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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사
우리는 시시각각 새로운 기술이 개발되고 그에 대한 다양한 정보가 쏟아져 나오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그렇게 밀려드는 정보 속에서 사람들은 각자의 요구에 따라 정
보를 선택하는데 모든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관심을 갖는 것은 건강에 관련된 정보입니
다.
바야흐로 때는 장수시대에 접어들었고, 장수의 가장 기본적인 전제 조건은 건강을
잘 유지하고 관리하는 능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왜냐 하면 오래 사는 것보다 건강
하고 탄력적으로 삶을 영위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우리들은 건강에 관련된 의학 서적이나 식품 안내 서적 등을 많이 찾게 됩니
다. 그리고 의학 서적이나 건강식품에 관련된 서적은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을 정도로 많이 출간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건강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고 할 수 있는 '약에 대한 서적
은 그다지 많지 않아 평소에 늘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러한 의미에서 '약이 되는 약 이야기'는 우리들의 약에 대한 정보 의 갈증을 풀어
줄 좋은 책이라고 생각됩니다.
사실 약에 대한 정보는 학교에서 정규 수업시간에 보건교육을 통하는 길이 더욱 바
람직합니다. 그래서 우리 대한약사회에서는 보사부가 추진하고 있는 학교약사제도에
적극 참여하여 약물 교육에 전문가로서 의 소임을 다할 계획입니다. 그러나 우리 나라
에서 학교약사제도가 확립될 때까지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으며, 또한 이미 학교를 졸
업하고 사회에 진출하셨거나, 가정에서 가족의 건강을 돌보고 계신 분들을 위해서 약
에 대한 정보를 가능한 한 빨리 그리고 가능한 한 쉽게 제공해 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약이 되는 약 이야기'는 무엇보다 소비자 여러분들이 약이란 무엇이고, 약을 올바
로 사용하기 위해서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좋은가에 대 해서 쉽고 재미있게 이야기하
고 있으므로, 이 시대가 요구하는 약학 정보서로 안성맞춤일 것입니다.
지금 세계적으로 보건에 대한 정책의 기조는 1차보건의료의 확대와 자가치료, 자가
투약이라고 요약할 수 있습니다. 그러한 정책 기조가 마련된 이유는 무엇보다 만성화
되어 가는 질병의 예방과 의료비의 절감에 있습니다. 그런데 그러한 정책 기조에 가장
잘 부합하는 보건기관은 약국입니다.
사실 지난 수십 년 동안 우리 나라의 약국은 1차보건의료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충실
하게 수행해 왔습니다. 그리고 소비자들이 자가치료와 자가투약을 올바로 할 수 있도
록 약에 대한 상담도 약사들이 상세하고 친절하게 해 왔다고 생각됩니다.
그러나 새롭게 쏟아져 나오는 약들을 일일이 약사에게 물어 볼 수 없는 것이 현실입
니다. 그래서 약에 대한 조언서는 하나쯤 곁에 두고 약이 필요할 때마다 참고하는 것
이 현명하지 않을까 생각하며, '약이 되는 약 이야기'를 통해 많은 부분 도움을 받을
수 있으리라 생각하는 바입니다.
아무쪼록 '약이 되는 약 이야기'를 통해 여러분과 여러분의 가족이 건강해질 수 있
기를 기원하며, 우리 4만 약사들은 앞으로도 여러분의 곁에서 여러분의 건강을 정성을
다해 지켜 드릴 것을 약속합니다.
전 대한약사회 회장
@ff
들어가는 말
"아무래도 임신인 것 같은데... 독한 약 좀 주세요."
"외박하기 전에 미리 먹는 항생제 없습니까?"
"어젯밤에 외박했는데, 아무래도 불안해서 안 되겠어요. 독한 마이신 좀 주세요. 요
즘은 육공육호 같은 약 없나?"
"중조로 됫물 하면 아들을 낳을 수 있다고 옆집 아주머니가 그러던 데, 중조 얼마예
요? "무릎 관절이 부어서 걷기가 불편한데, 거 항생제 한 알 주쇼."
"살 빠지는 xxx약 며칠 복용하면 몸무게 몇kg 뺄 수 있어요?"
"담배 피우고 술 마시는 사람한테 무슨 기생충이 있습니까 ?"
"우황청심환 먹으면 술 먹고 운전해도 괜찮죠?"
"잠깨는 약 타이밍 좀 주세요. 나는 타이밍을 먹어야 정신이 깬다니까......
"난, 박카스를 하루에 네 병은 먹어야 살아. 그뿐인가 커피도 사이사이 마신다구."
"난 뇌신 없으면 아무 일도 못해."
"판피린 한 박스만 줘요. 원, 판피린을 사다 놓으면 금방 없어지네. 머리가 아파서
안 먹을 수가 없구만."
"감기에 딱 한 번만 먹고 낫는 약 없습니까?"
"혈압약은 먹기 시작하면 계속 먹어야 한다던데, 그거 귀찮아서 시작을 못 하겠어."
"혈압이 낮아서 뒷머리가 땡기고 아픈데, 우황청심환 하나 주세요."
"조제해 간 하루분 약을 빨리 나으라고 세 시간 간격으로 다 먹었어요. 너무 아파서
요."
"나는 약 먹을 때 물 필요없어요. 물 없이도 잘 삼킬 수 있거든요. 꼴깍."
