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유모(38·서울 종로구)씨는 최근 건강검진에서 뜻밖의 진단을 받았다. 수축기 혈압 120㎜Hg, 이완기 혈압 65㎜Hg으로 혈압은 정상 범위에 속하는데, 혈압약을 먹는 게 좋겠다는 말을 들은 것이다. 이유를 묻는 유씨에게 의사는 "혈압 자체가 정상이다 하더라도 맥압(脈壓)이 높으면 협심증·심근경색 같은 심혈관질환, 관상동맥질환이 생길 위험이 크다"고 말했다. 성인의 정상 맥압은 35~45㎜Hg며, 이보다 높으면 동맥경화(혈관이 딱딱해지는 것)가 어느 정도 진행됐다고 볼 수 있다. 유씨의 맥압은 55㎜Hg로 정상 범위보다 높다.
맥압을 통해 혈관이 딱딱해진 정도를 파악할 수 있는 이유에 대해, 서울성모병원 순환기내과 노태호 교수는 "풍선에 바람을 넣으면 빵빵해지고 바람을 빼면 쪼그라드는 것처럼, 심장 박동 때 혈관은 자연스럽게 수축·이완한다"며 "하지만 혈관이 딱딱하면 피가 들어가도 넓어지지 않고, 피가 빠져나가도 수축되지 않기 때문에 혈관 내부의 압력만 지나치게 높아졌다가 낮아진다"고 말했다. 이런 원리로 수축기 혈압과 이완기 혈압의 차이가 클수록 혈관이 딱딱해져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맥압은 혈압을 토대로 한 수치이지만, 혈압과 별개로 생각해 관리하는 게 좋다. 노태호 교수는 "일반적으로 수축기 혈압이 높으면 맥압도 높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라며 "맥압도 혈압처럼 협심증·심근경색·뇌졸중 등의 독립적인 위험 인자라는 연구 결과가 많다"고 말했다.
맥압을 낮추는 방법은 일반적인 동맥경화 예방법과 같다. 흡연·기름진 음식 섭취를 삼가고, 야채를 많이 먹어야 한다. 혈압약은 이완기 혈압을 잘 떨어뜨리지 않는 것으로 복용해야 한다. 노태호 교수는 "혈압을 낮추는 약 중에서는 수축기 혈압과 이완기 혈압을 같이 낮추는 약이 있다"며 "이런 약을 쓰면 160㎜Hg-90㎜Hg였던 사람이 130㎜Hg-50㎜Hg로 혈압이 떨어지면서, 오히려 맥압은 70㎜Hg에서 80㎜Hg로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맥압
수축기 혈압에서 이완기 혈압을 뺀 수치를 말하며, 혈관이 딱딱해진 정도를 뜻한다.
/ 김하윤 헬스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