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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나드의 우주여행
한편 모나드는 그 자신의 계인 아누파다카계(모나드계)에서는 전지(全知)하고 편재(偏在)하지만, 나머지 하위계에서는 무의식적인, 다시 말해 ‘지각이 없는’ 상태이다. 모나드는 모든 계에서 전지하고 편재할 수 있도록, 다시 말해서 단지 최고의 높은 계의 진동에만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신성한 진동들에 반응할 수 있도록(즉 하위계들을 경험하기 위해서) 그 자신의 광채를 가리는 질료의 옷을 입고서 하위계로 하강하였다.
먼저 모나드는 아트마, 붓디, 멘탈계(마나스계)의 궁극원자들과 차례로 결합하는데, 이렇게 모나드와 결합된 궁극원자를 ‘영원한 원자(permanent atom)’, 또는 ‘생명 원자(life atom)’라고 한다. 영원한 원자는 물질계로 직접 내려올 수 없는 모나드가 하위계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사용하는 좋은 매체 겸 도구이다. 모나드는 이 아트마-붓디-마나스의 영원한 원자를 통하여 3중적인 영, 또는 소위 상위의 삼개조를 형성하였다. 이 상위의 삼개조(아트마-붓디-마나스)는 질료의 베일에 의해 비록 그 힘이 제한되고 약해지기는 했지만 본질상 모나드와 동일하다. <원인체>에서는 그것은 사실상 모나드라고까지 말한다.
<그림 9.7> 모나드와 상위의 삼개조 (원인체, p.31)
이 상위의 삼개조를 영적인 3개조, 천상의 인간, 지바트마(Jivatma), 상위 자아, 신성한 아들, 순례자, 모나드의 광선 등으로도 부르는데, 순수한 영인 모나드 및 육체를 포함하는 하위 자아와 함께 삼중으로 구성되는 인간 구조의 중간 부분에 해당되는 것이다.
나중에 상위 멘탈계에서 원인체라는 것이 형성되었을 때, 이 상위의 삼개조는 에고(ego)라고도 불리며 원인체를 그 체로 사용하게 된다. 흔히 이야기하는 인간의 영혼(soul)은 바로 이 에고를 나타내는 것으로 보면 된다. 영혼은, 순수의식의 불꽃인 모나드조차 질료적인 측면을 갖고 있듯이, 더 높은 영(spirit)의 하위 매체(질료적 성격을 포함하고 있는)가 되는 인간 본성의 중간적인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에 인간의 하위 자아는 하위 마나스(하부 멘탈)계와 아스트랄계, 그리고 물질계의 체들로 구성된다. 즉 유체이탈 등의 경험을 통해서 그 존재를 인지할 수 있는 에텔체와 아스트랄체, 멘탈체 등이 모두 하위 자아에 속하는 것이다.
<그림 9.8> 인간의 3중적 구조
인간은 이렇게 육안으로는 볼 수 없지만 다양한 체들로 구성된 복합적인 존재이며, 각각의 체들을 통해서 그 체가 속한 계의 진동과 경험들을 받아들이고 있다.
한편 원인체라는 것은 에고와 함께 인간을 동물이나 식물 같은 다른 생명체들로부터 구별짓는 아주 중요한 것이다. 다시 말하면 인간만이 원인체를 갖고 있는데, 그것은 한마디로 개체성의 확립을 뜻한다.
개체성은 진화의 산물이다. 개체성이 확립됨으로써 비로소 ‘나’라는 자의식이 생겨났으며, 이때부터 개별 생명체로서의 영속성이 의미를 갖기 시작하였다. 예를 들어 인간은 죽어도 원인체라는 것이 남아 있어 또 다른 몸을 받아 태어나더라도(즉 하위의 체들이 새로 구성이 되더라도) 그 몸은 동일한 원인체의 지배를 받게 된다. 즉 전생의 나와 지금의 나는 비록 몸은 다르지만 동일한 영혼을 소유하고 있는 것이다. 원인체는 바로 이런 반복적인 삶, 즉 윤회의 주체가 된다.
