람사르협약 보존습지인 경남 창녕군 우포늪은 수많은 생명을 보듬은 별천지다. 귀하거나 흔하거나, 작거나 크거나 그 생명을 차별하지 않고 품어준다. 지금 우포늪은 겨울철새들의 천국이다. 아니 인간에게 천국의 모습을 선사하고 있다. 늪을 활주로 삼아 이·착륙하는 철새들의 아름다운 비행, 황홀한 날갯짓 소리를 뭐라 표현할 수 있을까.
우포늪을 지키는 노용호 박사는 생태춤의 창시자다. 우포늪생태관 관장으로 있던 2008~2010년에 20여 개의 생태춤을 개발했다. 바람난 나무춤, 마름춤, 뿔논병아리 사랑댄스, 곤충더듬이춤, 거미춤, 부들춤…. 나무·풀·새·곤충 등 동식물의 움직임을 자세히 관찰하고 모방해 만든 춤이다. “자연과 사람이 하나가 되는 물아일체(物我一體)의 몸놀림과 손발 동작이 생태춤이죠.”
바람난 나무춤은 몸이 나무가 되고 두 팔은 가지가 돼 추는 춤이다. 바람의 강약에 따라 팔과 몸을 자유롭게 흔들며 춤춘다. 마름춤은 손가락으로 마름 열매 모양 삼각형을 만들었다가 몸을 굽혀 일어서며 손가락으로 싹이 나고 줄기가 뻗어가는 모습을 표현한다. 뿔논병아리 사랑댄스는 남녀 두 사람이 마주 보며 수컷과 암컷이 되어 춤을 춘다. 분주히 다리를 움직이며 펄쩍 뛰기도 하고 두 팔은 헤엄치듯 휘젓는다. 구애와 사랑놀이를 표현한 춤은 웃음보를 터뜨리게 한다. 싸이의 말춤을 연상케 한다. 생태춤은 몸짓과 함께 표정과 대사도 곁들인다. 관람객들에게 우포늪을 쉽고 재미있게 설명하기 위해서다. 개그맨처럼 개다리춤을 추며 두 팔은 장풍을 쏘다가 온몸을 물결치듯 흔들면서 앉았다 일어선다.
“습지의 물이 천천히 강으로 갑니다. 습지가 뭡니까. 물의 깊이가 6m 이하의 젖은 땅입니다.”
노 박사는 연극 각본 쓰기에도 여념이 없다. 생태춤 연극을 무대에 올리기 위해서다. 주민들이 참여하는 생태춤 연극을 통해 즐거움을 주고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려 한다. 관람객들의 입소문 덕분일까. 생태춤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지난달 10일 강원도 춘천 남이섬의 국제원맨쇼 페스티벌 공연에 이어 19일엔 국회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생태춤을 선보였다. 노 박사는 생태춤 보급을 위해 책도 낼 계획이다. 또한 우포늪에 방사될 따오기의 춤도 구상 중이다. “중국에서 들여온 따오기 한 쌍이 27마리로 늘었잖아요. 따오기는 우포늪의 명물이고 자랑이 될 겁니다. 우포늪에서 함께 따오기춤을 추고 싶네요.”
우포엔 노용호 박사 같은 생태지킴이가 유난히 많다. 90년대부터 우포늪의 생태적 가치를 알고 환경운동에 앞장선 이인식 선생, 생태계를 교란시키는 외래종 뉴트리아 박멸에 나선 주영학 환경감시원, 우포의 아름다운 환경·생태를 담고 있는 정봉채 사진작가다. 이들이 있기에 우포가 세계적인 습지로 등록되었는지도 모른다. 주민들 또한 우포늪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환경과 생태 보호에 열심이다. 요즘 같은 겨울철엔 큰부리큰기러기, 고니, 노랑부리저어새 같은 철새들을 위해 제한된 곳에서만 물고기를 잡고 있다. 우포늪을 찾아오는 철새들에 대한 배려와 사랑이다. 우포 사람들은 자연과 하나 되는 길을 선택했다. “우포늪은 관광하는 곳이 아닙니다. 수많은 동식물, 자연과 사람이 하나가 되는 체험을 하는 곳이지요.” 우포늪에 가면 노용호 박사와 함께 생태춤을 춰보시라.
중앙선데이 조용철 영상 에디터 youngch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