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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 여행기>
2010년 1월에 신혼여행으로 일본 오키나와에 다녀온 뒤 적어둔 글을 먼지 좀 털어서 올려보겠습니다.
말하자면 3년 묵은 여행기입니다.
오키나와로 신혼여행을 간 이유는 우리나라에서 가깝고, 따뜻하고, 휴양과 관광을 함께 할 수 있고,
안전한 곳이다고 생각해서입니다.
가기 전에 인터넷으로 여기저기 검색도 해보고, 요긴하게 쓰일 자료들도(http://www.visitokinawa.jp/kr/
여기에 요청하면 보내줍니다. 무료로!)우편으로 받았습니다.
요즘은 김해공항에도 직항이 생길 정도로 유명해졌지만, 2010년 당시만 해도 오키나와는 외국인보단 일본 본토인들이
더 많이 찾는, 우리나라에선 프로야구단 겨울 훈련지로 유명한 곳입니다.
<간략한 소개>
일본 안의 또 다른 나라라고 하는 오키나와는 세계지도에서 보면 길죽한 일본열도 밑, 제주도에서도 한참 밑에 있습니다.
일본 본토에서 워낙 떨어져 있어서 여기가 일본땅일까 싶습니다.
왼쪽으로 대만과 오히려 더 가까워 보입니다.
인천국제공항(2시간 정도)에서 갈 수 있고 이제는 김해에서도 갈 수 있습니다.
본 섬은 동서로는 좁고 남북으로 120km쯤 됩니다.
오래전 중국과 일본의 이중 종속국 시절에는 류쿠왕국이라는 반독립국가였습니다.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임진왜란을 일으키기 전 류쿠왕국을 찾아가 함께 조선을
공격하자 했으나 조선은 형제국가라는 이유로 거절했다 합니다.)
1800년대 일본에 강제병합되었고 2차대전 오키나와 전투에서 일본이 패한 뒤에는 미국에 점령되었다가
1972년에야 다시 일본에 반환되었습니다.
그때의 격전으로 수많은 원주민과 군인들, 그리고 강제동원된 많은 우리나라 사람들의 희생이 있었고,
지정학적 중요도로 역사적으로 우리나라 못지않은 많은 고난을 견뎌내야 했습니다.
현재도 주일 미군시설의 약 70%가 오키나와에 있고, 전체 면적의 약 10%가 미군시설입니다.
끊이질 않는 미군 관련 범죄와 과도한 미군시설로 말미암은 불이익에 불만을 느낀 주민이 일본으로부터 독립하자는
이야기를 하고 있고, 최근엔 센카쿠 열도 문제로 긴장이 더 높아진 듯합니다.
아열대성 기후, 깨끗하고 아름다운 자연환경, 옛 류쿠왕국의 고유한 문화, 그리고 아직도 아물지 않은 전쟁의 상처.....
이처럼 오키나와는 단순히 좋은 관광지 이상의 참 복잡 다양한 감정을 갖게 하는 애잔한 땅입니다.
기간 : 2010년 1월 24일 ~ 29일 (5박 6일)
장소 : 일본 오키나와
교통 : 비행기, 렌터카, 버스, 모노레일
목적 : 신혼여행
인물 : 처, 나
경비 : 약 330만 원
기타 : 둘 다 일본어 전혀 못 함. (오직 아리가또, 스미마셍...)
생존 영어회화 가능
여행사 통해서 비행기, 호텔만 예약
국제운전면허 발급해 가져감
토요일, 처가가 있는 경남 진주에서 결혼식을 하고 서울 가는 비행기를 타려고 사천공항으로 갔습니다.
당시엔 우리나라에서 오키나와로 가는 직항은 아시아나 항공/ 인천국제공항에만 있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스무 살 땐가, 제주도에서 김해 오는 비행기 타 보곤 처음입니다.
은근히 긴장됩니다.
저녁에 김포에 도착해서 공항 열차(김포-인천)를 타고 인천공항 근처 호텔에 들어갔습니다.
저녁 먹으러 나와서 찾아간 곳은 바로 '순댓국'집.