반면에 동물들은 죽게 되면 그 개체성이 사라지고 만다. 다시 말해 죽기 전과 동일한 영혼으로서 물질계에 다시 태어나는 일은 없다는 것이다. 대신 동물들은 집단영혼이라는 것에 연결되어 있어서, 동물이 죽게 되면 그 영혼은 이 집단영혼이라는 거대한 연못 속에 녹아든다. 각각의 개체가 경험했던 모든 진동들은 이 연못 속에서 하나로 뒤섞이게 된다. 그러므로 어느 한 물질적 개체의 경험이 집단영혼 전체에 영향을 끼칠 수는 있지만, 그 자체만으로 고스란히 보전되지는 못한다. 그러다가 새로운 동물이 태어나게 되면, 이 집단영혼의 연못으로부터 한 바가지만큼의 물이 퍼올려져 그 동물의 영혼으로 부어지는 것이다.
이것은 아직 원인체라는 개별 영혼의 저장장치가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원인체가 형성되기 전에는 인간은 오직 모나드로서만 존재했으며, 다만 모나드는 하위계의 형성과 동식물의 등장, 그리고 동물의 집단영혼이 원인체로 발전하기까지의 전진화과정에 걸쳐 미미하게 작용했을 뿐이다. 모나드는 인간의 출현으로 진화의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다.
진화의 전과정을 이해하려면, 먼저 세 번으로 나누어져 이루어지는 신성한 생명력의 하강을 살펴보아야 한다. 원자의 형성에 로고스의 세 측면이 차례로 작용하듯이 우주 전체의 진화에도 이 신성한 생명력이 삼위일체로 현현하여 작용하는데, 각각을 제1로고스, 제2로고스, 제3로고스, 또는 로고스의 첫 번째 측면, 두 번째 측면, 세 번째 측면이라고 부른다. 비록 우리가 전자의 용어를 즐겨 쓰고 있지만, 사실은 후자의 표현이 보다 정확한 것이다.
<그림 9.9> 로고스의 세 측면
제3로고스 혹은 로고스의 세 번째 측면으로부터 비롯된 첫 번째 생명력의 유출은 하위계의 원자들을 조성하고 다른 로고스의 측면들이 하강할 수 있도록 사전 정지작업을 한다. 그러나 이렇게 형성된 질료들은 현재 우리가 보고 있는 질료들이 아니며, 이를 더욱 강하게 결합시켜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형태들의 물질로 만드는 것은 지혜 혹은 사랑의 측면인 제2로고스의 ‘더욱 강하게 끌어당기는 응집력 있는’ 에너지들이 있기 때문이다.
포하트가 제3로고스의 생명력을 대변한다면, 제2로고스의 생명에너지는 프라나라고 부르는 것으로서 보통 우리가 생명체 또는 유기체라고 여기는 생명형태가 생명을 이어나가게 하는 원동력이다. 이 생명형태는 제2로고스의 생명력이 그 형체를 유지하여 가는 동안 존속하게 된다.
이 두 생명력의 흐름은 하위계들을 통과하여 점진적으로 하강한 끝에 광물계에까지 이른다. 그후 이 두 흐름은 식물계와 동물계를 거쳐 인간계로 상승하는데, 인간계에서 로고스의 첫 번째 측면으로부터 하강하고 있는 세 번째 유출과 만나게 된다.
<그림 9.10> 진화무대의 형성과 로고스의 신성한 생명력의 하강
위의 그림을 보면서 좀더 자세히 설명해보자.
제3로고스에 의해 형성된 각 존재계의 원자는 제2로고스의 생명력이 부가되어 모나드 에센스가 된다. 이런 이름이 붙게 된 것은 이 단계의 원자(모나드 에센스)가 모나드와 결합하여 ‘영원한 원자’가 되기에 적합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모든 원자가 모나드와 결합하게 되는 것은 아닌데, 이렇게 모나드와 결합하여 ‘영원한 원자’가 되지 못한 원자들은 계속 모나드 에센스로 남아있게 된다.
한편 모나드 에센스가 멘탈계 및 아스트랄계의 분자들과 결합하여 이들 질료를 영화(靈化)시키면 엘리멘탈 에센스라고 부르는 것이 된다. 독특한 이름의 이들은 멘탈계와 아스트랄계의 질료로 이루어진 일종의 원소적 생명이라 할 수 있다. 이들은 자신이 속한 계의 특정한 진동에 반응하는 법을 배우면서 영겁의 세월동안 경험을 축적해나간다.
