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의 글인 '브레이킹 퀴즈'에 대한 반응이 예상치 않게 뜨거운데요... 뭣보다 '브레이크 시스템이 아무리 좋아도
제동력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라는 일견 상식을 벗어나 보이는 명제 때문인 듯합니다. 사실 저도 이 말을 며칠 전에
책에서 봤습니다만... 처음 봤을 때는 저도 어이가 없더군요. 하지만 사실입니다.
그래서 오늘의 저 리플들에 답을 달고 하면서 곰곰 생각해 보았습니다. 대체 정말로 그러한가?
그렇다면 어째서 그러한가?
일단 저 말이 나온 Total Control이라는 책에는 이렇게 쓰여 있습니다.
현대 스포츠/레이스 바이크(의 브레이킹은)는 휠베이스나 무게중심에 의해 결정된다. 캘리퍼, 패드, 타이어 등을
바꾸는 것은 최소거리 제동능력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사실 바이크에 순정으로 달려나온 브레이크만으로도 충분히
거꾸로 뒤집어질만큼의 브레이킹을 할 수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말 나온 김에 하는 얘긴데, 사외품 브레이크들은
바이크가 뒤집힐 가능성을 더욱 높인다. 예를 들어 할리 데이비슨 스포스터 스포츠는 어떤 기준으로 평가해도
그저 그런 수준의 브레이크가 달려있지만 대부분의 스포츠/레이스 바이크들보다 짧은 거리에서 멈출 수가 있다.
물론 간단한 일은 아니다. 그렇게 하려면 헤라클레스같은 힘이 필요하긴 하겠지만 어쨌든 그렇게 할 수 있고
해낸 사람도 있다. 사실 크루저에 하이그립 타이어를 끼우면 브레이킹 싸움에서 스포츠 바이크들을 박살내 버릴 수도 있다.
현재 최고 등급의 크루저 바이크들은 스포츠 바이크들만큼 잘, 그리고 더 든든하게 서 준다. 예를 들어 혼다 발키리나
스즈키 마루더 800은 2000년 이전 연식의 모든 R차들보다 더 짧은 거리에서 멈출 수가 있는 것이다.
- From <Total Contorl> pp.72~73, by Lee Parks
이걸 보고 충격 먹으신 분들도 있겠지만, 사실 '바이크를 멈추는 주체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져보면 의외로
의문은 쉽게 풀립니다. 바이크를 멈추는, 바이크의 속도를 줄이는 주체가 브레이크 레버인가요? 메쉬호스 속에서
작용하는 유압인가요? 아니면 브레이크 패드?
그것은 타이어와 지면의 마찰력입니다. 즉 이론적인 상황에서는 타이어와 지면의 마찰계수와 그 마찰력을 발생시킬 때
접지면에 가해지는 힘(의 크기와 방향) 말고는 여기에 개입할만한 요소가 아무것도 없는 것입니다!! 타이어와 지면의
마찰계수는 정해져 있는 것이나 다름 없고, 접지면에 가해지는 힘의 크기와 방향은 아무래도 바이크의 지오메트리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으므로 결국은 타이어/지면/바이크의 지오메트리라는 요소만이 바이크의 '최대 제동력'을
정의하는 요소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즉 다음과 같습니다. 우리가 바닥에 놓인 책상을 밀려고 합니다. 이 때 맨손으로 미느냐, 목장갑을 끼고 미느냐에
따라 드는 힘이 다릅니까? 그렇지 않죠? 움직이느냐 멈추느냐 차이일 뿐이지 원리는 동일합니다.
참 쉽죠? (밥 로스 목소리로 읽어주세요)
여담이지만 사실 이런 혼란 상황은 마찰력이란 놈의 것이 정지상태와 운동상태에서 서로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정지 마찰력의 최대치가 운동 마찰력으로 결정된다면 그냥 무조건 한 번에 락이 걸려서 스키드가 쫙 나도록 때려 밟기만 하면
최소 정지거리가 나올 테니 브레이킹 테크닉같은 것도 필요가 없었을 거고, 브레이크 회사들은 생겨나지도 않았을 테죠.
바이크 브레이크는 '안정성'의 문제가 생길테니 조금 다를 수도 있겠지만요.
자, 브레이크가 아무리 좋아도 '최대 제동력'에는 변함이 없다는 사실을 이제 알았습니다. 하지만 저 '제동력', 즉 '힘'은
그다지 쉽게 감이 오는 개념이 아니긴 하죠. 좀 더 실제적인 차원으로 바꿔서 생각해보면, '제동력'이라는 말을 처음
들으면 보통 사람들 머릿속에 스쳐지나가는 것은 '제동 거리'라는 개념일 것입니다. (사실 이렇게 범주를 바꿔서
생각하는 건 역학적 오류일 뿐이긴 합니다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더 좋고, 비싸고, 효율적인 브레이크 시스템은 제동거리를 줄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자꾸 책 이야기 해서 좀 그렇긴 한데, 위에서 언급한 'Total Control'의 바로 앞 페이지에는 '효율적인 브레이크
시스템은 제동거리를 줄일 수 있다'라고 분명히 언급되어 있지요.