"점심 때 약 먹는 것을 잊어버려서 저녁에는 점심 것까지 한꺼번에 다 먹어 버렸어
요."
"감기 기운이 있는데도 예방 주사를 맞았어요."
"우리 애가 나 없는 사이에 시럽 한 병을 다 먹었어요. 어떻게 하죠?"
"동생 감기약을 내가 먹었어요."
"좋다는 건강식품을 여러 가지 한꺼번에 먹고 있는데, 왜 몸이 좋아지지 않죠?"
"새로 나온 위장약 000 있습니까? 며칠 전 광고에서 봤는데....".
"변비에는 피마자유가 최고라고 동네 할머니가 그러시던데, 피마자유 있습니까?"
"연고 하나 주세요."
"이 연고를 바르면 피부가 깨끗해지고 화장도 잘 받는 것 같아서 계 속 발랐더니 얼
굴이 빨갛고 울퉁불퉁해졌어요. 어떻게 하면 원래대로 돌아갈 수 있나요?"
"잘 안 낫는 무좀에는 문둥병 치료약이 특효라던데, 그런 약 여기서도 살 수 있어요
?"
"수은 체온계가 깨져서 쓰레기통에 버렸어요. 새것 하나 주세요."
바로 약에 대한 무지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드러내 주는 말들이다. 어느 것 하나
자칫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 실수로 연결되지 않을 것이 없다. 여기에 다 적지 못해서
그렇지, 이러한 사례는 수없이 많다.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약에 대한 잘못된 정보나
상식을 믿고 사는 사람이 너무도 많다.
사실 우리가 사용하는 약들은 제대로 사용하면 우리에게 매우 유익하고, 생명을 유
지하는 데 더없이 소중한 존재이다. 그러나 약이란 잘 못 사용하면 치명적인 독성을
발휘할 수도 있다. 병을 고치려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엉뚱한 병을 얻을 가능성이
아주 높다.
이미 없어진 '다이아진'이나 '606호'를 찾는 사람을 지금도 가끔 만 날 수 있는데 '
다이아진'을 찾는 사람도 많고 찾는 이유도 다양하다는 사실이 놀랍다. 칼에 베어 피
가 뚝뚝 떨어지는 상처를 붙잡고 약국에 와서는 다이아진 가루를 찾고, 설사를 밤새도
록 했다며 아픈 배를 움켜쥐고 들어와서는 역시 다이아진을 찾고, 잘못 먹은 음식 때
문에 두드러기가 났다며 다이아진 없냐고 묻는다.
이렇게 약에 대한 오해가 빈번하게 일어나는 이유는 우리가 한번도 약에 대한 교육
을 제대로 받아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규 교과과정에는 약물 사용에 대한 보건교육
이 들어 있지 않다. 우리 나라의 보건정책은 그저 각 개인이 알아서 판단하고 사용하
도록 방치해 두고 있다. 그렇다고 의사나 약사들의 홍보 활동이 적극적으로 이루어지
고 있는 것 도 아니다. 오히려 병원이나 약국에서 의사나 약사에게 무엇을 물어 보 면
엉뚱한 소리한다고 눈총을 받기 일쑤이다.
그러는 사이에 우리는 과대 포장된 제약회사의 광고, 주변사람들의 권유, 틀렸을 수
도 있는 자신의 경험 등을 기반으로 약에 대한 잘못된 상식을 쌓아 나가게 된다. 이
상식의 허실을 벗겨 내는 것이 필요한 때이다.
이 책에서 계속 강조하겠지만 무엇보다도 '모든 약은 독이다'라는 생각을 머릿속에
서 지우지 말기 바란다. 약을 사용할 때는 독이지만 내 몸의 이상을 고치기 위해서 어
쩔 수 없이 사용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갖기 바란다. 그래야만 상식의 허실에 대해서
한번 더 생각해 보는 지혜가 발휘될 것이다.
아무쪼록 이 책을 읽고 난 독자들은 이제부터라도 약을 함부로, 그리고 속설에 따라
사용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1993년8월 이미영
@ff
차례
추천사
들어가는 말
제1부 약, 이것만은 알고 먹읍시다
제1장 약이란 무엇인가
약은 독이다
약은 우리의 몸이 정상적으로 움직이게 도와주는 조력자이다
제2장 약의 일생-부작용의 비밀도 여기에 있다.
약이 가는 길 음식물이 가는 길
약은 자기가 찾아갈 곳을 알고 있다
약은 무효화된다
임무를 마친 약은 배설된다
약에도 궁합이 있다-두 가지 약을 동시에 사용할 경우 전문가에게 물어라
제3장 약은 이러한 부작용을 준비하고 있다.
