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처음 배운 노래 클레멘타인
음악은 사람의 마음을 차분하게 때로는 미친 듯이 몸을 흔들게 한다.
나에겐 후자는 별로 없었고 주로 조용한 노래를 좋아한다.
나의 아내는 공부할 땐 꼭 라디오를 옆에 두었다며 요즘도 항상 노래를 들으며 산다.
임신했을 때는 물론 갓 태어난 아들 머리맡에 베토벤, 모차르트, 브람스, 슈베르트 노래가 밤낮으로 들렸다.
중학생이 된 아들과 우연히 클래식에 대해서 말할 기회가 있었는데 모든 노래가 낯설지 않고 그 음을 자연스럽게 따라간다는 말을 듣고 태교가 중요하다고 느꼈다.
나의 부모님은 태교란 단어조차 모르셨을 것이다.
내가 갓난아이였을 때는 주위에 음악이 없었을 것이고, 말을 배우며 어느 정도 제 의사를 표현하기 시작한 때쯤 아침 아버님 이불 속에서 팔을 베고 배운 노래가 '나의 사랑 클레멘타인'이었다.
"넓고 넓은 바닷가에 오막살이 집 한 채
고기 잡는 아버지와 철모르는 딸 있다."
찾아오는 손님 앞에서 아버님의 명에 따라 기쁨조 노릇을 많이도 했다.
아버님께서 아시는 노래는 딱 두 개였는데 다른 하나는 '매기의 추억'이다.
6남매 중 오로지 나에게만 클레멘타인을 가르쳐 주셨다.
그만큼 셋째 아들인 나를 편애 하셨다.
내가 초등학교에 들어간 후부터 다른 자식들에게 그러하듯이 엄하시고 가까이 가기조차 무섭게 느껴지는 분이었다.
약주를 드시고 늦게 들어오셔서 자는 내 얼굴에 뽀뽀를 해주시면 그 술 냄새와 까칠한 수염 때문에 질색하며 눈을 뜨면 언제 뽀뽀를 했느냐는 식으로 엄한 아버지로 변하신다.
아버님은 한가하신 날엔 가끔 시조를 읊으셨는데 동요에 익숙한 나에겐 신기하기만 했다.
왜냐하면 '청산리 벽계수야~'를 한 음절로 부르시면 될 것을 '청~산~리~~~'라고 길게 뽑으시고
음률도 오르락내리락하시는데 웃음이 나지만 아버님의 새로운 면모를 보았다.
또 한복 입고 두 팔을 벌리시고 흥에 맞춰 춤을 추시기도 하셨는데 마지막 춤을 추신 것이 집에서 두 분의 은혼식 때 추셨고 어머님은 미소를 머금으시고 우리와 구경만 하셨다.
약주 한잔 드시고 기분 좋으신 날 '옛날에 금잔디 동산에~'를 몇 절만 부르셨다.
끝까지 부르신 적이 없으시다.
평소 노래를 안 부르시던 분이라 쑥스러워서였는지 아니면, 다 모르셨는지 모른다.
늦은 시각 대문에 들어오시며 '옛날에 금잔디~' 노래가 들리면 온 식구가 속으로 '아~ 아버님 오늘 기분 좋으시구나.' 했고 특히 어머님 표정이 밝아지셨다.
연세가 90을 앞두시고 심근경색으로 쓰러지셔 6개월간 병원에 누워만 계실 때 큰 형님 내외분, 누이, 셋째 아들인 나 이렇게 아버님 손을 잡고 '옛날에 금잔디~'를 부르니 눈물이 앞을 가리고 모두 아버님께서 항상 그러하셨듯이 끝까지 부르지를 못했다.
우린 모두 끝까지 부를 줄 아는데도...
아버님은 들으시는지 안 들리는지 별 반응이 없으셨지만, 다음 날에도 다 부르지도 못하면서 또 불러 드렸다.
난 지금도 이 노래 끝까지 부르지를 못한다.
이 노래를 부를 때면 무섭던 아버지가 어찌 그리도 따스한 아버지로 변하여 내 가슴을 어루만져 주시는지...
부모님을 떠나 외국에 사는 입장에서 '넓고 넓은 바닷가에~'는 부를 엄두도 내지 못했다.
끝 구절에 '늙은 아비 혼자 두고 영영 어디 갔느냐?'가 비록 노랫말이지만 내 어찌 내 입으로 그 대목을 부르겠는가?
내가 두 아들을 키우면서 그 녀석들 4살이 되었을 때 아빠가 할아버지한테 배운 노래라며 '넓고 넓은 바닷가~'를 내가 그랬듯이 팔베개로 가슴팍에 눕히고 가르쳐줬다.
이 녀석들 처음 배운 노래가 아빠와 똑같이 '클레멘타인'을 배운 것이다.
그런데 아들 녀석들이 자기 아들한테 이 노래를 가르쳐주지 않아 내가 가르쳐줬다.
둘째 아들에서 난 손자가 이 노래를 청승맞게도 아주 잘 부른다.
발음이 조금 이상하게 나오는 단어도 있지만, 음정 하나 틀리지 않고 자기보다 두 살 많은 누이의 피아노 반주에 맞춰 혹은 혼자서 흥얼거리며 이 할아버지를 그 옛날 아버님 팔을 베고 어리광부리던 시절로 인도해준다.
이렇게 대물림해주는 노래가 나에게 있다는 것이 또 다른 기쁨을 주니 사는 맛이 이렇구나.
http://cafe.daum.net/snua10 글쓴이 홍경삼
첫댓글 1950년대엔 주로 교회에서 가르쳐주던 노래...
켄터키옛집에 햇빛 비치어...도 애청했던 노래...
저는 언제 이 노래를 알았을까ㅜ
중학교 다닐 때 아닌가 싶어요...
늘 마음에 남아있는 노래인데... ㅜ
국민학교 때 음악선생님이 풍금치며 가르쳐 주신노래.
학교에 풍금 치는 선생님이 한 분 밖엔 없었습니다.
한복입으신 선녀 같은 할머니 선생님.
머리속으로 바닷가, 오막살이 집, 소녀 이런거 한참 그려보곤 했지요.하하
오우 지 행님이나 샤로니 온냐 포스...
http://cafe.daum.net/peruestudios/CQNE/4458
여기 나오자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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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주제가랑께...
클레멘타인 쌤님이 멋지다요.
지적이고
전혀 기억이없는게 노래를 못했던 기억만...
아무리 생각해도 기억이없다
기억에 남는건 음악시간엔
영락없이 집으로 갔다는 생각...ㅋㅋㅋ
상상이 갑니다. ^^
저도 어릴 때 이 노래를 자주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이 노래만 나오면 막연한, 아련한 옛 추억으로 잦아드는 것 같아요.ㅣ
아련한 추억은 비슷한 모양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