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이 전면 통제된 종로통 거리에는 형형색색의 장엄등과 연등이 그 위용을 자랑하고,
풍물패와 우리 고유의 예쁜 옷을 차려입은 불자들은 만면에 미소를 가득 띄운
행복한 모습으로 거리를 수놓고,
연도에 늘어선 많은 인파들은 박수와 환호를 보내고,
수많은 스님들과 방송 진행자들, 카메라맨들, 풍물패들......
이 화려하고 장엄한 축제의 한마당에 우리도 구경꾼이 아닌 주인공의 한 사람으로
참여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동안 심심챦게 우리 카페도 참여해 보자는 얘기들이 오갔지만,
장엄등 준비는 고사하고, 인원문제만 보더라도 참여한다는 것이 벽처럼 느껴졌다.
우리 카페의 참여 인원으로는 최소한의 행렬(약 50명 정도)조차 이루지 못할 것인데 포기해야 되겠지 싶었다.
그런데 무량향님의 적극적인 참여의사에 운영자들도 동조하여 덜컥 봉축위원회에 참가 신청을 해 놓았다고 한다.
그것도 장엄등까지 제작해서 참여하겠다고 이야기했다고 한다.
이크! 큰 일이네.
이제 우리 카페만의 문제가 아니라 대외적인 약속이 되어 버렸으니...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으니 이것 저것 돌아볼 것 없이 이제 앞으로 나가는 방법밖엔 없다.
무량향님의 얘기에 욕심을 내어 '장엄등'을 준비하는 것 이외에 '퍼포먼스'까지 해 보자고
대략적인 줄거리까지 구상해 보았으나 의상 준비, 시간부족, 인력 부족으로 올해는 포기하고
다음을 기약해 보기로 하고, 올해는 장엄등 하나만으로 만족하기로 하였다.
머리 속에는 벌써 몇 년 후에 선보이고 싶은,
인터넷 불교 동호회를 잘 나타낼 수 있는 독특한 모양의 장엄등이 그려지고......
드디어 4월 9일 토요일!
언제나 다짐하고 느슨해졌다 또 다짐하기를 반복하지만,
이번 장엄등 제작이 우리 카페뿐만 아니라 나 개인으로서도
불자로서, 또한 한 인간으로서 무언가 새로운 다짐과 출발의 계기로 삼고 싶었다.
이 장엄등 제작에 함께 한 공덕으로 새롭게 태어나고 싶다고나 할까.
그래서 일주일 동안 부지런히 밀린 업무를 정리하고, 새 봄맞이 집안 일을 거의 마무리짓고...
추적추적 봄비가 내리는 이 날, 오랫동안 익숙한 것에 작별을 고하고,
무량향님과 파인님을 만나 청계천을 돌아다니며 장엄등 제작에 필요한 각종 재료들을 구입하였다.
그런데 장엄등을 제작하려면 우선 제작할 공간이 마련되어야 한다.
비를 맞지 않는 곳이어야 하고, 약 2미터 높이의 장엄등과 약 1.2미터 높이의 받침대(수레)
작업에 지장이 없을만한 공간이어야 하고, 접근 가능성도 용이한 곳이어야 하는데...
법성화님 등이랑 조계사청년회 후배에게 작업장소를 부탁해 두긴 하였지만,
청년회 활동을 안한지가 사실상 오래 되어, 부탁하기도 미안하고, 조계사 사중의 눈치도 보이고...
이런 저런 관계로 미안한 마음이 앞서더군요.
그래도 흔쾌히 장소 제공해 주신 우리 청년회 후배님들!
너무 고맙습니다.
또한 장소를 못구하면 '성주사'에서 작업하시라고 말씀하셨다는,
늘 물심양면으로 우리를 많이 도와주시는,
종성스님께 감사의 마음 전합니다.
우리 카페는 복도 많은가 봐(^*^).
그럴수록 겸허하게, 또한 잘해야 되겠지요.
자! 우리가 앞으로 약 한 달 동안 장엄등 제작과 개인등(시간 남을 경우) 제작을 할 장소입니다.
조계사 입구 우측에 있는 신도회관 옆 건물인데,
'상운승복'이란 간판이 있는 1층 건물입니다(상가는 철수하고 간판만 남아 있거던요).
작업 도와주실 분들 이리로 찾아 오세요.
장엄등 제작에 들어가기 전에 마음 속으로 입재를 할 겸 조계사 극락전에 들렀습니다.
거룩하신 부처님! 우리가 드디어 일을 벌렸습니다.
처음하는 일이고 모두가 서툴러 잘 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부디 부처님의 가피로 원만하게 회향할 수 있게 해 주옵시고,
장엄등 제작으로 우리 회원님들 마음에 환한 지혜의 등불이 밝혀지기를 기원드립니다.
또한 이 등을 보는 모든 사람들의 마음에도 그러하기를 발원하옵니다.
저 역시 이번 장엄등 제작을 계기로 참된 불자로 거듭날 것을 맹세하옵니다.
곧 3.7일 기도를 함께 하겠습니다. 부디 모두 원만회향할 수 있도록 가호하여 주옵소서."
이렇게 저는 발원해 보았습니다.
범종 모양의 장엄등을 만드는데, 종 아래 지름은 약 1미터이고 높이는 약 1미터 80센티미터 크기입니다.
먼저, 이렇게 나무를 잘라 뼈대를 만들어야 합니다.
바람이 불어도 종이 넘어지거나 흔들리지 않아야 됩니다.
다음은, 길이를 재어 이렇게 철사를 자르고요.
