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교양강좌의 주제는 〈《크리톤》과 민주주의〉입니다.
민주주의는 우리에게 언제나 골치꺼리였습니다. 민주주의가 없던 시절과 장소에서는 민주주의를 달성하기 위해 피땀을 쏟았고, 민주주의를 실행하는 시절과 장소에서는 어떻게 하는 것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인지를 고민하느라 우리는 힘과 노력을 보탰습니다. 민주주의가 정답이라 여겨졌던 시절은 길었으나, 오늘날 세계는 민주주의에 대해 정색을 하고 묻고 있습니다. 민주주의가 유일한 답인가? 그런 점에서 2,500년전 민주주의를 답으로 여겼던 고대 아테네에서 민주주의를 신랄하게 비판했던 플라톤의 저술들은 이제 다시 눈을 씻고 들여다 보아야 할 텍스트가 되었습니다.
이 까다로운 주제의 강의를 맡아주신 선생님은 강릉원주대 철학과에 계신 강철웅 선생님입니다.
강철웅 선생님은 《소크라테스 이전 철학자들 단편선집》(공역)을 비롯하여 정암학당의 플라톤전집 중 《향연》, 《뤼시스》, 《편지들》(공역)을 번역하고 초기희랍철학의 담론 전통을 연구한 《설득과 비판》을 저술한 고젼철학의 전문연구자이면서 존 던의 《민주주의의 수수께끼 》를 부인 문지영 선생님과 같이 번역할만큼 민주주의에 대한 깊은 관심을 가진 분입니다.
새롭게 태동한 정부에 대한 많은 기대와 걱정이 교차하는 시기에 민주주의에 대한 깊은 고민을 플라톤의 《크리톤》과 함께 하는 이 강의를 함께 주시기를 기대합니다.
1. 주 제 : 《크리톤》과 민주주의
2. 강 사 : 강철웅(강릉원주대 철학과 교수)
3. 일 시 : 2017년 6월 17일(토) 오후 3시~5시
4. 장 소 : 정암학당 서울 연구실 대강의실(서초구 동광로 65 방배빌딩 401호)
* 아래에 강철웅 선생님의 강의 설명글을 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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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톤]과 민주주의
오늘날 민주주의는 거의 전지구적 가치 내지 보편적 이념 수준의 것이 되었습니다. 각 사회가 선택한 정치 체제나 사회・경제적 이념과 무관하게 민주주의는 으레 따라야 할 것, 바람직한 것으로 흔히 전제되곤 합니다. 그런 전제가 당연시되면 될수록, 그런 전제의 바탕에 있는 근본적인 물음, 즉 민주주의란 무엇인가, 그것이 과연 우리가 따를 만한 것인가 하는 물음은 망각되거나 회피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여전히 많은 사람들의 정치적 상상력과 모색의 원천이 되고 있는 플라톤 철학은 민주주의에 대한 부정적 평가 내지 문제 제기를 담고 있기에 때로 ‘열린 사회의 적’이라는 폄훼를 받으면서 민주주의 반대편에 정위되어 왔습니다. 그런 위치 설정 역사에 대한 고정 관념이 강고하면 할수록 민주주의에 대한 플라톤 철학의 긍정적 함축에 대한 탐색 역시 제한적이고 인색해지기 십상입니다.
게다가 플라톤 시대와 우리 시대 사이의 간격만큼이나 당대 희랍 민주주의와 오늘날 우리 민주주의의 간격도 큽니다.
플라톤 등 일련의 지식인들이 문제점을 지적하며 반대한 희랍 민주주의는 오늘날 거의 모든 사회 대부분의 지식인들이 문제 삼지 않고 이상적인 것으로 전제하는 민주주의와 매우 다릅니다.
1987년의 ‘민주화’ 이후 30년이 지났습니다. 이제 민주 정부가 새롭게 시작하면서, 못다 한, 아니 어쩌면 시작조차 못한, 숙고의 기회가 우리에겐 한 번 더 주어졌습니다. 우리가 그토록 ‘타는 목마름으로’ 추구해 온 민주주의는 무엇이었고, 무엇이고, 무엇이어야 하는가, 민주주의로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하는 물음에 대한 음미와 성찰의 기회 말입니다.
위에서 이야기한 방해물들(즉, 오늘날 우리는 민주주의의 가치를 너무도 당연시하는데, 그 민주주의가 역사적 원본인 희랍 민주주의와 많이 다르며, 플라톤을 위시한 주류 철학은 민주주의의 반대편에서 독자적인 길을 걸어왔다는 것 때문일까요,
우리는 민주주의에 대한 생각 따로, 플라톤 철학에 대한 음미 따로 인 채로 지내 왔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제 우리가 플라톤과 민주주의의 적극적인 만남을 모색한다는 것은 이런 세 차원의 방해물을 극복하면서 오늘 우리의 민주주의 문제를 풀어가는 화두를 플라톤에게서 발견해 가는 일의 시작입니다. ‘범상한’ 크리톤과의 ‘은밀한’ 대화를 그린 ‘이상한’ 작품 [크리톤]은 비록 작지만 이런 시작을 벌이기에 충분히 큰 울림을 갖는 작품입니다. 아직 [크리톤]을 민주주의와 연결 지어 읽는 일이 어설퍼 보이고 낯설지만, 그렇기에 더더욱 우리의 이 시작은 의미 있고 값진 것이라 믿어 마지않습니다.
* 목차
1. 이상한 [크리톤], 범상한 크리톤
2. 민주주의의 북극성과 짝퉁
3. [크리톤]의 플라톤과 민주주의, 그리고…
* 강좌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참고 사항
1) [크리톤]을 미리 읽어 보시기를 권합니다. 분량이 많지 않으므로 전체를 일독하시되, 46b-53a가 상대적으로 많이 거론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특히 그 부분을 더 미세하게 주목하며 읽으시면 좋습니다.
2) 희랍 민주주의에 관한 일반적인 사항에 좀 더 고급의 정보가 필요하고 독서할 만한 여유가 있으시다면, 존 던 (강철웅・문지영 역) [민주주의의 수수께끼](특히 서문과 1장 전반부(81쪽까지))나 폴 우드러프 (이윤철 역) [최초의 민주주의](특히 1장과 2장)를 읽어 보시는 것도 좋습니다. 존 던 책은 우드러프 책에 비해 난이도가 꽤 높지만 그걸 상쇄할 만한 영양가와 밀도가 보장된 책입니다.
3) 미리 읽는 과정에서 생긴 질문들을 갖고 오셔서 강좌 후반부에 제시하여 함께 토론에 부치면 좋겠습니다. 강좌 전반부의 화두 제시성 발표 이후 후반부는 자유로운 질의, 응답, 토론으로 이루어질 예정입니다.
4) 주제 자체에 대한 문제 제기도 환영하며, 민주주의라는 주제를 넘어서거나 주제와 무관한 것으로 보이는 [크리톤]에 관한 질문들도 사정이 허용하는 한 적극적으로 다룰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정암학당 홈페이지 공지 원문 보기 : http://www.jungam.or.kr/blog/697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