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재직하고 있는 심영섭 아트테라피에서 10대 힐링 시네마를 선정했습니다.
우리 팬까페 회원들과 공유하고 싶네요.
감사합니다.
< 심영섭 아트테라피가 선정한 2013년 10대 힐링 시네마 영화 >
1. 러스트 앤 본 / 자크 오디아르 감독
여자는 다리를 잃었고, 남자는 슬픔을 잃었다. 그러나 여자는 남자의 등에 엎힌다. 뼈가 재가 될 때까지, 그 다함없는 고통에 휩쓸려버리지 않기 위해. 여자는 정신력을 남자에게 선물로 주고, 남자는 튼튼한 여자의 다리가 되어 준다. 손가락 뼈가 부러져서야 옆에 있어달라고 말 할 수 있는 인간들. 불완전한 인간이 서로 기대어 하나의 사람 인(人) 자를 만들어 가듯. 너무 힘들 때는 누군가의 등에 기꺼이 업혀도 괜찮다.
2.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 고레에다 히로카즈
우리 주변엔 부부외에도 피가 섞이지 않은 사람들과 살게 되는 경우 생각보다 많다. ‘새’ 혹은 ‘의붓’이라는 접두어가 붙는 가족관계를 가진 엘리트 남자의 아이가 바뀐다. 아이 뒤바뀌기라는 자극적 소재에 고레다 히로까즈는 함께 한 시간의 두께와 혈연의 신화를 경쟁 시킨다. 잘난 놈도 아버지는 되어야 한다. 문제는 아버지가 되어 가는 것이지 처음부터 부모로 태어난 사람은 없다.
3. 그래비티 / 알폰소 쿠아론
무중력이 주인공인 재난 영화. 그러나 영화는 이러한 표면의 밑바닥에 부활의 이미지를 가지고 영혼의 초월성에 대해 응답한다. 중력으로 대표되는 지구성은 우리가 느끼지 못하는 공기처럼 항상 곁에 존재해 왔다. 알폰소 쿠아론은 그 지구성이 갑자기 사라진 광대한 우주의 공간에서 미아처럼 떠 도는 두 우주인을 통해, 우리가 태어난 땅의 가치를 되 묻는다. 위태로운 끈 하나로 서로 이어져 있는 주인공들. 특히 소유즈 선 안이나 마지막 귀환하는 캡슐 안에서 물이 밀려 들면서 우주복을 벗던 산드라 블록은 맨 몸에서 또 다시 부활하는 자궁속의 태아의 또 다른 모습이기도 하다.
4. 소원 / 이준익
영화에서 그려진 아동 성폭력의 트라우마는 우리들의 마음 밑바닥에 분노와 공포를 함께 일으킨다. 그러나 이준익 감독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을 이어져야 하며, 우리가 가장 지독한 비극과 만났을지라도, 희망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이유를 한 소녀를 통해 이야기를 건넨다. 영화 자체가 한 편의 놀이치료 같다.
5. 실버 라이닝 플레이 북 / 데이빗 O. 러셀
또라이. 미친. 통제 불가능한 인간들은 어디에 손을 내밀어야 할까. 올해의 가장 핫한 배우 제니퍼 로렌스와 브래들리 쿠퍼는 “누군가 손을 내밀려 할 때 마음을 알아채는게 중요하다”며 “내민 손을 잡아주지 않는 건 죄악이고 평생 후회하게 될거야”라고 말한다. 지금 여기 이 순간에 찾아오는 인생의 큰 변화와 마주 서야하는 사람들에게 긍정과 낙관성 그리고 함께 무엇인가를 하는 것의 가치를 일깨우는 영화. 흐린 먹구름 같은 현실 사이로 한 줄기 실버라이닝 햇살이 되어 준다.
6. 세션 : 이 남자가 사랑하는 법 / 벤 르윈
이 영화에서 ‘누워있다’는 포즈는 가장 연약하지만 강인한 인간의 가능성을 상징한다. 누워서 평생을 가로로 보아 왔던 와상 장애인임에도 불구하고, 마크 오브라이언은 인생을 감사하고 사람을 사랑할 줄 아는 인간이었다. 그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매일을 살아갔다. 순간순간을 호흡하면서 49년 동안 그는 사랑 받고 또 사랑해 왔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몸과 마음을 갖고 있다는 엄연한 사실. 우리가 인간으로서 느끼는 인생을 향유할 권리. 그리고 그것을 진심으로 즐기는 자들에게서 느껴지는 행복과 감사함. 장애인과 성에 대한 편견을 넘어서 육체와 마음으로 사랑을 나누어주는 셰릴과 마크를 통해, 인생이란 접촉의 예술이며, 최악의 경우에도 즐기고 감사하고 나눌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7. 어바웃 타임 / 리처드 커티스
얼마든지 반복 가능한 시간 여행의 능력을 가진 남자 주인공들의 쉼 없는 인생 재단하기는 그러나 오히려 다시는 반복되지 않을 오늘이 선물이며, 우리 모두는 함께 시간 여행을 하는 커다란 가족이라는 것이 뼈저리게 느끼게 한다. 시간에 관해서란 제목처럼, 하루를 똑같이 두 번 살아 보아도 남는 것은 함께 하는 시간. 그것뿐이다.
8. 호프 스프링즈 / 데이빗 프랭클
사람도 늙고, 사랑도 식는다. 케이와 아놀드는 시간의 마법 앞에서 어느 정도 무릎을 꿇은 우리 같은 부부들이다. 재치와 유머 그리고 적당한 순진함을 가지고, 영화 <호프 스프링즈>는 부부가 서로를 다시 알아가는 또 다른 결혼식이 필요하다고 속삭인다. 유머러스하게 때론 섹시하게 펼쳐지는 부부치료 과정이 백미.
9. 월 플라워 / 스티븐 크보스키
파티에서 아무도 말을 걸거나 춤을 신청하지 않아 벽 앞에 가만히 서 있 는 사람을 뜻하는 '월플라워'는 공동체 속에 섞이지 못하고 주변에서 서 성거리는 10대 주인공의 모습이기도 하다. 그는 왜 어떤 사람들은 자기보다 훨씬 찌질한 사람과 사귀는지 궁금해 한다. 그러자 선생님은 '사람들은 자기가 어떤 대접을 받을 만한 사람인지 생각하는.. 딱 그 만큼만 사랑받기 마련이거든'이라고 답해준다. 청춘의 뒤안길에서 돌아 나와 세상으로 나아가는 주인공들의 모습. 음악도 촬영도 배우들도 모두 아름답다.
10. 라자르 선생님 / 필리프 팔라도
선생님의 자살, 이를 목격한 어린이들, 새로 부임한 선생님. 때론 아이는 선생님 같고 선생님은 아이 같지만. 영화의 마지막 서로의 눈 높이에서 암묵적으로 금기시 된 신체 접촉, 포옹을 감행하는 선생님. 이제 라자르 선생님은 더 이상 선생님이 아니라 아이의 마음안에서 상처를 치유해낸 한 인간으로 다가선다. 올해의 가장 인상적인 엔딩중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