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비, 국제대회 유치에서 생활 체육으로 거듭나길”
사비 털어 럭비부 후원...43년만에 전국대회 메달 획득
2006년 광주럭비협회 이재권 회장이 취임하면서 많은 변화가 생겼다. 무진중학교 럭비부가 2009년 전국소년체육대회에서 동메달을 수상하며 결성 이래 43년만의 쾌거를 거둔데 이어 대통령기 전국럭비선수권대회에서 3위에 입상했다. 메달 행진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2010년 춘계럭비리그전 동메달을 수상하며 명실상부 광주 럭비의 위상을 드높였다. 이 같은 값진 성과 뒤에는 묵묵히 럭비부를 후원하고 있는 이재권 회장이 있었다.
럭비의 매력에 푹 빠지다
의약품 도매업에 종사하는 광주럭비협회 이재권 회장(58. 세흥약품(주)). 그의 사무실 벽면을 빼곡히 채운 사진만 봐도 럭비에 대한 남다른 열정을 알 수가 있다. 미국과 유럽, 남아공 등 세계 전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종목 중 하나지만 광주에서는 아직도 생소한 분들이 많다.
이회장이 럭비와 인연을 맺은 것은 오래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학창 시절 친구들이 전남공고의 럭비부에서 활약했는데, 그 때 럭비의 매력에 빠지게 되었다. 남성다우면서도 박진감 넘치는 짜릿한 경기를 보며 최고의 운동이라 생각했다. 럭비협회 회장 제의가 들어왔을 때 그는 전문 럭비인이 아님에도 흔쾌히 승낙을 결정하게 되었다.
사비 털어 후원, 메달 획득으로 대학 진학의 길 쉬워져
광주의 럭비부는 무진중학교와 전남고등학교 두 곳이 전부이다. 비인기 종목이다 보니 선수층 확보와 예산 부족 등 여러 가지 걸림돌이 많다. 시교육청과 시 체육위원회의 예산이 있지만 턱없이 부족한 실정. 이 같은 사정을 누구 보다 잘 아는 이 회장은 럭비부의 현실을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간식비, 버스비, 운동복과 회식비 등 선수들에게 필요한 소소한 경비들을 뒷바라지 하다 보니 지금은 사비를 털어 후원을 하게 되었다.
“자식 같은 선수들을 모른 척 할 수가 없었습니다. 학생 중에는 더러 가정 형편이 어려운 선수들도 있어요. 운동선수들이라 잘 먹어야 하는데 먹는 것, 입는 것을 챙기다 보니 지금까지 뒷바라지를 하게 되었습니다.”
회장이라기보다는 자신을 한 사람의 봉사자로 소개하는 이 회장은 럭비부에서 없어서는 안 될 아버지 같은 존재다.
한때 럭비부는 전국 대회를 뛸 선수조차 확보하지 못해 경기를 포기해야 하는 아픔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역전된 것. 이 회장을 비롯한 교사, 학부모, 학생들의 노력으로 선수층 확보는 물론, 체력과 기술력이 나날이 향상 되고 있다. 지난해부터 거둔 전국 대회 메달 획득성과는 그간의 피나는 노력에 대한 값진 결실이라 할 수 있다.
메달 행진이 이어지면서 대학 진학의 길도 쉬워졌다. 학부모들의 관심이 높아져 문의를 해오는가 하면 현재 졸업을 앞둔 전남고 럭비 선수들에게 고려대 등 수도권 대학의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 대학 진학 후에는 국가대표나 일본 실업팀에서 고액의 연봉을 받고 활동 중인 선배들도 있어 진로가 밝다.
국제 대회 유치로, 생활 체육으로 거듭나길
현재 럭비는 2016년 올림픽에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상태다. 럭비에 대한 열정 하나로 럭비부를 후원하고 있는 이회장의 가장 큰 소망은 광주에서 국제 대회를 유치하는 것. 국제 대회를 치르고 나면 시민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인식도 많이 달라질 것이라는 계산이다.
“럭비는 정말 매력 있는 운동입니다. 지금은 비인기종목이지만, 축구나 농구처럼 생활체육으로 자리 잡을 날이 꼭 올 겁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 보다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가 중요하다는 이회장의 바람처럼 럭비가 생활 체육으로 우리 곁에 다가올 날을 기대해 본다. 문의 : (062)971-0085
조 안 리포터 annarbor1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