차근 주변을 살피면서 앞 으로 나가야하고
버릴것을 버릴 줄 알아야하고
작은 것은 단념할 줄 알아야 더 큰 것을 얻을 수 있고....
언제 바둑 돌을 집어 남편과 대국하게 될지
그것이 나는 궁금할뿐이다.....
이렇게 나는 하루하루
늙어서 외롭지 않을 방법을
찾아가고 있다.
첫댓글 ㅎㅎㅎ 인정이 이뻐~~ 인정이 낭군님도 이쁘시네,,, 난,항상 얘기한다 "신랑~ 우리 사이좋게 지내자 응?? ,,,둘이서 손잡고 지내야할 수많은 시간들을 생각하며,,,,ㅋㅋㅋ
알콩달콩한 모습이 눈에 그려지네!! 이제는 돌아와 거울앞에선 누님들같이 그림처럼 서로마주보고 늙어가고 있는데 인제는 투닥 거릴 기운도 별로없당 이제 서로보면 대충 서로의 마음을 알정도이지 ㅋㅋ 기운 남았을때 아겨주고 살아야지 ㅎㅎㅎ
재미있는 영화한편 보는 거 같은,,인형을 바라보니..유치원 아이들의 전형적인 그림과 같이 생긴 발,손 ,재미있다,,만약에 둘이다 아담과 이브가 되었었다면,,그림을 그려본단다,,
인정아, 재미있게 사는 모습이 보기에 좋다. 신랑이 착한갑다. 울 신랑은 맨날 양말 벗어 오만천지에다 집어던진다. 맨날 싸운다 싸워... 흐흐흐... 너네 신랑 언제 우리 신랑 교육 좀 시켜주라고 해라...
울 남편 ~~ 인정이 남편 맨날 보는데도 못배운다네....세탁기 까지 멀어서 못가는지 양말이 무거워 못들고 가는지....ㅎㅎㅎ
빨래를 너는 것은 거의 남편몫인데 이제는 아무리 많은 빨래도 정말 빨리 널어서 늘 놀란다네..자신만의 노하우가 있다나 뭐라나...
이 글을 써서 올리고 남편에게 "적나라하게 벗겨 놓았다" 면서 글을 읽어주겠다고 말하고 읽어주었는데 빙긋이 웃기만 하고아무 말 안하네...너무 자신을 벗겨놨다고 말하면 좀 옷을 입혀 주려고 했더니만....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