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11. 12 충북 보은군 회인면 용곡리
김장철입니다. 호점산성 가는 길에 있는 용곡리의 텃밭들을 구경하자우요^^
겨울에 먹을 채소를 김치담가 저장도 해야 하고, 이맘때는 채소들이 뛰어나게 맛있기도 합니다.
배추가 속이 잘 찼습니다.
우리는 서양의 결구성 케일을 양배추(캐비지)라고 부르지만, 영어권에서는 중국에서 온 우리의 배추를 차이니즈-캐비지라고 부릅니다.
우리나라의 배추는 이렇게 단단히 결구하는 품종들을 많이 기르지요.
뿌리 위에서 베어내 김장하려고 모아둔 통배추.
오늘 김장하실 건 아닌가 봅니다. 배추를 덮어두는 아저씨.
그러나 결구하는 품성은 식물의 입장에서 보면 기형의 품성이라고 보아야 할 겁니다.
더구나 거름을 주어 밭에서 연하게 키워내는 배추는 호흡량이 굉장히 크고 약해져서 자칫하면 병들기 쉽습니다.
무름병이 약간 든 배추.
연하게 기르고 바람이 통하지 않게 빼곡히 심으면 더 잘 병에 걸립니다.
가을엔 단단해지고 배처럼 맛있어지는 무도 다 자랐습니다.
무와 배추는 원래부터 냉이처럼 월년초여서, 겨울을 앞두고 이때가 제일 달고 맛있어집니다.
그렇지만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식물 가운데 무와 배추의 같은 속 형제는 없기 때문에 이들이 월년초라는 생각들은 잘 안 합니다.
이렇게 뿌리가 길고 크게 자라는 계열의 무는 배아프지만 영어로 저패니즈-래디시라고 부릅니다.
반면에 이렇게 알타리처럼 뭉툭하고 짤막한 계열의 무는 차이니즈-래디시라고 합니다.
그니깐 꽁꽁 문닫고 있었던 코리안-래디시는 없어요. (소나무조차 저패니즈-파인이 되었으니깐.....)
배추의 형제들 가운데 톡쏘는 매운 맛을 가진 갓은 배추김치에 양념으로 넣어지거나 갓만으로 김치를 담기도 합니다.
더러 밭 주변에 야화하여 자라는 것도 있고, 잎이 연하고 넓은 일본의 대엽고채(고채=갓) 가운데 하나는 토종 돌산갓의 이름을 꿰차고 "돌산갓김치"로 이름을 알리고 있기도 합니다.
여기 이 품종은 뭔가 초록빛의 품종이군요. 참기름 넣고 무쳐 먹으면 참 맛있겠습니다.
대파와 쪽파가 나란히 심겨 자랍니다.
대파는 겨울을 나고서 씨앗을 맺지만, 쪽이 지는 양파와 대파 간의 교잡품종인 쪽파는 더러 꽃이 피어도 씨앗이 영글지 않으므로 항상 영양번식만 하게 됩니다.
부드럽고 향이 좋은 쪽파는 여름에 잠자는 성질이 뚜렷한데, 어버이의 형질 중 쪽지는 양파의 품성이겠지요?
거름을 좋아하는 아욱은 토질이 맘에 들면 넓고 우람하게 자랍니다.
일본에서는 잎이 넓은 품종의 아욱을 땅김(오카노리)이라고 부르기도 한다네요.
가을 아욱국은 문을 닫아걸고 먹을 만큼 맛있다죠?
연두색 품종의 상추가 맛있게 자랐습니다. 애고 꼴깍..... ㅡㅡ;
쓰고 흰 젖이 나는 국화과의 이 작물은 병충해도 별로 없고, 부드러운 쓴 맛과 감칠맛이 아주 일품입니다.
원산지가 우리나라가 아니지만 고려의 상추품종은 중국에서도 아주 좋아했다는군요.
시금치도 겨울풀입니다. 양지쪽 밭에서 겨울을 잘 나기도 하지요.
시큼한 맛의 시금초 수영과 아주 많이 닮은 이 작물은, 비름의 형제로서 신 맛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대로 시금초의 이름을 쓰고 살게 되었지요.
크고 작은 이 두 가지 시금치는 색택으로 보아 각기 다른 품종들인 듯 합니다.
하하...그러고 보니 일반적인 잎채소들 가운데 우리나라가 원산지인 작물은......... 없나 봅니다?.. ㅡ_ㅡ;
외래식물 너무 미워하지 마세요. 우리는 외래식물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사는 사람들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