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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민정음은 왜 28자의 자모음으로 만들어야 했을까
1443년(세종 25년) 완성되어 1446년 음력 9월 상순(양력 10월 상순)에 반포된 훈민정음의 말뜻은 '백성을 가르치는 바른 소리'이다. 한때 언문(諺文)·언서(諺書)·반절(反切)·암클 등으로 낯춰 불리기도 했으며, 오늘날에는 '한글'이라고 한다. 문자체계의 특징은 한 음절을 초성·중성·종성으로 나누는 음소문자(音素文字)이면서 음절단위로 적는 음절문자의 성격을 함께 지닌 점이다. 훈민정음 창제 당시의 문자체계는 초성 17자, 중성 11자로 모두 28자였으나, 그중 초성의 ',,ㅿ'과 중성의 ''가 폐기되어, 오늘날에는 24자만 쓰인다. 그밖에 28자를 이용한 병서(竝書)·연서(連書) 문자가 쓰였으며, 성조를 표시하는 방점이 쓰였다.
창제 목적 및 과정
〈훈민정음〉 서문은 다음과 같다. "나랏말미 中國에 달아 文字와로 서르 디 아니 이런 젼로 어린 百姓이 니르고져 배 이셔도 내 제 뜻을 시러 펴디 � 노미 하니라 내 이 爲야 어엿비 너겨 새로 스믈여� 字를 노니 사마다 수 니겨 날로 메 便安� 고져 미니라"라는 서문에는 세종이 훈민정음을 만든 목적과 함께 새 글자 창제의 바탕을 이룬 정신이 나타나 있다. 즉 첫째 우리가 중국 글자를 빌려서 우리말을 적고 있으나 이는 중국말을 적는 데 맞는 글자이므로 우리말을 적는 데 맞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고, 우리말을 적는 데 맞는 글자를 만들기 위해 새 글자를 만든다고 한 점에 민족자주정신이 강하게 드러나 있다. 둘째, '어린(어리석은) 백성'이란 일반 백성을 가리키는 말로, 한자를 배울 수 없었던 사람들을 위해 배우기 쉬운 글자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민본정신이 나타나 있음을 알 수 있다.
창제과정은 조선시대의 일종의 연구소인 집현전의 학자들과 깊은 관련이 있다. 박팽년(朴彭年)·최항(崔恒)·신숙주(申叔舟)·성삼문(成三問)·강희안(姜希顔)·이개(李塏)·이선로(李善老) 등 집현전 학자들은 당시 지속적으로 세종의 사업을 뒷받침하는 연구를 수행했다. 훈민정음의 창제에는 당시의 유일한 언어학이었던 중국 운학(韻學)이 큰 영향을 끼쳤다고 본다. 중국 운학은 일종의 음성학과 음운론의 연구로서 그 주된 목적은 운서편찬에 있었다. 따라서 중국 운학에 관심이 깊었던 학문적 경향이 언어에 대한 관심을 북돋우었고, 그것이 국어의 표기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과 이어진 결과 훈민정음 창제의 기틀이 되었으리라 추정된다. 이는 세종이 중국에서 사신이 올 때마다 의문나는 점을 물었고, 성삼문 등으로 하여금 랴오둥[遼東]에 귀양와 있던 명나라 한림학사 황찬(黃瓚)에게 13번이나 찾아가서 음운에 관하여 물어보게 했다는 기록으로도 알 수 있다. 1443년 훈민정음이 완성된 후, 세종은 3년간의 보충연구 기간을 가졌다. 이 기간 동안 〈용비어천가 龍飛御天歌〉를 지어 훈민정음의 실용성을 시험해 보는 한편, 집현전 학사들로 하여금 훈민정음의 본문을 풀이한 해례서(解例書)를 편찬하게 했다.
원본
세종은 훈민정음을 소개하는 책 이름을 글자 이름과 똑같이 〈훈민정음〉이라 하여 판각했다. 이 책은 오랫동안 전해지지 않다가 1940년 7월 경상북도 안동군 와룡면 이한걸(李漢杰)의 집에서 발견되었는데, 현재는 국보 제70호로 지정되어 간송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다. 이 책을 〈훈민정음〉해례본, 〈훈민정음〉한문본, 〈훈민정음〉원본이라고 한다. 목판본 1책 33장이다. 사주쌍변(四周雙邊 : 네 테두리가 2줄로 됨)에 유계(有界 : 책의 행간에 경계선이 있음)이고, 소흑구(小黑口 : 책의 중간인 판심의 위아래에 가느다란 검은 줄이 있음)로 되어 있다. 발견 당시 책의 처음 2장이 빠진 것을 나중에 붓글씨로 적어 넣을 때 실수하여 '세종어제서문'의 끝자인 '耳'자가 '矣'자로 바뀐 듯하다(〈세종실록〉에는 '耳'자로 기록됨). 이밖에 주해본 〈훈민정음〉으로는 희방사본(喜方寺本)·박씨본과 일본의 궁내성본(宮內省本)·가나자와본[金澤本] 등이 있다.
