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전략
임보
밤의 전략?
밤[夜]의 전략이 아니라,
밤[栗]의 전략 얘기다
조율이시(棗栗梨柿) 가운데서도
대추나 배나 감과는 달리 밤은 좀 헷갈리는
멍청한 과일로 생각했다
대개의 과일들은 맛있는 과즙을 동물들에게 제공하고
제 씨를 다른 곳으로 옮기는 작전을 쓰고 있는데
밤은 뭐야? 씨를 통째로 주다니!
추석 성묫길에 떨어진 밤톨을 주워담으면서 생각한다
한여름 내내 가시투성이 사나운 밤송이로 지키다가
때가 되면 스스로 가시를 열고 씨를 땅에 쏟는다
그런데 뭐야?
사람들은 씨의 단단한 갑옷과 비늘을 벗기고
그 속의 달콤하고 고소한 살을 갈취하지 않는가?
차라리 달콤한 살을 만들지 말고
고약한 악취를 풍기도록 했으면 사람들의 손을 타지 않고
순탄하게 종족을 퍼뜨릴 수 있을 텐데…. 참 미련한 놈들!
그렇게 생각하다, 아차! 내 머리가 띵하다!
그놈들의 고도한 술수를 내 이제야 깨닫노니
지상의 강자 인간들을 부려먹는 그들의 계략을…
밤의 맛에 홀린 사람들이
산마다 밤나무들을 즐비하게 심어
밤꽃이 필 무렵이면 온 산천이 얼마나 몽롱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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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남김없이 주는 사랑은
부모를 제외하고는 모두 위험하다는 생각이 드는 건 혼자만의 생각일까요?
글쎄요. 어떻든 사랑은 아름답지 않을까요?
글의 마지막 부분을 보니 결국은 이밤 저밤이 어울려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 가는 군요
멋진 글 덕분에 공부하고 갑니다
생률을 인삼과 섞어 꿀에 재워두고 생각날 때 하나씩 먹으니
감기하고는 멀리 지내겠던데요
선생님 건강한 가을 되세요
밤이 또 그런 건강식품이군요. 좋은 정보 고맙습니다.
잘 보았습니다.
오늘도 활기차고 행복한 시간 이어 가시길 바랍니다.
좋은 글 많이 쓰시기를!
밤나무도 밤도 인간을 부려 살아남는데는 도통한 도사가 아닌가 생각듭니다.
식물들의 생각이 사람의 머리 위에 있습니다.
교수 님의 생각이 즐겁습니다!