순댓국밥, 해장국 등과 비슷하지만 다른, 부산에선 흔하지 않은 음식입니다.
다음 날 아침, 공항에 데려다 주는 호텔 승합차를 타려고 엘리베이터를 타는데 내려가는 층층이 신혼부부가 탑니다.
약속이나 한 듯 커플티, 커플잠바, 덜 풀린 신부 머리, 여행 가방 2개.....
서로 보고 웃습니다.
인천국제공항은 제 상상보다 5배는 더 커 보였습니다.
이른 아침임에도 많은 사람들로 붐빕니다.
비행기 표 받고, 짐 부치고, 휴대폰 로밍하고 줄 서서 검색대 이리저리 통과하니 웬 백화점이 나옵니다.
제 처는 여행 시작도 안 했는데 선물 사야한다며 면세점에 들어갑니다.
오키나와행 아시아나 비행기에 탑니다.
기내식이 나오고 음료를 나눠주는데 맥주를 달래서 마셨습니다.
하늘에서 마시는 맥주 한 잔.... 와우~
2시간쯤 지나 오키나와에 도착한다는 방송이 나옵니다.
아래로 보이는 에메랄드 빛 바다, 섬, 나무...
설레입니다.
비행기를 내리는데 뜨끈한 바람이 훅 붑니다.
조금 덥습니다.
인천에서 눈 보고 왔는데, 외국에 온 게 맞긴 맞네요.
옆에 처는 부츠에 털조끼를 입고 있습니다.
웃깁니다.
오키나와 국제선 청사는 경남 사천공항보다 작고, 옆에 붙어있는 국내선 건물이 훨씬 더 커서
조금 의아했습니다.
외국인보단 일본 내국인들이 훨씬 더 많이 오나 보다 하고 생각합니다.
여권 확인하고, 지문 채취, 사진 찍고....
일본인 공항 직원이 영어로 물어봅니다.
참고로 지금부터 여행 끝날 때까지 일본인과 한 거의 모든 대화는 영어입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생활영어'를 씩씩하게 하고 다녔습니다.
어차피 일본어도 안 되니....
- 여기 뭐하러 왔나?
- 신혼여행 왔다.
- 와이프는?
- 저기 있다. (부츠에 털조끼 입은 여자를 가리킴...)
공항 내 렌터카 안내소를 찾아갑니다.
비행기와 호텔만 여행사를 통해 예약한 자유여행 패키지였습니다.
여러 회사가 있었는데 그 중 낯익은 OTS를 선택했습니다.
OTS에서 나온 직원을 따라 사무실로 가기 위해 승합차에 올랐습니다.
렌터카는 예상보다 비싸지 않았습니다.
현대 i30 와 모양이 비슷한 혼다 Fit(1500cc?) 을 골랐습니다.
세금 포함해서 24시간에 64,000원 정도.
그나마 영어가 가능하다는 직원과 한참 동안 질문과 설명을 주고받았습니다.
제일 신경 쓰이는 부분이 바로 내비게이션 작동 방법이었는데 (렌터카에 장착돼 있습니다.)
생소하긴 하지만 목적지, 안내개시 등의 한자를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목적지에 호텔을 입력하고 차에 시동을 겁니다.
주차장을 나와 도로로 진입하는데 이건 마치 오늘 면허 딴 생초보처럼 긴장됩니다.
운전석이 오른쪽입니다.
차들이 왼쪽으로 다닙니다.
신호체계도 뭔가 조금씩 다르고,
깜빡이 넣으려고 왼쪽 레버를 움직였더니, 앗! 와이퍼가 작동됩니다.
운전석만 반대인 줄 알았더니 일본 차는 와이퍼가 왼쪽, 깜빡이가 오른쪽에 달려 있습니다.
다른 생각 하다가 깜빡이 넣으면 와이퍼가 대신 작동합니다.
교차로에서 우회전할 때는 크게 돌아서 왼쪽 인도 쪽에 붙어야 합니다. (이해됩니까?)