부작용이라는 덫
약이 부작용을 일으키는 원인은 어디에 있는가
제4장 상비약을 잘 사용하는 법
아이들의 병은 밤에 잘 찾아온다
상비약을 잘 사용하는 법
제5장 약과 음식물의 궁합
약과 술
약과 담배
약과 커피
약과 식욕
특별한 관계에 있는 약과 음식
제6장 성공적인 약 복용법
배고픔과 약고픔-복용시간 엄수
약과 물-한 잔 가득 마시자
약과 음식
제7장 먹는 약과 주사약
먹는 약과 주사약의 차이
주사가 필요한 경우와 주사 부작용
제8장 기타 중요한 이야기들
한약도 과학화되어야 한다
한약 이야기-한약은 우리의 유산, 발전시켜야 한다 광고를 믿지 말자
외국에서 시판되지 않는 약이 시판되고 있다
비싼 약이 좋은 약은 아니다
제2부 증상별 약 이야기
제9장 감기약 이야기
감기란 어떤 병인가
감기는 추워서 걸리는가-감기는 세 박자가 맞아야 걸린다
코감기를 해부한다
코감기는 비염과 축농증으로 악화된다
코감기를 이기기 위해
기침감기를 해부한다
기침감기를 이기기 위하여
목감기-편도선염과 그 대응책
열감기란 무엇인가
열감기에 대한 대응책
비타민 C와 감기 예방
감기에 대한 일반적인 주의점
시판되는 감기약의 성분과 효과
제10장 위장약 이야기
밥통의 형편이 많이 달라졌다
위장의 구조와 역할
물리적 위장병과 위장약
화학적 위장병과 위장약
점막 방어 작용의 약화에 의한 위장병과 위장약
기타 위장병과 위장약
위장약의 종류별 사용법
위장병의 생활요법
제11장 피부약 이야기
피부는 우리 몸의 파수꾼
습진이란 어떤 병인가
습진을 치료하는 약
시판되는 습진 연고와 부작용
무좀은 어떤 병인가
무좀의 치료약
세균과 피부약
바이러스와 피부약
피부약을 올바르게 사용하려면
피부병에 대한 생활요법
예뻐지는 약도 알고 사용합시다
제12장 항생제 이야기
우리 나라는 항생제의 천국
항생제의 정의와 종류
항생제와 인간의 수명
항생제의 사촌 맏형, 천연두 백신
백신과 항생제
플레밍 박사와 페니실린
페니실린의 형제들
항생제의 족보-항생제의 세대교체
항생제와 같이 오는 불청객 1-내성균의 조성
항생제와 같이 오는 불청객 2-균교대현상
항생제와 같이 오는 불청객 3-유전자에 대한 작용
항생제 사용에 있어서 명심할 점들
항생제의 짝꿍 소염제
사람에게 사용하는 항생제, 가축에게 사용하는 항생제
제13장 진통제 이야기
통증에도 종류가 있다
진통제의 종류와 진통 원리
두통과 진통제
치통과 진통제
복통과 진통제
생리통과 진통제
신경통과 진통제
신경통의 생활요법
진통제를 사용하기 전에
피로를 회복시키는 영양제
피로회복제의 왕좌는 비타민 B군에게
비타민 B군의 종류와 효과
비타민의 에이스 A.C.E
제5의 영양소 무기질 -미네랄
그 밖의 영양제
유명 영양제의 효과 분석
정력제라는 이름의 환상
제15장 임신과 약에 대한 이야기
임신의 시작-약은 언제부터 주의해야 하는가
태아와 모체의 연결-어린 생명에게 독한 약을 먹이지 말자
어머니가 먹은 약이 태아에게 치명적인 예들
그러나 어머니의 병이 더 치명적이다
입덧과 이에 사용되는 약
임신중독증과 이에 사용되는 약
건강한 어머니에 건강한 태아가
피임약에 대한 오해
@ff
제1부 약, 이것만은 알고 먹읍시다
약이란 무엇인가
약의 일생-부작용의 비밀도 여기에 있다.
약은 이러한 부작용을 준비하고 있다.
상비약을 잘 사용하는 법
약과 음식물의 궁합
성공적인 약 복용 법
먹는 약과 주사약
기타 중요한 이야기들
제1장 약이란 무엇인가
약은 독이다
약국이 문을 닫는 밤이나 일요일이 지나고 약국 문을 여는 아침이면 기다렸다는 듯
이 약국 문을 밀고 들어오는 사람들이 하는 말이 있다. "약국은 휴일 없이 영업하도록
법을 정했으면 좋겠다. 약국이 문을 닫았을 때 식구 중 누가 아프면 당황스럽고 답답
하기만 하다" 는 것이다. 이러한 말로써 사람들이 얼마나 약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살
아가는지 잘 알 수 있다.
그러면 우리 인간은 언제 어떻게 약을 사용하게 되었으며, 약이란 도대체 무엇일까?
먼저 약의 정의를 살펴보면 '질병을 진단하고 치료하며 예방하기 위해 사용하는 화
학 물질'이라고 규정되어 있는데, 약이 언제부터 그리고 어떻게 사용되기 시작했는지
에 대해서는 다만 역사 이전의 선사시대부터 경험적으로 사용되었다고 추측할 수밖에
없다.
원시시대로부터 고대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우리 선조들은 질병을 (귀)신이 가져다
주는 것으로 생각하여, 주술적인 방법으로 질병을 치료하려고 했다. 그리고 병에 걸린
환자를 대상으로 굿이나 제사와 같은 무속의식을 진행하면서 환자의 몸 속에 들어온
귀신을 내 쫓기 위해 쓴 물질을 먹였는데 이것을 약의 기원으로 볼 수 있다. 아마도
쓴 물질을 먹고 환자가 괴로워하면 귀신도 괴로워하며 도망간다고 생각한 듯싶다.
그런데 원시시대의 무속의식에 쓰인 쓴 물질은 아마도 어떤 식물이었던 것 같다. 동
양의 약이라는 한자 '약'을 보면 풀과 즐거움이 합쳐져서 만들어진 말이고, 서양의 드
럭 'drug'이라는 말도 마른 풀을 뜻하는 프랑스 말 'drogue'에서 유래된 것이기 때문
이다. 이처럼 약의 역사는 인류의 역사와 분리될 수 없을 정도로 그 역사가 길다. 이
를 두고 헉슬리라는 사람은 "태초의 인간은 농부이기 이전에 약물학자였다"라고까지
했다.
