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그간 잘 지내셨나요?
며칠전 서랍장을 정리하다가 엄마 겨울 내복을 봤어요
병원에서 춥다 하셨을때
작은 동생댁이 엄마 입으시라고 가져온 내복이었는데
엄마가 너무 두꺼워 입지 않으시겠다하여 제가 집에 갔다 두었었지요
엄마의 살결이 닿았던 내복이라 생각하니 엄마를 만난 듯
한참동안 얼굴을 감싸고 냄새를 맡아 보았는데 울컥 눈물이 났어요
무릎 부분이 조금 튀어나온 듯한 바지는 엄마의 앙상한 다리를 감쌌을거고
윗도리 목부분은 엄마의 가녀린 목을 감쌌을테지요
내복에서는 아직 비누냄새도 다 가시지 않았는데
엄마는 차갑고 어두운 땅속에 몇달째 누워 계시네요
해인사 대적광전에서 천도 기도 드릴때
지족암에서 어머니의 극락왕생을 기도 드릴 때
꿈속에 나타나신 엄마에게서
나 이젠 춥지 않노라는 말씀을 듣고 싶다고 기도 드렸어요
엄마가 돌아가신 후 처음으로 집에 갔던 날
아버지 손 잡고 엄마 얘기하다가 잠들었던 날 밤
꿈속에 엄마가 너무나 차가운 몸으로 춥다하시면서
아버지와 나 사이로 들어오셨잖아요
엄마는 목욕하는 걸 참 좋아하셨었지요
목욕탕에서 제 나이쯤의 아주머니와 엄마 연세쯤 되어 보이는 두 모녀를 보면서
참 부러웠어요
언젠가 저와 목욕탕에 가셨을 때
제가 엄마 등을 씻어 드리려 할때는
저 기운 빠진다고 한사코 그만두라하시고는
제 등은 기어이 깨끗이 씻어주셨었지요
그때 이미 엄마 몸은 병이 들어 있었는지 늘 기운이 없으셨지만
제 딸아이들의 몸을 씻어주며 느꼈던 행복을 엄마께서도 느끼시려나 해서
등을 맡기고는 나는 언제 효도를 하나 눈물이 났었어요
돌아 가시기 며칠전 병원에서 목욕 시켜 드릴 때
기운 빠지실라 감기 드실라
급히 목욕 시켜 드린게 마지막 목욕이셨지만 그 기억이라도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라 생각해요
엄마!
병원에서 엄마가 불면의 밤을 보내실 때
제가 대신 해 드릴수 없는 고통에 마음 아팠지만 고통은 엄마의 몫이라 어쩔수 없다
자위하며 잠들었던거
저 잠자는 모습 보고 피곤한가보다 안스러운 생각 들게 한 거 죄송해요
엄마는 금식의 배고픔으로 시달리시는데
물 조차도 못드시고 계시는데
저 옆에서 밥먹고 맛있는 과일도 먹고 했던거
일 마치고 엄마한테 갈 때
엄마는 주무시겠지 생각하고 늦게 가서 엄마 기다리시게 한 거
눈 나빠진다며 책 보지 말고 자라고 하셨는데 몰래 밖으로 나와 책보다가 늦잠 자서
엄마 고통스러운 순간 제때 일어나지 못한거 정말 죄송해요
속이 불편해서 못 드시는데 억지로 드시게 한거
운동하시기 힘들어 하시는데 해야한다 억지로 운동하시게 한거
간호 좀 더 잘해 드리지 못한 거 다 죄송해요
엄마가 돌아 가시던 날
출근하다가 되돌아와서 병원에 도착했을 때
얼마나 다급했던지 엄마옷은 아무렇게나 찢겨 있었고
엄마는 인공호흡을 받고 계셨지요
몇번이나 그랬듯이 이번에도 또 기운차리시고 병실로 돌아가실 수 있을거라 생각하며
병원으로 왔었는데 찢겨진 옷을 보자 불길한 생각이 들었어요
늘 가슴이 답답하고 아프다 하셨는데
인공호흡 하느라 가슴에 멍이 들면 어쩌나