손은 10시 10분,
상체는 앞으로,
시선은 전방 고정...
그러나 이 자세는
둘째 날 시트에 등 붙이고,
셋째 날 창문 열어 오른팔 올리고,
넷째 날 운전 중 틈틈이 '마누라 몰래' 지나가는 일본 여자를 감상하기에 이릅니다.
생각보다 차가 많습니다.
조용하고 작은 섬일 거라 생각했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았습니다.
도로는 약간 좁아 보입니다.
중형, 대형차는 안 보이고 온통 경차만 보입니다.
차들이 무척 느리게 다닙니다.
40km쯤....
일본의 다른 곳도 그렇다고 들었는데 여기 오키나와에선 정말 천천히 다닙니다.
시내에선 제한속도 40km 표지판이 많이 보이고 고속도로도 80km 가 최고 속도입니다.
고속도로에서 다들 80km로 다닌다고 상상해보세요. 하하~
고속도로에 진입할 때 한국에선 왼쪽 깜빡이 넣고 왼쪽 백미러 보면서 진입하는데 여기선 오른쪽 깜빡이 넣고
오른쪽 백미러를 봐야 합니다.
신경은 쓰이지만 재미있습니다.
실제로 이번 여행에서 운전이 무척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특이한 게....
차들이 경적을 안 울립니다.
오키나와에 있는 동안 자동차 경적 소리를 정확히 3번 들었는데,
한번은 지나가는 차가,
한번은 교차로에서 길을 몰라 서 있으니 우리 뒤에서,
한번은 앞차가 안 가길래 '할 수 없이' 제가....
내비게이션을 보고 찾아간 호텔은 해변에 있었습니다.
오우~
깨끗한 호텔건물 옆으로 TV에서나 보던 바다가 보입니다.
해운대나 광안리에서 보던 바다가 아닌 뭐랄까.. 바닷속에 온통 유리구슬을 깔아 논거 같은 푸른 반짝임이 있는 그런 바다입니다.
1층 안내대에서 열쇠를 받아 방에 짐을 던져놓고 다시 주차장으로 갑니다.
내비에 목적지를 입력하고 첫 관광을 나갑니다.
얼마 안 가 미군기지가 나오는데 담장 길이로 보아 규모가 엄청남을 알 수 있습니다.
식물원에 들어갔습니다.
이리저리 다니던 중, 매점 앞을 지나는데 우리에게 열심히 '일본말로' 뭐라 합니다.
보기엔 우리나라 사람이랑 같은데 의사소통이 안 된다는 게 신기하게 느껴집니다.
호텔로 돌아와서 저녁을 먹으러 나갑니다.
호텔에선 아침 식사만 뷔페로 먹었습니다.
작은 식당에 들어가서 오키나와 전통음식이라는 '참푸르'를 시켰습니다.
고기와 우리나라에선 `여주`라 부르는 고야라는 채소를 넣어 함께 볶은 겁니다.
밥과 함께 먹는데 생김새와 맛이 우리나라 음식이랑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호텔로 돌아가는 길에 편의점이 있어서 들어갔습니다.
일본의 편의점은 우리나라랑 거의 같습니다. 훼미리마트도 있고.
다만 편의점마다 화장실이 있는 게 우리랑 다릅니다.
캔맥주 몇 개와 안줏거리를 사서 계산대로 갔는데 점원이 비닐봉지에 캔맥주부터 차례차례 세워서 가지런히 담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여행 다니는 동안 맥주 등 간식이나 때론 점심 도시락을 사 먹으러 여러 편의점에 자주 들렀는데 종업원들 하나같이
캔맥주 세워서 가지런히, 생수 그 옆에 세우고, 도시락은 맥주 위에 올리고, 과자봉지는 안 부서지게 제일 위에... 이런 식입니다.
편의점 회사에서 이렇게 하도록 교육을 하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사소하지만 기분이 좋습니다.
다음날, 호텔 뷔페에서 아침을 먹고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크다는 '추라우미 수족관'이라는 데를 찾아갑니다.