이렇게 사용되기 시작한 식물성의 쓴 물질은 나름대로 효과를 발휘하여 무속의식이
이 세상에서 많이 사라진 뒤에도 여전히 인간의 질병을 극복하는 데 유용하게 이용되
었다. 그리고 그렇게 경험적으로 사용되어 온 쓴 물질은 이제 그 화학적인 성분이 규
명되고, 또 생리적인 활성도(약물학 또는 약리학으로서) 규명되어, 막연한 기대 효과
가 아닌 과학으로서 자기 역할을 공인받게 되었다.
약학과 의학의 발전사는 인간의 건강 증진과 수명 연장의 역사이기도 하다. 중요한
약물이 발견될 때마다 인간은 질병과 고통으로부터 벗어나 더 건강하게 오래 살게 되
었다. 인간의 건강과 수명 연장에 이바지한 백신과 항생제의 공헌은 이루 말할 수 없
을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한 가지 놓쳐서는 안 될 중요한 사실은 '약학 발전 의 역사는 약의
각종 부작용 발견의 역사'이기도 하다는 점이다.
19세기초부터 본격화된 신약 개발의 역사는 그야말로 눈부신 것이었다. 세계의 수많
은 제약회사들은 앞을 다투어 신약 개발에 열을 올렸고 그들의 이익도 엄청났다. 그때
까지만 해도 약이 희귀해서 효과만 좋으면 약의 안전성에 대한 문제는 어느 정도 감수
하는 풍토였 으며, 정부에서도 쉽게 허가해 주었다.
그런데 1957년 독일의 한 제약회사에서 개발한 수면제인 '탈리도 마이드'라는 약을
임산부가 복용한 후에 양팔이 없고 손이 어깨에 붙은 기형아를 낳은 사건이 발생하였
다. 이 사건 이후 전세계적으로 약의 부작용에 대해 감시해야 한다는 비판이 들끓었
다. 또 불행을 당한 사람들의 경험을 받아들여, 새로이 약을 개발할 경우에는 약의 효
과 외에 약의 안전성이 충분히 입증되어야만 정부에서 허가하게 되었다. 또한 종래
의약품에 대한 대대적인 재평가 작업을 실시하게 되었다.
미국의 경우를 예로 들면, 1937년 미국의약품공정서에 등록된 약품이 3,091개 품목
이었으나, 30년 후인 1967년에는 이들 가운데 약 80%인 2,470개 품목이 득보다는 실이
많고 가치 없는 약으로 지목되어 폐기되었다. 그렇게 사라진 약 속에는 한때 염증에
특효약이었던 '다이아진'이나, 매독 치료제였던 '606호' 등이 포함되어 있다.
결국 약학 발전의 역사는 이처럼 약이 가진 두 얼굴을 확인해 오는 역사였다. 그래
서 현대의 보건의료인들과 약학자들은 '어떻게 하면 약을 제대로 사용할 수 있는지',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어떻게 하면 가능한 한 약을 적게 사용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
해 열심히 연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왜냐하면 모든 약에는 부작용이라는 불청객이 도
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약은 환자와 소비자가 건강하게 살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존재한다. 그리고 약이란
약사의 것도, 의사의 것도 아닌 환자와 소비자의 것이다. 따라서 환자나 소비자들은
약에 대해서 꼭 알아야 할 상식적인 내용을 이해하고, 약을 사용하는데 지켜야 할 원
칙에 위배되는 행동을 하지 않음으로써 자신과 가족을 건강하게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
약은 우리의 몸이 정상적으로 움직이게 도와주는 조력자이다
우리가 약을 필요로 할 때는 선체에 어떤 이상이 생겨서 통증이나 피로감 또는 생리
작용에 이상이 느껴질 때이다. 그러한 이상들은 원인이 매우 다양하며 보통 원인에 따
라 나타나는 증상이 달라진다. 그러나 때로는 같은 원인으로 전혀 다른 증상이 나타나
기도 하 고, 때로는 전혀 다른 원인으로 같은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결국 약은 바로 이러한 이상이 발생할 때에 자신의 힘을 발휘한다. 우리 몸의 이상
을 바로잡아 주는 약을 알기 쉽게 구분해 보자면 이렇다.
#1 외부에서 들어와 몸의 정상적인 기능을 방해하는 원인을 제거하는 약. 즉 병원균
의 침입으로 손상된 부위가 생겼을 때 그 병원균을 물리침으로써 몸을 정상으로 회복
시키는 약.
#2 심리적이거나 환경적인 원인으로 우리 몸의 정상적인 기능이 마비되거나 교란되
었을 때 그 기능이 회복되도록 도와주는 역할 을 하는 약(이러한 약들은 흥분 작용이
나 억제 작용을 하는 특징이 있다).
#3 우리 몸에 꼭 필요한 물질이 결핍되었을 때 그 물질을 보충시켜 주는 약(각종 영
양제류가 여기에 속한다).