위 그림을 좀 보실까요. 대강 허접하게 마우스로 그려본 그래프입니다.
X축 : 레버에 가해진 힘의 크기
Y축 : 실제 제동력
이고 검은 곡선은 낮은 등급의 브레이크, 빨간 곡선은 높은 등급의 브레이크를 나타냅니다. 실제로는 저런
모양이 아니겠지만 대략 개념적으로 저렇다는 것으로 이해하시길.
보시다시피 작은 힘으로 큰 제동력을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인체가 일정한 힘을 내는 데에는 거의 일정한 시간이
걸리므로 작은 힘으로 큰 제동력을 낸다는 것은 그만큼 최대 제동력을 이끌어내는 데 걸리는 시간이 줄어든다는
얘기가 되지요. 따라서 제동거리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또 적은 힘으로 브레이크가 가능하면 일정한 압력을 유지하거나, 미세하게 더 당기고 덜 당기는 등의 섬세한 조작이
쉬워지는데, 이 역시 일정할 수가 없는 브레이킹 상황에서 한계상황을 유지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됩니다. 그리고
약간 추측성이긴 하지만 좋은 브레이크 시스템은 브레이킹 상황에서 발생하는 진동에도 영향을 덜 받게 설계되어있을
것이므로 저급한 브레이크 시스템에 비해서 더 효율적이고 일정한 브레이킹을 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이 역시
제동거리를 줄이는 데 긍정적인 방향으로 작용하는 요인들입니다.
정리하자면, 좆같기로 악명높은 코멧 650의 브레이크를 브렘보로 바꿨더니 훨씬 안정적이고 강력한 브레이킹을
할 수 있게 됐고 어느 정도의 제동거리 단축도 이루었다..라고 말하는 것은 사실에 부합합니다. 로우엔드에서 하이엔드로
가는 것은 가격 차이 이상으로 확연한 성능차를 보여주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하지만 S2R1000의 브렘보 브레이크를 래디얼 모노블럭 시스템으로 바꿨더니 제동거리가 반으로 줄어들었다..라는 건
말도 안되는 허풍이거나, 애시당초 브레이킹을 제대로 못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방증하는 것밖에 안 됩니다.
출처 - http://blog.naver.com/hk_bloodlust/10042719564
첫댓글 total control 저책 저도 가지고 있는데 ㅎㅎㅎ 영어라 완전히 읽진 못했네요. 좋은정보 감사합니다.
제동거리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중에 서스펜션이 없는게 이해가 잘 안가는데 그런 얘기는 없나요~
충분히 얘기했지만 제동력에 가장 영향력이 큰요소는 타이어입니다~ 나머진 아주 소수의 요소입니다!!
재밌네요~ ^^
원문을 쓰신 영감꼐서 뭔가 있어 보일려고 글을 조낸 어렵게 쓰셨는데 사실 별거 아닙니다. ㅋㅋ 최대제동력에 영향을 끼치는 요소는 타이어의 그립력 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뭐 물리적으로 생각하면 당연한거죠.) 최대 제동력에 증가를 주는 요소는 경량화 밖에 없습니다. 서스펜션도 브레이킹에 큰영향을 끼치는 요소지만 결국 아무리 써스펜션이 좋아진다고 해도 원래 가진 타이어의 그립력 이상으론 제동력이 나올수 없죠.
만약 이 모든 정황에 무게가 증가한다면 브레이크제동능력은 좀 떨어지겠죠....급브레이킹시 서스펜션의 부조화로 앞쪽으로 모든 무게가 쏠린다면 당연 브레이크 능력이 무게 부담으로 밀리겠죠...서스펜션이 무게를 받쳐준다면 하중이 앞 뒤로 무게 배분이 된다면 당연 브레이크 능력은 앞쪽으로 치우져진 무게를 뒤쪽으로 분배하면서 뒷바퀴의 마찰력을 증가 시켜줄것이며 그로인해 제동력은 더 좋아질수 있습니다. 서스펜션의 중요함이란 소수의 요소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 글의 요점은 브레이크 시스템과 제동력의 상관관계인거 같습니다. S2R1000의 브렘보 브레이크를 래디얼 모노블럭 시스템으로 바꿨더니 제동거리가 반으로 줄어들었다..라는 건 말도 안되는 허풍이거나, 애시당초 브레이킹을 제대로 못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방증하는 것밖에 안 됩니다 이말에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글재밌게잘봤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