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복 정경세(주1)에 대한 제문 -사서 전식(全湜)(주2)
아아 공이 난 건 실로 우연한 게 아니거니 / 嗚呼公之生也實不偶然
죽은 것도 어찌 운수 따른 것이 아니겠나 / 其沒也寧非有數
어진 자의 존망 따라 시대 운수 매였나니 / 夫惟賢者之存亡係時運之消長
하늘이 혹 우리나라 돌봐 줄 뜻 없는 것이리 / 天其或者無意於宋祚
공은 뜻과 학문 깊고 재주 도량 컸거니와 / 公之志大學邃才富量宏
이 세상에 쓰일 만한 정말 좋은 도구였네 / 猶可爲用世之良具
일찌감치 크나큰 도 깊은 근원 탐구하여 / 早見大道之苗脈
우리 유도 뜰과 문에 들어가기 충분했네 / 優入吾儒之庭戶
어려움에 처해서는 소위에서 행하였고 / 患難而行乎素位
가난해도 바깥으로 흠모하는 바 없었네 / 貧約焉外無所慕
사숙하여 혼자 선을 행하지만 않았나니 / 非私淑獨善而已
큰 포부를 품고서는 행하여서 편 바 있네 / 抱負之重行有所展布
명량 서로 한 당에서 어수처럼 만났거니 / 逮明良魚水於一堂
세상 드문 천재일우 풍운 만남 있었다네 / 有風雲稀世之際遇
상소 올려 논한 거는 당나라의 육지였고 / 奏議則唐家陸贄
경연에서 강론한 건 송나라의 범조우네 / 筵講則宋臣祖禹
요순 시대 군민이라 당우조차 강비나니 / 君民堯舜糠粃唐虞
사람들은 상고보다 더한 지치 바랐었네 / 人或望至治於隆古
예로 임금 섬기면서 바른 예로 하였나니 / 事君以禮禮必以正
왕 공경이 첫째인데 사람들은 혹 몰랐네 / 蓋莫如敬王而人或未喩
옛날의 도 오늘날에 쓸 수가 없거니와 / 噫古道不用於今之世
박과 같이 어찌 오래 말세 세상 있으리오 / 安能匏繫久居於末路
회숙은 돌아가서 몸의 병을 치료했고 / 晦叔乞養身疾
군실은 돌아가서 낙포 가에 누웠다네 / 君實歸臥洛浦
강호 살며 노상 나라 걱정하고 있었는데 / 江湖有憂一飯不忘
하늘은 어찌하여 병들게 해 죽게 했나 / 而何天之不憖於沈痼
임금 은총 더욱 깊어 뜻 행할 수 있었으나 / 寵渥彌隆兆足以行矣
조물주가 돌봐 주지 않는 데야 어쩌리오 / 奈造物之不我顧
백성들은 복이 없고 나라 위축 되려는가 / 民無祿耶邦殄瘁耶
탄식하며 원망해도 그 까닭을 모르겠네 / 嗟嗟乎莫知其故
아아 나는 마침 공과 같은 해에 태어나서 / 嗚呼余生歲適與同庚
성동 나이 될 때까지 시골뜨기 못 면했네 / 至成童未免爲傖父
용문에 한 번 올라 공의 큰 그릇 본 뒤 / 龍門一登見公之不器
내 자신을 돌아보곤 부끄러운 맘 들었네 / 顧倀倀兮愧懼
약관의 시절부터 몸 다 늙은 지금까지 / 自弱冠以迄于老大
끝내 남들 안 버리는 사람된 건 뉘 덕인가 / 終不爲棄人者誰之詔告
번리에서 비록 능히 틈 엿보지 못했지만 / 縱未能窺闖於藩籬
도움 더욱 깊이 받고 정의 더욱 굳어졌네 / 師資益深情義益固
내가 지금 그대 위해 만시 짓고 잔 올리나 / 今余拙辭以挽之薄物以奠之
내가 죽은 그날에는 누가 내게 그래 주리 / 余之死兮誰爲傴僂
이 세상에 얼마나 더 내가 살아 있겠나 / 余之在世能有幾日
생각건대 머지않아 명부에서 만나 보리 / 想不久相從於冥府
지극히도 바른 의론 공경스러운 그 모습을 / 然而至正之論至敬之容
하루아침 거두어 가 다시는 볼 수 없네 / 奄一朝而不得覩
길게 통곡 한다 해서 정이 어찌 끝나리오 / 情何已於長慟
쏟아지듯 흐르는 눈물 금할 길이 없네 / 涕難禁於如注
검호의 산은 저리 드높고도 드높은데 / 湖之山兮峨峨
솟아 있는 무덤 두 개 쓸쓸하니 거기 있네 / 有纍纍之雙墓
생시 이별 맘 슬펐고 죽어 이별 흐느끼니 / 生離惻惻死別呑聲
이제서야 좌우에서 모실 수가 있게 됐네 / 今左右焉侍護
공은 길이 떠나면서 마음 편히 갈 것으로 / 公之行兮順而安
떠나가고 머무는 데 마음 두지 않았으리 / 寧慽慽於去住
한 잔의 술 올리면서 세 번 길게 통곡하여 / 一爵酒兮三痛哭
공 뒤따라 바로 죽을 나의 정을 펴누나 / 伸後死之情素
(주1)정경세[ 鄭經世 ]
조선 중기 문신 겸 학자.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의병을 일으켜 공을 세워 수찬이 되고 정언·교리·정랑·사간에 이어 1598년 경상도 관찰사가 되었다. 예론에 밝아서 김장생 등과 함께 예학파로 불렸다. 시문과 서예에도 뛰어났다.
[네이버 지식백과] 정경세 [鄭經世] (두산백과)
(주2)전식[ 全湜 ]
조선 중기 문신. 정경세 · 이준(주3) 등과 산수를 유력하여, ‘상사의 삼로’로 불렀다. 병자호란이 일어나자 의병을 일으켜 적을 방어하였다. 1642년 중추부지사 겸 경연동지사 · 춘추관동지사에 이어 대사헌에 보직되었으나 취임하지 않았다.
[네이버 지식백과] 전식 [全湜] (두산백과)
(주3)이준[ 李埈 ]
조선 중기의 문신. 류성룡의 문인. 임진왜란과 정묘호란 때 여러 차례 의병을 모았다. 경상도도사로《중흥귀감》을 편술, 왕에게 바쳤다. 예조정랑·수찬등을 지냈고, 정묘호란의 공으로 중추부첨지사가 되었다. 저서《창석문집》이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이준 [李埈] (두산백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