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모른다 유혈목이와 무자치가 함께 깨어나기 전 살아서 씨를 뿌리기엔 이 독한 꽃샘추위가 오히려 신혼방이었을 것을
황홀한 정사를 꿈꾸는 탐미주의자가 아니다 죽을힘으로 살얼음 낀 물 아래 무더기로 알을 슬어놓은 지독한 현실주의자
이쪽에서도 저쪽에서도 잘라야 할 탯줄은 아예 두지 않고 수유와 육아와 훈육을 생략해버린 냉혈의 족속이다
살기 위해서 죽어야 한다는 역설의 구차한 유언도 없는 어버이들의 집단 자살을 무당개구리 알들은 또록또록 눈 뜨고 지켜보았을 뿐
생과 사랑에 무슨 주석이 필요하랴 나도 저 냉혈동물의 산뜻한 끝을 꿈꾼 적 있다
봄날 물에 겹주름을 일으키며 무당개구리 올챙이 욜량욜량 악보를 그리며 헤엄치는 걸 보라
제 새끼에게 뜯기는 죽은 어미 무당개구리에겐 꽃무늬가 있다
1962년 전북 남원출생 1991년 계간 『시와시학』으로 등단 1995년 편운문학상 신인상 2000년 시와시학상 젊은 시인상 수상 시집으로 『당신이 슬플 때 나는 사랑한다』 『버마재비 사랑』 『새에 대한 반성문』『누우떼가 강을 건너는 법』『마늘촛불』『따뜻한 외면』 시선집 『어느 대나무의 고백』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