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끝이라는 이름의 잡화점* / (고명자)
이 거리는
너를 분석해놓은 듯 적나라하지
고무장갑이나 이쑤시개 때밀이 수건 등등등
라이터나 걸레 모기약 등등등
낱낱이 흩어보지만, 참
드라이버 따위가 네 아드레날린을 풀어주겠나 조여주겠나
신호가 몇 번 바뀌어도 넌 건널 생각 않고
먼지 낀 잡동사니 구부정히 내려다본다
아무데서나 뒹굴고 아무에게나 눈총 받아가며
너는 버려짐으로 완성되지
천원, 이천원이면 족할 삶으로 재조립해줄게
엉덩이 짓무르도록 앉아 놀아도 좋아
내일을 용서하려면 경전보다 오프너가 필요해
누가 널 흉보면 여기 면봉 있어
오갈 데 없어 떠돌다 지친 바람
콜라병 하나의 의미를 찾아 걸어온 부시맨
허리 무릎 고개를 접어 옆에 내려놓고
오랜 궁리들을 만지작거린다
너는 즐거운 변방
큰길까지 떠밀려와 고단한 내부를 펼쳐 놓았다
죽은 나뭇가지에 걸려 기억은 이쯤에서 놓쳐버렸다
구두솔처럼 냄비받침처럼
생각 없는 모양을 하고 앉아 휘파람을 분다
몇몇이 너를 열고 들어와 주문을 외다 사라진다
끝 같은 것 없습니다
위험한 물품은 취급하지 않습니다
*타케모도 노바라의 소설 제목
(2012.<시와정신>여름호.)
첫댓글 이 시가 좋으신지 또 올리셨네요. 좋은 건 어쩔 수 없죠
오~잉? ... 후딱 대책 세웠습니다. 새로운 작품으로.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