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위지안 교수, 불리불기-차생미완성

[samok]

"절대 포기하지 말 것. 우리에겐 오늘을

살아야만 하는 분명한 이유가 있으니까..."

요즘 누리꾼 사이에서 크게 주목받고 있는

유명을 달리한 중국인 교수의 남겨진 이야기.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소소한 이야기를 올리던

블로그를 방문했다. 동양적인 흑백 수묵화 풍경이

펼쳐지며, 작은 배 세 척이 한가롭게 항해한다.

세상을 떠난 주인장을 대신하여 빨간 모자를 쓴

눈사람이 블로그를 지키고... 플래시 효과로 계속

움직이는 그 모습! 방문객으로서 아쉬움만 갖게

한다. 결코 암과 죽음으로 끝나는 이야기가 아니다.

좀 더 살아가며 하고 싶은 일을 더 많이 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란 내 스스로 느낀 인지상정 때문이다.

위지안(于娟  Yu Juan 1979 ~ 2011.4.19.) 

그녀의 이야기들이 유고집으로 출간되었다.

작년 5월 출간되어 많은 독자들의

심금을 울렸던 차생미완성(此生未完成) 

슈베르트(Franz Peter Schubert 1797~1828)

문득 뇌리 속을 스쳐 지나가는 이름.

비슷한 나이에 유작으로 남겨 놓은 불후 명작

음악과 글이라는 차이가 있지만...

슈베르트의 미완성 교향곡(Unfinished Symphony

未完成交響曲)과 마찬가지로, '미완성' 이기에

자신이 결코 붙이지 않은 책 제목의 이름 속에서

가슴이 짠함을 나는 느끼고 또 느껴본다.

그녀는 2009년 12월에 암 진단을 받고,

이후 79편의 항암 일지를 써 내려 갔다. 

약 1년 4개월 정도의 투병 기록은 오히려

다른 사람들에게 위로와 도움의 증거이다.

"밤새 제대로 숨을 쉬지 못하다 새 아침을

쟁취했을 때 다른 사람들은 모르지요.

하룻밤을 더 지내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이러한 고백을 읽으며 눈시울이 붉어짐을

느꼈다. 어려운 현실, 죽음을 앞두고서라도

아직은 살아야하는 생존의 현실감과 느낌!

갑자기 사자성어 불리불기(헤어지지 않고

포기하지 않는다)가 대유행되었는데...

회자(膾炙)되는 이 단어가 양말에

표기된 글자에서 연유되었다니... 

"불리불기(不離不棄). 발이 시렵다는 내 말에

남편이 사다 준 양말에 적힌 말이다.

'헤어지지 않고 포기하지 않는다...' 삼십년을 살면서

양말에 적힌 글씨를 그렇게 물끄러미 들여다보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언제나 아래 보다는 위를 보는 것에

익숙하도록 교육을 받아왔으니까. 병실에서 그 네 글자를

보는 순간, 마음 속으로 준비했던 유서가 재가 되어 사라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헤어지지도, 삶을 포기하지도

말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절대 포기하지 말 것.'

나는 스스로에게 단 하나의 절대 명령을 내렸다.

고통이 무지막지하게 몰아쳐 왔을 때 비명이 나오는 것까지는 어쩔 수 없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왈칵 쏟아지는 것도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유서 따위는 두 번 다시 쓰지 않으리라고 결심했다."

샹하이의 유명한 동방명주 타워 앞에서 남편, 아들과 함께.

이별의 아픔보다 사랑의 기쁨을 느끼며 사는 것이 행복이려니...

지금 살아가는 삶 자체에 최선을 다하자... Living is Everything. 

 동양에서 흔히 그러듯 감자(potato)라는 별칭으로 불렸던 아들. 

행복에 겨울 때 웅크리고 있던 불행이 찾아왔지만...

"운명이 나에게서 모든 것을 앗아간다 해도, 결코 빼앗지 못할

단 한 가지가 있다. 그건 바로 '선택의 권리'이다. 나는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내 삶을 선택할 수 있는 최후의 권리를 행사할 것이다." 

세계 100대 대학 중의 하나인 샹하이(上海) 푸단(復旦 Fudan) 대학

최연소 교수. 서른 살 젊은 나이에 그녀는 교수가 되며

삶의 최고 정점에 오르는 기쁨을 누렸다. 