제가 가 본 수족관이 해운대 아쿠아리움뿐이라서 정말 세계 두 번째인지는 알 수 없으나 어쨌든 엄청나게 큽니다.
월요일인데도 관광객이 붐비고, 대형 상어나 가오리가 지날 때마다 사람들의 우와~ 하는 탄성이 들립니다.
듀공(Dugong)이 인상적이었고, 야외에서 돌고래 쇼도 볼 수 있습니다.
와이프가 저녁으로 스테이크를 먹고 싶답니다.
먹으러 가야 합니다.
제 알기로 일본은 품질 좋은 소고기로 유명합니다.
맛있다는 집을 물어 찾아갔는데 우리가 상상한 칼과 포크로 먹는 그 스테이크가 아니고 철판구이집입니다.
그냥 나갈까 하는데 세상에나... 주문받으러 온 아가씨 얼굴이 김태희랑 닮았습니다.
미국, 일본 혼혈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이것저것 주문을 하고 나니 어디서 왔느냐고 물어봅니다.
한국에서 왔다니깐 자기도 한국을 좋아한다네요.
????
3일 밤을 묵었던 이 호텔에는 사우나 시설이 별도의 건물에 있습니다.
베란다에서 내려다보니 수영장도 있고 시설이 좋아 보입니다.
평소엔 집에서 샤워만 하고 목욕탕이나 사우나를 가지 않지만 한번 가 보기로 합니다.
입구에서 한 시간 후에 만나기로 하고 남자 탈의실로 들어갔습니다.
아무도 없는 탈의실에서 속옷을 막 벗으려는데 이게 무슨 일입니까!!
웬 청소하는 아주머니가 유유히 밀대 걸레질을 하면서 나타납니다.
'앗! 뭐야? 여자 탈의실로 잘 못 들어왔나???'
대화 안 될 거 뻔해서 다시 옷을 입고 나갑니다.
분명히 남자 탈의실입니다.
다시 들어가니 마침 젊은 일본인 남자가 들어옵니다.
- 실례지만 뭐 좀 물어보겠다. 여기 남자 탈의실에 왜 여자 청소부가 있나?
- ?????
- 난 한국에서 왔는데 일본에선 원래 이러냐?
- (이제 무슨 말인지 알겠다는 듯) 아하~, 그래 일본에선 괜찮다. 노 프라블럼~!!
다음날, 섬 북쪽으로 가기로 합니다.
와이프가 오늘은 자기가 운전하겠답니다.
같이 국제운전면허증을 준비했고, 운전 잘하는 걸 알기에 제가 왼쪽 조수석에 앉았습니다.
남북으로 뻗은 제한속도 80km짜리 고속도로를 빠져나오니 시내가 나옵니다.
우회전 신호를 받으려 오른쪽 차선으로 천천히 붙는데 왼쪽에 있던 차와 간격이 너무 좁습니다.
운전석이 바뀌니 왼쪽 간격 판단이 조금 어렵습니다.
조수석에 있던 제가 당황해서 오른손으로 핸들을 돌렸음에도 '덜컥'하면서 우리 차 왼쪽 백미러와
왼쪽에 있던 차 오른쪽 백미러가 부딪힙니다.
상대차 백미러가 충격으로 앞으로 꺾였습니다.
교통사고입니다. 렌터카로, 그것도 외국에서....
우리나라 방식대로 일단 차를 세우고 비상 깜빡이 넣고 제가 차에서 내리니 뒤 상대 차량이
손짓으로 일단 우회전해서 차를 빼자 합니다.
다른 차에 방해되지 않게 골목길에 나란히 정차해서 제가 먼저 내렸습니다.
일단 정중히 인사를 하고, 와이프도 인사시키고....
- 스미마셍,
정말 미안하다.
우리는 한국에서 왔는데 신혼여행 중이다.
아는지 모르겠지만, 주행방향이 한국과 달라서 운전이 서투르다.
이해해 달라.
수리비는 변상하겠다.
상대차 일행은 남자 두 명이었는데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다시 통역하더니 둘 다 이해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입니다.
