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스토예프스키의 초상화
러시아 화가 바실리 페로프가 그린 도스토예프스키의 초상화다. 초상화가 그려질 당시 도스토예프스키는 시베리아 유형에서 돌아와 <악령>을 쓰고 있었다. 깍지 낀 두 손을 무릎에 얹은 도스토예프스키는 깊은 생각에 잠겨 있다. 관람자와의 시선 교환을 회피한 채 그는 자기만의 세계에 침잠해 있다. 고요한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그의 영혼에서 벌어지는 일은 결코 고요하지 않은 듯, 야윈 얼굴의 이마에는 핏줄이 곤두서 있다. 사형을 극적으로 면하고 시베리아 유형으로 감형을 받은 도스토예프스키는 이제 이념 투쟁을 거부하고, 인간의 심연에 감춰져 있는 선과 악의 대립에 주목하면서, 정신적인 영역에서 러시아의 구원을 찾는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도 구원의 희망은 희박하다. 그가 구원적인 대안으로 제시한 인물들<미성년>의 므이슈킨 백작,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의 셋째 아들 알렉세이는 유령처럼 실체가 없고 유약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악한 세상에서 인간을 구원할 무언가를 찾고 있는 도스토예프스키의 모습은 진지하고 금욕적인 구도자처럼 묘사되어 있다. 갈색과 어두운 올리브그린 색의 조합은 금욕적이면서 깊은 내면의 분투를 표현 하는데 적절하게 사용되었다. 이 초상화는 도스토예프스키에 관한 수천 편의 논문보다도 가장 집약적이고 분명하게 도스토예프스키를 느낄 수 있게 해 준다.
첫댓글 이 그림은 1872년에 그렸습니다.
멋진 자료입니다.
'수천 편의 논문보다도 가장 집약적이고 분명하게 도스토예프스키를 느낄 수 있게 해 준다.'
는 해설은 더 멋집니다. ^*^
잘 감상했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