내용
〈훈민정음〉은 예의편(例義篇)·해례편·정인지서문(鄭麟趾序文)의 3부문으로 구성되어 있다. 예의편은 훈민정음의 창제 취지와 새 글자의 음가(音價) 및 운용법에 관한 내용으로, 크게 7가지로 볼 수 있다. ① 훈민정음 창제 취지를 밝힌 세종의 서문, ② 초성 17자(ㄱㅋ, ㄷㅌㄴ, ㅂㅍㅁ, ㅈㅊㅅ, ㅇㅎ, ㄹㅿ 등)에 대한 설명, ③ 중성 11자( ㅡㅣㅗㅏㅜㅓㅛㅑㅠㅕ 등)에 관한 설명, ④ 종성은 초성을 다시 쓴다는 규정, ⑤ 순경음(脣輕音)과 병서에 관한 규정, ⑥ 초성과 중성의 결합관계, ⑦ 평성·거성·상성·입성의 성조 표기에 관한 규정이 그것이다. 해례편은 새 글자의 제자원리와 그 음가 및 운용법, 문자가 표시하는 음운체계 등에 관한 내용으로, 제자해·초성해·중성해·종성해·합자해·용자례 등으로 나누어 기술되어 있다.
제자해
세종 때는 고려 후기에 도입된 성리학이 더욱 발달한 시기였는데, 세종은 성리학의 근간을 이루는 태극설(太極說)과 음양오행설(陰陽五行說)을 새 글자의 제자원리에 적용했다. 제자해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우주의 모든 현상을 태극·음양·오행으로 설명하고자 하는 사상을 받아들여 사람의 성음(聲音)에도 음양의 차이가 있다고 보았다. 둘째, 훈민정음 28자의 자형은 상형(象形)에 의해 제정했다. 즉 아음(牙音)의 'ㄱ'은 혀뿌리가 목구멍을 막는 모양을, 설음(舌音)의 'ㄴ'은 혀가 입천장에 붙는 모양을, 순음(脣音)의 'ㅁ'은 입의 모양을, 치음(齒音)의 'ㅅ'은 이의 모양을, 후음(喉音)의 'ㅇ'은 목구멍의 모양을 각각 본떠 만들었으며, 'ㄱㅋ', 'ㄴㄷㅌ', 'ㅁㅂㅍ', 'ㅅㅈㅊ', 'ㅇㅎ'과 같이 획을 더하여 소리가 거세짐을 나타냈다. 셋째, 사람의 소리가 오행·계절·음계에 맞는다고 보았다.
넷째, 성음의 청탁(淸濁)을 중국의 운서에 따라 분류했다.
다섯째, 순경음의 자형구조와 발성에 대해 순경음이 양순마찰음(兩脣摩擦音)임을 설명했다. 여섯째, 중성 중 'ㅡ ㅣ'에 대해서 천(天 : )·지(地 : ㅡ)·인(人 : ㅣ) 의 삼재론(三才論)을 내세워 설명하고, 나머지 8중성은 위의 세 글자의 교합(交合)으로 이루어졌음을 밝혔으며, 이를 합(闔)과 벽(闢), 양(陽)과 음(陰)으로 설명했다.
일곱째, 중성 'ㅡ ㅣ'의 세 소리를 삼재 또는 삼극(三極)으로 보아, ''는 'ㅡ ㅣ' 세 소리의 으뜸[冠]이고, 'ㅡ ㅣ'는 8성의 머리[首]가 된다고 했다. 여덟째, 〈주역 周易〉의 계사(繫辭)에 나오는 "천일(天一)·지이(地二)·천삼(天三)·지사(地四)………"의 천수(天數)·지수(地數)를 중성에 적용하여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① ''는 처음 하늘에서 나니 '천일생수'(天一生水)의 위(位)요, ② ''는 다음이니 '천삼생목'(天三生木)의 위요, ③ ''는 처음 땅에서 나니 '지이생화'(地二生火)의 위요, ④ ''는 다음이니 '지사생금'(地四生金)의 위요, ⑤ ''가 2번째 하늘에서 나니 '천칠성화'(天七成火)의 수(數)요, ⑥ ''가 다음이니 '천구성금'(天九成金)의 수요, ⑦ ''가 2번째 땅에서 나니 '지육성수'(地六成水)의 수요, ⑧ ''는 다음이니 '지팔성목'(地八成木)의 수라 했다. 또한 ''는 '천오생토'(天五生土)의 위요, 'ㅡ'는 '지십성토'(地十成土)의 수인데, 'ㅣ'만이 위수(位數)가 없다고 했다. ⑨ 초성이 종성으로 다시 쓰이는 것을 성리학의 관점에서 설명해, 만물이 땅에서 나서 땅으로 돌아감에 비유했다.
