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준 파리정치대학(시앙스포) 유럽학연구소 박사과정 연구원프랑스는 대학 수준의 고등교육을 사실상 무상으로 받을 수 있는 곳으로 국내에 알려졌다. 그러나 이것은 한편으로는 맞고, 다른 한편으로는 틀린 이야기다. 프랑스 대학교는 대부분 국립인데, 국립대에 등록하면 일반적으로 학비는 없고 매년 소액의 등록금만 내면 된다. 하지만 이는 프랑스 고등교육제도의 반쪽만 말한 것이다. 프랑스 고등교육제도는 대학교와 그랑제콜로 이원화되기 때문이다. 다른 서구 국가들의 국립과 사립의 이원화와는 조금 다른 체계다. 굳이 국립과 사립의 틀을 프랑스에 적용하면, 프랑스에서 대학은 대부분 국립이지만 그랑제콜은 사립·국립·공립이 공존한다.이원화 시스템의 프랑스 고등교육국내에서 프랑스 고등교육에 대해 이야기할 때 평등을 강조하 사람은 프랑스 국립대학의 낮은 학비만을, 반대로 경쟁을 강조하는 사람은 프랑스 국립대학의 경쟁력 저하만을 강조하며 각각 아전인수 격으로 시사점을 찾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프랑스 고등교육제도에서 대학교와 그랑제콜의 양 축을 함께 바라보지 않고서는, 한국의 등록금 문제를 해결하는 올바른 시사점을 찾기 힘들다. 특히 프랑스에서 대학교와 그랑제콜이 국가의 적극적인 구실을 전제로 서로 상반된 역할을 ‘평등’과 ‘경쟁’, 혹은 ‘국가’와 ‘시장’이라는 교육에 대한 상이한 인식과 수요를 한 사회 안에서 소화해낸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