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의 기적 성당에서 북쪽으로 5백 미터 거리에 "베드로의 수위권 성당" 또는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발현 기념 성당"이 있다.
역사 고고학자들에 따르면, 4세기 때부터 이곳에 기념 성당이 바위 위에 세워져 있었는데, 1263년 회교도들에 의해 완전히 파괴되어 폐허로 방치되었다고 한다. 그 뒤로 7백여 년이란 세월이 지난 다음 오늘의 기념 성전이 다시 들어서게 된 것이다.
이 베드로 수위권 기념성당은 그동안 들렀던 성지에 있던 성당중 제일 작은 것 같다.
제대 앞에 제법 큰 바위가 있고 순례자들을 위한 몇 개의 의자가 놓여 있는 것이 전부였다.
아마도 4세기경부터 있었던 비잔틴 양식의 성당을 크기까지 그대로 재현해 놓았기 때문인
가보다.
제대 앞에 있는 어른 몇 사람이 앉을 수 있는 크기의 울퉁불퉁한 바위가 바로 부활하신 주님께서 고기를 잡던 제자들을 바라보시며 말을 건네시고, 제자들을 위해 빵과 숯불에 생선을 구워서 나누어 주셨다는, 그래서 ‘그리스도의 식탁(mensa cristi)’으로 불리는 바위였다.
요한복음 사가가 전해주는 예수님 부활 이후의 이야기는 참으로 아름답다.
예수님께서 돌아가시자 제자들은 고향으로 돌아와 예전의 생활로 돌아가 다시 고기잡이가
되었다. 어느 날, 베드로는 예수님의 제자로 불림 받았던 다른 형제들과 티베리아 호수로
갔다. 그들은 고기를 잡기 위해 밤새도록 그물을 쳤으나 한 마리도 잡지 못해 허탈한 상태가
되었다. 예수님을 잃은 이들의 마음이 얼마나 공허했을지 짐작할 수 있다.
목적을 잃은채 무의미하게 시간을 소비하는 …….
붉은 새벽빛에 어둠이 밀려가는 이른 시각에 누군가가 호숫가에 서서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배위에 탄 사람들에게 말한다. 다신 한번 그물을 쳐보라고,
그의 말을 반신반의 하면서 그물을 쳤을 때 셀 수 없이 많은 고기가 걸려들었다.
그 때 베드로와 함께 있던 요한이 예수님을 알아보았다. 요한의 짧은 외침에 마음의
눈이 열린 베드로는 예수님을 알아보는 동시에 물속으로 뛰어들어 그분을 향해 헤엄쳐 나왔다. 예수님은 뭍으로 올라오는 제자들을 위해 널찍한 바위위에 고기를 구워놓고 기다리고 계셨다.
해가 떠오르기 직전의 추위를 녹여주는 따스한 모닥불과 구운 생선에 담긴 예수님의 깊은 정, 그것은 예수님이 그들에게 쏟았던 사랑을 원점으로 돌려버리고 만 제자들이 느끼는 죄책감과
무안함을 덮어버리고도 남았다.
예수님의 자상한 배려 속에 제자들은 안심과 믿음을 회복했다.
그들은 예수님이 집어주시는 생선과 빵을 묵묵히 받아먹으면서 말이 필요 없는 용서와
사랑을 느꼈을 터이다(요한 21,1~14).
요한복음의 그 부분을 볼 때마다 마음에 그리던 갈릴래아 호숫가가 바로 이곳이었다.
비잔틴 양식에서 보여주는 그리스도교 전통의 경건함과 단순함을 잘 보여주는 성당 벽은 옛스런 느낌이 물씬 풍기는 거친 회색 벽돌로 되어있어 옛날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었다.
성당 옆문으로 통하는 낡은 돌계단은 오래된 바위와 맞물려 있었는데 커다란 바위틈에
순례자들이 남긴 기도쪽지가 여기저기 끼워져 있었다.
호수가로 내려가던 자매중 하나가 작은 쪽지에 기도를 적어 바위틈에 끼워 넣었다.
그의 기도가 이루어지기를 함께 기도했다.
기나긴 세월의 흐름 속에 이어지는 기도행위를 통해 우리는 한분이신 주님께 드리는
믿음을 고백할 수 있이 고마웠다.
성당에서 호수가로 이어지는 길바닥에 하트문양의 돌들이 징검다리처럼 놓여있었다.
이 돌은 예수님과 베드로, 그리고 제자들 사이의 사랑의 관계를 연상시켜주었다.
성당을 나서면 바로 갈릴래아 호수와 만난다.
사람들이 호숫가에서 조용히 물을 만지거나 주변을 산책 하고 있었다.
구름사이로 산란되는 햇빛으로 주변은 온통 빛났다. 갈대 같은 수생 식물들이 햇살속에 흔들리는 호수 주변은 차분하고 고요했다. 반짝거리며 드나드는 물결 속에 그 옛날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난 제자들의 안심과 평화가 전달되어 오는 듯했다.
성당 왼쪽 무성한 나무사이로 예수님께서 베드로에게 하늘나라의 열쇠를 맡기는
모습의 검은 대리석상이 있었다. 가까이 다가보니 우거진 나무 아래에서 미사를 드리는
순례 팀이 있었다. 아저씨 한분이 지키고 있다가 그이들에게 방해가 될까봐
우리를 향해 엄한 얼굴을 지으며 다가 오지 말라고 손을 저었다.
부활하신 예수님은 베드로를 예전의 이름 ‘시몬’으로 부르시므로 베드로가 처음 부르심
받던 때의 처지로 되돌아갔음을 깨우치셨다. 예수님의 질문을 받은 베드로는
자신의 나약함으로 인한 배반의 현실을 뼈저리게 느끼며 슬프게 ‘어쩔 수 없는 자신의 사랑’을 고백했다. 그런 베드로의 마음을 받아들이시고 예수님은 더 큰 사명을 맡기셨다.
‘나를 따르라, 내 양들을 잘 돌보아라.(요한21, 15-19)
이러한 무조건적인 예수님의 신뢰는 오늘의 나에게도 되풀이된다.
'너는 나를 얼마나 사랑하니?' 나도 베드로처럼 대답한다.
‘주님, 주님께서는 모든 것을 아십니다. 날마다 주님을 배반하는 저의 처지가 얼마나 비참한지, 하지만 이 모습으로 제가 주님을 사랑하는 줄을 주님께서 아십니다.’
받은 상처를 오랫동안 기억하면서 기회가 되면 앙갚음하고 싶은 유혹으로 어려움을 겪던 시기가 있었다. 어느 순간 조건 없는 예수님의 용서 속에 살아가고 있음을 깨닫자 굳은 마음이 풀리기 시작했다. 무안하지 않게 나의 잘못을 깨우쳐 주시는 주님.
그러면서 더 큰 부르심으로 이끄시는 주님.
주님, 배반과 악을 사랑으로 갚으시는 당신의 마음을 주세요.
찰랑대는 물결이 호숫가에 부딪치는 이곳은 참으로 부활하신 예수님이 제자들에게
베풀어주신 사랑과 베드로에 대한 큰 신뢰를 묵상할 수 있는 경건하고 조용한 장소였다.
[성 바오로 딸 수도회 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