우리가 사용하는 약의 거의 모두는 이 세 가지 중의 하나에 속한다. 결국 저자명: 이미영
출판사명: 새길
출판년도: 1993
출판사 전화: 02-706-7132
묵자책의 페이지: 293
추천사
우리는 시시각각 새로운 기술이 개발되고 그에 대한 다양한 정보가 쏟아져 나오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그렇게 밀려드는 정보 속에서 사람들은 각자의 요구에 따라 정
보를 선택하는데 모든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관심을 갖는 것은 건강에 관련된 정보입니
다.
바야흐로 때는 장수시대에 접어들었고, 장수의 가장 기본적인 전제 조건은 건강을
잘 유지하고 관리하는 능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왜냐 하면 오래 사는 것보다 건강
하고 탄력적으로 삶을 영위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우리들은 건강에 관련된 의학 서적이나 식품 안내 서적 등을 많이 찾게 됩니
다. 그리고 의학 서적이나 건강식품에 관련된 서적은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을 정도로 많이 출간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건강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고 할 수 있는 '약에 대한 서적
은 그다지 많지 않아 평소에 늘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러한 의미에서 '약이 되는 약 이야기'는 우리들의 약에 대한 정보 의 갈증을 풀어
줄 좋은 책이라고 생각됩니다.
사실 약에 대한 정보는 학교에서 정규 수업시간에 보건교육을 통하는 길이 더욱 바
람직합니다. 그래서 우리 대한약사회에서는 보사부가 추진하고 있는 학교약사제도에
적극 참여하여 약물 교육에 전문가로서 의 소임을 다할 계획입니다. 그러나 우리 나라
에서 학교약사제도가 확립될 때까지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으며, 또한 이미 학교를 졸
업하고 사회에 진출하셨거나, 가정에서 가족의 건강을 돌보고 계신 분들을 위해서 약
에 대한 정보를 가능한 한 빨리 그리고 가능한 한 쉽게 제공해 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약이 되는 약 이야기'는 무엇보다 소비자 여러분들이 약이란 무엇이고, 약을 올바
로 사용하기 위해서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좋은가에 대 해서 쉽고 재미있게 이야기하
고 있으므로, 이 시대가 요구하는 약학 정보서로 안성맞춤일 것입니다.
지금 세계적으로 보건에 대한 정책의 기조는 1차보건의료의 확대와 자가치료, 자가
투약이라고 요약할 수 있습니다. 그러한 정책 기조가 마련된 이유는 무엇보다 만성화
되어 가는 질병의 예방과 의료비의 절감에 있습니다. 그런데 그러한 정책 기조에 가장
잘 부합하는 보건기관은 약국입니다.
사실 지난 수십 년 동안 우리 나라의 약국은 1차보건의료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충실
하게 수행해 왔습니다. 그리고 소비자들이 자가치료와 자가투약을 올바로 할 수 있도
록 약에 대한 상담도 약사들이 상세하고 친절하게 해 왔다고 생각됩니다.
그러나 새롭게 쏟아져 나오는 약들을 일일이 약사에게 물어 볼 수 없는 것이 현실입
니다. 그래서 약에 대한 조언서는 하나쯤 곁에 두고 약이 필요할 때마다 참고하는 것
이 현명하지 않을까 생각하며, '약이 되는 약 이야기'를 통해 많은 부분 도움을 받을
수 있으리라 생각하는 바입니다.
아무쪼록 '약이 되는 약 이야기'를 통해 여러분과 여러분의 가족이 건강해질 수 있
기를 기원하며, 우리 4만 약사들은 앞으로도 여러분의 곁에서 여러분의 건강을 정성을
다해 지켜 드릴 것을 약속합니다.
전 대한약사회 회장
@ff
들어가는 말
"아무래도 임신인 것 같은데... 독한 약 좀 주세요."
"외박하기 전에 미리 먹는 항생제 없습니까?"
"어젯밤에 외박했는데, 아무래도 불안해서 안 되겠어요. 독한 마이신 좀 주세요. 요
즘은 육공육호 같은 약 없나?"
"중조로 됫물 하면 아들을 낳을 수 있다고 옆집 아주머니가 그러던 데, 중조 얼마예
요? "무릎 관절이 부어서 걷기가 불편한데, 거 항생제 한 알 주쇼."
"살 빠지는 xxx약 며칠 복용하면 몸무게 몇kg 뺄 수 있어요?"
"담배 피우고 술 마시는 사람한테 무슨 기생충이 있습니까 ?"
"우황청심환 먹으면 술 먹고 운전해도 괜찮죠?"
"잠깨는 약 타이밍 좀 주세요. 나는 타이밍을 먹어야 정신이 깬다니까......
"난, 박카스를 하루에 네 병은 먹어야 살아. 그뿐인가 커피도 사이사이 마신다구."
"난 뇌신 없으면 아무 일도 못해."
"판피린 한 박스만 줘요. 원, 판피린을 사다 놓으면 금방 없어지네. 머리가 아파서
안 먹을 수가 없구만."
"감기에 딱 한 번만 먹고 낫는 약 없습니까?"
"혈압약은 먹기 시작하면 계속 먹어야 한다던데, 그거 귀찮아서 시작을 못 하겠어."
"혈압이 낮아서 뒷머리가 땡기고 아픈데, 우황청심환 하나 주세요."
"조제해 간 하루분 약을 빨리 나으라고 세 시간 간격으로 다 먹었어요. 너무 아파서
요."
"나는 약 먹을 때 물 필요없어요. 물 없이도 잘 삼킬 수 있거든요. 꼴깍."