살아나셔도 가슴이 너무 아프겠다 걱정하면서도 정말 돌아가실줄을 몰랐어요
막연히 외할머니처럼 오래 사실거라 믿어왔던 저는
이제 정말 효도할 시간이 없겠구나 다급해서
정신 차리시라 간절히 엄마를 불렀지만
엄마는 눈 뜨고 저를 한번 쳐다 보시지도 못하신체
대답없이 눈에 눈물 한방울만 보이셨지요
제가 원하는 건 말을 안해도 다 살펴 주셨으니
저승으로 가시는 길이더라도 제가 부르면 뒤돌아 보시지 않을까
제가 안타까워서 되돌아 오시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지금 엄마가 계신곳은 곳은 걱정도 없고 고통도 없는지요
깔끔덩어리 엄마가 병환중에 계실때 몸에 주사기 달고 소변튜브 달고 다니시며
얼마나 불편했을지 지금도 가슴 아파요
엄마를 산소에 묻던 날
엄마가 시장 가거나 병원 가실때 늘 지나다니시던 길을
엄마 혼자 장의차 아래칸에 꼼짝 못하고 누워서 지나가실 때
액자 속 한복입은 사진의 몸으로 집에 다녀 가실 때
집을 뒤로 하고 마을 뒷산으로 다시 못올 길을 가실 때
정말 가슴 아팠어요
삼베옷만 입은 엄마를 차가운 땅 속에 묻어드려야 할 때
엄마 얼굴을 따스하게 단 한번만이라도 만져 드리고 싶었지만
다시는 부르지도 못할 엄마를 부르며 울기만 할 뿐이었지요
며칠 전 엄마 산소에 갔다 왔어요
잔디가 잘 살아야 할 텐데 겨울내내 걱정하다가 봄이되어
잔디가 뾰족뾰족 살아나오고 있어서 어찌나 좋던지요
사랑하는 엄마!
그렇게 모든일을 다 배려하시더니 그 날 이후론 몇달 째
꿈속에서조차 한번 나타나시지 않네요
부처님 옆에서 편안하신가요?
지족암에 가면
부처님 앞에서 엄마 앞에서 제가 눈으로 보고 입으로 먹고
몸으로 느끼는 모든 즐거운 일들 엄마도 함께 느끼시길 기도 드려요
경전을 읽으며 법당에서 시간 보내는 일이 엄마앞에서 노는 아이인양
편안하고 행복해요
제 걱정이나 아버지 걱정 남아있는 가족 누구도 걱정하시지 말고
많이 드시고 아프지말고 건강하고 평안하신 몸으로 꿈속에서 한번 뵙게되길
간절히 바랍니다
엄마는 영혼이시니 제 마음 다 아시지요?
보고 싶어요
첫댓글 이글은 mbc라디오 신춘편지쇼에 응모한 글인데 떨어졌어~ 아직 부모님이 살아계신 친구들이 효도하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올린다~ 돌아가시고 난 다음엔 아무리 안타까워해도 후회해도 소용이 없더라.
어~머님 어제밤꿈에~ 너무나 늙어셔서요. 백날이 하루같이 이못난 자식위해 손발이 다~~~ ~~~~~~~~~~~~~~~~~~~~~~~~~~~~~~~~~~~~~~~어~머님~~
휘설님의 말씀이 구구절절이 맞는것 같내요 !... 특히 내일이 어버이 날이라 진한 감동 먹고 갑니다. 휘설님 힘내시고 다음에는 미래에 대한 희망찬 글 많이 올려 주세요
잘 읽었다. 읽기는 쉽지만 쓰기란 정말 어려워 자긴 잘써어, 시인 이라그런가, 그저께 성주중 동기회모임때 도 청량 시와 창의교육연구소 소장의 초청 강의를 좀 들었는데, 자기 생각나데, 이사람도 성주사람이라 카던데 혹 아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