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자연이 주는 아름다운 환경을 만끽하고 싶어 한다. 그래서 봄이면 꽃들의 향연을 구경하고 싶어 하고, 여름이면 강으로 산으로 바다로 나가고 싶어 한다. 가을이면 단풍이 어디까지 내려왔는가? 관심을 가지고, 겨울이면 함박눈이 내리면 눈을 맞으며 걷고 싶어 한다. 자연이 주는 혜택을 누리며 사는 것도 큰 복이라 생각하며 살아간다. 그러나 세상에는 자연이 주는 혜택을 누리고 싶어도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은 참 많다. 연약한 분들이나 병상에 누워있는 분들도 있겠지만 사회복지 시설에서 생활하고 있는 분들도 그 중에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내가 장애인이고 또한 장애인 시설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나와 함께 살아가는 가족들에게는 자연이 주는 혜택을 누리도록 많은 노력을 한다. 소파에 앉아서 밖을 내다보면 한눈에 바라볼 수 있도록 벽을 없애고 통유리로 전면을 장식했다. 화단에는 항상 꽃이 피어날 수 있도록 철따라 화초 가꾸는 걸 신경 쓴다. 내가 화초를 좋아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보통 시설에서 살고 있는 분들은 병원에 갈 때에 밖으로 나갈 기회가 생긴다. 대부분은 시설 안에서 살아가 수밖에 없다. 통제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가출을 하여 찾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통제를 할 수밖에 없다. 그것을 알기에 난 시간이 나면 차에 가족들을 태우고 드라이브를 하곤 한다. 바닷길이 열리는 제부도에도 자주 가고, 화성 팔경이라는 궁평항 낙조도 구경하러 가곤 한다. 그래도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 봄에는 꽃구경을 모시고 가고, 여름에는 소록도 한센인들께 봉사 갈 때 모시고 간다. 가을엔 단풍놀이 가는 것도 빼먹지 않는다. 다만 겨울엔 넘어질 것을 대비하여 나들이를 나가지 않는다.
4월은 장애인의 달이다. 그래서 장애인에 대한 행사가 많다. 우리 장애인 가족을 모시고 꽃구경을 가고 싶었다. 마침 매월 셋째 주에 친구 헌주가 소속되어 있는 누리보듬봉사단이 봉사를 왔다. 이번엔 함께 나들이를 가기로 했다. 주일이지만 야외예배를 드리기로 했다. 주일인데 예배당에서 예배를 드리지 않고 나가려고 한다는 말에, 예수님도 주로 야외예배를 드리셨다며 계획대로 진행을 시킨다. 주일에 봉사 오는 누리보듬팀과 함께 예배를 드리고 싶은데 항상 예배가 끝나면 도착하곤 했다. 그러나 야외예배를 드릴 때면 장애인들과 함께 해야 하기에 어쩔 수 없이 예배를 드린다. 겸사겸사 그들에게도 복음이 전해지니 얼마나 좋은가.
화성에서 가까운 곳에 꽃이 많이 피는 곳을 알아보니 안산제일컨트리클럽에서 4월 17일 하루만 개방을 하여 화려한 벚꽃을 구경할 수 있게 한다는 정보를 들었다. 주변을 검색해 보니 노적봉공원이 검색에 나타난다. 정보를 검색해 보니 괜찮다. 그 두 곳을 구경한 다음에 대부도 쪽으로 나가기로 계획을 짰다. 총 20명이 이동을 해야 한다. 차량도 세대가 동원되고 휠체어도 세대가 동원되어야 한다.
아내는 새벽부터 김밥을 준비하느라 분주하다. 과일도 챙기고 음료수도 챙기고 김치까지 챙겨 아이스박스에 넣는다. 어묵 국을 끓여 식지 않도록 잘 챙긴다. 커피도 챙기고 보온병에 뜨거운 물도 챙긴다. 뜨거운 물이 떨어지면 차안에서 물을 끓이겠다며 부스터도 챙긴다. 돗자리까지 챙겨서 차에 싣고 나니 동생들이 도착했다. 이어서 누리보듬봉사단도 도착했다. 누리보듬봉사단에 합류한 아톰도 함께 왔다. 반갑다. 차에 휠체어를 한 대씩 나눠 싣는다. 우리 장애인들도 나눠서 탄다. 제일CC에는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먼저 도착할 곳을 제일CC에서 노적봉 공원으로 변경을 했다. 주차장에 차를 주차한 후 자리를 잡고 예배를 드린다. 날씨도 좋고 분위기도 좋다. 휠체어에 앉아 있는 재구삼촌이 제일 신났다. 예배를 마친 후 점심을 먹기 위해 장소를 물색한다. 좋은 잔디밭에 자리를 깐 상춘객들이 앉아서 점심을 먹고 있다. 돗자리를 펴고 자리에 앉고 마련해간 음식을 펼친다. 푸짐하다. 감사기도를 마치고 맛있는 식사를 나눈다. 날씨도 좋고 분위기도 좋아서인지 어느 자리에서나 웃음꽃이 피어난다. 화려하게 피어있는 벚꽃들과 행복한 웃음꽃들의 어울림이 좋다.
자리를 정돈하고 휠체어를 밀고 산책을 나선다. 산책로가 높은 경사가 많아서 결국은 중도에 포기하고 덜 힘든 산책로를 택한다. 멋진 다리를 건너다 중간에 서서 단체 사진도 찍었다. 다시 이동하여 조각공원을 한 바퀴 돈다. 제일CC 벚꽃 구경하자는 의견에 이동을 했는데 얼마나 도로가 막히던지…. 도착하니 주차할 곳이 없다. 결국 포기하고 대부도 염전 길로 이동을 한다. 시원한 바닷바람을 가슴으로 맞이하며 커피 한잔의 행복도 누린다. 어느새 오후도 다 지나간다. 막내 여동생이 저녁을 봉사하겠단다. 궁평항으로 이동을 하다가 적당한 식당에 들어가 저녁을 먹었다. 여유가 있는 팀은 궁평항 낙조까지 구경하고 오라고 한 후, 나머지 팀은 집으로 이동을 한다. 집에 도착하여 장애인들을 모두 숙소에 모셔 놓고 아내와 매제와 함께 나무를 심는다. 누리보듬봉사단이 오면서 감나무 두 그루와 모과나무 한 그루를 가져왔었다. 그 나무를 심으며 주렁주렁 달려 있을 감과 모과를 그려보며 행복해 한다. 내일 일도 모르면서 상상만으로도 행복해 하는 것, 우리들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모두들 돌아간 다음 장애인들도 씻고 방에 누워서 티비를 보다가 주무시라고 한 다음 하루를 돌아본다. 참 행복한 날이었고 감사한 날이었다.
2011. 4. 17.
양미동(나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