멘탈계의 엘리멘탈 에센스는 진동의 차이에 따라 상위 멘탈계의 엘리멘탈 에센스와 하위 멘탈계의 엘리멘탈 에센스로 나뉘는데, 상위 멘탈계에 속한 엘리멘탈 에센스들의 생명계를 제1엘리멘탈계라 부르고 하위 멘탈계에 속한 엘리멘탈 에센스들의 생명계를 제2엘리멘탈계라 한다. 엘리멘탈 에센스들은 먼저 제1엘리멘탈계에서 오랜 진화의 기간을 거친 후에 비로소 제2엘리멘탈계의 엘리멘탈 에센스로 진화한다.
제2엘리멘탈계에서의 경험을 완수하면 이번에는 제2로고스의 생명이 아스트랄계라고 하는 더 아래 단계의 진동 영역으로 내려오는데, 이 곳에서 제2로고스의 생명은 아스트랄 질료로 된 형태들을 취하여 제3엘리멘탈계를 형성한다.
제3엘리멘탈계에서 오랜 진화의 과정을 보낸 제2로고스의 생명은 비로소 광물계의 에텔적인 부분에 생명을 불어넣어 광물계를 활성화시키는 생명이 되고, 마침내 우리에게 익숙한 광물계가 모습을 드러낸다.
광물 속에서는 멘탈 단위라고 부르는 일종의 멘탈 분자와 아스트랄계, 그리고 물질계의 영원한 원자들이 발견되는데, 이들은 모나드, 그리고 상위의 삼개조와 연결된 하위의 삼개조라 불리는 원자(또는 분자)들의 조합이다. 이들은 붓디계의 질료로 둘러싸인 가느다란 실로 상위의 삼개조와 연결되어 있다.
상위의 삼개조와 하위의 삼개조를 이루는 영원한 원자들의 용도는, 진동의 힘들로서 그들이 겪었던 모든 경험의 결과들을 그들 속에 보전하는 것이다. 따라서 영원한 원자들은 진화하는 에고와 함께 영원히 남아 있는 유일한 부분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상위의 삼개조가 고도로 진화한 단계에 이를 때까지는 이들 영원한 원자들과 연결되어 있는 모나드가 직접적으로 작용하지 않고 간접적으로 작용할 뿐이며, 그때까지 상위의 삼개조는 대부분의 에너지를 제2로고스로부터 부여받는다.
제2로고스의 생명력 또는 두 번째 유출이 광물계의 중심에 도달했을 때, 하강하는 압력은 중단되고 진화의 물결은 상승하는 성향을 띠게 된다. 이에 따라 신비학에서는 전체의 진화과정을 둘로 구분하는 전통이 있는데, 지금까지의 진화과정을 하강 진화 또는 내적 진화(involution)라 하고, 이후의 진화과정을 상승 진화 또는 외적 진화(evolution)라 한다.
내적 진화의 일반적인 계획은, 신성한 생명의 거대한 물결이 점진적으로 분화되는 과정을 의미하고, 결국 반복되는 분화와 세분화의 과정을 통해 하나의 인간으로서의 명확한 개체성이 확립되는 것이다. 인간으로서 세분화가 된 후에는 더 이상의 세분화가 불가능한데, 그 이유는 인간적인 실체가 더 이상 나눌 수 없는 단위 혹은 ‘영혼’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동물계와 식물계, 심지어 광물계에 존재하는 집단영혼은 개별적인 인간의 실체들 혹은 단위(영혼)들로서 완전한 분화에 이르기 전의 중간 단계들을 나타낸다.
