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조곡 「그때 그 사람」의 심수봉. 시바스 리갈을 마시며 심수봉류 트로트를 듣다 돌아간 대통령의 참극을 빼고 그녀를 말할 수 없다. ‘날지도 못하는 새야. 무엇을 보았니….’
▶판소리의 음악적 계보를 ‘제(制)’라 칭한다. 전라도 동북지역 운봉, 구례, 순창 등지에 동편제(東便制)가, 전라도 서남지역 광주, 보성 등지에 서편제(西便制)가 전승된다. 중고제(中高制)는 충청과 경기 남부의 소리제이지만 여세가 미약하다. 중고제의 마지막 맥을 잇는 지킴이가 심화영이다.
심화영(작고)은 심수봉의 고모다. 충남도 무형문화재(승무)인 심화영은 소리꾼 심정순의 딸. 심수봉의 증조부 심팔로는 피리 명인, 아버지 심재덕은 민요 채집가였다. 큰아버지 심상건은 가야금 명인, 작은아버지 심사건은 인간문화재 소리꾼이다. 심화영의 오빠가 태안에서 꾸리던 식당은 명창 이동백과 김창룡의 중고제 산실이었다. 중고제는 철종 때 한송학이 창시하고 바로 김창룡 등이 계승한 유파였다.
▶서산의 중고제 가문에서 태어난 심민경. ‘수봉(守峰)’은 “지족선사가 황진이를 안아 도를 그르쳤다는 건 거짓말”이라며 그녀를 홀연 껴안던 스님의 작명이다. 살다보면 사면초가의, 절체절명의 순간에 ‘그림자(shadow)’라 부르는 제3의 대상이 등장한다. 개천에 빠진 심봉사 앞 봉은사 주지도, 심수봉에겐 속리산 자락 그 스님도 그림자일 수 있다.
▶세습 예인의 종가, 그 핏줄내림에서 나온 재현일까. 실마리일까. 심수봉은 반음(半音)을 즐겨 쓴다.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는 연주자들이 딱 질색하는 C샤프 마이너다. 그녀 목소리에 최상의 음역인걸 어쩌랴. 중고제도 반음이 많고 소리끝이 높다. 희비의 강변들, 부침의 여물목을 지난 그녀의 꺾어짐을 슬플 때 들으면 관세음이 십구 응신(應身)으로 화하고 억천 분신(分身)으로 나타나는 듯 들린다.
첫댓글 우리 큰애를 가졌을때 우연히 대학가요제를 보았고.그때 심수봉을 처음 보았는데
느낌이 참 묘했답니다.지금도 심수봉이를 볼때며는 가끔 대학가요제때 그광경이 떠오르고는 한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