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지람(夢之藍)
임보
중국의 명주 가운데 양허(洋河)가 빚은 술에
해지람(海之藍), 천지람(天之藍), 몽지람(夢之藍)이라는 게 있다
‘바다의 쪽빛’ ‘하늘의 쪽빛’ ‘꿈의 쪽빛’이라니
술에 선미(仙味)를 실은 풍류로운 이름이다
소문으로만 듣던 그 명주들을 나는
최근 몇 년 동안 운좋게 다 만나보았다
재작년에는 난정(蘭丁)*이 가져온 해지람을
시수헌*에서 단 둘이 바닥낸 적이 있고
작년 여름에는 내게 들어온 천지람으로
도봉산 계곡에서 소인(騷人)들의 흥을 돋운 바 있다
이런 내 술 얘기를 들은 어느 시인이
또 격조 높은 몽지람을 구해 보내왔기에
며칠 전 그 ‘꿈의 쪽 술’을 시수헌에 가져가
몇 시우들과 주회를 벌였는데
정오가 되기도 전에 시작한 그 술자리가
해가 뉘엿뉘엿 기우는 석양까지 이어졌다
몽지람이 바닥이 나자 진도 홍주까지 끌어들여
꿈의 쪽빛 바다에서 너울너울 출렁거렸다
“여주들 봇미나리 다발로 져다
물 좋은 흑산 홍어 얼큰히 무쳐
몽지람 홀짝이며 생각하네
갯가로 가리 까짓껏 갯가로 가
겨울에도 얼지 않는 남쪽 갯가로…”*
세상이 온통 흔들리는 환한 쪽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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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정(蘭丁) : 홍해리 시인의 아호.
* 시수헌(詩壽軒) : 우리시회 사랑방.
* 졸시 「홍어회」의 한 구절을 변형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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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쪽빛 꿈속의 세상, 몽지람!!!
東白 시인 고맙습니다!
진도를 품은 바다 이름이 홍해일 것만 같습니다. 쪽빛 바다에서 붉은 빛 바다까지 유람하셨으니 좋은 하루이셨을 듯합니다.ㅎ
모처럼 술독에 잠겨 헤어치는 날이었습니다!
량허란써징디엔洋河藍色經典
- 하이즈란海之藍
洪 海 里
양하남색경전은 중국의 술이다
해지람이란 상표가 시원하기 그지없다
술을 보고 경전이라니,
아니, 맞다!
세상을 바로 보고 바로 살게 해 주는 게
술보다 나은 게 없지
48%짜리 차갑고 뜨거운 바다를
임보 시인과 둘이서 다 퍼냈다
바닥이 난 바다는 허무했다
예수는 맨발로 바다를 건넜는데
우리는 신발을 신은 채
쪽빛 바다를 흔들리며 건넜다
몸속에서 불이 타올라
가는 길을 환하게 밝혀 주었다
주酒는 주主의 길을 그냥 가게 했다
어쩌자고 바람은 온몸으로 불어오는지
바다는 쪽빛으로 푸르고
빈 바다가 술병에서 잠녀처럼
휘익! 휘익! 울고 있었다 .
* 량허란써징디엔 : '량허'는 술 이름, '란써'는 남색이니, 양주의 블루 컬러, '징디엔'은 經典, 즉 클래식 이란 뜻.
양주 이름처럼 폼을 잡아 '량허', 즉 술 중에 상급 블루 브랜드라는 뜻.
'하이즈란'은 부제. - 金金龍(시인)
- 시집『바람도 구멍이 있어야 운다』(도서출판 움, 2016)
이제 天之藍과 夢之藍을 시로 펼쳐 놓아야 할 텐데 술이 다 떨어졌으니 막걸리라도 한잔 해야 할 것인가?
비도 시원스레 퍼붓고 있으니 풋고추와 날된장에 애호박전이라도 부쳐 놓고 날궂이를 해야겠다.
해지람과 천지람과 몽지람을 위하여!
바다에서, 하늘에서, 꿈속으로까지 침잠하기 위하여, 건배!
날마다 술타령만 하고 있으니 남들이 얼마나 흉을 볼지 귀가 간질간질합니다!
有口無言입니다.
술을 모르기에,,,
잘 보았습니다.
오늘도 활기차고 행복한 시간 이어 가시길 바랍니다.
술에 넘어가지만 않는다면 괜찮은 음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