초성해
초성은 운서의 자모이며, 이로부터 성음(聲音)이 생겨난다고 정의하고, 각 자모를 〈동국정운〉의 23자모 체계에 일치시켜 설명했다. 예를 들면 "아음인 '君'자의 초성은 'ㄱ'이고, 그 'ㄱ'이 ''과 합쳐 '군'이 된다"라는 식이다.
중성해
중성은 자운(子韻)의 한가운데서 초성·종성과 합해 음절을 이룬다고 정의하고 합용의 예를 들었다. 첫째, ''(呑)자의 중성은 ''인데 ''가 'ㅌ'과 'ㄴ' 사이에서 ''이 되고, '즉'(卽)자의 중성은 'ㅡ'인데 'ㅡ'는 'ㅈ'과 'ㄱ' 사이에서 '즉'이 되며, '침'(侵)자의 중성은 'ㅣ'인데 'ㅣ'가 'ㅊ'과 'ㅁ' 사이에서 '침'이 된다. 둘째, 두 자의 합용에는 ''와 ''가 모두 ''에서 나왔으므로 합하여 ''가 되고, ''와 ''가 모두 'ㅣ'에서 나왔으므로 ''가 되며, ''와 ''가 모두 'ㅡ'에서 나왔으므로 합하여 ''가 되고, ''와 ''가 모두 'ㅣ'에서 나왔으므로 합하여 ''가 되는 것이니, 서로 합해서 어그러짐이 없다. 셋째. 'ㅣ'자의 쓰임이 가장 많은데, 한 자의 중성으로 'ㅣ'와 서로 합하는 것은 ' ㅢ '의 10자이며, 두 자의 중성으로 'ㅣ'와 합하는 것은 ' '의 4자이다.
종성해
종성은 초성과 중성을 이어받아 음절을 이룬다고 정의했는데, 주요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소리의 완급이 있으므로 평성·상성·거성 3성의 종성은 입성의 촉급(促急)과 같지 않고, 불청불탁의 자( ㄴ ㅁ ㅇ ㄹ ㅿ)는 소리가 세지 않아서 종성으로 쓰면 평성·상성·거성에 맞으며, 전청·차청·전탁은 소리가 거세어 종성으로 쓰면 입성이 된다. 따라서 ' ㄴ ㅁ ㅇ ㄹ ㅿ'의 6자는 평성·상성·거성 3성의 종성이 되고, 나머지는 입성의 종성이 된다. 둘째, 'ㄱ ㄷ ㄴ ㅂ ㅁ ㅅ ㄹ' 8자로 종성을 쓸 수 있다. 즉 'ㅅ ㅈ ㅿ ㅊ'은 'ㅅ'으로, 'ㄷ ㅌ'은 'ㄷ'으로, 'ㅂ ㅍ'은 'ㅂ'으로 통용될 수 있다. 셋째, 'ㅇ'은 소리가 맑고 비어서 반드시 종성으로 쓰지 않더라도 중성이 음을 이룰 수 있다(동국정운식 한자음 표기에서는 중성으로 끝난 한자음에 'ㅇ'종성을 표기했음). 넷째, 반혓소리 'ㄹ'은 우리말 종성에만 쓰일 뿐 한자에는 쓸 수 없다.
