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집 제7권 (주1)
문답(問答)
전사헌(全士憲)[주C-001]과의 문답
〔문〕
처모(妻母)의 상에 상주(喪主)가 없을 경우 신주(神主) 분면(粉面)에 외손자의 이름을 쓰는 것입니까?
〔답〕
외손자의 입장에서 분면을 쓰는 일은 변례(變禮)에 관한 것으로서 마땅히 어떻게 하는 것이 적합할지 모르겠네. 만일 어쩔 수 없이 써야 한다면 마땅히 ‘현외조비밀양박씨신주(顯外祖妣密陽朴氏神主)’라 쓰고 방제(旁題)는 쓰지 말고 놓아두어야 할 것이네.
〔문〕
스승이 죽었을 때 심상 삼년(心喪三年)을 하는 것은 곧 성인이 만든 예법이기는 하나 이 예를 제대로 행하는 자는 드뭅니다. 무덤가에 여막을 짓고 지내는 일도 사실 쉽게 말할 수 없으며 어떤 사람은 백의(白衣)와 백대(白帶) 차림으로 기년복을 마치기도 하는데, 그와 같이 하는 것이 정례(情禮)로 볼 때 과연 어떻겠습니까?
〔답〕
장자(張子)가 말하기를 “스승을 위한 복제를 만들지 않은 것은 그 복제를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마땅히 서로 간의 정이 얼마나 두터우며 배운 일이 얼마나 큰 것인가에 따라 조처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공자의 제자 가운데 안회(顔回)나 민자건(閔子騫)과 같은 경우는 공자에 대해 참최 삼년(斬衰三年)을 하더라도 괜찮을 것이니, 공자가 자신을 이루어 준 공으로 볼 때 임금이나 아버지와 같기 때문이다.
그다음 단계의 제자들은 스승과 정분의 차이가 나름대로 각기 다르니, 그 정분에 맞도록 하면 그뿐인 것이다. 기타 소소한 재주를 익히는 데까지도 모두 그에 따른 스승이 있게 마련인데, 어찌 스승이라 하여 일률적으로 복제를 만들 수 있겠는가.” [주D-001]하였네.
[주C-001]전사헌(全士憲) : 자는 경보(慶甫), 호는 거옹(莒翁), 본관은 정선(旌善)으로, 전민련(全敏連)의 아들이다. 작자의 문인이며 작자보다 22년 연하이다.
[주D-001]스승을 …… 있겠는가 : 《장자전서(張子全書)》 권8 〈상기(喪紀)〉에 나오는 말이다.
[答全士憲]
全士憲問。妻母之喪。無喪主。粉面以外孫之名書之乎。
粉面之題。出於變禮。不知當如何而爲得宜也。如不053_223c得已。則當書曰顯外祖妣密陽朴氏神主。旁題則姑勿書。
師死而心喪三年。此乃聖人制禮。而其能行此禮者鮮矣。築室之制。固不可容易言之。而或以白衣白帶。以終朞服。其於情禮。何如。
張子曰。師不立服。不可立也。當以情之厚薄。事之大小處之。如顔閔於孔子。雖斬衰三年可也。其成己之功。與君父竝。其次各有淺深。稱其情而已。下至曲藝。莫不有師。豈可一槩制服。
(주1)한강집[ 寒岡集 ]
조선 중기 학자 정구(鄭逑)의 시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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