허나 대학 동료와 제자들의 눈물겨운 환송을 받아야 하는 결과가 되었다. 

보다 나은 내일을 꿈꾸던 그녀의 해맑은 미소는 더이상 면대면으로 볼 수 없다. 

그녀의 블로그에 게재된 사진들을 보면서 나는 상념에 빠졌다. 

"사랑은 나중에 하는 게 아니라 지금 하는 것이었다.

살아 있는 지금 이 순간에..." 

노르웨이 오슬로대학(University of Oslo)에 유학하며, 유럽 곳곳을

관광하는 중에 이쁘고 아름다운 집들을 얼마나 보았을까? 

그녀는 항암치료 이야기를 통해 누항(陋巷)에 있는 한칸 집 이야기를 한다. 

"달팽이만 한 작은 집이라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라면 더욱 따뜻하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죽어라 큰 집을 사려고 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생명이 막바지에 가까워 오니까 세상의 명리와 권세, 돈, 사소한 감정

등이 함께 가져갈 수 없는 점에서는 똑같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뭔가를 이루기 위해 전속력으로 달리는 것보다, 곁에 있는 이의 손을

한 번 더 잡아보는 것이 훨씬 값진 일이라는 것을 알았다." 

"우리는 가족과 친구, 소중한 이웃들에게 어떤 형태로든 사랑의 빚을

지며 살고 있다. 그러니까 행복한 것은, 언젠가 갚아야 할 빚이다." 

엄마, 아내, 딸, 교수로서 정말 바쁘게 하루하루를 보내던 그녀.

어느 날 운명은 장난처럼 다가왔다. 평소처럼 자전거를 타다가 허리를

접질려 치료 받으며 유선암, 그것도 뼈까지 이미 전이되어 더이상

어찌 할 수 없는 상태라는 듣고 싶지 않은 진단을 받게 되었다. 

남편은 아픈 아내를 향해 "하늘에 빌었어. 당신 살려달라고.

당신 살아서 내가 50년 동안 매일매일 당신 엉덩이를 닦아줄 수 있게

해달라고 빌었어"라며 연민과 사랑을 담은 고백을 들려 주었다. 

"사람들은 '여행'이라는 단어를 '언젠가'와 동의어로

생각하지만, 10년, 20년이 훌쩍 흐른 뒤에야 여행을 떠나기에

적합한 시기는 영원히 오지 않는다는 걸 알고 후회합니다." 

 

Modern women must balance marriage, work, and home. This is not easy to do

as we cannot exchange our health in return for achieving these things. In the past,
I was eager to be first at everything. There were many times when I knew I was not

physically capable of pushing myself so hard, but I refused to give up. I would

push myself too much to take on whatever costs in order to gain the things I wanted.

It is only now I understand the importance of one’s way of thinking about things…

现代女性要权衡婚姻, 工作和家庭的平衡, 非常不易, 但什么东西都不能用健康做交换。

我以前很好强, 很多时候就算力不从心也会不甘心放弃, 用超出自己承受范

围的成本来换取自己想要的东西。现在才明白心态的重要...

 

At the brink of death, I only now realize, any overtime work (frequently staying up

through the whole night is equivalent to slow suicide), stressing myself out about

buying a house or a car; all of these things are all done in vain. If people have time,

they should spend time with their children. Take the money saved for buying a car

and give it to your parents to buy shoes. Do not spend everything to buy a big house.

It is better to spend time with the one’s you love. A humble home is also a warm one.

在生死临界点的时候, 我才发现, 任何的加班 (长期熬夜等于慢性自杀), 给自己太多的压力,

买房买车的需求, 这些都是浮云。如果有时间, 好好陪陪你的孩子, 把买车的钱给父母亲买双鞋子,

不要拼命去换什么大房子, 和相爱的人在一起, 蜗居也温暖。

그녀는 33회 생일(2010.4.6.)을 기념하며 블로그에 마지막 포스팅하였다. 

젊고 꿈많은 유학시절 유럽의 나막신을 보면서 어떤 생각을 하였을까?

나는 블로그에서 이 사진을 보며 아련한 동병상련을 느꼈다. 

삶과 죽음에 대한 생각... 그리고 그것들에 대한 아픔 때문이다. 

* 블로그 사진들을 임의로 올림은 존경과 미련(未練)의 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