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대구에 내려간 이유
그를 처음 만난 건 약 9년 전으로 올라간다. 안양교도소 교화행사장에서 그를 처음 만났다. 나는 재소자에게 교화활동을 하는 교정위원으로 참석을 하고 있었고, 그는 재소자 신분으로 교화행사에 참석했다. 커다란 체구와 날카로운 눈빛, 그리고 누구든지 그와 대면하면 약간 기가 죽을 정도의 카리스마(?)가 있었다. 그런데 그가 보이는 것과는 달리 다른 재소자들을 위해 봉사를 하고 있었다. 그 모습이 참으로 보기 좋았었다.
교화행사를 갈 때마다 그에게 칭찬을 해 줬고 그는 기분이 좋아 보였다. 악보도 볼 줄 모르고 한글도 모르는 상태에서 한 달 동안 찬양을 연습하여 무반주로 찬양을 부를 때면 가슴이 뭉클 하곤 했었다. 그때마다 그가 했던 말은 “잘 부르지 못하더라도 가사에 은혜 받으십시오.”
그런 그에게 성경 필사를 해 보라고 권면을 했었다. 바로 나온 대답은 “쪽팔리지만 한글을 모릅니다.”였다. 그려서라도 성경을 써 보라고 했다. 감사하게도 내 말에 순종을 해 줬다. 그는 교도소 안에서 그렇게 성경말씀을 그리기 시작했다. 열심히 성경말씀을 보고 그대로 그려나갔다. 그러다 보니 그리는 상태서 쓰는 상태로 변해갔다. 그렇게 그는 성경 필사를 두 번 마칠 수 있었다. 하나님은 그에게 큰 역사를 해 주셨다. 성경을 쓰면서 한글을 깨우치게 하신 것이다. 그는 이제 한글을 마음대로 읽고 쓸 수 있게 되었다.
이제 그에게 검정고시를 준비하여 도전해 보라고 권면을 했다. “내가 할 수 있을까요?”라고 했을 때, 가장 적극적으로 할 수 있다며 격려해준 사람은 4년 전에 하늘나라에 간 아내였다. 검정고시에 필요한 책자들도 구입해 가져다주곤 했다. 하나님께서는 그에게 또 역사하셨다. 2년 만에 처음부터 대입검정고시까지 합격을 하게 만드셨다.
그리곤 그는 출소를 했었다. 자오쉼터로 입소하여 살라고 했었다. 대학까지 보내 주겠다고 했었다. 그런데 그는 “집사님(당시 집사였다.)도 힘드신데 이대로 들어가면 짐이 됩니다. 돈 좀 벌어서 들어가겠습니다.”라고 말하며 홍천에서 건설현장으로 돈 벌러 다녔다.
춘천에 봉사를 다녀오며 홍천에 들러 그를 만났었다. 기도해주며 격려해 주며 근황을 물었다. 일용직으로 공사현장에 다닌다고 했다. 그런 직업은 술을 가깝게 하는 일이니 술을 조심하라고 했다. 그런데… 그가 다시 교도소에 들어갔다는 소식을 들었다. 술을 많이 마셨는지 술김에 사고를 쳤다. 배신감까지 들었다. 안양교도소에 다시 들어왔는데 교화행사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그래도 참석하라고 했었다. 다시 교화 행사에 참석했었고, 그러다 얼마 후 대구 교도소로 이감을 갔었다. 5년 전에 아내와 함께 장소이동접견을 신청하여 변호사들이 접견하는 장소에서 그를 만났었다. 그리곤 더 갈 수가 없었다. 내게 닥친 일들이 너무나 벅찼기 때문이다.
그를 위해 항상 기도를 했었다. 그리고 언젠간 다시 한 번 찾아가리라 생각했다. 작년에 장소이동접견을 신청했다가 일정이 맞지 않아 실행하지 못했다. 올해는 반드시 가보리라 생각했다. 기도하던 중에 마음이 더 움직였다. 무슨 일이 생겼던 것 같았다. 안양교도소 교정위원이라며 장소이동접견을 신청했다. 안양교도소를 통해서 신청해 주라고 하신다. 드디어 날자가 잡혔다. 2012년 1월 30일 월요일이다. 화성에서 대구까지 거리가 만만치 않다. 대구 교도소에 들어가 수속을 밟았다. 목발을 짚고 다니는 나를 보고 교도관께서 수고를 해 주셨다.
드디어 그를 만났다. 깜짝 놀랐다. 9년 전에 안양교도소에서 처음 만났던 그 얼굴로 변해 있었다. 많이 힘들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힘들다고 했다. 내가 왜 여기에 들어와 있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누구나 닥치면 내가 왜? 라고 반문을 한다. 상실의 5단계에서 거부단계로 들어서는 것이다. 차근차근 이야기를 들었다. 이야기를 계속 들었다. 지난 이야기를 하면서 눈물도 짓는다. 며칠 전에는 교도소 안에서 심하게 다툰 일이 있었다고 한다. 같은 감방에 있는 한 재소자가 2012년에는 지구가 멸망한다고 강론을 하더란다. 그래서 “이 세상이 멸망하는 것은 분명히 맞지만 그 날은 아무도 모르고 오직 하나님만 아십니다.”라고 했다가 그 재소자에게 엄청 당했다고 한다. 결국 미안하다고 거꾸로 사과를 했지만 속이 많이 상하다고 했다.
그러다 초심으로 돌아가겠다고 한다. 대구 교도소에 내려와 성경 쓰는 것을 중단했는데 다시 도전해 보겠다고 한다. 반가운 소리였다. 내가 권면하려고 했던 말이었다. 성경 필사 용지를 보내 주겠다고 했다. 그랬더니 A4 용지에 자기만의 방식으로 필사를 하고 있다며 보내지 말라고 한다. 교도관은 무슨 대화를 나누는지 열심히 적고 있었다. 수고가 많다.
이제 예배를 드리자고 했다. 살전 5:16-18절을 본문으로 말씀을 전했다. 일반감사와 특별감사에 대하여 은혜를 나눴다. 일반감사는 내게 어떤 것이 충족되었을 때 나오는 감사이지만, 특별감사는 도저히 감사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드릴 수 있는 감사, 그것이 특별 감사이며 믿음 없이는 드릴 수 없는 것이 특별감사라고 하면서 교도소 안에서도 감사 제목이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찾아보라고 했다. 억울하지만 그 안에서도 하나님의 뜻을 구하고 하나님의 뜻을 찾자고 했다.
교도관이 시간이 다 되었음을 알려준다. 그를 다시 감방으로 보내고 나오면서 영치금을 넣어주고 교도소 문을 나서면서 나에게 이렇게 나눌 수 있도록 함께 하신 하나님께 감사를 드렸다. 다 잘 될 것이다.
첫댓글 읽는 내내 가슴이 뭉클함을... 그에게 하나님 함께함으로 크신일꾼으로 쓰여지심을 믿습니다. 참으로 큰일을 하고계시는 전도사님 멋지십시다!
기도 덕분입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