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교재 저술가 유선영 씨가 알려주는 '구구단 정복법'
'2×2=4, 2×3=6, 2×4=8 …' 흔히 구구단은 외워야 하는 수학 공식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그렇기에 구구단을 부담스러워 하는 초등학생들이 많다. 하지만 수학교재 저술가 유선영 씨는 구구단이 결코 외우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유씨는 “구구단은 무조건 외우는 것이 아니라 원리를 깨닫고 자연스럽게 익혀야 한다. 힘들다고 구구단을 소홀히 하면 이후 곱셈, 나눗셈 등 학습에 큰 어려움을 겪게 된다” 고 말했다. 최근 '따라 하면 구구단이 저절로 100(삼성출판사)'을 펴낸 유씨에게서 손쉬운 구구단 정복법을 들어봤다.
◇단순암기 아닌 개념 익히는 것이 중요
구구단은 초등 2학년 2학기에 처음 소개된다. 하지만 수학교과서에 다뤄진 구구단은 그 중요성에 비해 비중은 많이 약한 편이다. 한 단원에 그것도 부분적으로 소개돼 있어, 2주 만에 개념과 원리를 깨치면서 외워야 한다. 유씨는 “요즘에는 초등 2학년이 되기 전에 미리 선행하는 것이 보편화해 일찍부터 구구단을 달달 외우는 경향이 강하다. 그러나 이는 자칫 원리는 소홀히 하고 단순 암기에 치우칠 영향이 크다” 고 지적한다. 그녀가 구구단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1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화여대 수학과를 졸업하고 모교육업체에서 일할 때였다. 수학교재를 만드는 부서였는데, 주 업무보다는 학부모와 학생들로부터 걸려오는 전화상담을 받느라 바빴다. 구구단과 관련된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유씨는 “6단 이후로는 외우기 어렵다며 어떻게 해야 잘 외우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많은 학생과 학부모가 구구단을 단순히 외우는 것으로 잘 못 생각하고 있음을 그때 깨달았다” 고 말했다.
이후 그는 직접 자녀에게 가르치면서 다시 한번 구구단의 개념에 대한 중요성을 깨달았다. 현재 중1 아들과 초5인 딸을 둔 유씨는 그림을 그리고 도형을 오려붙이는 연습을 하는 등 놀이를 통해 아이들에게 수 개념을 가르쳤다. 상대적으로 수의 크기가 작은 2단부터 3단까지는 직접 그림을 그리면서 아이들에게 자연스럽게 익히게 했다. 그 이후에는 슈타이너 구구단, 트라이앵글 구구단 등 다양한 기법을 통해 익힐 때까지 반복 학습을 시켰다. 그러자 아이들은 따로 구구단을 외우지 않았음에도 완벽하게 이해했다. 유씨는 “두 아이가 공부를 잘하는 것은 아니지만, 수 개념만큼은 확실히 잡혀 있다. 지금도 아이에게 물어보면 구구단을 외운 기억이 없다고 말할 정도로 자연스럽게 익혔다” 고 말했다.
◇왜 구구단이 필요한지 깨달아야
구구단은 일단 개념부터 익혀야 한다. 예컨대 '7 곱하기 5는 35다'라고 외우기보다는 '7개의 사과가 5묶음이 있으면 35개가 된다' 라며 그림 또는 도구를 활용해 공부하는 것이 좋다. 또한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2단과 5단부터 익히는 것이 좋다. 그 후 3단과 4단, 6단과 7단, 8단과 9단 순으로 익히되 이해가 안 가거나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시간을 두고 천천히 짚어가며 접근해야 한다. 만약 불가피하게 외워야 할 때는 각단의 곱이 얼마씩 커지는지 확실히 알고, 그 원리를 생각하며 외우는 것이 효과적이다.
(위)슈타이너 구구단 / 트라이앵글 구구단
구구단이 왜 필요한지를 깨닫는 사전 작업도 필요하다. 구구단은 덧셈과 뺄셈, 곱셈과 나눗셈이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다는 점을 이해하고 좀 더 수학 계산을 편리하게 하기 위해 필요한 것임을 알아야 한다. 예컨대, 자동차 모양을 만드는 데 블록이 3개씩 8종류의 색이 사용됐다면 '3+3+3+3+3+3+3+3' 이라고 계산할 수도 있다. 하지만 같은 수를 여러 번 더하는 덧셈보다는 구구단을 활용해 곱셈으로 계산하는 게 훨씬 편리하다는 점을 이해하면, 구구단의 필요성을 저절로 깨닫게 된다.
엄마와 함께 구구단을 읽거나, 노래를 만들어 부르면 더 재미있게 익힐 수 있다. 유씨는 “자신의 목소리를 녹음했다가 들어보면서 반복적으로 구구단을 접해 보는 것도 좋은 연습이 된다” 고 조언했다.
구구단, 이렇게 해보세요!
슈타이너 구구단
독일 출신 수학자가 발견한 것으로 0에서 출발해서 다시 0으로 돌아올 때까지 선으로 연결하면 예쁜 그림이 그려진다. 예컨대 2단의 경우, 원안을 0부터 9까지 10등분해 표기하고, 0부터 시작해 2칸씩 뛴 점을 선으로 연결하면서 다시 0에 오도록 그림을 그리면 예쁜 오각형 모양의 도형이 나온다.
트라이앵글 구구단
하나의 사각형 안에 구구단을 표현해 놓은 것. 예컨대 3곱하기 4는 12라고 하면, 중간에 있는 삼각형을 중심으로 위에 표현된 숫자를 곱하고 답을 삼각형 안에 적는다. 트라이앵글 구구단표를 보면서 큰 소리로 구구단을 읽으면서 연습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