최초의 집단영혼은, 하위의 삼개조가 형성될 때 그 주위로 층을 이루며 모여든 제2엘리멘탈계의 엘리멘탈 에센스와 아스트랄 모나드 에센스, 그리고 에텔 질료가 보호막을 만들면서 생겨난다. 그러나 삼중의 막으로 형성되어 있는 집단영혼의 벽은 식물계와 동물계를 거치면서 차츰 엷어져 동물에서는 제4하위 멘탈계의 멘탈 엘리멘탈 에센스만으로 구성된 단지 하나의 층만을 가지게 된다. 이것은 광물과 그 집단영혼의 활동영역이 주로 물질계에 국한된 데 반해 식물계와 동물계에선 아스트랄계와 멘탈계로 활동영역이 넓혀졌고, 따라서 그 자신의 에텔체 및 아스트랄체를 강화시키는 데 집단영혼의 물질적 층이 사용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한편, 같은 집단영혼에 속한 영원한 원자들이라고 하더라도 서로 비슷한 경험을 했던 영원한 원자들끼리는 서로 강하게 영향을 주고받는데, 이렇게 시작된 분리는 결국 집단영혼의 분열을 가져온다. 식물계와 동물계로 올라갈수록 영원한 원자들은 훨씬 다양한 진동들을 경험하게 되고, 집단영혼들이 분화하는 속도도 더욱 빨라지게 된다. 하나의 집단영혼 속에 있는 하위 삼개조들의 숫자도 점점 줄어들게 되어, 결국에는 각각의 하위 삼개조가 별도의 자신의 체를 가지기까지에 이른다.
<그림 9.11> 동물의 집단영혼과 분리
이렇게 되면 더 이상 집단영혼이라는 표현은 어울리지 않게 된다. 한편으로 영겁의 세월동안 다양한 경험을 마친 하위의 삼개조는, 마침내 한층 더 많은 양의 신성한 생명을 받아들이는 단계로 나아갈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각성된다. 즉 세 번째 유출로 알려진 제1로고스의 생명력이 본격적으로 하강할 때가 드디어 온 것이다.
제1로고스의 소산인 모나드의 생명력이 크게 증대함에 따라 상위의 삼개조에 속한 영원한 원자들 사이의 흐름 역시 증대되고, 멘탈계의 영원한 원자가 각성되어 진동을 발산하게 된다. 이어 다른 멘탈 원자들과 분자들이 그 주위로 모여들어 상위 멘탈계에 소용돌이 하나가 형성된다. 이와 유사한 소용돌이 운동이 집단영혼 속의 멘탈 단위를 에워싸고 있는 구름 같은 질료 속에서도 일어나는데, 집단영혼의 벽은 그후에 갈갈이 찢어져서 위에 있는 소용돌이 속으로 말려 올라간다. 여기서 그것은 해체되어 제3 하부 멘탈계의 질료로 용해된다. 그리고 그 소용돌이가 가라앉을 때 그것은 정묘하고 엷은 막과 같은 하나의 체로 형성되는데, 이것이 바로 원인체(causal body)다.
<그림 9.12> 원인체의 형성 (원인체, P.68)
원인체가 형성됨으로써 상위의 삼개조 혹은 영적인 삼개조는 훨씬 더 고도로, 그리고 훨씬 더 효과적으로 진화를 계속하기 위한 영원한 체를 하나 갖게 되었다. 원인체는 만반타라 기간동안 사라지지 않고 영원한 것이다. 그것은 반복적인 삶, 즉 윤회의 주체이다. 원인체를 원인체라고 부르는 것은 원인체 속에 하위 여러 계들에서 결과로서 나타나게 될 모든 원인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현재의 인생관과 그에 따라 취하는 행동의 원인은 원인체 속에 저장된 과거 생의 경험들이기 때문이다. 산스크리트어로 원인체는 ‘카라나 샤리라’라고 하는데, 카라나는 원인을 의미한다.
앞에서 아뢰야식의 말뜻이 아라야, 즉 영원히 존재하며 없어지지 않는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동시에 윤회의 주체가 된다고 했는데, 이로부터 아뢰야식은 원인체, 또는 에고(에고는 영, 직관, 지성 이 세 가지 측면의 통합으로서, 원인체에 거주하고 있다)와 밀접한 관계에 있다고 추정해볼 수 있다.