다행히 접혔던 백미러도 이상이 없습니다.
서로 악수하고 웃고 헤어졌습니다.
그 뒤로 운전은 오로지 저의 몫이었습니다.
섬의 중부와 북부를 사흘 동안 여행한 후 호텔을 나와 남부지방으로 향했습니다.
평화의 공원...
2차대전 중 최대의 격전지 중 한 곳이었던 이곳 오키나와에서 숨진 많은 군인과 민간인의 넋을 기리기 위해
세운 공원입니다.
해안 절벽 옆에 큰 터를 닦아 검고 네모난 돌을 가지런히 세워 나라별로(북한도 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당시 숨진 군인들의 이름을 새겨 놓았습니다.
한쪽 건물엔 역사박물관 같은 곳이 있어서 전쟁 당시의 각종 물품과 자료를 모아 전시하고 있습니다.
공원 한쪽엔 '한국인 위령탑'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전국 각지에서 가져온 돌이 쌓여있고 추모글과 함께 '대통령 박정희'가 새겨져 있습니다.
남의 나라 전쟁에 끌려가 억울하게 죽어야 했던 분들을 위해 우리는 잠시 묵념을 올렸습니다.
내친김에(?) 나하(오키나와에 있는 도시, 현청 소재지) 시내에 있다는 전쟁 당시 일본군 해군 사령부를 찾아갔습니다.
수학여행 기분이 납니다.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높은 지대에 개미집처럼 땅굴을 파 놓은 곳입니다.
무기고, 발전실, 침실 등 여러 방 (이라기보단 공간)들이 미로처럼 엮여있는 음침한 곳입니다.
아직도 벽에 수류탄 파편 흔적이 남아있는, 전쟁 막바지에 스스로 자폭했다는 사령관의 방에는 조화가 놓여 있습니다.
조화라....
네, 오키나와는 일본 땅이었습니다.
역사, 전쟁, 참회, 반성, 기록, 보존, 애도, 슬픔, 그리고 영웅화...
이 모든 단어가 제 머릿속에서 한데 얽혀 빙빙 돌아가는, 뭐라 딱 잘라 말하기 어려운 느낌입니다.
나흘 동안 타고 다녔던 렌터카를 반납하러 갑니다.
'목적지'를 입력했는데 뭐가 잘 못 됐는지 검색이 안 됩니다.
공터에 차를 세우고 지나가는 젊은 커플에게 지도를 보여줍니다.
- 실례지만 여기를 어떻게 가는지 아는가?
둘이 열심히 들여다보며 뭐라 하더니 자기들도 모르겠답니다.
그리곤 잠깐 기다려 보라더니 남자가 지도를 들고 길옆 어느 회사 사무실 같은 데로 들어갑니다.
잠시 후엔 그 회사 같은 데서 또 다른 사람이 새 지도를 한 장 출력해 나와서 세 명의 일본인이 길을 가르쳐줍니다.
와우~
정말 친절한 일본인들입니다.
알고 보니 커플 중 여자는 서울에서 한국어를 공부했었다네요.
우리 말 실력이 거의 한국사람입니다.
옆의 남자친구에게 이야기했습니다.
- 자네 여자친구 한국말 정말 잘하는 거 아나? 거의 한국사람 수준이라구~!!!!
- ................
제 말을 못 알아듣습니다.
기름을 가득 채워서 반납해야 해서 주유소에 들렀습니다.
- 이빠이~!!!
`아리가또`, `스미마셍` 말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한 일본말입니다.
참고로 오키나와는 휘발유가 리터당 1,400원 정도였습니다.
(2010년 우리나라는 1,700원 1,800원??)
렌터카 사무실에 도착했습니다.
그동안 정 들었던 차랑 기념사진을 찍고 호텔로 가기 위해 모노레일을 탑니다.
모노레일은 지상으로 나온 지하철(요즘은 도시철도라고 하더군요.)과 비슷한데, 레일이 하나뿐이라 보기엔
좀 불안정해 보였습니다.
