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사는 집이라 해서, 전셋집이라 해서 대충 살아도 된다는 생각은 버리자.
사람이나 집이나 관심을 갖고 가꿀수록 빛이 나며 삶의 가치는 한층 업그레이드되는 법.
그런 면에서 이 집의 주인 박윤정은 싱글 라이프를 제대로 즐길 줄 아는 멋진 여자이지 싶다.
집주인 박윤정 씨가 이사해서 가장 먼저 데커레이션 한 거실이다. 블랙&화이트, 그레이컬러 등 무채색 느낌이 강한 모던한 공간이다. 거실에서 가장 돋보이는 톰딕슨 디자인의 천장 조명 ‘라이트 웨이트’는 주문 후 한 달이나 기다렸다고.
매달 에디터들은 많은 사람으로부터 정보와 도움을 받고 있다. 그중에서도 브랜드 홍보 담당자들은 자신의 브랜드를 홍보하는 본업 외에도 다양한 분야의 이슈를 전해주는 일등공신이다. 이번 달 본의 아니게 자신의 집마저 공개하게 된 박윤정 씨도 이탈리아 원목 마루 브랜드 하농 조르다노의 홍보 담당자. 그녀와 마루를 비롯한 인테리어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얼마 전 그녀도 이사를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같은 여자가 보기에도 패셔너블하고 멋있는 그녀라면 집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일단 집부터 가보자 했다. ‘집은 주인을 닮기 마련’이라는 게 에디터의 지론! “전세로 들어간 거라 많이 손보지는 못했는데 괜찮을까요?” 그녀의 이야기가 오히려 혹하게 들렸다. 전셋집임에도 불구하고, 큰 개조공사 없이 예쁘게 꾸민 집이라면 그것은 진정 이 칼럼의 취지에 제대로 들어맞는 케이스 아닌가.
3개월 전 그녀는 새로 입주하는 아파트로 이사를 했다. 처음에는 새집인 데다 집주인이 이미 베란다 확장 공사를 해두었고, 마감재도 무난한 편이라 크게 꾸밀 생각은 없었다고 한다. ‘전세인데 뭘…’, ‘혼자 사는 집에 뭘….’ 이렇게 남들과 똑같은 생각을 했다고. 그래서 기본적인 것만 하겠다는 생각으로 소파 뒤 벽면을 뮤럴 벽지로 시공해 밋밋한 공간에 악센트를 주었고 집 안을 깔끔하면서도 부드럽게 보일 수 있도록 창에는 트리플 셰이드를 달았다. 그리고 마루와 부엌을 제외한 세 개의 방에 영 어울리지 않는 비닐 장판이 깔려 있어서 이것을 걷어내고 그레이 컬러의 파일이 짧은 카펫을 깔았다. 평수를 넓혀 이사를 한 것이라 소파, 식탁, 책상 등 기본적인 가구가 더 필요했는데 이 가구들은 잡지에서 원하는 디자인을 찾아 모두 맞춤 제작해 집 안으로 들였다. 여기까지가 인테리어를 위한 그녀의 1단계 작업이었다. 봄에 입을 만한 스커트를 하나 살 생각으로 쇼핑을 하다 보면 거기에 맞춰 입을 블라우스를 더하게 되고, 어느새 구두 쇼핑도 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화룡정점 역할을 할 액세서리까지. 여자라면 이런 경험을 숱하게 겪었을 것이다. 그런데 인테리어도 이와 다르지 않다는 사실. 한번 시작하면 점점 욕심이 생겨 하나씩 하나씩 일을 더하게 되고 눈은 저 높은 곳을 향해 있다. 그녀 역시 결국 1단계에 만족을 못하고 자꾸 눈에 거슬리던 벽에 손을 댔다. 서재와 현관, 거실, 부엌은 내추럴한 질감이 느껴지는 텍스처 페인트로 시공을 하고 침실도 침대 뒤에 자작나무 패턴의 벽지를 붙였다. 그 다음, 집 안의 모든 천장 조명을 독특한 디자인의 조명으로 바꾸고 전선 공사까지 하며 천장 조명을 더 추가했다. 그리고 각 공간에 맞게 플로어 램프와 테이블 램프를 여러 개 구입해 데커레이션했다. 그 다음 조금씩 다른 컨셉으로 꾸민 각 공간에 맞도록 소품과 미술 작품, 화분 등으로 장식해 지금 의 모습으로 완성되었다. “아직도 아쉬운 게 많아요. 거실 아트월이 계속 마음에 걸려 고민하다 결국 다른 것으로 교체하기로 했다니까요.”