원인체가 개체성을 지닌 영원한 생명의 주체가 되는 반면, 인간 본성의 하위 부분, 즉 육체를 포함한 하위 자아(인간의 하위자아를 보통 인격 혹은 인성이라고도 한다)는 죽음과 함께 사라진다. 먼저 육체가 죽고 난 뒤에 에고가 각각의 체를 비워감에 따라 아스트랄체와 멘탈체가 분해되고 마침내 원인체만 남게 된다. 에고가 원인체만 입고 있을 동안에는 한때 하위자아를 형성했던 물질계의 영원한 원자, 아스트랄계의 영원한 원자, 그리고 멘탈 단위가 비활성화되어 원인체 내로 철수하게 된다. 이렇게 영원한 원자가 비활성화되어 수면상태에 들어가면, 스파릴래 속을 흐르는 정상적인 생명력의 흐름도 감소하게 된다. 상위 멘탈계에서의 삶이 끝날 때, 즉 원인체로서의 삶이 끝날 때 하위계에서의 더 많은 경험을 원하는 에고는 다시 천계의 문턱을 넘어서 환생의 영역으로 들어간다.
<그림 9.13> 윤회의 과정 (원인체, p.147)
이렇게 에고는 인간이 진화하는 동안 탄생과 죽음의 영향을 받지 않는 불멸의 개체성이 되고, 원인체는 상위의 생명력(우주적 영)을 부여받아 하나의 점으로 집중시킴으로써 분리를 일으키는 수용체가 된다. 본질적으로 인간의 영은 우주적 영(로고스)과 동일하지만, 하위계에 현현했을 때는 개체로서 분리된다. 이런 분리 또는 개체화의 목적은, 하나의 개체가 형성되어 성장하며, 강력한 힘을 가진 개체화된 생명이 우주의 모든 계에 나타나며, 그 생명이 영계에서 아는 것처럼 물질계와 다른 계에서도 알고서 의식의 연속성을 유지하며, 그 생명이 자신의 계를 벗어나서도 의식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체들을 스스로 만들고, 나아가서는 서서히 그 체들을 하나씩 정화하여 체들이 더 이상 장애가 되지 않고 모든 계의 지식 전부가 들어오는 순수하고 반투명한 매체로서 작용하게 하기 위한 것이다.
동식물의 진화, 또는 지금까지 언급한 진화과정의 목적은 개체성을 달성하기 위한 것이라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개체성의 달성이 진화의 마지막 종착역은 아니다. 그림 9.10에서 보듯이 인간은 ‘초인(超人)’이라고 표시한 진화의 다음 단계를 향해 중단없이 나아가는데, 그것은 자신이 나왔던 근원인 신성을 향하여 되돌아가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진화의 과정은 어느 한 방향만을 쫓아서 흘러가는 일방적인 것이거나 아무런 목적도 없이 우연적으로 이루어지는 맹목적인 과정이 아니라, 근원으로부터 물질을 향하여 내려오는 하강의 과정과 다시 근원으로 돌아가려는 상승의 과정이 어우러진 것이다. 이를 하강 진화와 상승 진화, 또는 내적 진화와 외적 진화라고 구분을 하며, 개략적으로 다음 그림과 같은 단계를 밟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림 9.14> 진화의 일곱 단계 (<원인체> p.77)
생명의 물결이 하강하는 1, 2, 3단계는 점차 견고한 물질화가 이루어지는 과정이며, 영과 물질이 균형을 이루는 4단계를 지나서 유기체는 다시 영화(靈化)되는 과정으로 접어든다. 그러나 이것은 단순히 영의 상태로 원상회복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진화과정에서 경험한 수많은 체험과 지혜를 통해 의식의 각성상태를 이룸으로써, 자각을 가진 신으로 다시 태어나는 과정인 것이다.
인도에서는 영이 하강하여 질료 속으로 들어가는 전과정을 프라브리티 마르가, 즉 떠나는 길이라 불렀으며, 그 반대의 길을 니르브리티 마르가, 즉 귀환의 길이라 불렀다. 사실 우주라는 활동영역은 모나드들, 즉 의식의 단위들이 질료를 통해서 진화하도록 마련된 것이다. 모나드는 영원한 원자와 에고라는 옷을 입고, 또는 하위의 여러 체들과 집단영혼 혹은 원인체라는 우주선을 갈아타며 마치 우주여행을 하고 있는 순례자처럼 보인다.
(물질의 궁극원자 아누, p.479-493 에서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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