"점심 때 약 먹는 것을 잊어버려서 저녁에는 점심 것까지 한꺼번에 다 먹어 버렸어
요."
"감기 기운이 있는데도 예방 주사를 맞았어요."
"우리 애가 나 없는 사이에 시럽 한 병을 다 먹었어요. 어떻게 하죠?"
"동생 감기약을 내가 먹었어요."
"좋다는 건강식품을 여러 가지 한꺼번에 먹고 있는데, 왜 몸이 좋아지지 않죠?"
"새로 나온 위장약 000 있습니까? 며칠 전 광고에서 봤는데....".
"변비에는 피마자유가 최고라고 동네 할머니가 그러시던데, 피마자유 있습니까?"
"연고 하나 주세요."
"이 연고를 바르면 피부가 깨끗해지고 화장도 잘 받는 것 같아서 계 속 발랐더니 얼
굴이 빨갛고 울퉁불퉁해졌어요. 어떻게 하면 원래대로 돌아갈 수 있나요?"
"잘 안 낫는 무좀에는 문둥병 치료약이 특효라던데, 그런 약 여기서도 살 수 있어요
?"
"수은 체온계가 깨져서 쓰레기통에 버렸어요. 새것 하나 주세요."
바로 약에 대한 무지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드러내 주는 말들이다. 어느 것 하나
자칫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 실수로 연결되지 않을 것이 없다. 여기에 다 적지 못해서
그렇지, 이러한 사례는 수없이 많다.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약에 대한 잘못된 정보나
상식을 믿고 사는 사람이 너무도 많다.
사실 우리가 사용하는 약들은 제대로 사용하면 우리에게 매우 유익하고, 생명을 유
지하는 데 더없이 소중한 존재이다. 그러나 약이란 잘 못 사용하면 치명적인 독성을
발휘할 수도 있다. 병을 고치려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엉뚱한 병을 얻을 가능성이
아주 높다.
이미 없어진 '다이아진'이나 '606호'를 찾는 사람을 지금도 가끔 만 날 수 있는데 '
다이아진'을 찾는 사람도 많고 찾는 이유도 다양하다는 사실이 놀랍다. 칼에 베어 피
가 뚝뚝 떨어지는 상처를 붙잡고 약국에 와서는 다이아진 가루를 찾고, 설사를 밤새도
록 했다며 아픈 배를 움켜쥐고 들어와서는 역시 다이아진을 찾고, 잘못 먹은 음식 때
문에 두드러기가 났다며 다이아진 없냐고 묻는다.
이렇게 약에 대한 오해가 빈번하게 일어나는 이유는 우리가 한번도 약에 대한 교육
을 제대로 받아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규 교과과정에는 약물 사용에 대한 보건교육
이 들어 있지 않다. 우리 나라의 보건정책은 그저 각 개인이 알아서 판단하고 사용하
도록 방치해 두고 있다. 그렇다고 의사나 약사들의 홍보 활동이 적극적으로 이루어지
고 있는 것 도 아니다. 오히려 병원이나 약국에서 의사나 약사에게 무엇을 물어 보 면
엉뚱한 소리한다고 눈총을 받기 일쑤이다.
그러는 사이에 우리는 과대 포장된 제약회사의 광고, 주변사람들의 권유, 틀렸을 수
도 있는 자신의 경험 등을 기반으로 약에 대한 잘못된 상식을 쌓아 나가게 된다. 이
상식의 허실을 벗겨 내는 것이 필요한 때이다.
이 책에서 계속 강조하겠지만 무엇보다도 '모든 약은 독이다'라는 생각을 머릿속에
서 지우지 말기 바란다. 약을 사용할 때는 독이지만 내 몸의 이상을 고치기 위해서 어
쩔 수 없이 사용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갖기 바란다. 그래야만 상식의 허실에 대해서
한번 더 생각해 보는 지혜가 발휘될 것이다.
아무쪼록 이 책을 읽고 난 독자들은 이제부터라도 약을 함부로, 그리고 속설에 따라
사용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1993년8월 이미영
@ff
차례
추천사
들어가는 말
제1부 약, 이것만은 알고 먹읍시다
제1장 약이란 무엇인가
약은 독이다
약은 우리의 몸이 정상적으로 움직이게 도와주는 조력자이다
제2장 약의 일생-부작용의 비밀도 여기에 있다.
약이 가는 길 음식물이 가는 길
약은 자기가 찾아갈 곳을 알고 있다
약은 무효화된다
임무를 마친 약은 배설된다
약에도 궁합이 있다-두 가지 약을 동시에 사용할 경우 전문가에게 물어라
제3장 약은 이러한 부작용을 준비하고 있다.
