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슬픔이 걷는다
슬픔이 아주 긴 종아리의 그,
먼 계곡에서 물 길어올리는지
저물녘 자작나무숲
더욱더 하얘진 종아리 걸어가고 걸어온다
그가 인 물동이 찔끔,
저 엎질러지는 생각이 자욱 종아리 적신다
웃자라는 생각을 다 긷지 못하는
종아리의 슬픔이 너무나 눈부실 때
그도 검은 땅 털썩 주저앉고 싶었을 게다
생의 횃대에 아주 오르고 싶었을 게다
참았던 숲살이 벗어나기 위해
또는 흰 새가 나는 달빛의 길을 걸어는 보려
하얀 침묵의 껍질 한 꺼풀씩 벗기는,
그는 누군가에게 기대어보듯 종아리 올려놓은 밤
거기 외려 잠들지 못하는 어둠
그의 종아리께 환하게 먹기름으로 탄다
그래, 그래
백년 자작나무숲에 살자
백년 자작나무숲에 살자
종아리가 슬픈 여자,
그 흰 종아리의 슬픔이 다시 길게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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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균 1960년 경기도 일산 출생. 1988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현재 파주에서 소를 키우며 농사짓고 있음. 첫 시집 『백년 자작나무숲에 살자』로 2005년 '한국시협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