나하 시내에 있는 작은 호텔에 짐을 놓고 저녁 식사, 관광, 쇼핑하러 국제거리라는 곳을 찾아갑니다.
차도 양옆으로 전통시장, 백화점, 식당 등이 밀집해 있는 곳인데 이것저것 볼거리가 쏠쏠합니다.
부산 국제시장과 비슷한 느낌입니다.
다음 날 아침, 시내버스를 타고 옛 류쿠왕국의 왕궁이었던 슈리 성을 찾아갑니다.
언덕 높은 곳에 높은 돌담을 튼튼하게 쌓고 무거운 문을 달아놨습니다.
여러 개의 문을 지나며 오르니 드디어 왕궁의 제일 가운데 건물이 나타납니다.
아! 건물이, 색깔이 너무 젊습니다.
옛 류쿠왕국의 왕궁이래서 TV에서 본 일본의 다른 오래된 건물처럼 낡았지만 기품있고 찰진 모습일 거라
기대했지만, 전쟁통에 완전히 소실돼 복원한 지 채 얼마 되지 않은(아직도 복원이 진행 중입니다.)
왕궁은 모양도 색깔도 아주 싱싱한 모습이라 적잖이 실망이었습니다.
한 50년 지나 색이라도 좀 바래야 볼 만할까....
일본인이 아닌 류쿠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왕궁과 함께 깡그리 잃어버려야 했던 오키나와 원주민들의 아픔이 느껴집니다.
왕궁 건물 안으로 들어가 봅니다.
신을 벗어들고 죽 연결된 다다미방을 지나 건물 중앙에 다다랐는데 거기에 중국과 관련한, 류쿠왕국이 중국으로부터 왕을
임명받았던 일종의 부속국가였다는 설명과 함께 시원찮은 제 눈썰미에도 왠지 중국 느낌이 확 나는 구조물들이 보입니다.
마침 중국에서 수학여행 온듯한 중국학생들이 있었는데 기분이 좀 묘했습니다.
성을 포함해서 주위 인공연못, 공원 등의 건축양식이 중국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해설이 참 흥미롭습니다.
그러고 보면 여기는 대만에서 오히려 가까운 섬이라 중국의 지배, 영향을 피해 가기 어려웠을 거라 짐작해봅니다.
성을 나와 왕족들의 무덤을 찾아갑니다.
돌로 나란히 세 개의 공간을 만든 곳에 왕족이 죽으면 신분에 따라 좌우의 방에 일단 안치한 뒤 완전히 시신이 부패하면
뼈를 수습해 가운데 공간에 차례로 모시는 형식입니다.
여행 거의 마지막 날 오키나와 민속촌에 갔습니다.
화석이 그대로 보존된 자연동굴을 구경하고, 그 유명하다는 오키나와 산 독사 하브 (독사의 일종인 반시 뱀의 일본명)도
구경했습니다.
예전엔 사탕수수밭에서 일하다가 이 하브에 물려 죽은 사람이 많아 몽구스를 수입(?)해다 풀었는데 지금은 오히려
개체 수가 늘어난 몽구스를 잡지 못해 안달이랍니다.
이 하브로 만든 뱀술이 유명한데 살 순 있지만, 우리나라로 가지고 들어올 순 없다 합니다.
옛 오키나와 인들의 전통 가옥 등을 둘러보는데 한쪽에 우리나라 한옥과 같은 건물들이 여러 채 있어서 깜짝 놀랐습니다.
고려, 몽골 연합군의 공격으로 제주도에서 이곳 오키나와까지 이주했다는 '삼별초'의 유적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추운 겨울이 되면 따뜻한 오키나와가 더 그립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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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글은 지루하고, 사진은 형편없고, 줄 띄우기는 자꾸 에러가 나네요. 이해 바랍니다. :)
아우님의 글이 한편의 완벽한 여행기 네요. 오키나와 한번 가봐야 할텐데...다음에 더 자세히 이야기 해줘요.~!
윤철이형님은 글도 잘 쓰시네요. 형님 댓글중 지루하고 <-담백하고 , 형편없고 <-유익하고 재미있습니다 또 올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