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 “제가 받은 게 더 많은걸요. 받은 걸 이제 동생들에게 베풀어야죠. 절실하게 도움이 필요할 때 도움을 주어야 위기를 잘 극복할 수 있어요.” 영은이는 지역아동센터 출신 소녀가장이다. 지난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경기도 평택의 한 전자회사에 취직해 기숙사 생활을 한다. 3년 전 아버지마저 세상을 뜬 다음 할머니가 유일한 가족이다. 그런 영은이가 공부방 소식을 듣고 선뜻 100만원을 내놨다. 이게 끝이 아니고 계속 후원할 거란다. 영은이의 기부에 이어 이미 사회에 진출한 공부방 출신 후원자들의 기부가 이어졌다. 치위생사가 된 보미, 교사가 된 다지, 박물관에 취업한 태진이 등. 대개는 6년 이상 공부방의 도움을 받고 선생님들과 정을 나눈 학생들이다. 그들은 열악한 환경에서 자신을 가르쳐주고 돌봐준 선생님들에게 한결같이 고마워했다.
#3 “공단마을에 기적이 일어난 거죠. 정말 막막했어요. 어떻게 해야 하나…. 어디 갈 곳도 없었잖아요. 아이들이 좋아하는 걸 보니 제가 눈물이 다 납니다.” 한무리 지역아동센터 윤정희(45) 센터장은 요즘 마음이 들떠 허공을 걷는 기분이란다. 무엇보다 지난 12년간의 노고와 회한을 보상하듯 자신이 보살폈던 학생들이 후원금을 건넸을 땐 눈물이 핑 돌았다. 아이들이 외부의 도움이나 장학금을 당연히 받는 것으로 여길까 봐 걱정이었다. 으레 받는 것, 당연한 것으로 여겨선 희망이 없기 때문이다. 윤 센터장은 도움의 소중함을 알아야 다른 사람을 도와줄 마음도 생긴다고 말한다. 그래서 아이들이 고마워할 줄 알고, 사회인이 돼선 어려운 이웃을 돕는 사람이 됐으면 한다. 아이들에게 온 정성을 쏟고 있는 윤 선생의 소망이자 교육 목표다.
한무리 같은 지역아동센터는 2012년 말 현재 전국에 4000여 곳이 있다. 아동 복지에 관심이 많은 법인이나 개인이 설립·운영한다. 2004년 아동복지법 개정 이후 정부와 지자체가 시설의 규모에 따라 운영비를 차등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거의 모든 센터마다 운영비가 부족해 후원자 기부금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아이들 또한 저소득·차상위 계층 자녀들로 대부분 과외나 학원은 엄두도 내지 못한다. 그나마 아동센터가 아이들에게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학습과 문화·예술 활동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한무리 지역아동센터 아이들과 선생님들의 소망이 착착 이뤄지고 있다. 인테리어·난방·전기·창호 등 여러 시공업체들은 봉사가격으로 공사를 해줬다. 공부방 출신 후원자와 학부모들의 기부도 잇따른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SNS를 통해 공부방 소식을 듣고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위기를 딛고 아동센터는 더 새롭게 더 튼실하게 거듭나고 있다. 에리히 프롬은 저서 『사랑의 기술』에 이렇게 썼다. “준다는 것은 부자임을 의미한다. 갖고 있는 자가 부자는 아니다. 많이 주는 자가 부자다.” 소녀가장 영은이야말로 진정한 부자란 얘기다.
첫댓글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영은이가 한 일에 감동....
영은이의 기부에 대들 감동했답니다.
장학회 홍보대사인데 직장일이 바쁘다보니 만나기도 여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