정만님과 푸르뫼님께서 함께 해 주셔서 얼마나 든든했는지 모릅니다.
철사를 둥근 원모양으로 만든 후 묶습니다.
녹이 나지 않고 미끄러지지 않게 실을 사용하여 묶은 후 강력 본드로 마무리 합니다.
수원에서 바리님께서 따님과 함께 오셔서 이렇게 수고해 주셨습니다(고마워요. ^*^).
이렇게 밑면 나무 뼈대가 완성되었습니다.
설계도보다 무척 강하게 지지대까지 넣어 왠만해서 넘어지지 않도록 만들었습니다.
윗면의 나무 뼈대도 이렇게 완성되었구요.
원래 설계도에는 윗면에는 나무뼈대가 없고 철사로만 마무리하는데,
안정감과 가장 힘든 철사작업의 용이함을 위하여 나무뼈대를 만들어 보았습니다.
설마 종이 붙인 후 최종 점등시에 그림자 생기거나 하지는 않겠지요.
에궁! 배 고파요.
무량향님께서 조달한 김밥과 만두! 무지 반갑더군요.
자아! 이 쯤에서... 음식 및 자금 보시도 받습니다요(^*^).
드디어 어려운 뼈대 작업이 불과 하루 반나절만에 모두 끝났습니다.
가장 어려운 철사작업도 끝나고, 전기작업까지도 말입니다.
집안에 일이 있음에도 수원에서 와 주셔서 사실상 작업 총지휘를 하신 정만 형님!
정말 고맙습니다. 그리고 역시 감탄했습니다.
환히 불을 밝힌 모습인데, 어떻습니까?
아직은 좀 엉성해 보여도 여기에 한지를 붙이고 채색을 하면 훨씬 나아 보일 것입니다.
사실 오늘 가장 중요한 뼈대 작업을 한다기에 걱정이 많았습니다.
경험자도 없는데 우리가 잘 할 수 있을까?
인터넷에서 범종등 정보를 찾아봐도 상세한 도면은 보이지 않고,
청년회 옛 도반에게 전화해 보니 청년회에서 숱하게 장엄등을 만들어 왔는데,
그 중 실패한 것 중의 하나가 범종등이라고 하더군요.
보기는 모양이 단순해서 쉬워 보여도 철사로 균형잡힌 유려한 곡선을 만들어 내기가 그렇게 힘들다면서
차라리 다른 등을 만들어보라고 하더군요.
전구도 잘못 달면 불을 켰을 때 전선이나 속 뼈대 등의 그림자가 비치니 조심해야 하고...
에궁, 뭐가 이리도 힘드냐!
그래서 손재주가 있는 몇 몇 옛 도반들에게 전화를 해 보니 친척이 방문하고, 이삿짐 정리를 해야 하고...
이리저리 시간이 맞지 않아 도와주기 어렵다고 하길래 더 걱정했지요.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든든하신 법우님들이 참 많더군요.
저는 개인적으로 뼈대 작업만 약 1주일을 예상했는데,
몇 번의 착오를 거치기는 했지만 거의 일사천리로 일이 진행되어 참으로 기뻤습니다.
어제 함께 해 주신 정만님, 푸르뫼님, 무량향님, 바리님 가족, 석천님, 법성화님, 동주님,
정원님과 그 짝님, 모두들 정말 수고 많으셨고요.
다른 법우님들도 틈나시는대로 끝날 때까지 많이들 도와 주세요.
흐르는 음악은 '나의 연꽃' 입니다.
첫댓글 수고 많았구...앞으로 잘해보자구...^^
명진님 발원문을 보니 찔끔 눈물이 날것같습니다. 사실 사람손도 많이 필요하고 자금도 필요한데... 잘 되겠죠... 근데 사진으로 보니 고쳐야 할곳이 많이 보입니다. 더 진행되기 전에 처음에 고쳐야 되요. 몇몇부분은 다시 뜯더라도 짜증내지 마시고 따라주시면 더욱 고맙겠습니다. 명진님 후기까징.. 고마워요. *^^*
수고 많으셨습니다...우리 법우님들 대단해~요....♡
들이는 그정성이 부처님 마음입니다...()...
그 정성들이.. 너무 예쁩니다. ^^
종성님께서 장엄등 만드는데 보태라고 하시면서 십만원을 선뜻 내어주시더니 정만님께선 전구설치에 드는 소자재를 보시하시고 오늘은 우인님께서 토요일 저녁공양은 무추재에서 하라고 제의를 해오셨네요. 염치불구하고 넙죽 받을수 밖에 없는 저를 용서하시고 다시 한번 감사합니다. ()()
그래요. 음으로 양으로 마음을 보태는 많은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노파심에서 얘기하자면, 너무 잘해야 한다는 생각, 우리 카페가 만든다는 생각 등을 다 내려놓고, 오로지 장엄등 만들 인연이 내게 주어진 것에 감사하며, 이 등의 불빛이 어둠을 밝히듯 인연있는 사람 모두가 무명을 깨치고 지혜로와지기를 발원하면서,
그저 불자의 한 사람으로서 내가 할 수 있는 정성을 보탠다는, 그런 편안한 마음, 그런 큰 마음으로, 등 제작을 하였으면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등 제작을 정진의 한 방법으로 여기면서 임하고 있는데, 가능한한 끝날 때까지 항상 밝고 환한 마음만 등 속에 쏟아넣고 싶습니다. 잘 될겁니다. 모두 아자!
생각지도 못해봤던 등 이야기....늘 새로움 입니다. 애쓰시는 분들께 마음의 힘 보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