집을 꾸미기 시작하면서 집이 점점 더 좋아질 뿐 아니라 생활이 한층 더 즐거워졌다는 그녀. 자신도, 집도 소중히 아끼며 제대로 싱글 라이프를 즐기는 그녀의 모습이 살짝 부러워지는 순간이었다.
1 침실 베란다에는 실내 가든을 만들었다. 그린의 화초 덕에 침실은 생동감과 함께 편안함이 느껴지는 공간으로 완성되었다. 화초는 모두 양재동 꽃시장에서 구입했으며 빈티지 스타일의 커다란 화분은 더 가든스에서 구입했다. 2 도시적인 분위기의 거실이나 서재와 달리 내추럴하고 밝은 분위기로 꾸민 침실. 내추럴한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 침대 헤드보드 뒤에 시공할 벽지도 자작나무 패턴으로 선택한 것이라고 한다. 침실을 비롯한 모든 방의 바닥에는 바닥재 대신 그레이 컬러의 카펫을 깔아 더욱 세련된 이미지를 더해준다. 3 원목 식탁 위에는 빈티지 펜던트 조명을 달아 또 다른 분위기의 공간을 만들어냈다. 빈티지 조명은 호사컴퍼니에서 구입했다.
1 서재는 일을 하거나 책을 읽을 때 집중하기 좋도록 조도를 낮춰 어둡게 연출했다. 책상 위에는 웰즈(02-511-7911)에서 구입한 펜던트 조명 ‘카라바지오’를 달았고, 책장과 책상은 가구인(02-2263-8995)에서 맞춤 제작했다. 2 연예인의 드레싱룸을 연상시킬 만큼 깔끔하게 정돈된 박윤정 씨의 드레싱룸. 기존에 설치되어 있던 붙박이장과 그녀가 갖고 있던 화이트 옷장 사이 맞춤 제작한 행어를 두고 천장에는 와츠에서 구입한 펜던트 조명 세 개를 달아 데커레이션했다.
Practical Tip “내 집이 아니어서 집을 꾸밀 수 없어”라는 말은 변명일 뿐이다. 게으르거나 혹은 귀찮아서 애써 외면하는 것은 아닐까? 박윤정 씨는 부지런히 발품과 손품을 판다면 소품과 조명만으로도 자신이 원하는 분위기의 공간을 완성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특히 다양한 디자인의 조명은 이 집에서 새로운 표정을 만들어내는 중요한 아이템이다.
1 내추럴하게 꾸민 침실 사이드 테이블 위에 놓인 빈티지 테이블 조명. 호사컴퍼니(02-335-5480)에서 판매. 39만원. 2 엔조 카텔라니가 디자인한 와이어 볼 조명 ‘필 드 페르(Fil de Fer)’. 제인 인터내셔날(02-548-3467)에서 판매. 지름 40cm 1백 90만원. 3 식탁 위에 단 프렌치 브로캉트 스타일의 펜던트 조명. 호사컴퍼니에서 판매. 17만원 4 빈티지 스타일의 스톤 화분. 더가든스(031-797-1326)에서 판매. 60만원대. 5 메탈 소재로 된 매거진 랙 ‘블로우 업’. 알레시 (02-3444-1541)에서 판매. 19만2천원. 6 마치 테라코타를 바른 듯 텍스처가 생기는 페인트. SK 카이테키(02-562-1592)에서 판매. 가격 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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