부작용이라는 덫
약이 부작용을 일으키는 원인은 어디에 있는가
제4장 상비약을 잘 사용하는 법
아이들의 병은 밤에 잘 찾아온다
상비약을 잘 사용하는 법
제5장 약과 음식물의 궁합
약과 술
약과 담배
약과 커피
약과 식욕
특별한 관계에 있는 약과 음식
제6장 성공적인 약 복용법
배고픔과 약고픔-복용시간 엄수
약과 물-한 잔 가득 마시자
약과 음식
제7장 먹는 약과 주사약
먹는 약과 주사약의 차이
주사가 필요한 경우와 주사 부작용
제8장 기타 중요한 이야기들
한약도 과학화되어야 한다
한약 이야기-한약은 우리의 유산, 발전시켜야 한다 광고를 믿지 말자
외국에서 시판되지 않는 약이 시판되고 있다
비싼 약이 좋은 약은 아니다
제2부 증상별 약 이야기
제9장 감기약 이야기
감기란 어떤 병인가
감기는 추워서 걸리는가-감기는 세 박자가 맞아야 걸린다
코감기를 해부한다
코감기는 비염과 축농증으로 악화된다
코감기를 이기기 위해
기침감기를 해부한다
기침감기를 이기기 위하여
목감기-편도선염과 그 대응책
열감기란 무엇인가
열감기에 대한 대응책
비타민 C와 감기 예방
감기에 대한 일반적인 주의점
시판되는 감기약의 성분과 효과
제10장 위장약 이야기
밥통의 형편이 많이 달라졌다
위장의 구조와 역할
물리적 위장병과 위장약
화학적 위장병과 위장약
점막 방어 작용의 약화에 의한 위장병과 위장약
기타 위장병과 위장약
위장약의 종류별 사용법
위장병의 생활요법
제11장 피부약 이야기
피부는 우리 몸의 파수꾼
습진이란 어떤 병인가
습진을 치료하는 약
시판되는 습진 연고와 부작용
무좀은 어떤 병인가
무좀의 치료약
세균과 피부약
바이러스와 피부약
피부약을 올바르게 사용하려면
피부병에 대한 생활요법
예뻐지는 약도 알고 사용합시다
제12장 항생제 이야기
우리 나라는 항생제의 천국
항생제의 정의와 종류
항생제와 인간의 수명
항생제의 사촌 맏형, 천연두 백신
백신과 항생제
플레밍 박사와 페니실린
페니실린의 형제들
항생제의 족보-항생제의 세대교체
항생제와 같이 오는 불청객 1-내성균의 조성
항생제와 같이 오는 불청객 2-균교대현상
항생제와 같이 오는 불청객 3-유전자에 대한 작용
항생제 사용에 있어서 명심할 점들
항생제의 짝꿍 소염제
사람에게 사용하는 항생제, 가축에게 사용하는 항생제
제13장 진통제 이야기
통증에도 종류가 있다
진통제의 종류와 진통 원리
두통과 진통제
치통과 진통제
복통과 진통제
생리통과 진통제
신경통과 진통제
신경통의 생활요법
진통제를 사용하기 전에
피로를 회복시키는 영양제
피로회복제의 왕좌는 비타민 B군에게
비타민 B군의 종류와 효과
비타민의 에이스 A.C.E
제5의 영양소 무기질 -미네랄
그 밖의 영양제
유명 영양제의 효과 분석
정력제라는 이름의 환상
제15장 임신과 약에 대한 이야기
임신의 시작-약은 언제부터 주의해야 하는가
태아와 모체의 연결-어린 생명에게 독한 약을 먹이지 말자
어머니가 먹은 약이 태아에게 치명적인 예들
그러나 어머니의 병이 더 치명적이다
입덧과 이에 사용되는 약
임신중독증과 이에 사용되는 약
건강한 어머니에 건강한 태아가
피임약에 대한 오해
@ff
제1부 약, 이것만은 알고 먹읍시다
약이란 무엇인가
약의 일생-부작용의 비밀도 여기에 있다.
약은 이러한 부작용을 준비하고 있다.
상비약을 잘 사용하는 법
약과 음식물의 궁합
성공적인 약 복용 법
먹는 약과 주사약
기타 중요한 이야기들
제1장 약이란 무엇인가
약은 독이다
약국이 문을 닫는 밤이나 일요일이 지나고 약국 문을 여는 아침이면 기다렸다는 듯
이 약국 문을 밀고 들어오는 사람들이 하는 말이 있다. "약국은 휴일 없이 영업하도록
법을 정했으면 좋겠다. 약국이 문을 닫았을 때 식구 중 누가 아프면 당황스럽고 답답
하기만 하다" 는 것이다. 이러한 말로써 사람들이 얼마나 약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살
아가는지 잘 알 수 있다.
그러면 우리 인간은 언제 어떻게 약을 사용하게 되었으며, 약이란 도대체 무엇일까?
먼저 약의 정의를 살펴보면 '질병을 진단하고 치료하며 예방하기 위해 사용하는 화
학 물질'이라고 규정되어 있는데, 약이 언제부터 그리고 어떻게 사용되기 시작했는지
에 대해서는 다만 역사 이전의 선사시대부터 경험적으로 사용되었다고 추측할 수밖에
없다.
원시시대로부터 고대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우리 선조들은 질병을 (귀)신이 가져다
주는 것으로 생각하여, 주술적인 방법으로 질병을 치료하려고 했다. 그리고 병에 걸린
환자를 대상으로 굿이나 제사와 같은 무속의식을 진행하면서 환자의 몸 속에 들어온
귀신을 내 쫓기 위해 쓴 물질을 먹였는데 이것을 약의 기원으로 볼 수 있다. 아마도
쓴 물질을 먹고 환자가 괴로워하면 귀신도 괴로워하며 도망간다고 생각한 듯싶다.
