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12. 16. 둘째날
6시20분.
항상 일어나는 시간대에 잠이 깼다.
조금더 자도 되었는데, 저절로 잠이 달아났다는게 신기하다.
매번 그토록 힘겹게 자신과의 싸움을 벌여야 했는데.. 정신적인게 이리 중요한거다.
잠은 깼고 눈을 돌려 넓은 베란다를 통해 보니....
와우....!
눈이 많이 쌓였다.
대구 촌놈 눈보는게 진짜 오래간만이다.
계속 내리고 있는 눈을 바라보며. 반갑고 기쁜 마음 한편으론
오늘 여행계획에 또 지장이 생겼다는 걱정도 만만찮게 떠오른다.
티브를 켜보니
제주쪽 10cm이상의 폭설로 어떤어떤 구간에는 반드시 체인을 하고 가야한다는 안내가 나온다. -_-';;
어떡하나?
소나기는 피해가라고 일단은 느긋하게 숙소에서 쉬고 늦게 움직이기로한다.
그럴수밖에....
다행히 나영이 깨워 밖에서 뛰어놀다보니 10시도 넘고 11시가 되어간다.
어제 사놓은 라면으로 우리식구 옹기종기 모여서 맛나게 라면을 끓여먹었다.
라면이 해롭다고 못먹게 해서 우리식구들은 거의 안먹고, 나만 숨어서 살며시 먹어왔는데...
이렇게 놀러와서 같이 먹으니 너무 좋다. ㅎㅎ
내가 너무 짜게 먹는다는 어머니 잔소리도 즐겁게 받아내고~ ㅎㅎ
뭐든지 기분이 좋으면 이렇게 다 긍정적인가보다.
간단히 요기를 하고 밖으로 슬금슬금 나가본다.
와 좋다~ㅎㅎㅎㅎ
날씨가 우리를 도와준다.
오늘 첫 여행코스는 카멜리아힐 : 동백꽃의 파티라고 해야하나?
수백가지 종류의 동백을 심어놓고 그걸 구경하게 하는 곳이다.
거기서 동백도 구경하고 맑은 날씨속에서 즐기며 사진을 찍는다.
변덕스런 날씨가 제주도의 날씨라더니 언제 눈이 내렸나는 식으로 화창하게 밝아져있다.
그런 날씨의 특징을 이용 서둘렀다.
동양최고의 식물원인 여미지식물원.
예전 우리 식구들이 한번 온 이후 처음 찾아왔는데(약 27년) 실로 감개무량했다.
이렇게 큰 식물원을 어떻게 만들었다는 말인가~
열대식물들이 이 추운날씨에도 어떻게 잘 자라줬는지 참으로 대견하고 그 기술에 감탄했다.
사진도 많이 찍고 여유롭게 걷기도 했는데 배고픈 것은 참을수가 없었다.
우리 식구들 잘하는것 퍼뜩 돌고!
바로 점심을 먹으러 간다. 얏호~ ㅋㅋㅋ
옥돔,전복뚝배기 (기원뚝배기)
사장님이 친절하고 요리솜씨가 있어서 아주 즐겁게 잘 먹었다..
그냥 간단 디져트로 내어주는 밀감에 진짜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캬아~
파는 귤보다 몇백배 맛나는 조생귤이다.
꼭 제주도 가시면 여미지 식물원 바로 2분거리에 있는 기원뚝배기에 가시기를 추천해드린다.
정방폭포
바다로 바로 떨어지는 폭포는 진짜 장관이었다. 물론 여기도 관람료를 내어야 들어갈수있다.
이중섭 미술관
가난한 예술가의 흔적을 살펴보며 뭔가 울적했다.
이렇게 힘들게 살아야지만..... 그런 예술이 살아나는가~!
특히나 4명이 살았던 코딱지만한 방을 보고는.... 가슴이 참 많이 시렸다. 마치 나의 고통처럼.....
이번 여행은 먹방여행!
가족끼리 즐겁게 와서 맛난거 많이 먹어야한다.
가장 합리적인 가격으로 최상의 맛을 보는게 주요목표 아니던가!
그렇다면 이곳이 딱이다.
서귀포 올래시장!!
점심을 배부르게 먹어서인지 시간이 일러서인지, 배는 안 꺼졌고 올래시장을 돌아본다.
크긴 크다.
황금향, 천혜향 구경하고 맛도 보고, 장모님 젓갈 선물 고르고... 두루 돌아다녔다.
나영이는 대형 호떡을
어머니는 오매기떡을
아버지는 조껍데기 막걸리를
나는 우리 식구들 집에가서 먹을 귤, 황금향을 .... 각자 구했다. ㅎㅎㅎ
결국 저녁 밥은 배가 아무리 불러도 지금 먹어야한다는 결론을 힘겹게 도출해내고...
이곳 올래시장에서 저녁을 먹고 호텔에 들어가기로 한다.
지금이 방어철이라 방어와 부시리를 내어다 놓는데!
아니, 반틈뿐이다
자세히 보니 반을 스시로 잘라내고 반틈 남은 것을 걸어놓은것 있지?
내가 보기에는 그건 싱싱한 것과 전혀 관계없는 잔인함이었다.
그래도 생명이 있는 존재인데... 그래서는 절대 안되는 거였다.
주차장 내려서 바로 앞에 위치한 그집은 사람이 제일 많이 몰리기는 했으나(실제 처음에 우리는 그집을 가려했음)
너무 잔인한 홍보전략에 역겨워 우리의 반발심을 샀다.
대신 그 옆옆집 조용한 집을 찾았다.
돔과 부시리 모듬 시켜놓고, 뭔가 허전해서 개불, 해삼을 또 시켰는데.....
개불 두세조각 얹어놓고 10,000원이고, 해삼은 나름 쫀득했는데 3만원 할 정도는 아니었다 .... 가격은 비쌌다.
제주도에서 여기가 제일 저렴한 곳인데 말이다.
놀러왔는데 머리아프게 계산할 것 뭐있더냐....케도! 그래도 조금 속은 쓰리다. ㅎㅎㅎ
즐겁게 저녁을 해결하고 오늘 묵을 곳으로 향한다.
라마다 엔코르호텔.
하루가 번개불이다. ㅎㅎㅎ 뭐가 이렇게 빨리 시간이 가는건지....
그냥 들어가서 자기에는 아쉬워 호텔 관계자에게 수소문해본다. 천지연폭포에 들리라한다.
무슨 밤에 폭포는 왜보느냐니까 야간개장해놨는데 꽤 괜찮다고 해서 가보니
실제 괜찮았다! ㅎㅎ
오는 길에 세연교도 들렸다가 숙소에 와서 둘째날도 마감한다. 조껍데기술과 오메기떡, 귤로써~~
27년만에 제주에 오신 아버지의 감회는 남달랐다.
건강이 걱정되어 이번에 여행오는게 큰 부담이었는데 이렇게 오시니까 그렇게 좋아하신다.
아마 10년은 더 젊어지신것 같다.
늙으나 젊으나 즐거운게 최고다!
앞으로도 더욱 잘 모셔야겠다.
그러려면...
돈을 많이 벌어야하는데.(가슴이 답답해져온다....끄응)
월급쟁이 뻔한 살림에 답답해지기도 하지만 큰 돈 제대로 못 벌더라도 ㅎㅎㅎ
그냥 한번 웃어뿌자!
저뒤에 눈밭에 자빠져 있는 사람은 누구인고?? 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