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시]
하수오와 박주가리
임보
수년 전에 어떤 이가
흰머리도 검게 한다는 하수오 씨를 보내와
운수재의 뜰에 심었더니
여기저기 무성하게 자라나 다른 나무들을 감고 올라간다

얼마 전에 친구가 와서 살펴보더니
하수오의 틈에 박주가리가 섞였다고 일러준다
겉으로 보기엔 비슷하나 다르다는 것이다
하수오는 잎새가 하트 모양인데 박주가리는 좀 갸름하다고 한다
사진의 왼편이 하수오 바른편이 박주가리 잎이다

씨방의 생김새도 아주 흡사하지만
하수오는 매끈하고 박주가리는 좀 거칠다고 한다
사진의 왼쪽이 박주가리 바른편이 하수오다
어느 놈이 어느 놈의 흉내를 낸 것인가?
하수오가 사람들의 사랑을 받자
박주가리도 하수오의 흉내를 낸 것인가?
어느 놈이 먼저였든 간에
내 하수오 밭에 끼어 돋아난 박주가리들이
남의 둥지에 깨어난 뻐꾸기 새끼들만 같아
토벌을 벌이다가
풀쐐기에 얻어 맞고
하루를 반성했다
첫댓글 요즘 <디카시>라는 장르가 생겨나 활발하게 움직이는 것 같다. 언어의 미비한 면을 이미지로 보완해 보겠다는 의미있는 작업이다.
그런데 디카시에서의 이미지는 불가결한 시의 요소여야 한다. 말하자면 이미지가 빠지면 시가 무너지는 요소로 작용해야 한다는 뜻이다.
시의 장식물쯤으로 이미지가 끼어 있다면 이는 디카시라고 할 수 없지 않을까? 이 글은 내가 최초로 시도해 본 디카시다.
ㅎㅎ 박주가리도 어딘가엔 쓸모가 있을지 모르니 잘 헤하려 보시지요, ㅎㅎㅎ
잘 보았습니다.
오늘도 활기차고 행복한 시간 이어 가시길 바랍니다
분명 쓸모가 없지 않겠지요. 고맙습니다.
시는 문자를 통해 이미지를 잘 그려야 하는 것이라면, 디카시는 그 기능을 디지털 기기에 의존한 것이라고 할 수도 있는 것이지요, 교수님?
아무래도 문자로만으로는 부족한 면이 있을 수밖에 없겠네요.
디카시라고 해서 문자로써 이미지를 형상화하는 일에 게으르지 않은 듯도 하고요.^^
문자로 표현할 수 있는 것조차도 이미지로 처리한다면 이는 나태한 행위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실은 어떤 언어로도 묘사의 적확성은 이미지를 따라갈 수 없습니다.
하지만 생략과 압축의 묘를 살려 표현하는 언어예술의 운치를 이미지는 담아내기가 어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