그런데 원시시대의 무속의식에 쓰인 쓴 물질은 아마도 어떤 식물이었던 것 같다. 동
양의 약이라는 한자 '약'을 보면 풀과 즐거움이 합쳐져서 만들어진 말이고, 서양의 드
럭 'drug'이라는 말도 마른 풀을 뜻하는 프랑스 말 'drogue'에서 유래된 것이기 때문
이다. 이처럼 약의 역사는 인류의 역사와 분리될 수 없을 정도로 그 역사가 길다. 이
를 두고 헉슬리라는 사람은 "태초의 인간은 농부이기 이전에 약물학자였다"라고까지
했다.
이렇게 사용되기 시작한 식물성의 쓴 물질은 나름대로 효과를 발휘하여 무속의식이
이 세상에서 많이 사라진 뒤에도 여전히 인간의 질병을 극복하는 데 유용하게 이용되
었다. 그리고 그렇게 경험적으로 사용되어 온 쓴 물질은 이제 그 화학적인 성분이 규
명되고, 또 생리적인 활성도(약물학 또는 약리학으로서) 규명되어, 막연한 기대 효과
가 아닌 과학으로서 자기 역할을 공인받게 되었다.
약학과 의학의 발전사는 인간의 건강 증진과 수명 연장의 역사이기도 하다. 중요한
약물이 발견될 때마다 인간은 질병과 고통으로부터 벗어나 더 건강하게 오래 살게 되
었다. 인간의 건강과 수명 연장에 이바지한 백신과 항생제의 공헌은 이루 말할 수 없
을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한 가지 놓쳐서는 안 될 중요한 사실은 '약학 발전 의 역사는 약의
각종 부작용 발견의 역사'이기도 하다는 점이다.
19세기초부터 본격화된 신약 개발의 역사는 그야말로 눈부신 것이었다. 세계의 수많
은 제약회사들은 앞을 다투어 신약 개발에 열을 올렸고 그들의 이익도 엄청났다. 그때
까지만 해도 약이 희귀해서 효과만 좋으면 약의 안전성에 대한 문제는 어느 정도 감수
하는 풍토였 으며, 정부에서도 쉽게 허가해 주었다.
그런데 1957년 독일의 한 제약회사에서 개발한 수면제인 '탈리도 마이드'라는 약을
임산부가 복용한 후에 양팔이 없고 손이 어깨에 붙은 기형아를 낳은 사건이 발생하였
다. 이 사건 이후 전세계적으로 약의 부작용에 대해 감시해야 한다는 비판이 들끓었
다. 또 불행을 당한 사람들의 경험을 받아들여, 새로이 약을 개발할 경우에는 약의 효
과 외에 약의 안전성이 충분히 입증되어야만 정부에서 허가하게 되었다. 또한 종래
의약품에 대한 대대적인 재평가 작업을 실시하게 되었다.
미국의 경우를 예로 들면, 1937년 미국의약품공정서에 등록된 약품이 3,091개 품목
이었으나, 30년 후인 1967년에는 이들 가운데 약 80%인 2,470개 품목이 득보다는 실이
많고 가치 없는 약으로 지목되어 폐기되었다. 그렇게 사라진 약 속에는 한때 염증에
특효약이었던 '다이아진'이나, 매독 치료제였던 '606호' 등이 포함되어 있다.
결국 약학 발전의 역사는 이처럼 약이 가진 두 얼굴을 확인해 오는 역사였다. 그래
서 현대의 보건의료인들과 약학자들은 '어떻게 하면 약을 제대로 사용할 수 있는지',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어떻게 하면 가능한 한 약을 적게 사용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
해 열심히 연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왜냐하면 모든 약에는 부작용이라는 불청객이 도
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약은 환자와 소비자가 건강하게 살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존재한다. 그리고 약이란
약사의 것도, 의사의 것도 아닌 환자와 소비자의 것이다. 따라서 환자나 소비자들은
약에 대해서 꼭 알아야 할 상식적인 내용을 이해하고, 약을 사용하는데 지켜야 할 원
칙에 위배되는 행동을 하지 않음으로써 자신과 가족을 건강하게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
약은 우리의 몸이 정상적으로 움직이게 도와주는 조력자이다
우리가 약을 필요로 할 때는 선체에 어떤 이상이 생겨서 통증이나 피로감 또는 생리
작용에 이상이 느껴질 때이다. 그러한 이상들은 원인이 매우 다양하며 보통 원인에 따
라 나타나는 증상이 달라진다. 그러나 때로는 같은 원인으로 전혀 다른 증상이 나타나
기도 하 고, 때로는 전혀 다른 원인으로 같은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결국 약은 바로 이러한 이상이 발생할 때에 자신의 힘을 발휘한다. 우리 몸의 이상
을 바로잡아 주는 약을 알기 쉽게 구분해 보자면 이렇다.
#1 외부에서 들어와 몸의 정상적인 기능을 방해하는 원인을 제거하는 약. 즉 병원균
의 침입으로 손상된 부위가 생겼을 때 그 병원균을 물리침으로써 몸을 정상으로 회복
시키는 약.
#2 심리적이거나 환경적인 원인으로 우리 몸의 정상적인 기능이 마비되거나 교란되
었을 때 그 기능이 회복되도록 도와주는 역할 을 하는 약(이러한 약들은 흥분 작용이
나 억제 작용을 하는 특징이 있다).
#3 우리 몸에 꼭 필요한 물질이 결핍되었을 때 그 물질을 보충시켜 주는 약(각종 영
양제류가 여기에 속한다).
우리가 사용하는 약의 거의 모두는 이 세 가지 중의 하나에 속한다. 결국
첫댓글 좋은 게시물이네요. 스크랩 해갈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