합자해
초성·중성·종성의 자모가 실제 사용될 때 합자를 이루는 규정으로서, 25개 어휘의 표기상의 실례를 들어서 그 사용법을 설명하고 있다. ① 초성은 중성의 위 또는 왼쪽에 쓴다. 예를 들면 '군'(君)자의 'ㄱ'은 'ㅜ'위에 있고, '업'(業)자의 'ㅇ'은 'ㅓ'의 왼쪽에 있다. ② 중성은 초성의 밑이나 오른쪽에 쓴다. 둥근 것()과 가로 된 것(ㅡ )은 초성글자의 밑에 쓴다. 예를 들면 '즉'(卽)자의 'ㅡ'는 'ㅈ'의 밑에 있다. 세로된 것은(ㅣ)는 초성글자의 오른쪽에 쓴다. 예를 들면 '침'(侵)자의 'ㅣ'는 'ㅊ'의 오른쪽에 있다. ③ 종성은 초성·중성의 밑에 쓴다. 예를 들면 '군'(君)자의 'ㄴ'은 '구'자의 밑에 있다. ④ 병서에는 합용병서·각자병서가 있다. 합용병서의 예로는 '따'[地]의 'ㄸ', '짝'[隻]의 'ㅉ' 등이 있다. 각자병서의 예로는 '혀'는 '혀'[舌]의 뜻이나, ''는 '인'[引]의 뜻이 되며, '괴여'는 내가 남을 사랑한다는 뜻인데, '괴'는 내가 사랑받는다는 뜻이 되는 경우 등이다. 중성 합용의 예로는 '과'[琴株]의 '', '홰'[炬]의 '' 등이 있다. 종성 합용의 예로는 '흙'[土]의 ㄺ, '�'[釣]의 ㄳ 등이 있다. 한글과 한자를 섞어 쓸 때, 한글로 한자의 중성·종성을 보충할 경우가 있다. 예를 들면 '孔子ㅣ 魯ㅅ사람'에서 'ㅣ'와 'ㅅ' 등이다. ⑥ 중국의 사성(四聲)을 도입하여 글자 왼편에 방점(傍點)으로 표시한다. 그러나 중국어의 사성체계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국어의 성조 체계에 적합한 표기를 마련했다. 즉 평성은 점이 없고, 상성은 점 2개로 표시하고, 거성은 점 1개로 표시하며, 입성은 'ㄷ ㅂ'받침의 음절인데, 방점을 더하는 것은 평성·상성·거성의 경우와 같다. ⑦ 초성의 ''과 'ㅇ'은 서로 비슷해서 국어에서 통용될 수 있다. ⑧ 반설음(半舌音) 'ㄹ'에 경중(輕重)이 있다. 국어에서는 구별해서 쓰지 않지만, 갖추어서 쓰고자 할 때는 순경음의 예를 따른다. 즉 'ㄹ'을 'ㅇ' 밑에 써서 반설경음(半舌輕音 : )을 만든다. ⑨ 이중모음 ''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용자례
초성·중성·종성의 자모 하나하나에 대해 어휘의 표기상의 실례를 들어서 그 사용법을 보여준 내용이다. 예를 들면 ① 초성의 감 [ : ㄱ의 예]·콩[大頭 : ㅋ의 예]·담[墻 : ㄷ의 예]·벌[蜂 : ㅂ의 예], 뫼[山 : ㅁ의 예] 등, ② 중성의 리[橋 : 의 예]·믈[水 : ㅡ의 예]·밀[蠟 : ㅣ의 예]·논[水田 : ㅗ의 예] 등, ③ 종성의 닥[楮 : ㄱ의 예]·갇[笠 : ㄷ의 예]·범[虎 : ㅁ의 예]·잣[海松 : ㅅ의 예]·별[星 : ㄹ의 예] 등 94개의 어휘가 수록되어 있다.
참고문헌
훈민정음과 음운체계 : 강길원, 형설출판사, 1993
훈민정음 : 글무리, 솔터, 1992
훈민정음과 음운체계 : 강길운, 형설출판사, 1992
국어학자료선집 : 국어? 瑾? 편, 일조각, 1992
훈민정음의 표기법과 음운-중세음운론 : 권재선, 우골탑, 1992
나랏말의 소리 : 김차균, 태학사, 1991
15·16세기 우리 옛말본의 역사 : 허웅, 탑출판사, 1990
16세기 우리 옛말본 : 허웅, 탑출판사, 1990
교육한글 제3호 : 한글학회 편·발행, 1990
나랏 말씀을 사랑하노라 : 심재기, 우진출판사, 1990
훈민정음의 이해 : 신상순 외, 한신문화사, 1988
훈민정음 연구 : 이성구, 동문사, 1985
훈민정음기원론 : 반재원, 국문사, 1984
훈민정음통사 : 방종현, 일성당서점, 1946
훈민정음과 차자표기법과의 관계 〈국문학논집〉 9 : 남풍현, 단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 1978
내용출처 : 브리태니커 백과사전 |
출처 : | 容易受?的女人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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