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겨울을 보내며.. 용대리 마장터 백패킹 2015.2.14~15

[윤우로]

겨울이 점점 가물어가고 눈 구경하기가 어려운 요즈음 눈을 찾아 산행을 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현실이 되어버렸다. 산천초목이 심설을 그리워하는 만큼이나 우리도 눈을 그리워하기에

적은 눈이 나마 찾아나선다. 인제 용대리 마장터는 눈이 많기로 유명한 곳이기에 그곳은 그래도

눈이 남아있지 않을까.. 그곳에서 가는 겨울을 보내주기로 하자.. 또 새로운 겨울을 기약하며..    

들머리인 박달나무쉼터 앞에서..

깊은 심설은 아니지만 주위가 하얀 눈밭으로 덮혀있는 마장터 가는 길.

이 정도만 해도 설국으로 들어선 기분이다.

소간령을 지나고..

마장터 가는 길에 이 잣나무 숲은 우리나라에서 대표적인 아름다운 길에 꼽히는 곳이다.

백호님.

샘지기님.

산유화, 채송화님.

마장터 조금 못미쳐 아늑한 곳에 자리를 잡고..

각자 자신의 자리에 눈을 치우고 다지기를 한다. 

능선에는 바람이 거칠어 윙윙소리가 끊이지 않는 날씨였는데도 이곳은 바람이 닿지 않는 천혜의

공간이다.

눈을 치울만큼은 아직 남아있어 겨울캠핑에 아쉬움은 충분히 달랠 수 있을 듯.

주위에 잣나무 숲과 어우러져 깊은 산속 캠핑을 체험할 수 있는 곳이다.

실제로 스마트폰이나 데이터가 터지지 않는 곳이기에 문명에서 벗어나 오로지 자연에

집중할 수 있기도 하다. 

여유있는 시간이라 각자 편한데로 오후를 보내기로..

주위에 버섯이나 약초를 둘러보기도 하고..

낮잠을 즐기거나 책을 보기도 하고..

나는 채송화님하고 대간령까지 다녀오기로 한다.

여기서 대간령까지는 왕복 1시간30분에서 2시간 정도 소요될 전망이다.

빠듯하게 행동하지 않고 한가한 캠핑을 즐기는 것이 이번 겨울을 보내며 하고 싶은 것들이다.  

마장터 물굽이계곡.

이 계곡은 굽이굽이 아름답기도 하지만 깨끗한 물로 야영하는데 식수원으로도 그만이다.

마장터 움막집.

예전에 소나 말을 방목하며 키우던 넓고 평평한 곳이라 마장터라 불리워진다.  

봄을 알리듯 이 심산유곡에도 갯버들이 움이 터 방울방울 맺혀있고..

마장터에서 대간령 가는 길목 곳곳에는 백패킹하는 텐트들이 심심치 않게 들어차 있다. 

1시간을 오르니 드디어 대간령에 선다.

대간령은 미시령에서 출발한 백두대간이 신선봉을 거쳐 마산, 진부령으로 넘어가는 길목이다.

또한 설악산을 뒤에 두고 금강산으로 들어서는 길목이기도 한 셈이다.

백두대간 산행 때부터 일일이 나열할 수는 없지만 여러모로 추억과 체험이 담긴 곳이기에 감회가

새롭다. 바람이 너무 세어 잠시 있기도 힘들지경이라 인증샷만 찍고 다시 내려선다.

이번에는 안주거리가 남아돈다.

모두 이것저것 넉넉히 가져온 탓이다.

마장터의 아침은 신선하고 조용하고 깨끗하다.

간밤엔 푸근한 날씨 덕에 침낭을 대충 덮고 자도 춥지 않았다.

가볍고 부피가 작지만 바람을 넣으면 두터워지는 에어매트 덕분에 한 겨울 어디에서 자도

자신이 생긴다. 과거의 비하면 갈수록 첨단장비가 빛을 발하는 세상이다.

아침식사후 말끔이 정리를 하고..

충분한 휴식을 취한 후 하산을 한다.

차가운 물굽이계곡의 냉수를 한사발 마시니 속이 다 시원하다.

하산길은 눈이 얼어붙은 단단한 얼음이라 상당히 미끄럽다.

눈보다도 이런 길이 더 위험해 아이젠이 필요하지만 밸런스와 스틱으로 중심을 잡을만 하다.

용대리 인공빙벽장인 매바위.

날씨가 푸근해서 그런지 오늘은 휴일임에도 아무도 매달려 있지 않았다.

용바위.

올 겨울은 적은 눈이었지만 그런대로 눈밭을 찾아 돌아다녀 보았다.

왜? 눈을 찾고 무거운 배낭을 메고 심산유곡을 떠돌아야 하는지..

답은 없지만 끝이 없는 삶의 여정일 뿐이다.

그곳에 천진무구한 어린이에 자유로움과 단순함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시인이신 백호선배님이 동인지 ‘바림의 시인들’에 시를 출품하셨다. 벌써 10년째 서로 시를 모아

매년 한 권씩 발행을 했는데, 시심을 잃지 않고 꾸준히 활동하시는 모습이 아름다워 보인다.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나태해지고 메마르기 십상인데도 어떤 순간들을 포착해서 시로 표현

한다는 것이 삶에 깨어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한권씩 나누어주시니 보답은 못하고 감사한

마음만 전할 뿐이다.

‘바림’이란 바림질이라는 뜻으로 여백 속에 함축된 표현의 너비와 깊이를 바림질하듯 펼쳐

나간다는 뜻이라고 한다. 2014년 사화집에 들어간 시 하나를 옮겨보자..

낙엽은 어떻게

미련도 없이

저렇게 사뿐히

내려앉을 수 있을까

후회도 없이

저렇게 가볍게

뛰어내릴 수 있을까 <낙엽은 어떻게 / 백승호>

* 사진은 샘지기님과 공유하였습니다.  

[정진우]

아직도 마장터 움막집이 있다는 것이 경이롭습니다.
누구나 할수 있는 산행이지만 아무나 갈수없는 길을 누비고 다니는
자유로움과 풍류가 부럽습니다.

[노재선]

호젓한 산행,귀한 눈 까지 멋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